[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파이널: 웸블리 습격>
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축구 국가대항전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 2024'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등이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가운데 축구 종주국 지위를 갖고 있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은 FIFA 월드컵 1회 우승과 올림픽 3회 우승의 위업을 쌓았고 전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로 유명한 프리미어 리그의 본고지이기도 하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인 축구 강호로 정평이 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유로에선 우승은커녕 결승에 오른 적도 없는 굴욕을 맛봤다. 그러던 제16회 유로 2020에 이르러, 유로 60주년을 맞이해 드디어 결승에 올랐다. 더군다나 단일 개최국이 아닌 법유럽으로 11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되었거니와 가장 중요한 결승이 다름 아닌 잉글랜드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릴 것이었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으로선 유로 결승까지 처음으로 와서 웸블리에서 경기를 치른다니 다시없을 기회였다.
웸블리 하면 '축구의 성지'라 일컫는다. 1923년 지어져 2000년까지 구실을 다했고 재건축 이후 2007년에 재개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이 웸블리에서 치러졌고 잉글랜드가 우승을 차지하며 영원히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웠다. 그리고 유로 2020에 이르러 다시 한번 예전의 완벽한 영광을 재연하려 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 웸블리 습격>은 유로 2020 결승전 당시 주로 웸블리 스타디움 밖에서 일어났던 행태의 이모저모를 다뤘다. 부제에서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바 행태의 전말은 티켓 값이 너무나도 비싸서 구입하진 못했지만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결승전을 직관하기 위해 웸블리를 무단으로 들어간 이들이 수백 명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의 금자탑을 이룰 기회 이면의 추태
유로 2020 결승전은 2021년 7월 11일 오후 8시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잉글랜드 대 이탈리아. 잉글랜드가 수십 년 만에 국제 주요 대회 결승전에 오른 건 물론 홈에서 열렸기에 수많은 팬이 몰릴 건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많이 몰려들었다. 67,000여 명의 관중 말고도 수천 명에 이르는 이들이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웸블리 밖에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축제 분위기는 점점 과격하게 흘러갔다. 술과 마약이 퍼지면서 소리 지르고 닥치는 대로 던지고 부시는 건 물론이고 버스 지붕 위에 올라간다든지 가로등 위로 기어오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때까진 공권력을 동원할 구실이 없었으나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과격해지는 일행의 행태가 구실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결국 주경찰까지 동원한 당국, 하지만 티켓 없는 수천 명이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웸블리로 물밀듯이 들이닥치려 하고 있었다. 축구의 성지 웸블리는 이른바 습격을 당할 터였다. 그렇게 족히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달하는 '팬'들이 경기장 내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수십 명이 다치고 수십 명이 체포되었다.
당시 전 세계 언론이 이 사태를 다루며 신사의 나라에서 일어난 '훌리건'의 난동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잉글랜드에서 훌리건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경기에서 난동을 벌이며 온갖 문제를 일으켜 왔기에 딱히 새로울 것도 없었다. 그래도 이 사태는 달랐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의 금자탑을 세울 수 있는 기회였으니 말이다. 결과가 어떻든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건 추태다.
추태는 추태고 범죄는 범죄다
진짜 문제는 티켓이 없는 이들이 무단으로 경기장에 잠입한 게 아니었다. 그들은 또 다른 짓거리를 시전했는데 바로 '인종 차별' 행위였다. 아시아계 팬들을 대놓고 모욕했고 이탈리아 팬들을 위협했으며 결정적으로 잉글랜드가 승부차기 끝에 이탈리아에게 졌을 때 골을 못 넣은 마커스 래시포드, 제이든 산초, 부카요 사카에게 혐오 범죄를 저질렀다. 그들 셋은 모두 흑인계다.
웸블리를 습격한 건 단순히 티켓이 없는 이들의 철없는 짓거리의 일환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 중 일부는 2020년 시작되어 전 세계를 습격한 코로나19로 한동안 밖에 나가지 못한 채 집에 갇혔던 한을 유로 2020 결승에 한 번에 풀어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돈이 없어 티켓을 살 수 없었다고 했다. 황당한 이유였지만 자각은 있었다.
그런데 인종 차별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전 세계 축구계에서 선수, 관중을 불문하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모두가 근절을 외치지만 잊을 만하면 다시 불거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할망정 세계 최고위급 대회 결승에서 버젓이 혐오 범죄 행위가 연이어 일어났던 것이다. 그야말로 잉글랜드의 수준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리라.
이 작품은 꽤나 짧게 유로 2020 결승전의 추악한 이면을 들여다본다. 경기 자체는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닌지라 사실상 다루지 않았고 경기 밖의 논란과 문제를 다뤘다. 대략의 전말이 이미 몇 년 전에 밝혀졌지만 지금 다시 들여다보는 건 곧 유로 2024가 시작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유로 2024에서 잉글랜드는 다시 한번 대업 달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범죄에 준하는 논란, 범죄에 해당하는 논란 없이 잘 진행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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