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니TV 오리지널] <신병 2>
KT 계열의 skyTV가 운영하는 종합 드라마 예능 채널 'ENA'는 여전히 생소하다. 2020년 4월 리브랜딩하며 <구필수는 없다> 이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가히 '초대박'을 터뜨리며 그해 최고의 드라마로 우뚝 섰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신병>이라는 드라마도 공개되었다. 인기 유튜버 '장삐쭈'가 내놓은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했다.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스팅, 수많은 이의 마음을 뒤흔드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 원작에 없지만 오히려 더 기억에 남을 캐릭터와 스토리까지 크게 호평받으며 의미 있는 흥행도 일궜다. 당연스럽게 후속 시즌이 기획되어 제작에 들어갔고 1년여 만에 시즌 2로 돌아왔다. <신병 2>는 전작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계승하며 빌런급 캐릭터를 새롭게 투입했다.
결론적으로 전작을 뛰어넘는 대성공. 군대를 다녀온 이들의 심금을 적절하게 울리는 자잘한 이야기들을 곳곳에 포진시키는 한편 큰 줄기의 주제를 담은 이야기의 맥을 놓지 않고 이어갔다. 호평은 흥행으로 이어졌고 전작의 3배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ENA로서는 2023년에도 좋은 작품들의 선전하는 와중에 최초의 후속작 <신병 2>의 성공이 상당히 고무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바람 잘 날 없는 2중대에 부임한 중대장
95사단 7대대 2중대에 새로운 중대장 오윤석 대위가 부임한다. 그는 키 크고 반듯하고 각 잡힌 FM 중대장. 아직 중대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김동우 일병을 죽도록 괴롭히다가 일련의 사건으로 1중대로 전출 간 '악마' 강찬석 상병은 조폭 출신의 '사탄' 선임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죽기보다 힘든 생활을 이어가던 중 1중대장에게 다시 2중대로 보내달라고 매달린다.
그도 문제가 생기는 건 바라지 않았기에 2중대장에게 가서 매달려 보라고 일러준다. 곧바로 새로 부임한 2중대장에게로 가서 무릎 꿇고 매달리는 강찬석, 2중대장은 김동우를 불러와 대면케 한다. 괜찮다고 하는 김동우, 2중대장은 강천석과 모종의 거래를 한 듯 그를 받아준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전 중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시작한다.
강찬석 사건 이후 그냥저냥 평화로웠던 2중대, 유격훈련으로 온몸이 흔들리고 넋까지 나간 와중에 중대 내 거의 모든 상병장들의 부조리가 게시된다. 그들 대부분에겐 휴가가 제한된다. 이내 한데 모여 대책을 강구하는 상병장들. 그들은 일이등병들을 철저히 무시하기로 하는 한편 일이등병 최선임이자 마음의 편지를 쓴 적이 있는 김동우를 시켜 상병장 부조리를 중대장한테 고발한 이를 색출하려 한다. 어느새 어엿한 일병이 된 박민석은 군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을까? 바람 잘 날 없는 2중대의 앞날은?
FM 중대장의 혁신적인 개혁이 통할까
FM, Field Manual(야전교범)이라는 군대용어에서 나온 말이다. 철저하게 정석대로 원칙을 지키는 행위를 말하는데, 자못 군대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군대만큼 제대로 하지 않고 또 제대로 하려 하지 않는 집단이 또 없다. '중간만 해라' '있는 듯 없는 듯 행동해라' 등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군대에선 잘하면 잘할수록 더 부려먹으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FM 중대장이 부임해 중대를 뿌리째 바꾸겠다고 평소 그리고 타 중대와 비교도 안 되는 강도로 훈련을 하기 시작한다. 거기까진 OK, 원래 해야 하는 걸 하지 않고 있다가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부조리를 뿌리 뽑겠다고 상병장들의 지극히 사소한 행동과 말을 통제하려 한다. 물론 그것도 원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게 하려 하는 것이다.
훈련이 힘든 건 한순간이다. 욕 하고 지나가면 될 일이다. 그렇지만 일상은 다르다. 상병장들도 일이등병이었을 때가 있었고 그때 그들 중 몇몇은 욕설, 구타를 당했다. 지금 중대장이 잡으려는 자잘하지만 폭력이 수반되지 않은 부조리들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그들은 차츰 없애가는 중이고 많이 없앴다고 생각하는 반면 중대장은 왜 단번에 끊어내지 못하느냐고 닦달한다.
중대장의 신념은 너무나도 완벽하지만 포용하지 못하고 일방적이며 기다려 주는 법이 없다. 그런데 역사가 있는 집단의 혁신적인 변화라는 게 하루아침에 가능한가? 사람은 기계가 아닌데, 명령에 죽고 사는 군인 집단이라도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개별적이고 특수한 개인들이 모인 것뿐인데, 상등병과 하등병을 갈라치기까지 하면 될 것도 안 되지 않을까?
천사 선임도 변하게 하는 군대
<신병 2>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박민석 일병이 아니라 김동우 일병이다. 그는 시즌 1에서 강찬석 상병에게 너무나도 심한 괴롭힘을 당했고 일련의 사건을 거쳐 강천석이 다른 중대로 가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강찬석이 돌아오며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에 중대장의 부조리 뿌리 뽑기 작전이 시작되며 일이등병 최선임으로 상병장들의 명령을 받아 범인(?) 색출에 나선다. 상병장들의 부조리 행동을 모두 적어 고자질한 병사 말이다.
후임들에게 이른바 '천사 선임'이자 군생활 잘하는 선임으로 불리는 김동우는 차츰 변해 간다. 선임들의 압박이 너무 심한 이유도 있지만 후임들을 모두 하나하나 만나며 느끼는 답답함이 짜증으로 번졌고 종종 뿜어져 나왔다. '나는 선임들처럼 행동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내가 잘해 주니까 X밥처럼 보이나'라는 생각으로 변질된다. 잘해 주면 무시하고 무섭게 해야 정신 차리겠구나, 그 편이 나를 위하고 너를 위하고 우리를 위하는 길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20여 년 전, 군대에 있을 때 어느 맞선임이 한 말과 이후의 행동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이등병 때 괴롭힘을 많이 당하면서 "내가 선임이 되면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 거야"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작 선임이 되어선 "이런 폐급에 잘해 주면 기어오르는 놈들은 지옥에 온 것처럼 대해 줘야 정신을 차리지"라고 했다. 일면 이해가 가지만, 자기연민과 자기합리화에만 매몰되어 있을 뿐 자기인지는 결여되어 있었다.
오윤석 대위와 김동우 일병은 자기인지까지 다다랐을까. 자신을 돌아보고 나름의 해답을 얻었을까. 내 방식이 무조건 옳다는 아집에서 헤어 나왔을까. 나도 모르게 변해 가는 나를 다잡고 브레이크를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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