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마스크걸>
김모미는 상사의 영업관리팀 대리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독한 외모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퇴근 후 밤마다 마스크를 쓰고 섹시한 춤을 추는 인터넷 BJ로 활동하며 한을 풀고자 했다. 사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끼가 넘쳐 남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걸 즐겼지만, 외모가 받쳐 주지 않아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몸매가 빼어났음에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알몸으로 방송을 하다가 방송 정지를 먹고 실의에 빠진다. 그녀에게 접근하는 핸섬스님, 하지만 마스크를 벗은 그녀를 보고 실망하지만 실망하지 않는 척하며 어떻게 해 보려 한다. 결국 다툼 끝에 크게 다친 핸섬스님, 어쩌질 못하고 있는 그녀에게 평소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던 주오남 과장이 달려온다. 스토커 기질이 남달랐기에 가능했다.
핸섬스님을 대신 처리해 주는 주오남, 회사를 급작스럽게 퇴사하는 김모미. 주오남은 김모미를 찾아가 그녀를 겁탈하고 그녀는 주오남을 죽이곤 자취를 감춘다. 주오남을 홀로 애지중지 키운 엄마 김경자는 일상과 일을 뒤로한 채 아들을 죽인 범인을 김모미로 특정 짓고 총을 구입해 직접 처단하고자 여정을 시작한다. 김모미는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김경자는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을까?
원작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 <마스크걸>
십수 년 새 영화와 드라마 등의 원작이 소설 또는 에세이에서 웹툰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웹툰 IP 사업을 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텐데, 10여 년 전까지 웹툰을 즐겨 봤던 2030이 지금 3040 이상이 되었고 웹툰이 영상화되며 예전의 웹툰 타깃층과 지금의 웹툰 타깃층 그리고 영상화 타깃층까지 더해 1040까지 광범위해진 것이리라. 그러니 웹툰의 영상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게 당연하다.
공개되자마자 크게 화제를 뿌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데, 이 웹툰은 2015년에 시작해 2018년에 막을 내렸다. 연재를 종료한 지도 5년이 지난 것이다. 타깃층도 광범위하고 영상화할 명작들은 너무나도 많다. 어떻게 각색을 해서 비슷한 듯 완전히 다른 작품을, 의미 있고 재밌으며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선보일지 고민할 일만 남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원작 웹툰과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이야기를 건넨다. 큰 틀에선 동일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세세한 부분들에선 다르다. 이를테면 결과는 같은데 과정이 다른 식이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가 원작보다 훨씬 두루뭉술하고 퍼져 있다.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것인데, 시청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테다. 개인적으론 실망이었다.
<마스크걸>의 인기 비결
<마스크걸>은 원작을 재밌게 접한 이들과 전혀 접해 보지 못했거나 원작에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이들로 호불호가 꽤 극단적이게 나뉠 것 같다. 이 작품엔 원작의 특장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대신 웬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성과 서사와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즉 무난하다는 얘기다. 하여, 해외에서 꽤 큰 인기를 끌 공산이 크겠다.
한편 국내에서의 인기도 어느 정도 담보되어 있다고 할 텐데,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의 배우들 연기 덕분이겠다. 원작이 있는 영상 작품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인 바, <마스크걸>의 모든 주요 캐릭터가 완벽한 싱크로율과 함께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로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각색되어 흐지부지되다시피 한 메시지와 서사를 뒤로하고 캐릭터를 보는 재미로 감상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주인공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엿보는 맛이 있다. 더불어 각 에피소드마다 주요 인물들의 인생사 단면을 살짝 엿보는 재미도 있다. 한 상황에 처한 인간군상이 아니라 한 상황에서 퍼져 나간 인간군상이라고 할까. 천명관 작가의 대작 <고래>가 생각나는 분위기와 전개다. 인물들을 이해하기 힘들지만 동정이 일고 기괴하면서도 일면 코믹하며 밖으로 퍼져 나가는 전개가 일품이다.
어디로 튈지 모를 삶의 궤적
누구에게나 치명적이라고 생각하는 콤플렉스가 있다. 그런가 하면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다. 그리고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도 있다. 또한 누군가한텐 가해자이면서 누군가에게서 피해를 입은 피해자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그 강도는 천차만별이다. 미미한 사람도 있을 테고 심각한 수준인 사람도 있을 테다. 또한 이런 것들이 서로 맞물릴 때도 있고 따로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올 때도 있다.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서로 맞물릴 때다. <마스크걸>의 김모미가 그랬다.
그러니 김모미의 삶의 궤적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재미는 있다. 아니, 보는 이에 따라서 출중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녀의 삶이 심하게 요동치는 순간에는 여지없이 타인이 개입한다. 타인과의 관계, 타인의 의도, 타인의 행동 등. 그런데 우리네 삶이 딱 이렇지 않나. 내 맘대로 되는 게 어느 하나 없지 않나. 이렇게 저렇게 흘러가서 운 좋게 큰 탈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작품에서 마음이 크게 요동친 장면이 있다. 모든 걸 뒤로한 채 다시 잘 살아보려 한 김모미가 다시 한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에 빠지는 순간이다. 그녀는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지른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영호가 "나 돌아갈래!"를 외치는 것과 같은 결일까. 아니면 누군가에게라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영혼의 외침일까. 그녀는 구원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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