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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일약 스타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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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 포스터.

 

2013년 2월 1일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KMPH 앵커 제섭 라이즈벡의 단독 보도가 미전역을 떠들썩하게 한다. 특종 기사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기자들이 흔하게 접할 만한 사건인데, 사건 당사자의 인터뷰에 거의 모두가 반응해 들썩거린 것이다. 제섭이 독점 인터뷰한 이는 '카이', 곧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로 알려지게 될 것이었다.

사건의 대략은 이랬다. 히치하이커 카이가 어김없이 누군가, 그러니까 젯 사이먼 맥브라이드라는 백인 남성의 차를 얻어 타서 가고 있는데, 맥브라이드가 흑인 가스 공사 작업자를 들이박았고 도와주러 온 흑인 여자를 목졸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때 카이가 손도끼를 꺼내 맥브라이드의 머리를 세 번 쳐서 흑인 여자를 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곤 갑자기 이런 말을 남겼다. "여태 어떻게 살았든 여러분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어요. 실수해도 사랑받을 수 있고 외모, 능력, 나이, 키랑 상관없이 여러분은 가치 있는 존재예요. 그 가치는 누가 뭐래도 사라지지 않아요." 어떻게 때렸는지 묻는 말에 "강타, 강타, 강타!(smash, smash, smash)"라는 말도 남겼다. 이 영상은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고 카이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가짜 영웅이자 괴물의 진짜 모습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는 제목 그대로 '손도끼를 휘두른 히치하이커'라는 수식어로 유명해진 카이가 어떻게 영웅이 되었다가 불과 3개월 만에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를 다룬다. 영화를 보는 듯 자못 흥미롭기만 한 겉면과 다르게 이면에는 이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맥브라이드도 맥브라이드고 카이도 카이지만, 일약 스타덤에 오른 카이를 이용해 한몫 크게 챙기고 싶었던 기자와 엔터 종사자들 그리고 카이의 한 면만 보고 섣불리 열광해 마지 않은 대중이 함께 만들어 낸 가짜 영웅이자 괴물의 진짜 모습이 처참하고 얄궂다. 카이를 두둔할 마음은 없지만 이 시대에 수많은 또 다른 카이가 존재한다는 건 사실일 테다.

대중이 보고 즐기고 싶은 것만 취사선택하는 걸까, 미디어가 대중이 보고 즐길 만한 것만 만들어 내놓는 걸까. 미디어가 정교하게 만들어 내는 거라고 믿고 있는데, 이 작품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미디어의 플랜이 먹혀들지 않을 만큼 다층·다양화되었다. 카이를 인터뷰한 후 특종이라 확신하고 동영상을 올린 건 미디어이지만 카이를 스타로 만든 건 미디어가 아닌 대중이다.

 

순식간에 영웅에서 급격하게 나락으로

 

그러던 2013년 5월 10일, 카이는 뉴욕에 출몰한다. 지난 3개월 동안 그는 종횡무진 자유롭게 쏘다니며 자신의 인기를 과시했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누구도 뭐라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추앙할 뿐인 환상적 시간이었다. 그는 여전히 생판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나선 영웅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한순간에 역전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70대 노인이 끔찍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현장 검증을 통해 카이가 유력한 용의자로 밝혀진 것이다. 그는 이미 현장을 뜨고 없었는데 머지 않아 잡히고 말았다. 그가 말하길, 피해자 노인이 그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해서 자신을 지키고자 노인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이 말해 주는 건 그렇지 않았다.

현장을 보면 카이가 노인을 가학적으로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했는데 카이의 말마따나 자신을 해하려는 노인에게 대항하고자 어쩔 수 없이 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전혀 맞지 않았다. 평소 노인과 잘 알고 지낸 이웃의 말을 들어 보면, 노인이 그런 짓을 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반면 카이의 부모님 말을 들어 보면, 카이가 그런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이 가고 말이다. 그런가 하면, 카이의 증언에서 타임 테이블이 맞지 않는다.

 

집단 확증 편향, 누구나 카이가 될 수 있다

 

인터뷰이들이 여러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대중은 자신이 갖지 못했지만 갖고 싶은 모습을 '카이'라는 사람에게서 보고 싶었다. 한없이 자유분방하고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하며 외모까지 준수하니 말이다. 그래서 카이가 영웅시될 땐 그의 좋은 면만 보려고 했다. 반대로 대중은 영웅의 추락을 갈망하는데, 카이가 살해용의자가 되었을 땐 그의 나쁜 면만 보려고 했다. 그야말로 '집단 확증 편향'의 모양새다.

카이에게 살해당한 노인의 이웃이 남긴 말도 기억에 남는다. 카이는 미디어가 만든 괴물이다, 미화하려면 제대로 잘 알아보고 해야 한다. 애초에 손도끼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점이나 그 과정 그리고 어린시절 가정에서 심한 학대를 받았다(본인의 말과 부모의 말이 다르다)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서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진 못할망정 '사람'을 띄우려 한 건 여지를 두기 힘든 잘못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카이가 될 수 있다. 미디어와 대중의 입맛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려 자기 자신을 잃어 버릴 수 있다. 미디어와 대중을 구분하는 게 의미가 없어진 지금, 누구나 미디어와 대중이 될 수 있다. 흥미를 끄는 누군가를 두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쉽게 영웅으로 치켜 세우고 쉽게 악마화해 나락으로 떨어트려 버리는 것이다. 항상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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