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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에 대하여 <멜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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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멜트다운: 스리마일섬의 진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멜트다운> 포스터.

 

1979년 3월 28일 오전 4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미들타운의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에서 일이 벌어진다. 2호기에서 경보가 계속 울렸는데, 제어실의 직원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고 있지 못했다. 겨우 알아낸 경보 원인은 원전 밸브 장치 이상, 원자로에 냉각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며 증기발생기의 열 식히는 기능도 중단되고 터빈과 원자로가 함께 정지되어 버린다. 내부 압력이 높아졌고 압력 완화 밸브가 열리고 만다. 이때 운전원은 밸브를 잠가야 했지만 계기판을 잘못 파악하고 잠그지 않았다. 이후 원자로의 냉각수가 유출되며 원자로의 온도가 치솟아 노심이 녹기 시작했다. 이른바 '멜트다운', 다른 말로 '노심용융'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그 누구도 사고 원인과 해결 방침을 제대로 찾지 못했고,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었다는 게 확실시된 후부턴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당국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다. 그 사이 언론에서는 앞다퉈 원자로 붕괴 또는 파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고 주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당국이 대피를 시키느냐 마느냐로 갈팡질팡하고 있을 때 주민들은 이미 대피하기 시작했다.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멜트다운: 스리마일섬의 진실>(이하, '멜트다운')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와 더불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이자 가장 유명한 원자력 사고인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다뤘다. 1970년대 미국에서 미래를 책임져 줄 에너지로 각광받던 원자력이 한순간에 위험성을 노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으니, 미국으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바로 그 지점이 이 사고의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된 바, 사고 자체만 놓고 보면 최악의 사태를 모면하며 대재앙을 피할 수 있었으나 누구도 원자력의 위험성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사고 직후에도 발전소 관계자들과 정부 당국은 방사능 유출의 위험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잘못된 정보를 퍼뜨렸다. 하지만 곧 방사능 유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고 이틀 후 전격적으로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이유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기술을 맹신해 버리면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힘들다. 특히 원자력 같은 경우 잘 다루면 인류에게 더할 나위 없는 힘을 주겠지만 그 위험성의 끝은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것이기에 철저히 알고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1979년 3월의 미국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라고 할까.

 

사고 이후 정화 작업

 

원전 사고 1년 후 정화 작업이 시작된다. 지하실에 있는 2.7미터 깊이의 고방사성 물을 빼내 원자로 안의 녹은 연료 노심과 모으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방사성 크립톤 가스를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게 우선 과제였는데 주민들은 격렬하게 반대한다. 얼만큼인지 알 수 없는 방사능으로 이미 피폭된 상태에서 또다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원전 회사와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NRC)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말이다. 원자력 산업 전체의 미래가 걸려 있었기에 그랬을 테다.

37년 만에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정화 작업 회사 백텔의 직원이자 내부고발자였던 리처드 파크스는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정화 작업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알 수 없는 부품으로 누가 승인했는지 알 수 없음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빨리 작업을 진행하라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시간이 곧 돈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엄청난 양의 고방사성 연료가 있는 원자로 용기의 머리를 들어올리는 천장 크레인에 문제가 있었다. 결정적으로 원자로 용기의 머리를 견딜 만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원자로 용기의 머리를 들어올리다가 떨어뜨려 폭발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초래할 것이었다. 원자력 발전에서는 혹시의 혹시의 혹시라도 있어선 안 되기에 파크스는 전면재검토를 요청했지만 백텔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여 NRC에 말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파크스는 결국 '정부 책임 프로젝트'라는 핵 관련 내부 고발자 변호 단체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라고 하면,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 사고 자체가 워낙 파급력이 컸기 때문에 모두 사고에만 시선이 쏠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 <멜트다운>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건넨다. 돌이킬 수 없는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내막을 말이다.

 

사고 이전의 위법 행위

 

파크스는 의심쩍은 위협을 당한다. 심지어 정황이 뚜렷한 주거침입까지 당하자 언론에 공개하기로 한다. 그 때문에 재혼한 아내 그리고 아이와 헤어지고 만다. 그는 원자력의 힘을 진심으로 믿었고 그렇기에 원전 사고 후 안전 문제가 벌어지면 원자력 산업이 종말을 고할 거라는 생각으로 내부고발을 감행한 것이었다. 결국, 천장 크레인 작업은 멈추고 대대적인 정비를 거쳐 1년 후 다시 시작한다.

파크스의 내부고발은 천장 크레인 작업 중지에서 끝나지 않고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로 번진다. 원전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계속된 위법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원전 회사는 원전 작동이 멈춰도 계속 가동하게끔 안전 보고서를 조작하고 데이터를 조작했으며 문서를 파기했다. 하여, 원전 회사 경영진은 원전 사고 이전부터 오작동이 계속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은폐했다.

무엇보다 최악은, 원전 회사와 NRC가 사고 당일에 한 거짓말이다. 당일 쿵 하는 소리를 제어실의 모두가 들었는데, 수소 폭발일 게 분명하기에 알고 있었지만 모른다고 발뺌한 것이다. 수소 폭발은 연료를 녹여 엄청난 양의 방사능을 누출시키기에 사고 첫날 바로 무조건 대피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상황을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머뭇거렸고 주민들은 피폭되었다. 다 알고 있으면서도 원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돈을 벌 수 없게 될까 봐 저지른 반인륜적인 범죄였다.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미국 나아가 전 세계 수많은 이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확고부동하고 안전한 미래의 에너지에서 사소한 실수 하나로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파괴의 궁극체로 말이다. 물론, 완벽한 시스템과 철저한 감시가 동원되면 그보다 더 좋은 에너지원이 없을 테지만 이후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을 보면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인류는 돌이키기 힘든 크나큰 손실을 목격하고 원자력 발전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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