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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이 영화가 위대한 발견을 그리는 법 <더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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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더 디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디그> 포스터. ⓒ넷플릭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의 서퍽 주 입스위치, 젊은 미망인 이디스 프리티는 어린 아들 로버트와 함께 대저택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사유지에 있는 둔덕 아래에 뭔가 있을 거란 확실한 느낌을 갖고, 고고학자이지만 스스로를 발굴가라고 소개하는 배질 브라운을 고용한다. 그는 비록 정식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선대부터 살아온 서퍽을 꿰고 있으며 독학으로 지독하게 쌓아올린 지식과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현장에서 쌓아올린 경험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전쟁 준비로 모조리 불려가는 와중에, 적은 인력과 비용과 시간 속에서 작업에 뛰어든 배질은 머지않아 큰 발견이 될 전초를 발굴한다. 다름 아닌 배를 발굴해 낸 것, 곧 입스위치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에서 달라 붙는다. 박물관 측에서 몇 명이 와서 작업에 참여하고, 이디스는 사촌 로리를 불러 작업에 합세하게 한다. 아무리 사유지라고 해도 국가적 유물인 만큼 주인 이디스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는데, 최초 발굴자 배질에게 크나큰 공을 돌리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디스는 심장에 돌이킬 수 없는 질환이 생기고, 배질은 자부심과 돈과 열정의 경계에서 흔들리며, 로버트는 아픈 이디스에 슬퍼하며 배질을 따른다. 그런가 하면, 로리와 박물관 측에서 참여한 작업자 중 유일한 여자 페기는 알 수 없는 로맨스 관계에 빠지는 듯하다. 과연, 이들은 안팎의 난관을 넘어 영국 역사상 최대의 발견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발견을 이룩해 낼 수 있을까?

 

지금, 이 영화가 울림을 주는 이유

 

영화 <더 디그>는 앵글로 색슨 유물 발굴의 실화를 다룬 존 프레스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스위스 출신으로 호주에서 배우와 감독을 역임하는 젊은 감독 사이몬 스톤이 연출했다. 주연으로는, <쉰들러 리스트> <잉글리시 페이션트> 그리고 <해리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등으로 잘 알려진 랄프 파인즈와 <드라이브> <위대한 개츠비> 등으로 잘 알려진 캐리 멀리건이 열연했다. 

 

탄탄한 원작, 역시 탄탄한 캐스팅으로 괜찮은 외형을 꾸린 영화는 사실 그보다 더 빛나는 걸 우리에게 선사한다. 한 컷 한 컷이 작품과 다를 바 없을 정도의 카메라 워킹, 영화의 상당 부분이 내부 아닌 외부의 뻥 뚫리고 광활한 대지임에도 어색하지 않은 조명, 그리고 전쟁 직전의 암울한 상황에서도 인류 역사의 숭고함을 위해 꿋꿋하게 나아가는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음악까지 손색이 없다. 

 

은은하고 잔잔하게 시대와 조우하고 개인끼리 연대하며 시공간을 한순간에 뛰어넘어 지금 여기 우리 앞에 나타난 1500년 전 유물의 존재가 전쟁 직전의 암울함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21세기도 한참 지나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지 100년 되는 해를 향해 가는 지금에 이 영화가 울림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화려하고 웅장하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위대한 발견의 막전막후

 

영화에서 발견하게 되는 앵글로 색슨 유물의 존재는 '암흑시대'라고 일컬는 시대와 맞닿는다.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476년 이후 시작되어 십자군이 득세할 때까지 500여 년간 계속된 '중세 초기'를 가리키는데, 그때의 기록이나 유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은 물론 주화도 없었을 거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영화에서처럼 1939년 영국에서 6세기 것으로 보이는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가히 역사적 가치가 드높은 전무후무하고 위대한 발견이라고 한다. 

 

그런데 영화는 '역사적 가치가 드높은 전무후무하고 위대한 발견'의 과정과 결과를 메인에 두지 않는다. 위대한 발견의 막전막후를 두고 관계자들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충분히 스펙터클하고 긴장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꾸며 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또한 위대한 발견의 과정과 결과 그 자체에 천착해 '이 유물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 유물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자세하게 풀어 내어 지식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방향을 가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다. 

 

<더 디그>가 지향한 건 유물이 아닌 '사람'이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아닌 '연대'이다. 입스위치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의 압박에도 직접 택했던 배질을 끝까지 믿어 주는 이디스, 위대한 발견의 소명도 있지만 이디스의 믿음에 흔들리는 열정을 다잡는 배질, 금지된 사랑의 영역에 들어섰지만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 하나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로리와 페기, 그리고 하늘과 우주를 동경하며 엄마 이디스를 지켜 주고 싶은 마음과 고고학자 배질을 존경하는 마음이 가닿으며 이어지길 바라는 로버트까지 캐릭터들이 혼자 튀거나 나대지 않고 유기적으로 서로 잔잔하고 은은하게 이어지는 면면이 크게 와닿는다. 

 

호기심, 감성, 응어리

 

제목 속 'dig'는 '땅을 파내다' 또는 '발굴' 등의 뜻을 지닌다. 예견된 전쟁이 터지기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에서도 고대의 유물을 반드시 발굴해야 하는 이유가, 함축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다가왔기 때문에 오히려 옛것의 의미가 부각된다. 지금 이 땅의 모든 인간이 사라질 먼 미래에도 여전히 존재해 과거와 현재를 전해 줄 유물을 있는 그대로 발굴해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 모든 걸 앗아갈 수 있는 전쟁에 대항하는 유일무이할 방법이 아닌가. 

 

영화 속 실존 인물의 캐릭터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일맥상통한다. 장면 하나하나를 허투루하지 않는 장인정신의 카메라 워킹이 인상적인데, 특히 광활한 대지의 순간순간을 카메라로 모두 잡고 싶은 열정이 보이는 듯하다. 그 열정을 뒷받침하고자 자연광이 철저하게 투영된 장면만을 보여 주려는 듯했고, 완벽에 가까운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 줄 때 감동을 극대화시키고자 그에 걸맞는 음악을 입혔다. 때론 호기심을 자극하고, 때론 감성을 자극하고, 때론 저 밑바닥의 응어리를 자극한다. 

 

위대한 발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특별한 이야기나 특출 난 인물이나 특수한 상황이 드러나지 않는다. 위대한 발견조차도 영화의 메인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더더욱 특별한 걸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영화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는 건 특별한 걸 특별하다고 강조하거나 떠벌리지 않는 용기 덕분일 테다. 특별하고 위대한 건 그 자체로 빛나며 알아봐 주지 않겠는가. 이 특별한 영화가 그럴 테고, 이 영화가 전하는 위대한 발견이 그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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