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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여기, 우리는 진정으로 중요한 걸 깨닫고 해야 할 때 <미드나이트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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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미드나이트 스카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포스터. ⓒ넷플릭스



조지 클루니가 어느덧 60세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그는 신뢰감 풍부한 목소리에 자타공인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외모'를 지녔으며, 그에 못지 않은 출중한 연기력은 물론 사업가 기질이 남다르고 정치적으로도 올바름을 추구한다. 단순히 할리우드 스타로만 그를 지칭할 수 없고, 시대를 아우르는 아이콘이 되어 가는 중이라고 본다. 본인도 잘 아는지 이미지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 같다. 


그는 20대 때 무명 시절을 보내고 30대에 <ER>을 만나 꽃을 피운다.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를 만나 할리우드 스타로의 길을 간다. <오션스> 시리즈로 유명세의 방점을 찍었고, <시리아나>로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석권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마이클 클레이튼> <인 디 에어> <디센던트> 등에서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컨페션>부터 시작된 감독으로서의 여정으로 진정한 능력이 드러났다. <굿나잇 앤 굿럭> <킹 메이커> <서버비콘> 등으로 수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어 후보에 오르고 또 수상했다.


최근 들어 제작, 연출, 주연 3종 세트에 각본까지 맡는 경우가 있었는데, <서버비콘> 이후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도 제작에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그가 연출하고 또 주연도 맡았던 작품들이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는 보면 이 작품 또한 괜찮을 거라는 기대를 가진다. 평단과 대중의 고른 평가를 받았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지구 종말 후 북극과 우주의 교신


2049년, 오거스틴 박사는 원인불명의 재앙으로 종말을 맞이한 지구를 뒤로 하고 북극 바르보 천문대에 홀로 남았다. 다른 이들이 철수 명령에 따라 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난 반면, 말기 환자인 그로선 떠날 이유가 없었다. 천문대에 마련된 시설과 약으로 겨우 버티며, 지구로 돌아오는 중인 에테르호에게 지구의 소식을 알리려 한다. 하지만 교신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7살 소녀 아이리스와 조우한다. 그녀는 이곳에 있으면 안 되었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었다. 오거스틴은 그녀를 챙기며 에테르호와 교신하고자 노력한다. 


한편, 에테르호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목성의 위성 K-23에서 2년간의 임무를 마치고 질문보다 많은 해답을 가지고 돌아가는 중이다. 그곳에선 생명체가 살 수 있고 확장도 가능하며 삶의 터전으로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그 어떤 곳에서 그 어떤 답도 없는 것이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이상하다.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아니면, 에테르호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지구와 교신하고자 계속 노력하며 어떻게든 교신에 성공하는 것.


오거스틴은 바르보 천문대에선 에테르호와 교신할 수 없다고 판단, 아이리스와 함께 북쪽에 있는 하젠 호주 기상 관측소로 먼 길을 떠난다. 그곳에 가면 먹을 것도 풍부하거니와 무엇보다 에테르호와 교신할 수 있다. 오거스틴과 아이리스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을 텐데,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에테르호도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본인들은 모르지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랄 수 있는 그들은 문제들을 뚫고 오거스틴과 교신해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고독, 연결, 전달의 미학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조지 클루니의 다방면에 걸친 역량을 한껏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SF 드라마를 표방하지만 실상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분위기를 풍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보다 별로였다. 글로만 쓰인 원작이 북극과 우주라는 거대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곳에 남겨진 극소수의 사람들의 '고독'을 아름답고 처절하게 표현해 냈다면, 영상미 가득한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의 장점을 살리면서 원작의 장점까지 살리려다가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되었다. 영상미는 완벽에 가까웠지만 서사와 표현과 캐릭터 등은 낙제점을 겨우 면한 정도이다. 


일례로, 조지 클루니 주연작 <그래비티>는 완벽한 영상미는 영상미대로 둔 채 우주에서의 지독한 '고독'을 서사와 캐릭터 등으로 완벽히 표현해 냈다. 결국 죽음보다 고통스러운 고독의 두려움을 이겨 내고 살아 내고야 마는 한 인간의 숭고한 '의지'까지 드러냈고 말이다. 반면,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오거스틴의 현재와 과거 그리고 에테르호를 오가며 이야기에 집중하기 힘들었고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었으며 무슨 이야기를 전하려고 하는지 알고 싶지 않은 지경에 이른다. 


마지막에 가서 '아!' 하는 짧은 탄성을 자아 내며 감동의 클라이막스를 전하지만, 아주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거니와 결과만 좋고 과정은 별로였다는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 과감한 연출과 편집으로 '고독에의 희망 어린 연결'이라는 핵심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으면 어떨까 싶다. 물론 고독을 전하고자 많은 공을 들인 게 보이지만, 방향이 잘못되었다. 단순히 북극이나 우주에 홀로 있는 느낌이 고독의 전부일까? 고독은 그 '상황'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에 처한 '사람'의 감정이다. 바로 그 '감정'을 전달하려 했어야 했다. 


영화적 만듦새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들여다보자. 주지했듯, 영화는 원작의 장점을 살리려 했다. 춥디 추운 북극에 홀로 남겨진 '차가운 고독'의 심정과 장엄하기 이를 데 없는 우주에 홀로 남겨진 '절망적인 고독'의 심정을 따로 또 같이 보여 주며, 인간의 심연 또는 인류의 마지막에 있는 무엇을 들여다보고자 한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연결'될 때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말이다. 또한, 고독에서 그치지 않고 연결되어 희망이 '전달'될 때 의미가 있다는 걸 말이다. 


지금, 여기, 우리를 반영한 이야기이자 메시지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이 메시지가 더 와닿는데, 이 또한 잘 연출해 냈다고 말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제작과 연출과 주연까지 도맡은 조지 클루니가 던지는 것이기도 한데, 기성세대이자 어른 세대로서 지구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걸 후회하고 자책하고 있다. 영화 외적인 '올바름'의 행보를 영화 내적으로 가져와, 언행일치 또는 영화 안팎의 일치를 이루려 한 것이다. 


그러며 그보다는 다음 세대라고 할 수 있을 에테르호 승무원들에게 유일할 만한 희망의 방법을 전하고자 한다. 구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아니면, 오거스틴 본인과 인류 전체에 대한 구원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후회와 회한으로 점철된 마지막에 이를 것인가? 영화는 '희망'이라는 단어로 구원을 대신하려는 것 같다. 자신의 목숨을 던져 '구원'에의 희망을 다음 세대로 전하는 걸로 기성세대가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소임을 그나마 이루려고 한 게 아닐까. 


지금, 여기, 우리를 반영한 이야기이자 메시지라고도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대면하지 못하는 소통의 방식과 그 소중함 그리고 전 인류에게 경고하는 초유의 위기, 환경 문제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근 미래 언젠가 닥칠지 모를 <미드나이트 스카이> 속 인류의 종말까지. 미래의 시점에서 지금을 후회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구원에의 희망을 말하며 방법과 대안을 전하고 있다. 하여 다음 세대에겐 한없는 미안함과 자책이 어린 위로를 보내고 기성세대, 어른 세대, 부모 세대로서 지금, 여기,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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