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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21세기형 비극이자 악몽이자 재앙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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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


영화 포스터. ⓒ넷플릭스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사업가 빌리 맥팔랜드, 그는 '파이어 미디어'라는 이름의 회사로 힙합계의 대부 자 룰과 일치단결, 누구나 유명한 아티스트를 섭외할 수 있는 혁신적 플랫폼 '파이어 앱'을 만든다. 


이제 이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홍보해야 하는 시기, 업계 전문가를 위한 페스티벌이나 콘서트를 열자는 의견이 나온다. 빌리는 곧바로 수용하여 진행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데, 변질되어 '파이어 페스티벌'로 기획된다. 이 페스티벌로 말할 것 같으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델, 아티스트, 인플루언서들을 바하마의 아름다운 섬으로 초대해 사상 초유의 파티를 열자는 것이었다. 


빌리와 자를 위시한 파이어 측은 대대적인 사전 홍보를 실시한다. 세계적인 모델들과 페스티벌이 진행될 현지를 배경으로 광고 촬영을 하여 인플루언서들과 합작해 SNS를 광란으로 몰아넣는다. 자연스레 언론이 이에 발을 맞추고 결국 페스티벌에 관심 있는 일반 대중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대급 페스티벌의 진행은 예측 불가능한 방향 아니, 빌리를 제외하곤 누구나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방향은 다름 아닌 파멸, 사전 홍보대로 절대 이뤄질 수 없는 방향이다.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지만, 광기와 무지로 무장한 수장인 빌리 때문에 어쩔 도리가 없다. '꿈의 축제'는 '악몽의 사기극'으로 변하는 중이다. 애초에 꿈의 축제 따위는 없었던 것일까. 


최고의 축제에서 시작된 최악의 사기극


최고의 축제로 기획된 'FYRE'는 최악의 사기극으로 끝난다. 한 개인의 무지와 광기가 이 시대의 비극, 악몽,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비단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 의 한 장면. ⓒ넷플릭스



결론부터 말하면, 빌리 맥팔랜드는 지난해 10월 감옥에 갔다. 이 파이어 페스티벌로 체포되었다가 보석금을 주고 풀려난 사이에 비슷한 사기극을 또 펼쳤기 때문이다. 그는 거짓말쟁이이자 소시오패스이자 사기꾼이다. 하지만 그는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였다. 


<FYRE: 꿈의 축제에서 악몽의 사기극으로>(이하 'FYRE')에서 빌리의 자세한 행적을 엿볼 순 없다.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고 계속 밀고 나간 것인지 말이다. 비슷한 시기에 Hulu에서 공개한 <FYRE Fraud>에서 빌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FYRE>는 파이어 페스티벌이 축제에서 사기극으로 변모한 전말을 자세히 파헤친다. '빌리'라는 한 개인보다 '인플루언서'로 대표되는 이 시대, 이 사회의 표상에 더 천착하는 모습이다. 


무지와 광기


축제, 좋아하고 열광하고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필자도 참여는 물론 진행의 일원으로 참여도 해보았다. 참석하는 이들로 하여금 좋아하고 열광하고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안다. 그에 맞게 준비하는 건 더 어렵다. 


빌리는 페스티벌을 좋아하고 열광하지만 준비는커녕 진행해본 적도 없다. 그들과 함께 하는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뭐에 열광하는지 잘 알지만 실현에 옮기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가 아닌가. 첫 번째로, 자신이 무지한지 모르는 게 잘못이었다. 


준비하고 진행에 착수하면 알 수 있다. 화려하기 그지 없었던 사전 홍보가 매우 과도하고 과장되었다는 것을. 그때 바로 사과하고 시정하면 큰 문제 없이 축제를 이뤄낼 수 있다. 물론, 애초에 기대했던 만큼의 '꿈의 축제'가 되진 못할 테지만. 


그렇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무조건 불가능을 가능케 하라는 주문과 함께 불가능한 게 불보듯 뻔하면서도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듯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식의 진행은 실패와 파멸을 불러올 뿐이다. 그 사이사이 수많은 분기점, 분수에 맞는 축제를 이뤄낼 수 있는 기회들을 날려버린 건 돌이킬 수 없다. 두 번째로, 통제할 수 없는 광기가 잘못이었다. 


비극, 악몽, 재앙의 사기극


빌리는 사기꾼임에 분명하지만, 이 시대와 사회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은 가졌다. 일면 천재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은 이 축제는 그 자체로 비극이자 악몽이자 재앙이다. 


일플루언서란 SNS계의 셀럽이라 할 만한대, 수십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여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들을 지칭한다. 그들도 현대인이 아니, 사람이 가지는 '선망'을 이용하여 유명해진 사람들일진대 빌리가 읽어낸 게 바로 그 점이다. 


오프라인 아닌 온라인에서는 '그 사람'의 겉모습만 볼 수 있다. 그 사람은 겉모습 따위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야 어떻든, 잘 지내는 것처럼, 잘 나가는 것처럼, 잘 사는 것처럼. 그 포장의 기술에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열광하고 따라하고 같이 하고 싶어 한다. 


파이어 페스티벌에 세계적인 모델, 아티스트, 인플루언서들이 총집합한다는데 어찌 참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페스티벌은, 모두 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반드시 있을 인플루언서의 허상이 단지 매우 매우 커진 양상일 따름이다. 정녕 매우 놀라운 사기극이지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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