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포스터.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등과 함께 넷플릭스 전성시대를 열어젖히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드라마 <블랙 미러>, 시즌 4까지 나온 현재 1, 2는 영국 channel 4를 통해 방영되었고 3, 4는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었다.
미디어와 정보기술의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SF 옴니버니 드라마 시리즈인 이 작품은, 시즌 3의 네 번째와 시즌 4의 첫 번째가 2017년과 2018년 연속으로 에미상 TV영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자랑한다.
2011년 처음 공개된 <블랙 미러>는 2년, 3년, 1년마다 다음 시즌을 공개했는데 시즌 5는 다시 시즌 4 이후 최소 2년 이후인 올해 또는 내년에 공개될 것 같다. 그 공백을 메우려는지 시즌 2와 3 사이인 2014년 말에 화이트 크리스마스 스페셜 단편을 공개한 적이 있고, 이번 2018년 말엔 영화를 공개했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가 그것이다.
우선, 이 작품은 드라마 <블랙 미러>를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블랙 미러> 시리즈가 애초에 옴니버스식으로 서로 연관 없는 단편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띄고 있기도 하거니와, 이 영화가 드라마 <블랙 미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어린 프로그래머의 게임화 작업
때는 1984년 6월 미국, 엄마 없이 아빠하고만 사는 어린 프로그래머 스테판 버틀러는 제롬 F. 데이비스라는 작가가 쓴 인터랙티브 판타지 게임 소설 <밴더스내치>를 게임화하고자 한다. 그는 잘 나가는 신흥 게임회사 터커 소프트를 찾아간다.
사장 모함 터커와 현존 최고의 프로그래머이자 터커 소프트 수석 프로그래머 콜린 리트먼을 만나 자신의 뜻을 전하는 스테판, 그들은 이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인터랙티브 게임에 관심을 갖고 그 자리에서 게임화를 수락한다.
스테판은 이 방대하고 촘촘한 스토리가 모조리 머릿속에 있다고 하며 혼자서 작업을 완료해 납기일에 맞추겠다고 하며 집으로 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와중에도 어린 시절 엄마와 관련된 충격적 기억으로 상담을 다니기도 한다.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어 하고 있던 어느 날엔 길에서 콜린을 만나 그의 집으로 함께 간다. 콜린은 스테판에게 마약을 권하며 그것이 작업을 도와줄거라 하면서 자신의 견해를 설파한다. 시간은 구조물이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죽고 다른 선택을 하러 돌아갈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지 못한다, 거울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다, 정부는 음식에 약을 넣고 사람들을 감시한다 등.
이후 스테판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조종을 당하고 있다고 믿게 되며 모든 걸 의심하기 시작한다. 상담사가 주는 약, 아버지가 잠가놓은 문. 그런가 하면 작업 도중 자신도 모르게 컴퓨터를 부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혁신적 '인터랙티브'
시청자가 영화의 주요 길목에서 직접 선택한다는 '인터랙티브' 방식, 정녕 신선하고 혁신적이다.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의 한 장면. ⓒ넷플릭스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나뉠 게 분명하다. 우선, 영화 내적으론 볼 만한 것도 생각할 만한 것도 없다. 스토리, 사건, 캐릭터 그 어느 면에서도 봐줄 만한 게 없다. 완전히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가 내놓은 지극히 실험적인 이벤트성 영화이다. 이 사실을 반드시 숙지하고 영화를 봐야 한다. 그리고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넷플릭스'를 통해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영화가 초점을 맞춘 건 '인터랙티브'다. 영화의 외적 방식과 내적 주제 모두와 관련이 있다. 영화 속 주요 소재인 게임북 <밴더스내치>의 게임화와 일맥상통하는데, 제공자인 넷플릭스와 사용자인 시청자들의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이다. 즉, 사용자의 직접적인 참여 선택에 따라 영화의 주요 스토리라인이 바뀌며 자연스레 결말까지 바뀐다.
어릴 때 종종 했던 인터랙티브 게임북이나 "그래, 결심했어!"로 유명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TV인생극장'이 생각나게 하는 이 콘텐츠는, 사용자가 직접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창작자와 제공자만의 고유한 전유물인 '신'이 되는 경험을 사용자도 일정 정도 이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여러 면에서 혁신적이다.
미디어와 정보기술적 질문들
이 영화를 내적 아닌 위와 같은 외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감상하면 일찍이 해본 적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면, 우린 영화 콘텐츠 방식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극중 콜린이 설파하는 말들 중, '시간은 구조물이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죽고 다른 선택을 하러 돌아갈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자유의지로 살지 못한다'는 생각은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이자 상당한 철학을 함유하고 있는 명제이기도 하다. 시간과 차원에 관한 관한 과학적, 자유의지에 관한 정치적 질문과 그에 대한 하나의 정답이기도 하다.
이 모든 철학, 과학, 정치적 질문을 현대로 옮기면 드라마 <블랙 미러>의 주요 소재이자 주제인 미디어와 정보기술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삶은 미디어에 의해 지배 당하고 정보기술은 시간을 구조화하여 수많은 선택지를 주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게 한다. 그런 반석 위에 이 영화는 실험적이지만, 이벤트성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영화는 러닝타임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평균 러닝타임은 90여 분이고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 될 수 있고 두 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제공된 총 러닝타임은 다섯 시간이 넘는다 하고, 공식적인 엔딩만 다섯 가지라고 하며, 비공식적 엔딩은 열 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필자는 외적 방식에 한껏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보았고 60% 정도 만족을 했다. 최초의 엔딩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보았는데, 중간의 중요 분기점으로부터 다양하게 퍼지는 내용과 결말을 몇 개 더 보는 데도 몇 십 분 정도 걸렸을 뿐이다. 짧고 굵게 신선한 경험을 해보았는데 전혀 후회는 없고 앞으로 보다 괜찮은 인터랙티브 영상 콘텐츠들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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