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프라이빗 라이프>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 포스터. ⓒ넷플릭스
미국 뉴욕 맨하탄에서 사는 40대 예술가 부부, 극연출가 리차드(폴 지아마티 분)와 극작가 레이첼(캐서린 한 분)은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아이를 가져보려 애쓴다. 체외수정까지 온갖 방법을 다 써보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입양도 쉽지 않다. 관심 끌어보려는 어린 친구의 사기 행각에 몸과 마음만 다쳤을 뿐이다. 의사는 최후의 방법이자 최고의 가능성이 점처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난자를 기증받는 것. 레이첼은 극구 반대하고 리차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득한다.
결국 난자를 기증받기로 한 부부, 하지만 생판 모르는 여자의 난자를 기증받아 임신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차마 못할 짓 같다. 차라리 아는 사람이나 친척의 난자라면 모를까. 그때 마침 리차드의 형 찰리의 의붓딸 세이디가 몸을 맡기려 찾아온다.
리차드와 레이첼은 세이디에게 차마 하기 힘든 부탁을 한다. "너의 난자를 기증해다오" 리차드와 레이첼 부부를 롤모델로 삼고 그들의 축복을 진심으로 세이디, 그들처럼 글쟁이의 꿈을 꾸는 4차원의 그녀는 선뜻 허락한다. 부부는 꿈에 그리던 임신에 성공할까?
코믹한 드라마이자 드라마틱한 코미디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는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은 사사로운 어느 한 부부의 삶을 현미경으로 보듯 들여다본다. 중년에 가까워지는 나이임에도 난임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사이사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밀조밀 포진해 있다.
영화를 보며 '그렇게까지 하면서 임신을 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한편, 현대 도시 사회 최고 '뉴욕'과 '뉴요커'의 민낯과 우리네와 다를 바 없는 그들의 그곳에서의 삶을 보면서 느끼는 왠지 모를 불편함이 함께 한다.
그럼에도 영화가 마냥 진지하고 숨 막히게 느껴지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시크한 매력이 엿보이는 이유는, 리차드와 레이첼을 연기한 폴 지아마티와 캐서린 한 덕분이겠다. 그들의 연기는 곧 이들 부부의 삶인데, 코믹한 드라마이자 드라마틱한 코미디이다.
감독 타마라 젠킨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프라이빗 라이프> 바로 이전 <새비지스>를 10년 전에 연출했는데, 그 영화 역시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개인과 가족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삶을 그렸다. 두 영화 모두 지극히 '미국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과 가족, 사회적 삶
영화는 개인과 가족,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삶을 코믹하고 드라마틱하게 그렸다. 영화 <프라이빗 라이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목과는 딴판으로 이 부부의 삶은 굉장히 사회적이다. 예컨대, 그들의 난임 치료 과정은 대기실에 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정형화되고 규정화된 틀을 그대로 따른다. 한 발만 물러서 바라보면 마치 공장 같다.
세이디는 뉴욕 맨하탄에 사는 이 예술가 부부를 존경한다. 이들의 삶이야말로 이 사회의 로망이자 이 사회가 만든 이상 아닌가. 그동안 아이 없이 각자 최고의 위치 가까이 커리어를 쌓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무엇보다 세계 최고의 도시 한가운데에 사는 뉴요커이다. 사회와 매우 밀접한 이들의 삶 모양이다.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이들이 아이를 원한다. 새삼 그 앞에 '이제야 왜'가 붙어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부부 사이가 멀어져 보다 돈독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 그 자리에 오를 때까지 아이를 미룰 수밖에 없었던 듯 보이기 때문이다. 즉시, 동시에, 영화의 시선은 이 부부의 사회적인 면모보다 지극히 사사롭고 개인적인 면모로 향한다.
그 면모는 난임 치료 과정 중간중간 삐져나오는 또는 충돌하는 또는 튀는 모습을 취한다. 사회와 대면하는 개인과 가족의 모습이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자괴감이 들 때,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냐' 하고 불쾌감이 들 때 보이는 것이다. 영화는 그런 모습을 지극히 사사롭게 그려내 우리에게 보여준다.
여자만 감당해야 할 일들
남의 일상을, 일상의 치졸함을 들여다보는 건 자못 흥미롭다. 그들이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살고 틀에 맞는 정형화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자유롭게 사는 최상의 모순적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 부부의 일상을 마냥 흥미롭게 바라볼 수 없는 건 가히 그 치졸함의 원인, 종류 때문이다. 취업, 연애, 결혼, 집, 아이를 포기하고 이밖에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게 계속 나오는 이 시대에 아이를 갖기 위해 몸부림치는 부부라니.
아이가 '당연'한 것에서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해 가는 지금, 더불어 많이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해 가는 현재, 사회를 위해선 '아이'만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도대체 누굴 위한 아이인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겠다 싶다. 아이를 기르는 건 나오지 않아 누구의 손에 키워질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를 낳기 위해 몸부림치는 전과정에 전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여자가 아닌가.
남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개인적인 모습에서 아내이자 여자만 감당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도 아이와 관련된 건 가장 보이지 않지만 가장 힘든 일이 아닌가. 레이첼도 레이첼이지만, 세이디도 세이디이다. 아이 낳기 프로젝트의 피해자 주체와 객체 모두 여자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런 점들도 눈여겨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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