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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영화로 언론인의 모습과 자세를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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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언론인의 모습과 자세를 들여다보는 영화들


언론은 힘이 셉니다. 그 자체로 이 세상 모든 것 위에 군림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언론에게는 특별히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한 통제가 수반되죠. 모든 게 그 가공할 파급력에서 기인하는데, 가장 먼저 절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은 물론 진실을 추구해야 하고, 공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선행된 후에 누구도 그들이 보도할 권리를 통제할 수 없는 자유의 권리를 얻는 것입니다. 


역사상 수많은 사건사고들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졌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건사고들이 그러했었겠죠. 언론의 권리와 의무를 다한 권리라 하겠습니다. 물론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죠. 다 완벽하지 않은 사람에 의해 행해지는 것인지라, 실수도 있었겠거니와 유혹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 와중에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언론의 소임을 다한 이들이 있습니다. 영화가 그런 '위대한' 이들의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리 없죠. 기억해야 하고 되새겨야 하고 현재를 반추해야 합니다. 여기 위대한 언론인을 다룬 영화 몇 편을 불러내어 보겠습니다. 그들이 다룬 사건사고의 위중함과 심각성보다, 그런 사건사고를 다룬 언론인의 모습과 자세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 포스트>


영화 <더 포스트>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뒤흔든 1971년 <워싱턴 포스트>의 '펜타곤 문서' 폭로를 다루었다. 본래 최초 보도는 <뉴욕 타임스>였던 바, <워싱턴 포스트>는 정부에 의해 보도가 금지된 '펜타곤 문서' 폭로를 오랜 고심 끝에 결정한다. 거기엔 톰 행크스가 분한 편집장 벤의 언론인으로서의 자세와 메릴 스트립이 분한 발행인 캐서린의 여성으로서의 성장이 겹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를 훌륭히 조합해냈다. 


너무나도 유명한 사건이기에, 그 사건 앞에 충분히 영화의 모든 것이 휩쓸려 버릴 수 있었으나 '언론'과 '여성'이라는 투 트랙을 처음부터 끝까지 고집스럽게 잡아 밀고 나간 모습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라는 벤의 캐서린에게 보내는 절규어린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포스터. ⓒ워너브라더스



<더 포스트>의 주인공 <워싱턴 포스트>가 다시 한 번 큰 일을 해냈다. 영화의 말미에도 잠깐 모습을 드러내는데, 1972년 6월 닉슨 대통령의 재임을 위해 공작반이 워싱턴에 위치한 워터게이트 빌딩에 잡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가 발각되어 잡힌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루었다. 


자그마치 더스틴 호프만이 분한 칼 번스타인 기자와 로버트 레드포드가 분한 밥 우드워드 기자는 그야말로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손과 귀와 입으로 전화한다. 영화는 이 아날로그적이기 짝이 없어 루즈하기 쉬운 모습을 지극히 다큐멘터리적으로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을 유지했다. 


단순히 언론인으로서의 기자만 보여준 게 아닌, 정치적 역학관계도 여과없이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엄청난 사건에 뛰어든 두 기자의 치열한 언론현장과 더불어 영화적인 흥미의 맥락까지 살려낸 수작 중 수작이라 하겠다. 



<굿나잇 앤 굿럭>


영화 <굿나잇 앤 굿럭> 포스터. ⓒ유레카픽쳐스



1950년대 미국을 광풍으로 몰아넣은 매카시즘. 위스콘신 주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반공'을 기치로 각계 각층에서 활동하는 공산주의자 색출에 뛰어들어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고발 열풍까지 이어진 것이다. 극에 달한 열풍은 급기야 공산주의와는 관련 없는 무고한 사람들까지 몰아가지만 그와 맞서려는 이는 감히 없었다. 


당시 메이저 방송사 중 하나인 CBS의 명성 있는 앵커 에드워드 R. 머로와 프로듀서 프레드 프렌들리는 'SEE IT NOW'라는 정치 시사 다큐멘터리로 뜨거운 이슈를 던져 논란을 일으켰다. 여지없이 매카시에게도 정면으로 도전한 그들, 그야말로 공산주의자로 몰려 인생의 말로로 치달을 수도 있을 위협을 무릅쓴 것이다. 


언론인이라 해도, 언론인의 자세가 진실을 추구하고 알리고 관철시키는 것이라 해도, 모두가 그것을 안다고 해도, 이런 직접적이고 광할한 위협 앞에선 그것이 당연하다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언론'은 힘이 쎄다는 것, '진실'은 더욱 힘이 쎄다는 걸 실제로 보여준 단적인 예다. 


"TV는 가르치고, 계몽하고,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허나, 그렇게 되려면 인간이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려고 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없는 한 TV는 바보 상자로 전락하겠죠. 좋은 밤 되시고, 행복하십시오."



<스포트라이트>

 

영화 <스포트라이트> 포스터. ⓒ팝엔터테인먼트



가톨릭 성직자 아동 성추행 사건 중 대표(?)로 뽑히는 '보스턴 가톨릭 성직자 아동 성추행 스캔들'의 <보스턴 글로브> 스포트라이트 팀의 폭로 실화를 다루었다. 사건도 사건이거니와 폭로도 폭로였다.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사건의 폭로는 참으로 힘든 것이다. 만류 당하고 저지 당하고 협박 당하고 난항을 겪는다. 


영화는 그런 와중에 사건 자체와 폭로에 집중하기보다 언론인의 자세에 집중한다. 이미 피해자 중 한 명은 오래전부터 계속 알리고 제보해왔지만, 언론에서는 다루지 않았고 다루더라도 지극히 관행적으로 다뤘을 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그야말로 '이런 사건을 알리지 않으면 언론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사건을 언론이 알리지 않으면 누가 알릴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엔딩 크레딧 전 '버나드 로 추기경은 사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가톨릭의 최상단 교구로 부임되어 성직자 생활을 계속했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영화는 언론의 화끈한 승리를 보여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언론은 진실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트루스>


영화 <트루스> 포스터. ⓒ라이크 콘텐츠



2004년 11월경, CBS 시사 고발 프로그램 '60분'은 큰 결정을 한다. 훗날 '래더 게이트'라 불리는, 부시 대통령 병역비리 보도인데 큰 사건인 만큼 철저하고 끈질기게 조사하고 추적했고 내부 조사단에 맞서 결국 TV 보도에 성공한다. 하지만 곧 오보 의혹을 받으며 남은 건 피나는 가시밭길이었다. 


영화는 승리한 언론인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언론인에게 있어 승리, 즉 진실을 보도하는 데 실패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고 처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진실'이라는 게 때론 얼마나 주관적인지 아니,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성찰도 가히 어렵고 힘들다. 


이 어마어마한 사건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반면 그 사건을 맡은 60분 팀은 와해된다. 과정에서 명백한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수를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수를 의도로 읽어, 언론인으로서 올바른 자세를 견지했던 기자를 다른 층위로 공격했다는 데 있다. 진실 추구는 언제나 환영하고 응원한다. 다만, 그 과정과 결과가 추구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모든 게 허사가 되지 않는가. 모든 것에 힘을 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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