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포스터 ⓒ쇼박스


윤태호 작가의 웹툰 <내부자들>은 무거운 정치 드라마 성격을 띤 거대한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정치, 경제, 언론, 검찰, 조폭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 이야기를 윤태호 작가는 끝마치지 못했다. 이해가 간다. 해야 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이야기를 어디까지 어떤 톤으로 해야 했을까, 시작은 했지만 끝은 없을 것 같은 그 이야기를 말이다. 


다행히 영화로 재탄생 했다. 웹툰에서 못 다한 이야기를 영화가 해주었다. 괜찮았을까? 영화는 웹툰과는 달리 감독의 역할이 전적이지는 않으니, 상대적으로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표현의 방법이 한층 다양하다. 스토리, 캐릭터, 연출 등 어떤 방법에 방점을 찍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내부자들>은 인물에 방점을 찍었다. 그럼에도 서사가 머리에 들어온다. 인물에 방점을 찍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다. 반면 메시지는 알아차리기 힘들었다. 너무 게릴라식으로 메시지를 던졌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영화를 보고 난 후 남는 게 정확한 건 오랜만이다. 조폭 안상구(이병헌 분), 언론 이강희(백윤식 분), 검찰 우장훈(조승우 분).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정치와 경제, 성공과 정의, 배신과 사랑의 소용돌이. 거창하고 복잡하지만 대서사시다운 면모를 충분히 과시한다. <내부자들>이 아닌 확장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라 그랬을지도 모른다. 한편 영화의 서사는 대략 4개의 사자성어로 요약할 수 있다. 토사구팽, 난공불락, 와신상담, 오월동주, 그리고...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 있다.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구도, 그리고 검찰과 조폭


유력 보수 신문인 조국신문의 논설주간 이철희의 정치깡패로 세를 확장한 안상구는 정·제계는 물론 연예계까지 손이 뻗쳐 있다. 이철희는 유력 정치인이자 대권 주자인 장필우(이경영 분)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오랜 친구로 언론의 힘을 이용해 장필우를 정치계에 입문 시켜줬다. 그러는 한편 굴지의 대기업 미래자동차의 오너 오현수와도 연이 닿아 있다. 


미래자동차는 조국신문에 광고를 내주어 조국신문을 꼼짝 못하게 하는 한편 장필우에게도 선거 자금을 대어 장필우를 꼼짝 못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자동차가 장필우에게 댄 선거 자금은 불법이었으니, 한결은행에서 3,000억을 대출 받아 그 중에서 300억을 장필우에게 줬다는 소문이 팽배했다. 안상구는 그 비자금 파일을 입수해 이강희에게 넘긴다. 그렇게 안상구의 인생은 꼬이고 비로소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편 빽도 족보도 없고 실력만 있는 검사 우장훈은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으로 진행한 비자금 수사에서 한 몫 잡고자 장필우 비자금을 수사한다. 하지만 안상구가 중간에서 가로채어 이강희에게 넘기는 바람에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만다. 그에 더해 한결은행 전 은행장을 수사하다가 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살하는 바람에 좌천 되고 만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이강희가 장필우, 오현수와 깊은 끈이 닿아 있는 줄 몰랐던 안상구. 안상구는 한방에 토사구팽 당한다. 각자가 굴지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서로가 필요 없을 것만 같은 이 보이지 않는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 세력은 난공불락이다. 토사구팽 당한 안상구와 좌천 당한 우장훈은 성공과 정의 구현을 위해 와신상담 한다. 우장훈은 안상구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그와 함께 '영화' 한 편 찍고자 한다. 과연 성공할까?


완벽한 캐릭터 연기로 서사적 면모를 뽐내다


영화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위치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안상구의 인생 역전을 중심으로, 나라를 뒤흔들 중요한 파일을 가지고 있는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원작 웹툰에서는 존재하지 않은 우장훈이 영화에서는 조금 겉도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캐릭터가 기억에 강하게 남는 건 역할을 맡은 이들의 연기에 기댄 측면이 크다. 


복잡하고 반전이 있는 영화 치고는 굉장히 평면적인 이 영화가 그 서사적 면모를 한껏 뽐낸 데에는 캐릭터가 있었고,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한 이들이 있었다. 즉, 영화 <내부자들>은 조·주연 배우들이 살렸다고 볼 수 있겠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의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그나마 이들의 연기력을 받쳐줄 수 있었다. 짧게 편집된 걸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례적으로 긴 감독판을 빠르게 선보인 게 아닐까. 예상은 적중했고 감독판은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와신상담이라는 사자성어에는 복수든 성공이든 정의 구현이든 반드시 이루게 되어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난공불락이라는 사자성어에도 공략하기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않는다는 만만치 않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과연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힘들다. 


감독의 의도, 적나라하게 볼 수 없었던 견고한 시스템화


사실 정치, 경제, 언론의 삼각 구도는 영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단순히 개인들끼리의 야합이 아니다. 실로 견고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들은 살아갈 수 있고 얻고자 하는 걸 얻을 수 있다. 공생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조국신문'의 이강희 논설주간을 원하고, '미래자동차'의 오현수 회장을 원하고, '대권 주자' 장필우 국회위원을 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그 '무엇', 그것 말이다.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의 한 장면 ⓒ쇼박스



그렇지만 영화에서 그런 시스템화 되어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는 없었다. 얼핏 느낄 수 있었을 뿐인데, 이는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밖에 예측할 수 없다. 아마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그래서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았다면, 영화적 재미가 현저히 떨어질 게 자명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연기가 영화를 압도할 상황을 목도한 지금, 메시지 전달에 힘을 쏟았으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 든다. 그만큼 영화가 잘 빠졌다는 얘기다. 


영화 한 편이 끼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탑 건>을 보고 전투기 비행사를 꿈꾸고, <더티 댄싱>을 보고 춤꾼을 꿈꾸며, <대부>를 보고 마피아를 꿈꾼다(?). <내부자들>을 보고는 비자금 받는 정치인, 정치의 한 편에 선 언론, 성접대를 일삼는 재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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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의 예술, 만화] <어쨌거나, 청춘> 



<어쨌거나, 청춘> 표지 ⓒ교보문고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경제가 폭삭 주저 앉고 너나 할 것 없이 힘들었던 시기, 특히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 보다 어려워져 아르바이트로 경력을 시작하게 된 수많은 청춘들이 있었다. 그들의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을 위로한다며 나온 책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였는데, 우주 대폭발 급의 공감을 얻으며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보였다.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 


그런데 이 책에서 어떤 동질감을 느끼기란 힘들었다. 모든 걸 다 이루다시피 한 서울대 교수의 메시지라는 점도 그렇지만, 제목에서 오는 패배주의적인 느낌이 싫었다. 청춘이 청춘이지, 왜 청춘은 아파야만 하지? 기가 막힌 제목인 건 분명하지만 말이다. 현실이 그러하기에 공감이 되면서도, 아픈 곳을 또 때리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이 책은 나에게 가치 없는 책이 되었다. 


아파도 슬퍼도 외로워도 어쨌거나 청춘은 청춘이다


그런 와중에 '청춘'에 관한 책을 하나 접했는데 웹툰이었다. 빵빵한 스토리와 블록버스터 급 액션을 선보이며 수많은 이들의 눈길을 빼앗는 웹툰들이 수두룩한데, 이 웹툰에 눈길이 간 건 작가의 추종자인 지인의 추천도 있었지만 그 소소함에 있었다. 더군다나 센치해지기 쉬운 청춘 관련 콘텐츠가 소소하려면 상당한 내공이 필요할 진데, 이 책은 얼핏 내공이 고고한 것 같지도 않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출간 1년 후에 나와 그 신드롬을 이어가려는 듯하지만 다시 보면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제목인 <어쨌거나, 청춘>. '아파도 슬퍼도 외로워도 어쨌거나 청춘은 청춘이다'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앞의 책이 청춘을 아파도 슬퍼도 외로워도 '어쩔 수 없이' 지나가야 하는 통과의례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이 책은 그래도 청춘은 아름답고, 지나가면 생각나고 그리워하는 게 청춘이라고 말한다. 거창하지 않은, 오히려 소박하고 소소하고 인터넷 용어로 병맛(?) 같기도 한 그림으로. 


이 책의 등장 인물은 5명에 불과하다. 대학 졸업 후 거즌 3년 째 공무원 시험 준비만 하고 있는 주인공 차현정. 차현정의 절친이자 정석적인 삶을 살아온 김대리. 그녀는 고교시절과 대학시절 모두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고,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녀들의 고교 동창이자 차현정의 전 남자친구 안민규. 그는 차현정과 함께 취업 준비를 하다가 그녀와 헤어졌고 입사했다. 이들은 모두 27살이다. 한편 차현정의 엄마와 차현정이 아르바이트하는 커피샵의 사장님이 등장한다. 


웃기고 슬픈 청춘의 한복판을 그리다


이 책을 보고 있자면, '웃프다'(웃기고 슬프다)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난다. 다름 아닌 주인공 차현정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는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져도 웃으면서 지나갈 정도로 누구보다 쿨하지만, 친구 김대리 앞에서는 자면서도 울음을 터뜨릴 정도로 마음이 가녀리다. 시험에 떨어져도 엄마한테 당당히 만원을 빌리려 해 결국은 이 만원을 뜯어내지만 뒤에 가서는 엄마한테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해내며 역시 눈물을 떨어뜨리는 친구이다. 


그런 이 친구가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개그 본능이 있어 보인다. 아무래도 작가 자신의 모습이 상당 부분 투영되어 있는 것 같은데,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정녕 웃기고도 슬픈 이 시대 청춘의 전형이 아닌가. 


그런 와중에 작가는 취업해서 잘 나가고 있는 김대리와 취업에 성공한 안민규까지 출현 시켜 청춘의 바운더리를 넓히려 한다. 이 시대에서 청춘에 대해 다뤄지는 콘텐츠는, 대부분 청춘을 '취업 못하고 빌빌 거리지만 꿈을 꾸고 싶어 하는 20~30대'로만 그리고 있다. 반면 이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정석대로 흘러가지만 그런 인생에 의문을 품고 살아가는 김대리와 사랑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민규를 통해서 말이다. 


꿈을 꾸지만 이뤄내지 못하고 있는 청춘, 남 부럽지 않은 인생이지만 끊임없이 회의감이 들곤 하는 청춘, 다시 찾아온 사랑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청춘. 이 모른 청춘이 어쨌거나 청춘이라고 말하고 있다. 취업 못하고 아프고 슬프고 외로운 처지에 있는 청춘들만이 청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단계를 넘어섰어도 청춘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이 시대는 애써 피하는 듯하다. 


더 이상 청춘을 말할 때 위로를 들이대지 말기를


작가는 그런 이들까지 보듬고 있다. 이 시대의 청춘론에서 피해를 봤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려고 하지 않는 이들을. 작가가 어느 매체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청춘이라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10대, 20대, 이제는 30대, 그저 시기별로 그때 그때 겪어야 할, 지나가야 할 것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것들을 온 몸으로 온전히 느끼는 것, 그런 것들을 쌓아나가는 것이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게 그런 것 같다." (bnt 뉴스, 2011-06-17)


그래서 이 책은 취업을 하지 못할 때 봐도 재미가 있고 공감이 가지만, 취업을 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봐도 여전히 재미가 있고 공감이 간다. 만화라고 우습게 보고, 거창하지 않다고 무시할 지 모르지만 그 진정성이 주는 감정은 어느 콘텐츠와 비할 바가 못 된다. 선뜻 보게 되지 않지만, 일단 보게 되면 놓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청춘을 말할 때 위로를 들이대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비난을 해달라는 건 아니다. 그저 얘기를 들어주거나 얘기를 해주었으면 한다. 소소하고 소박한 얘기를. 꾸밈 없고 진솔한 얘기를. 그런 얘기라면 훗날 청춘이 지나 청춘을 그리워하게 되었을 때, 그때의 청춘들에게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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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책하다] 스크린셀러는 영원하라!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를 합친 신조어 '스크린셀러(screenseller)'. 이 말이 통용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리고 2014년 말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도 그 파워는 여전하다. 이번 시간에는 2014년 11월 현재 파워 스크린셀러를 알아본다. 

스크린이 책을 끌어올리든, 책이 스크린을 받쳐주든 서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콘텐츠들이다. 이들 콘텐츠들을 한 번쯤은 접했을 거라 생각된다. 



1.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다>




유일하게 책과 드라마 모두 보았고 보고 있는 콘텐츠이다. 

그야말로 너무 재밌어서 까무러칠 정도이다 ㅋㅋ

정말 오랜만에 (웹툰 연재 당시에도 그랬고) 본방을 손꼽아 기다리며 보고 있는 드라마. 



2. <나를 찾아줘>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할리우드 감독인 '데이비드 핀처'의 최신작이다. 

개봉한지 2주가 지났건만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ㅠㅠ

내년 아카데미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고, 현재 전 세계 흥행력도 그에 못지 않다. 

북미 흥행에서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고 한다. (월드와이드도 조만간)



3.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스웨덴 국민의 1/9 가량(100만명 이상)이 봤고 세계적으로 600만명 이상이 봤다는 베스트셀러. 

우리나라에 건너와서도 그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1위를 밥먹듯이 했다. 

족히 몇 십만부는 팔렸을 듯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가 소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는 

후문이다. 즉, 훨씬 더 많이 팔릴 수 있는 잠재력을 영화가 가로 막았다는 뜻. 

그럼에도 이리 많이 팔렸다니, 뭘 더 아쉬워하랴?



4. <메이즈 러너>





개봉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여전히 그 힘을 발휘 중이다. 거즌 300만명. 

북미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 한국이 제일 높은 흥행력을 선보였다고 한다. 

소설은 이에 힘입어 수직 상승했고, 총 3부작이기에 시리즈 전체가 동반 상승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만 조금 흥미가 갈 뿐, 소설은 읽기 싫다. 

여타 비슷한 종류의 영화들이 반짝 흥행을 하는 반면, 

이 영화는 이토록 오래 힘을 발휘 중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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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시장의 불황과 잡지의 전체적 감소 추세로 인해만화 잡지 내지 신문에 연재해왔던 많은 만화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었습니다그런 가운데 온라인이 구원 투수가 되어준 것이죠만화가 가지는 연재물로서의 특성과 때마침 불어온 스마트폰 열풍이 만나언제 어디서나 보고 손쉽게 소통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웹툰의 질적인 측면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그림체는 물론이거니와 스토리텔링과 콘텐츠로써 가지는 힘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혹은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죠. <순정만화>, <26등으로 웹툰의 대중화를 선도했던 강풀 작가의 작품들을 위시해 <신과 함께>가 보여준 신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능력, <이끼>가 보여주는 탁월한 연출력, <다이어터>, <어쿠스틱 라이프>, <수업시간 그녀>가 선보이는 일상적 고민의 흔적과 즐겁고 아기자기한 감수성 등은 큰 인기 요인이 되어 성공을 이끕니다이런 요인들을 저 또한 마음껏 받아들이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위상에 미치지 못하는 창작자의 수익성이 해소되지 못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또한 소비자로써 손에 잡히는 물질적 향유감을 느끼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그래서 자연스레 웹툰의 종이책 출간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는 편입니다. 2013년을 화려하게 수놓은 <미생>의 경우는 애초에 종이책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였다고 하는데주목해볼만한 요인인 것 같습니다또한 이 분야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지닌 것 같습니다.




 

만화(그림)야말로 글자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인류가 주요 소통전달 수단으로 역할을 계속해 왔습니다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 힘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미술의 경우 이미 너무  고상한 존재가 되어 버려 손에 닿을 수 없어졌지만지상에서 악전고투 하는 만화는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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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만화(그래픽 노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이 되면서 머리가 커지고 사회를 보는 눈이 새롭게 트였을 때만화를 접하게 되는 마음과 보는 눈 또한 새로워졌습니다책의 경우 본래 소설이나 인문/역사 쪽에 관심이 많았었지만만화의 경우 기존에 어떤 분야 자체가 거의 없어서 새롭게 접하는 만화들이 주는 영향이 상당했습니다

 

그때 접하게 된 만화들이 흔히 작가주의 그래픽 노블로 통용되는 <>, <팔레스타인>, <설국열차등과 최근에 접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같은 작품들그리고 DC나 마블로 대표 되는 다른 종류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 <다크나이트이들은 모두 사회문제와 철학역사 문제와 종교개인 문제와 성장을 다루며 문학에 버금가는 영향력과 힘을 자랑합니다이 중에서 <왓치맨>의 경우는아예 소설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DC나 마블 코믹스 계열만화들 역시 하위 문화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콘텐츠 고갈 때문에 힘들어하던 영화계에서 만화에 눈을 돌려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전과 후의 영향력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앞에서 언급한 그래픽 노블의 경우는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생명력과 파급력을 지니며점점 더 문학에 버금가는 또는 이상 가는 질적 향상의 모습이 보입니다본래 소설과 인문/역사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 있어 이런 종류의 만화는 완벽하게 다가왔습니다결코 퀄리티에서 뒤지지 않으면서도 시각적인 상상력과 함께 화려한 색채역동적인 화면 전환유머와 극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만화의 특징이 빛을 냈습니다또한 풍부한 감수성과 함께 정치적 메시지와 사회적 비판이 혼합된 매력은 저를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만화만이 가지는 특징의 한 면을 더욱 극적으로 살려내는 형식이 저를 이끌었습니다바로 웹툰입니다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서도 재밌다’ ‘놀랍다’ ‘신선하다’ ‘생동감 있다’ 등의 평을 끌어내며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한국 웹툰은사실 시작부터 실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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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웹툰 <수업시간 그녀>


<수업시간 그녀> ⓒ애니북스



흔한 사랑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린다. 왠지 남자라면 누구나 해봤을, 통과의례와도 같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안에는 여지없이 사랑에 대한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는 걸 아는가? 설렘과 흥분, 희망과 좌절, 억측과 반목, 엇갈림과 기다림, 분노와 후회, 아쉬움과 안타까움 등.


대학생이 된 어느 남자. 수업시간 때 우연히 옆에 앉게 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말을 건네보고 싶지만 여의치가 않다. 친구들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하지만, 돌아오는 건 욕지거리 뿐. 그래도 응원의 메시지는 잊지 않는다. 어떻게 해서 그녀와 같은 조가 되어 같이 조활동을 하게 된 그. 조활동을 핑계로 둘 만의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숫기없는 그는 실수를 연발한다.


한편 그에게는 아주 편하게 지내는 여자친구가 있다. 여지없이 그녀는 그를 좋아한다. 그녀가 혼자였을 때 도움을 준 유일한 이가 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모른다. 단, 그의 마음 속에는 이미 그녀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단지 여자가 아닌 친구로 생각할 뿐이다. 과연 남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자신이 좋아해마지 않는 수업시간의 그녀를 선택할까? 아니면 오랜 세월 곁에서 함께 해오며 자신을 좋아하는 편한 친구를 선택할까? 그것도 아니면 둘 다 놓치고 말까?


아주 단순하면서도 전형적인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어디서 본듯한 이 이야기는 네이버 웹툰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박수봉의 <수업시간 그녀>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이번에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원래 박수봉 작가의 개인 블로그에서 연재되던 것이, 네이버 웹툰에 입성하게 되었고, 이어서 애니북스 출판사에 의해 단행본으로까지 나온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로 이렇듯 전문가들의 눈을 사로잡은 이유는 분명 따로 있을 것이었다. 무엇일까?


이 만화의 사뭇 다른 특성들


만화는 엄연히 시각의 콘텐츠이다. 스토리텔링으로써의 콘텐츠가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못지 않게 시각적인 콘텐츠는 전통적으로 강자의 위치에서 군림해왔다. 그래서 만화는 스토리텔링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집중을 해야 한다. <수업시간 그녀>는 일단 시각적으로 여타의 만화들과는 차별점을 두고 있다. 무엇인고 하면, 스케치로만 만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수업시간 그녀>의 첫 장면. ⓒ애니북스



잘은 모르겠지만, 그냥 봤을 때 오로지 펜촉으로만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칫 성의없어 보이고 느슨해 보일 수 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자연스레 컬러감이 전혀 없는 만화가 되었다. 자칫 무미건조해 보일 수 있는데, 이 또한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으니 더더욱 신기할 따름이다. 생각해보니 이 만화가 가지는 '감성'과 '스토리라인'이 커버해주고 있었다. 적당한 풋풋함과 반전과 현실성과 코믹 요소 등. 


거기에 이 만화의 캐릭터들에는 결정적으로 눈이 없다. 일본으로부터 건너온 만화 그림체에 영향을 받았다면 무엇보다도 눈을 선명히 그려야 할텐데, 그 부분을 완전히 제거해버리는 초강수를 뒀다. 또한 종종 눈에 띄는 어설픈 듯 거슬리지 않는 '비유'. 예를 들면, 주인공 남자가 비참한 상황에 놓였거나 스스로 아주 바보갔다고 느꼈을 때, 피를 뚝뚝 흘리며 가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캐릭터의 시선으로 카메라 워킹을 시도하는 영화적 기법도 도입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아니, 그렇게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앞서 말한 영화적 기법에 더해 과거 회상 씬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말 다채롭고 색다른 시도를 결코 추하지 않게 잘 활용하였다. 


단숨에 읽히는 젊은 날의 기억


이 만화의 키워드는 스토리텔링도 아닌 그림체도 아닌 캐릭터도 아닌, '느낌'이었던 것이다. 이 책의 편집자가 우연히 작가의 블로그에서 만화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다 읽어버린 다음 곧바로 출판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나 또한 550여 쪽에 달하는 이 만화책을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또 읽게 되면서,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느끼는 돌아가고 싶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젊은 날의 일기를 조금은 아쉬운 기분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그땐 그랬었지 하는 그런 느낌. 거기엔 차라리 몰랐었으면 하는 사실들도 있고, 왜 그래야만 했었는지 하는 안타까움도 있고, 조금만 더라고 되뇌이는 아쉬움도 있다. 


그땐 왜 그리도 못났는지, 왜 그리도 몰랐는지, 왜 그리도 좁은 사람이었는지. 그런데 이 만화의 배경이 '그때'인 건 아니다. 나한테만 그렇게 느껴졌을 뿐, 누군가에겐 지금일 수 있다. 나 또한 훗날에, 지금의 나를 다시 들여다본다면 얼마나 못나 보일까? 얼마나 답답해 보일까? 그래도 결국 하는 말은 같을 것이다. "그땐 그랬지. 그때가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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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신작 영화]



<친구 2>

2013년 11월 14일 개봉, 곽경택 감독, 유오성·김우빈·주진모 주연, 느와르


2001년에 개봉해 전국 820만 명을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 마초 영화의 1인자 곽경택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주인공 친구들 4명 중에 '준석이'(유오성 분)만이 돌아왔다. '동수'(장동건 분)은 준석이에게 죽었으니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야기는 동수가 죽은 지 17년 후의 이야기라고 한다. 즉, 준석이가 동수를 죽이게 된 죄로 17년 간 감옥에서 복역한 후 돌아온 것이다. 한편 그의 아들로 '철주'(주진모 분)는 아버지가 복역하게 된 후 흐터졌던 조직을 다시 결합시키기 위해, 감옥 안에서 만난 준석을 아버지처럼 따르는 '성훈'(김우빈 분)을 오른팔로 둔다. 사실 성훈은 죽은 동수의 숨겨진 아들이었다나 뭐라나.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자란 성훈. 자기 아버지의 절친이자 자기 아버지를 죽인 준석을 아버지처럼 따른 것이다. 어느 날 성훈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는 철주. 과연 어떻게 될까? 눈물과 우정과 배신과 딜레마 등이 뒤엉켜 난무할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 재개봉되는 영화들이 참으로 많다. 특히나 1990년대, 2000년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들을 다시 재개봉하여 적은 돈으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에 부응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12년 만에 돌아온 <친구 2>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솔직히 그 저의를 잘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좋은 평가는 받지 못할 것이고, 곽경택 감독의 슬럼프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여 년 사이에 조폭 영화도 많이 바뀐 것이다. 얼마 전 <신세계>처럼, 단순히 배신과 욕망이 점철된 스토리가 아닌 그보다 더욱 지독한 딜레마가 가미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스토리 상으로 보았을 때 <친구 2>에도 딜레마가 나온다. 바로 성훈의 딜레마이다.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아버지처럼 따른다. 그런데 너무 식상하다는 점이 흠이다. 





<더 파이브>

2013년 11월 14일 개봉, 정연식 감독, 김선아·마동석·신정근 주연, 스릴러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웹툰 원작 영화가 다시 돌아왔다. 다만 원작의 파워도 영화의 파워도 많이 밀리는 듯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같은 날 개봉하는 <친구 2>에게 밀리는 감은 보이지 않는다. 

<친구 2>가 워낙에 기대가 되지 않는 작품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친구 2>와 개봉관 수와 러닝타임까지 비슷하다고 한다. 거기에 <친구 2>는 롯데엔터테인먼트, <더 파이브>는 CJ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한다. 국내 영화 배급사 빅2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친구 2>나 <더 파이브>나 결국에는 저번 주에 개봉한 <토르: 다크 월드>에 밀릴 것으로 예상해본다. <더 파이브>는 홍보가 많이 되지는 않은 듯한 느낌이다. 배급사가 돈이 없어서 그러진 않은 것 같고, 그냥 영화 자체가 계절에 안 맞는 것인가? 감독이 특이하다. 원작 웹툰의 작가가 영화의 감독을 맡았다. 아무래도 웹툰을 그리며 영화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 


스토리는 인기 웹툰이 원작인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최악의 연쇄 살인마가 나오고, 그에 의해 행복이 송두리째 찢겨나간 한 여인이 나온다. 그 여인이 핏빛 복수를 시도한다. 그리고 꼭 5명이 모여야만 복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어져갈지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배우들에는 기대가 간다. 김선아, 마동석, 신정근, 온주완 등. 개성있는 연기파 배우들이 모였다. 단순히 네임벨류로 캐스팅하지 않은 점이 마음에 들고 믿음이 간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친구 2>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왠지 모르게 2등 싸움이 될 것 같은 슬픔 예감이 드는 <친구 2>와 <더 파이브>의 대결. 나름 흥미진진하다. 개인적으로 <더 파이브>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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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북스

<결혼해도 똑같네 PLUS>

2013년 8월, 192쪽, 11000원, 네온비 지음, 애니북스 펴냄 


사랑스러운 만화가 부부 네온비·캐러멜의 결혼 생활 웹툰 '결혼해도 똑같네'(이하 '결똑')이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짧게 끊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콘텐츠를 좋아 하지 않는데, 이 웹툰은 정말 아끼고 아껴서 봤던 기억이 난다. 


흔히 말하는 빵빵 터지는 웃음은 아닐지라도, 시종일관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가시지 않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온전히 자신들의 이야기로만 구성되는데, 어찌 그렇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하다. 


그건 솔직함때문이 아닌가 싶다. 콘텐츠용 캐릭터가 아닌 실제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캐릭터와 자신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래내는 것. 거기에는 만화가 부부의 빠듯한 신혼 생활의 어려움과 고충도 고스란히 들어있다. 


신혼 살림을 꾸릴 부부들에게 무조건 보기를 권한다. 안 그럼 후회할듯?



ⓒ돋을새김

<진짜 여자가 되는 법>

2013년 8월, 456쪽, 13500원, 

케이틀린 모란 지음, 고유라 옮김, 돋을새김 펴냄 


2000년대 초중반 미국드라마(이하 "미드") 전문 유료 케이블 HBO의 간판으로 전 세계 여성들을 사로잡았던 <섹스 앤 더 시티>를 아시는가? 극 중에서 주인공 여성 4인방 중 한 명인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 분)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였다. 그녀는 주로 자신을 둘러싼 4인방의 얘기를 칼럼으로 썼고 뉴욕에서 유명인사가 된다.


이 책은 마치 캐리 브래드쇼를 연상케 하는 칼럼니스트 저자의 여성 칼럼을 묶었다. 하이힐, 낙태, 포르노, 성형수술, 성희롱 등의 여성들이 생각해왔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생각할 모든 것들을 담았다. 저자만의 솔직담백한 시선에 때론 공감하고 때론 반감을 가지며 즐기는 것도 좋아보인다. 


하지만 조금 늦게 찾아온 감이 없지 않다. 영국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다는 데, 그건 신사의 나라 영국이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다가와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거대 인터넷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기에, 이런 류의 책이 잘 팔릴지는 의문이다. 



ⓒ북로드

<플라스티키, 바다를 구해줘>

2013년 8월, 288쪽, 18000원,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 지음, 우진하 옮김, 북로드 펴냄 


저자 이름을 어디서 많이 본 듯했다. 로스차일드? 그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맞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지금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그래도) 영국의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의 막대 아들이라고 한다. 


그는 모험가이기도 하다는데,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이미지 쇄신때문에 가문 차원에서 시켰는지는 모르지만 지구 온난화에 대한 지역적 변화와 구체적 행동을 주장하는 어느 단체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페트병 1만 2500개로 만든 배로 미국 샌프란시스코부터 호주 시드니까지 1만 6000킬로 미터를 항해한다. 그들은 태평양의 거대한 쓰레기 지대를 따라 이동하게 되고, 쓰레기 때문에 죽어가는 생명체들을 목격하게 된다. 그러며 바다를 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의 특이한 행보가 부디 쇼맨십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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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서평] 윤태호의 <미생-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올해로 연재 30주년이 되는 만화 <시마과장> 시리즈. 일본 만화계 뿐만 아니라 샐러리맨계(?)에서도 전설이 된 '시마 코사쿠'의 샐러리맨 신화를 다루고 있는 만화입니다. 일본 고도 성장기를 함께하며 보여주는 합리적이고 소신있는 모습, 외국인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는 모습(수준급 영어 실력), 어리숙해보이지만 해야할 때 보여주는 프로다운 모습, 그러면서도 주위에 여성들이 끊이지 않는 모습까지. 지난 30년, 시대의 샐러리 맨들의 로망을 매우 현실감있게 보여준 대작이라 할 수 있죠. 2012년, 이런 대작의 면모를 풍기는 한국 만화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바둑 관련 만화를 살펴보시죠. 이번에 소개할 만화인 <미생>(위즈덤하우스)도 샐러리 맨과 전혀 관련이 없지는 않을 듯합니다. 2000년, 한국과 일본 만화계를 강타한 만화가 있었습니다. <데스노트>(대원씨아이)로 유명한 작가의 <고스트 바둑왕>(서울문화사). 

한 소년의 성장만화로, 우연한 기회에 바둑을 알게 되고 전설 속의 바둑 명인 영혼을 만나 '신의 한수'를 찾아 바둑 기사로 성장하는 내용입니다. 한국에는 <바둑 삼국지>(랜덤하우스코리아)가 있습니다. 2006년부터 파란닷컴에 연재되어, 많은 인기를 끈 바 있죠. 조훈현 9단을 주인공으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중일 삼국을 대표하는 실제 기사들의 역사적 사건을 감동적으로 그렸습니다.

한편 < TV 손자병법 >이라는 샐러리 맨 드라마를 알고 있는가요? KBS에서 1987년 방영을 시작해 1993년 막을 내릴 때까지 6년 동안 안방 극장을 책임졌던 드라마로, 직장인들의 모습을 코믹하고 현실감있게 그려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습니다. 후속작으로 <신 손자병법>과 <싱싱 손자병법>이 나왔었습니다. 올해 초 SBS에서 <샐러리맨 초한지>라는 드라마가 방영돼 많은 사랑을 받은 적이 있지만, 실상 내용은 직장인들의 현실을 다루고 있지는 못했죠. 진정 직장인들을 위한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는 더 이상 탄생하지 않는 것인가요?
2012년 1월 20일, '다음 만화속세상'에 첫선을 보인 웹툰이 있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수제자로 ,이미 'yahoo' 등으로 단행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었고 2007년 최고 중 하나였던 <이끼>로 많은 사랑은 받은 바 있던 있던 윤태호 작가의 신작이었습니다.

미생 1권 표지 ⓒ 위즈덤하우스

이후 최장기간 평점 1위를 고수 중이지요. <미생>(위즈덤하우스)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만화, 정체가 무엇일까요? <미생>이라 함은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음.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말이죠. 

줄거리는 상당히 심플합니다.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프로기사를 목표로 살아가던 소년 장그래가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결국 입단에 실패하고 '회사'(종합상사)에 계약직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성장해 나가죠. 
이와 함께 또 다른 줄거리가 존재합니다. 1989년 9월 제1회 응씨배 결승 5번기 제5국(최종)에서 조훈현 9단(한국)과  녜웨이핑 9단(중국)이 맞붙습니다. 조훈현 9단이 한국 바둑 역사상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올랐던 그 대국인데요. 그 대국이 <미생>의 또 다른 배경으로 쓰입니다. 즉, 1수=1회가 되는 것이죠. '바둑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이 대회에서의 우승은 당시 세계 바둑계의 지도를 바꿔버린 대 사건이었습니다. 실제 대국은 145수만에 끝이 나고 마는데요. 만화도 145회로 끝을 맞이할까요? 

작가는 왜 이 만화에 바둑 대국을 연결시켰을까요. 단지 극 중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기원 연구생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하기엔 뭔가 어색하죠? 아마도 1989년 제1회 응씨배 결승 5번기 제5국(최종) 당시 조훈현 9단의 모습을 장그래로 치환시키려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스스로도 포기에 가까운 심정이었던 조훈현 9단의 모습이 극 중에서 장그래의 초반 모습과 겹쳐집니다. 하지만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 어엿한 직장인으로 성장해가는 장그래를 보니 만화가 끝날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대국이 끝날 때, 조훈현 9단이 녜웨이핑을 물리치는 순간처럼 짜릿할까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20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흔히 바둑을 인생에 비유하곤 하는데, 풀어쓰면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인생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바둑에서는 두 집을 만들어야 '완생'이라고 합니다. 그 전에는 '미생'이라 칭하죠. 우리 모두는 열심히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율은 가히 어마어마하죠. 

하루의 2/3을 일터에서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일'에서 어떤 의미를 찾거나 의미를 부여하거나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윤태호 작가는 이 점에서 착안해 직장생활 자체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합니다. 미생에서 시작해 완생으로 가는 고단하지만 아름다운 여정을요.

3화에 나오는 대사를 읊어봅니다. 

삶의 무거운 짐을 체험한 적 있는가?
그것은 매순간 어깨를 짓누르고,
내 입을 틀어 막으며,
땅끝 무저갱으로
이끄는 삶의 짐.
턱걸이를 만만히 보고
매달려 보면 알게 돼.
내 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현실에 던져져 보면 알게 돼.
내 삶이 얼마나 버거운지.
피로는 도처에 머문다.

그래도 모두들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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