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만화(그래픽 노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부담스럽거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이 되면서 머리가 커지고 사회를 보는 눈이 새롭게 트였을 때, 만화를 접하게 되는 마음과 보는 눈 또한 새로워졌습니다. 책의 경우 본래 소설이나 인문/역사 쪽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만화의 경우 기존에 어떤 분야 자체가 거의 없어서 새롭게 접하는 만화들이 주는 영향이 상당했습니다.
그때 접하게 된 만화들이 흔히 작가주의 그래픽 노블로 통용되는 <쥐>, <팔레스타인>, <설국열차> 등과 최근에 접한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같은 작품들. 그리고 DC나 마블로 대표 되는 다른 종류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 <다크나이트> 등. 이들은 모두 사회문제와 철학, 역사 문제와 종교, 개인 문제와 성장을 다루며 문학에 버금가는 영향력과 힘을 자랑합니다. 이 중에서 <왓치맨>의 경우는, 아예 소설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DC나 마블 코믹스 계열) 만화들 역시 하위 문화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콘텐츠 고갈 때문에 힘들어하던 영화계에서 만화에 눈을 돌려 영화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전과 후의 영향력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앞에서 언급한 그래픽 노블의 경우는 그 자체로 어느 정도의 생명력과 파급력을 지니며, 점점 더 문학에 버금가는 또는 이상 가는 질적 향상의 모습이 보입니다. 본래 소설과 인문/역사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 있어 이런 종류의 만화는 완벽하게 다가왔습니다. 결코 퀄리티에서 뒤지지 않으면서도 시각적인 상상력과 함께 화려한 색채, 역동적인 화면 전환, 유머와 극적인 요소를 두루 갖춘 만화의 특징이 빛을 냈습니다. 또한 풍부한 감수성과 함께 정치적 메시지와 사회적 비판이 혼합된 매력은 저를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만화만이 가지는 특징의 한 면을 더욱 극적으로 살려내는 형식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바로 ‘웹툰’입니다. 앙굴렘 만화 페스티벌에서도 ‘재밌다’ ‘놀랍다’ ‘신선하다’ ‘생동감 있다’ 등의 평을 끌어내며 호평을 받은 바 있는 한국 웹툰은, 사실 시작부터 실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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