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이란 걸 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 사귄 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년(2016년) 봄날(제발 화창하길!)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 데요. 왜냐하면 아직 지인들한테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희 가족들을 제외하곤, 이 글을 보시는 분이 저의 결혼 소식을 최초로 알게 됩니다^^ 영광...이신가요?


그 와중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양가 부모님 허락, 프로포즈, 상견례, 결혼식, 신혼여행, 신혼 집 등. 준비할 게 정말 많습니다. 저와 결혼하게 될 그 친구가 정말 고생이 많아요. 최대한 도와주면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하려고 합니다. 


아직 갈 길이 머네요. 5개월 가량 남은 시점인데,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인 듯해요. 아리송 하네요. 앞으로 닥치게 될 모든 것들이 낯설겠지만 따로 또 같이 해나가겠습니다. 그 과정 또한 나중에 돌이켜보면 아주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게 분명하기에 즐길 수 있으면 즐기고 싶고요. 


앞으로는 결혼 준비 과정을 전해드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그동안 직접적으로 활발한 소통을 해오진 못했는데요. 이번을 기회로 소통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더 부지런해야 하겠죠~ 저희 결혼 축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즐겁게 살겠습니다. 왜 갑자기 주례사 선언 같이 된지는 모르겠지만요ㅎㅎ 여하튼 감사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프로포즈 대작전(?)은 시작부터 꼬였다. 그렇게 중요한 행사였으면 사전 답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거기부터 이미 문제가 시작된 것이었다. 지도로 보니 지하철역에서 금방 갈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먼 건 둘째치고 엄청난 오르막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헥헥 거리며 오르니 바로 옆에 보이는 건물...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다니 야속했다. 


더 큰 문제는 레스토랑의 분위기였다. 그래도 프로포즈를 많이 해봤다고 하니 아늑할 줄 알았는데, 여타 레스토랑과 별 반 다른 게 없었다. 아...아... 사전 답사... 그렇게 숨도 돌릴 틈 없이 2층으로 안내되어 종업원들의 지도(?)를 따랐다. 나름 비밀스럽게 하려고 한 것인데, 방이 몇 개 있더라. 프로포즈 방이 한두 개도 아닌 몇 개가 붙어 있더라. 


어영부영 시작된 프로포즈. 마지 못해 허락한 듯한 여자친구. 말을 들어보니 옆 방에서도 프로포즈가 진행 중인지 이 방과 똑같은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더란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음식은 상당히 괜찮았지만, 그 가격이면 여자친구 기분 상하지 않게 훨씬 기억에 남을 만한 프로포즈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여자친구는 소박하지만 진심이 묻어나는 그런 프로포즈를 원했다. 난 나 좋으라고 나 편하라고 그런 상업적인 이벤트에 홀라당 속아넘어간 것이었다...


최악이라면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평생에 한 번 있는 큰 이벤트이다 보니 얼굴을 붉힐 수 만은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여자친구의 진심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여자친구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거에 의의를 가지자고. 그래서 다음부터는 돈이 아닌, 진심으로 함께 하자고. 미안하고 고마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올 것 같지 않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마음속) 준비는 몇 달 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별의별 생각을 다 하다가 지인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혼자 생각을 했던 건 거의 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거였다. 즉,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싶은 게 거의 다 였다. 차 트렁크에서 풍선을 다발로 넣어둔 뒤 짜잔 하는 건 차가 없어서 패스, 간단한 분장을 한 후 커다란 상자 안에서 짜잔 나오는 건 너무 쪽팔리고 민망해서 패스, 해가 진 후 운동장에 촛불로 만든 길과 하트를 만들어 놓고 오라고 해서 짜잔 하는 건 소심해서 패스 등. 


지인들한테 물어보는 건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았다. 주위에 결혼한 사람은 있어도 프로포즈를 했다거나 프로포즈를 받았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프로포즈를 하지 않고 결혼한다고 한다나 뭐라나... 아마 우리나라만 그러겠지? 설령 프로포즈를 한다고 해도 결혼하기 직전에 한다고 하니, 제대로 된 도움을 얻기엔 글렀다. 


남은 건 역시 인터넷 검색인가. 혼자 하기보다는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무난하게 레스토랑으로. 반지와 꽃다발과 케잌. 영상과 편지. 그리고 맛있는 식사까지.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다름 아닌 인터넷 검색이었다. 나는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우리 둘만의 장소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은 마치 프로포즈 이벤트 공장 같았으니...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bsmilal.tistory.com/768


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을 때도 있고, 필요할 때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죠. 아마 필요한 걸 아는데 일부러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결론은 필요할 때 곁에 있지 못했다는 것이죠.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서로 많은 걸 이해하고 많은 걸 배려한다지만 이럴 때는 그러기 힘들 거예요. 서로 마음이 아파요. 곁에 있어주지 못한 거에 대해서, 왜 곁에 있어주지 못했냐에 대해서.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뼈에 사무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았죠. 정말 나쁜 놈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 여자친구는 참으로 당당하고 강해요. 하지만 그만큼 여리고 약하죠. 그런 여자분이 많죠? 그런 아이인데, 언젠가 고시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겼어요. 저는 바래다 주고 집에 왔죠. 새벽 2시쯤이었어요. 그녀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너무 무섭다고. 옆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 같다고요. 그러면서 저한테 와줄 수 없냐고 그랬어요. 그런데 바로 안 와도 된다고 해요. 저는 비몽사몽에 그녀의 말을 대충 들으며 제 마음대로 해석한 것 같아요.


'와도 되고 안 와도 되는 정도의 일이라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되겠다'


천추의 한이 되는 생각이자 완전히 바보 같은 생각이었죠. 그녀는 무섭기 그지 없지만, 새벽에 저를 불러내기 너무 미안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한 거죠. 저는 그걸 알아채지 못한 거고요. 아니, 계산적으로 생각했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그 이후 제 스스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이 정도도 못해주는 게 무슨 남자친구인가. 스스로 반문했죠. 과연 그녀를 사랑하고 있기는 한 건가. 


얼마 전에는 이랬어요. 그녀가 와달라고 만나자고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계속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속이 안 좋고, 몸과 마음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고 했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죠. 몸이 안 좋으면 어서어서 집에 가서 푹 쉬어야지. 그런 생각을 갖고 그녀한테 집에 어서 가라고 말했어요. 저는 회사 사람들과 꼭 필요하지 않은 회식과 회의를 밤늦게까지 했죠. 그날 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만나서 위로해주라는 뜻이었다고 해요. 직접적으로 말하기가 미안했나 봐요. 돌려서 뜻을 표현한 걸 제가 알아 듣지 못하고 곡해한 거죠. 


저희가 참 오래된 연인인데, 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말해줄 걸 강하게 요청할 수는 없어요. 역지사지로, 저라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상대방을 그만큼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거죠... 괜히 시간 뺏는 것 같고, 귀찮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미안하고... 저야말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요. 우리 소통을 잘해보자구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지금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참으로 심각했다. 여자친구도 지금은 웃으며 그때의 본심을 이야기 하지만, 당시에는 절대 웃을 수 없었다. 그건 명백히 여자친구의 나에 대한 시험이었다. 며칠 밤을 새도 풀리지 않을 시험. 하지만 그 시험은 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 


아직 우리가 사귀기 전이다. 옥신각신. 일종의 밀당이라고 할까. 우리 사이는 겉으로는 태평해 보였지만, 안에서는 태풍이 불고 있었다. 태풍의 눈에 들어와 있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아마도 나의 사랑을 믿지 못하였나 보다. 그땐 내가 한없이 약했으니까. 역시 약한 지금보다도 훨씬 더. 


그녀는 처음에 장난 비슷하게 시작했다. 가끔씩 자기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면 그래도 자기를 사랑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당시 나는 진지하기 그지 없었으니까. 그 반응이 재미 있었는지, 아니면 그 반응에 실망했는지 점점 장난이 아닌 것 처럼 물어보는 거였다.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 저 남자예요. 어쩌실래요?"



anisos.tistory.com



흠...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그녀가 장난을 치는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 후이기 때문에, 나는 그 질문에 혼란이 밀려왔다. 참으로 오랜 고민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도 그녀는 줄기차게 물어 왔다.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셨냐고. 정말로 난감했다. 살면서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앞으로 그런 생각을 할 마음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 난 마음을 다 잡았다.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았고 큰 도움이 되었다. 


"난 오빠가 뭐든 상관 없어요. 오빠 자체가 중요해요."


그러며 내가 남자든 여자든 상관 없다는 게 아닌가. 심지어 내가 인간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그 말에 감동받지 않을 자 누구인가.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도 한동안을 고민한 뒤 나도 그녀에게 같은 말을 했다. 


"너가 여자든 남자든 상관 없어. 너 자체가 나에겐 중요해."


당시에는 그 말에 그녀가 크게 감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에게는 그게 당연한 거였으니까. 그런데 얼마 전에 고백 아닌 고백을 하는 게 아닌가. 그때 그게 사실 일종의 실험이었다는 걸. 물론 오빠 자체가 중요하다는 건 당시와 지금의 변함 없는 진심이지만. 


덕분에 지금 어느 커플보다 공고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다. 웃지 못할, 그렇지만 웃음이 나오는 추억인데 중요한 걸 남겨 주었다. 그 마음을 지니고 있다면 우리의 사랑이 흩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서로 그 자체로 이해하고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으니까. 시간이 흘러도 그녀는 그녀로 남아있을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지난 주에 20년 만에 친구를 만났어요. 정녕 20년 동안 보지 못했었죠.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내내 제일 친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각자 다른 학교로 가게 되었고 그 친구는 이사까지 갔어요.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좋더군요. 신기한 건,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도 어색하지 않다는 거였어요. 마치 어제도 만난 사이인 듯 했지요. 


며칠 전에는 여자친구와 사귄 지 1800일 되는 날이었어요. 분명 의미 있는 날이지만, 기념할 만한 무엇도 하지 않았어요. 귀찮아서? 사랑이 식어서? 원래 기념일을 챙기지 않아서? 그렇지는 않아요. 앞으로 새로 만들 기념일이 있기에, 이 정도의 기념일은 지나쳐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나 혼자만의 생각인가?)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단순한 연인 이상의 무엇을 느끼는 것 같아요. 친구는 물론이고, 동반자나 분신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해요. 서로 말하기도 하고요. 


"그동안 어디서 뭐하다가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났니?" 


그럴 때면,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다는 결론에 이르죠. 하늘이 내린 사랑. 수많은 인연들 중에 우연히 만나 함께 하고 사랑을 하고 서로를 자신보다 사랑하게 된, 무엇으로도 설명할 길 없는 우리의 모습은 하늘이 내린 사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현생이든 전생이든 언젠가 만나 사랑했던 던 게 분명해요.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거죠. 그러고는 금세 친근해지는, 오래전 헤어졌던 오래된 친구라고 해도 무방하겠어요. 사랑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언제 어디서고 반갑잖아요? 항상 그립고요.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 같은 저의 사랑 방식이 그녀에게는 어떻게 비춰질 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약속할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겠다고요. 불 같은 사랑은 분명 상대로 하여금 엄청난 걸 느끼게 해줄 거예요. 저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만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답니다. 오래된 친구, 오래된 동반자로서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북녘 10월의 쌀쌀한 날씨, 새벽의 진솔한 대화로 우리는 전에 없이 친해졌다.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나였기에 선뜻 '사귀자'라는 말을 전하진 못했지만, 우리는 성의껏 붙어다녔다. 수업하는 반이 달라서 평일 수업시간에는 같이 할 수 없었지만, 저녁이면 같이 밥을 먹고 주말이면 같이 놀러다니곤 했다. 종종 점심도 같이 먹고. 


점심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그것. 다름 아닌 '치킨 버거'. 그것도 학교 내 매점에서 파는 허접한(?) 치킨 버거를 그렇게 좋아했다. 점심만 되면 그것만 먹었던 것 같다. 참 특이한 순서로 먹었는데, 버거라면 응당 한 입에 내용물을 가득 넣어 먹어야 하거늘 그녀는 빵 따로 야채 따로 치킨 패티 따로 먹었다. 재료의 오리지널을 느껴야 한대나 뭐래나. 그 지론은 지금도 변함 없다. 


또 하나 좋아하던 점심의 주 메뉴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라면'이었다. 한국 라면이 아닌 중국 라면! 그건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너무 너무 너무 저렴하고 맛있었다. 라면 하면 한국, 한국 라면 하면 신라면인줄 알고 살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특히 컵라면을 즐겼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는 환상의 맛이다.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중국 라면을 즐겼다.


자, 이런 걸 함께 할 정도로 우린 친해졌다. 전에 없이 친해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봐도 '쟤네 정말 친해 보인다.'라고 느낄 정도로 말이다. 급기야는 사귀는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으니. 그런데 문제는 당사자들이었다. 내가 연장자고 남자인데 먼저 말을 꺼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난 시간이 가도 가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왜? 도대체 왜? '용기'가 없었다. 그 놈의 용기가 터무니 없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공식적으로 사귀지만 않을 뿐 누가 봐도 사귀는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관계. 우리는 지쳐갔다. 아마 그녀가 훨씬 더 지쳤을 것이다. 이 바보 멍청이. 친해지면 다야? 친해지는 게 목표인거야? 이 먼 타향 땅에서 그저 외로움을 덜고자 친하게 지내는 게 다란 말이야?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지르는 절규 아닌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그런데 어쩌랴... 용기 없는 나의 모습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전긍긍. 뭐라고 말해야 할까. 노심초사. 과연 날 받아줄까. 이럴 땐 경거망동할 필요가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 그때의 나에게 말하고 싶다. 진짜 사랑한다면 앞뒤 가리지 말고 고백하라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야옹야옹~ 캬흥! 흠냐흠냐. 그녀는 고양이 같다. 기본적으로 너무 귀엽고 또 얌전한데 가끔은 엄청 무섭다. 아무리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인간처럼 길러졌다지만 야생성이 살아 있는 고양이라고 할까? 그런데 그런 고양이가 매력이 있듯이 그녀도 매력이 충만하다. 


야옹야옹 하면서 꼼지락 거리다가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생겼는지 캬흥! 하며 꽥 소리를 지르고는, 민망했는지 미안했는지 흠냐흠냐 하며 조용해지곤 하는 것이다. 재밌다. 생각만해도 웃음이 나와. 


고양이 하면 또 생각나는 게 '사부작사부작' 아니겠나. 뭔가 하려고 할 때는 티나지 않게 조용하게 있는 듯 없는 듯 한다. 그래도 완전히 소리를 내지 않을 순 없는지, '부시럭부시럭' 한다. 뭔가 소소한 의성어나 의태어가 잘 어울리는 그녀다. 또 '시무룩'해지기 일쑤인 그녀다. 다 괜찮으니 '엉엉' 울지만 마렴~


그녀는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다. 호기심도 많고. 반면 그만큼 멍~ 하니 있을 때가 많다고 한다. 생각이 많고 관심이 많은 만큼 머리를 식혀야 한다나~ 그런 모습은 진득하니 무표정으로 앉아 있다가도 장난감 거리를 주면 도무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촐싹거리는 고양이와 판박이이다. 그걸 흐뭇하게 지켜보는 난 주인? 아니, 집사인가?


그럼에도 그녀는 의지가 되는 사람이다. 한없이 약하고 여린 듯하지만, 그보다 더 똑부러지고 강한 사람이 없다. 이제 보니 이건 뭐 거의 완벽한 사람이었구나? 그런데 이렇게 보이는 사람이 정말 피곤하 게 산다는 거... 조금만 힘 빼고 살자~ 그럼 좋아질 거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그녀가 원하는 건 뭘까. 참으로 오랫동안 고심해왔다. 고심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흔적의 하나가 변하고자 노력한 거다. 그녀의 바람에 맞게,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런데 노력을 어필하려 할 때마다 그녀가 하는 말이 있었다. 


"변하려고 노력하지마. 오빠의 본 모습도 사랑해야 진짜 사랑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난 그러려고 하니까. 그녀의 어떤 모습이든 다 사랑스러우니까. 물론 바꼈으면 하는 모습도 있지만, 바뀌면 더 이상 그녀는 내가 아는 그녀가 아니다. 내가 택한 그녀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어김없이 또 다툼이 생기면 다른 말을 한다. 


"너무 노력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아냐? 내가 변하지 말랬다고 노력하지 말라는 건 아니잖아. 우리를 위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


흠... 그녀가 원하는 건 뭘까. 그렇다. 원하는 건 조금 더 나은 '우리'가 분명하다. 나의 본 모습을 사랑하려 하는 것도 더 나은 우리를 위해서이고, 나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도 더 나은 우리를 위해서일 것이다. 


문제는 반복에 있다. 반복은 지루함을 불러오고 지치게 한다.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걸 솔직히 잘 모르니, '변화'와 '불변' 요구는 반복될 것이고, 그런 반복은 우리 사이를 좀먹을 게 분명하다. 


좀먹지 않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반복을 원천봉쇄하는 것? 내가 잘 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은 모습도, 변한 모습도 적절히 보여주며 그 조화로움에 만족을 느끼게 한다면 성공이다. 


그렇지만 아직 잘 모르는 건 사실이다. 그녀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 궁금하다. 그리고 내가 잘 하고 있기는 한 걸까? 앞으로 잘 할 수 있을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우린 데이트를 했다. 전형적인 코스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당시 한창 빠져서 매일같이 먹은 음식이 있었는데, '미시엔'이었다. 쌀로 만든 국수인데 조금 통통했다. 그렇다고 우동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여하튼 굉장히 맛있었다! 


당시 우린 중국어를 잘 못했었기에, 대충 시킬 수밖에 없었다. 기억으로는 10위안(1,800원 정도) 짜리였던 것 같은데, 그걸 시켜서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내가 보기엔 상당히 많은 양이었기 때문에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녀는 딱 보기에도 잘 먹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양에서 심히 불만을 느꼈단다!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10위안 짜리를 두 개 시켜서 먹었어야 했다고 불평했다. 그녀는 다음 날 혼자 가서 10위안 짜리를 시켜먹었댄다. 얼마나 웃었던지, 얼마나 귀여운지, 얼마나 인간적인지. 


미시엔을 맛있게 먹고 창춘 난후공원으로 갔다. 때는 아직 가을 직전이라 날씨는 딱이었다. (교환학생으로 간 곳이 길림대학교였는데, 길림성 장춘시에 위치하였다.) 같이 버스를 타고 슝슝 가서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같이 걷다가 벤치에 앉아 얘기도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한가로움은 겉모습일 뿐이었다.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긴장되고 떨리는 시간들! 통통 오리배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그녀가 하는 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저는요. 오빠가 참 오빠 같아요. 친오빠처럼 편해요."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친오빠처럼 편하다는 건,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나랑 사귈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오늘의 데이트는 데이트가 아니었던 것이고 내가 혼자 긴장하고 떨렸던 건 전부 허황된 것이었던가! 


급격하게 시무룩해진 나는 그날 그녀한테 잘해주지 못했다. 남자답게 잘 리드하며 즐거운 하루를 선물해줬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못났다. (문제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 그건 그렇고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잘 되는 거야, 마는 거야? 어떻게 되는 거야? 혹시 밀당 중인가?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