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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지금 이곳은 스크린셀러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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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책하다] 지금 이곳은 스크린셀러 천국


영화 '스크린'과 책 '베스트셀러'의 합성어로, 영화화된 소설 원작이 다시금 주목을 받아 베스트셀러가 되는 현상을 '스크린셀러'라 한다. 2000~2010년대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헝거게임> 등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가 대대적인 인기몰이를 하면서 확실히 자리를 잡았는데, 사실 그 기원은 족히 수십 년 전으로 올라간다. 


1990년대에도 '스크린서 새옷 입는 베스트셀러'(경향신문)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찾아볼 수 있고, 일찍이 1960년대에도 '영화화된 헤밍웨이 작품'(동아일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다. 심지어는 1930년대에 굉장히 의미있는 기사가 있는데, '문학과 영화'(동아일보)라는 기사이다. 


첫단락부터 80년 후의 2017년 모습과 기묘하게 겹친다.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되던 시대에서 지금은 영화화된 문예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시대로 전위되고 있다." 그야말로 '스크린셀러'의 정확한 해석이다. 그러며 기사는 문학과 영화의 장단점, 한계 등을 고찰하고, 각자 나아가야 할 길과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참으로 오래된 스크린셀러의 역사다. 


스크린셀러의 현재




스크린셀러의 역사 브리핑은 이쯤에서 간략히 접고, 스크린셀러의 현재와 근과거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지난 9월 6일에 개봉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며 4년 전에 나온 원작의 초베스트셀러 복귀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살인자의 기억법>과 북미에서는 R등급 역사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신통치 않은 스티븐 킹 원작의 <그것>을 필두로 10월 3일 개봉을 앞두고 이 역시 원작이 다시금 베스트셀러의 위치에 오를 게 확실한 <남한산성>까지, 지금은 스크린셀러 천국이다. 


<살인자의 기억법>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전직 연쇄살인마가 딸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 살인을 계획하는 게 주요 내용을 이룬다. 굉장히 흥미로운 시나리오임에 분명하지만, 소설은 뚜렷한 서사나 캐릭터 대신 철학적 고민과 삶과 시대에의 통찰이 주를 이룬다. 영화는 캐릭터성을 극대화시키고 사건을 명료화했다. 비슷한듯 다른 이 두 소설과 영화, 영화가 행한 선택과 집중이 외려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로의 관심도 증폭시켰다. 실로 오랜만에 돌아온 완벽한 스크린셀러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작품 모두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정도가 아닌가 한다.  


<그것>은 이야기의 제왕 스티븐 킹의 최고의 소설이자 가장 무서운 소설 <그것>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어린 시절과 어른이 된 현재를 아우르며 방대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로 당대 미국의 모든 것을 말하고자 하는 소설과 달리, 영화는 일단 1편에서 어린 시절만 따로 떼어내 공포에 천착한다. 물론 '그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공포의 진정한 근원을 은유적으로 표현해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두 소설과 영화가 서로에게 큰 영향을 줄 만할 정도는 아니다. 둘 다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작품성과 메시지, 장단점이 명료하다 못해 치명적이다. 스크린셀러와는 거리가 있지만, 둘 다 반드시 읽고 봐야 하는 작품들임에 분명하다. 


<남한산성>은 지난 2009년 <도가니>로 원작을 상회하는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 황동혁 감독이 다시 한 번 소설 원작을 스크린으로 불러온 결과물이다. 소설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바 조선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매달린 채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인조와 전쟁 김상헌, 화친 최명길의 절대적 신념 하의 대립을 김훈 소설가 특유의 무미건조한듯한 단문으로 써내려갔다. <도가니>의 전적을 볼 때 영화 또한 그 느낌, 그 대사, 그 고민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을 터 <살인자의 기억법>과는 다른 방법론이라 하겠다. 초베스트셀러 원작에 기댄 면이 큰데, 그러하기에 원작을 향한 관심이 다분히 영화의 작품성과 흥행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스크린셀러는 아니다. 


스크린셀러의 그늘,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이밖에도 극히 최근에 개봉한 스크린셀러 영화는 많다. 그저 나열만 해도 족히 몇 줄은 가능하다. <몬스터 콜> <잃어버린 도시 Z>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다크타워: 희망의 탑>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레이디 맥베스>, 그리고 곧 찾아올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스노우맨> <7년의 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신과 함께>까지. 


새삼 이채롭거나 신기할 것도 없는 소설을 비롯한 텍스트 콘텐츠와 영화의 콜라보. 아니, 다분히 원작에 힘입은 영화, 영화 덕분에 다시 살아나는 원작. 하지만 사실 이중에 제대로된 '스크린셀러'라고 할 만한 작품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원작이 있는 영화일뿐 그로 인해 원작에 관심이 쏠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는 영화와 원작이 상호 시너지가 발생할 거라는 계산과 기대 하에 실시된 마케팅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최근 몇 년간 국내 스크린셀러 성공 사례에 어느 작품들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지난 2013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 개봉에 맞춰 이례적으로 많은 출판사에서 동시에 번역출간한 사례가 또한 재밌다. 


당시 5월 개봉에 맞춰 4~6월까지 <위대한 개츠비>는 자그마치 20여 종이나 선보였다. 개중에는 문학동네, 열린책들, 열림원, 홍익출판사 등 굴지의 출판사도 있었는데,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사후 70년이 넘었기에 저작권 무료인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었다. 그야말로 사상 최대 스크린셀러 전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독점적인 승자는 없었던 걸로 안다. 


성공한 스크린셀러, 그리고 스크린셀러의 미래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스크린셀러 몇 편을 들자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완득이> <은교> <위대한 개츠비> <마션> <덕혜옹주>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가 나오기 전에도 이미 국민적인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인기를 누린 원작임에도, 영화 개봉과 함께 다시 한 번 엄청난 인기를 누린 사례들이다. 


개중에서도 앞의 4권 정도는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한 인기를 얻었는데, <은교>의 경우 좀 특이한 경우다. 영화가 쏟아진 관심에 비해 흥행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음에도, 원작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원작에 못미치는 작품이라는 평가 덕분일지 모르겠다. 


80년 전에도 활발히 이뤄졌던 원작의 영화화, 비록 더욱 방대해지는 영화 산업에 기대 인기를 얻으려는 수작이라고 비판을 받을지언정 앞으로도 소설과 영화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는 영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도 만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결국 좋은 소설이 좋은 결과를 낳고 좋은 영화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독자와 관객을 모독하지 않는 작품은 물론이고, 독자와 관객이 스스로를 모독하지 않는 움직임을 가져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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