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버지와 이토씨>


전형적인 일본영화라고 할 수 있는 <아버지와 이토씨>. 그렇다고 만만히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와이드 릴리즈㈜



34세 미혼 여성으로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아야(우에노 주리 분), 54세 돌싱 남성으로 초등학교에서 급식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토(릴리 프랭키 분)와 동거한다. 그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함께 일한 '패배자'인데, 한 번 두 번 여러 번 먹었고 어쩌다 보니 같이 살게 되었다. 누가 봐도 이상하게 보겠지만 당사자들은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듯하다. 


그들 앞에 74세 홀몸으로 꼬장꼬장하기 이를 데 없는 아야 아버지(후지 타츠야 분)가 나타난다. 오빠 집에서 기거하고 있었는데, 쌍둥이 아이들의 중학교 입학 시험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새언니 정신 상태가 이상해서 아야 네로 오게 되었다. 아버지를 보더니 기겁 하고 토를 하고 소리도 지르는 새언니 상태를 보니 다른 문제가 있는 듯도 하다. 여하튼 20살씩 차이가 나는 아야와 이토와 아야 아버지는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영화 <아버지와 이토씨>는 당황스럽기 이를 데 없는 조합의 가족이 동거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조합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인' 가족 형태는 아니다. 먼저 34세 미혼 여성과 54세 돌싱 남성의 동거부터 비상싱적으로 비추기 쉬운데, 거기에 74세 아버지가 느닷없이 끼어든 꼴이라니. 더욱이 그들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즉,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데 윗대까지 거들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아버지와 딸의 관계는 최선은 고사하고 최악에 가깝다.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


잔잔한 와중에 일본 사회를 들여다본다. 주로 문제점들만을 들여다보기에 날카롭게 다가올 수 있겠다. ⓒ와이드 릴리즈㈜



영화는 일본 사회의 여러 부분을 건드린다. 30대, 심지어 50대까지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일본에서 특별하다고만 할 수 없을 정도다. 정규직이냐고 묻는 아버지의 질문에 아야는 '당연히' 아르바이트라고 말하는 것이다. 30대 중반임에도 당연히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아르바이트로 살아갈 것임을 암시한다. 거기에 50대인 이토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고 있는 건, 그것도 아무런 자괴감 없이 당연한 듯 생각하는 건, 차라리 충격에 가깝다. 


동양 보편적 문제 중 하나인 노부모 봉양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 중 하나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지 이미 오래, 사회적으로 피해갈 수 없는 필수 요소이다. 특히 홀몸이 된 부모, 그중에서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없다고 여겨지는) 홀아버지가 문제다. 여기에 아르바이트로 자기 한몸 겨우 건사하는 자식이 있다면 방법을 찾기란 너무 힘들다. 그렇지만 그 상황이 점점 당연하게 되어 가기에 걱정이다.


이제는 부모세대와 자식세대의 단절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각자 자신 한몸이나마 건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어찌 저찌 살아가는 아야와 이토와 아야 아버지인 듯하지만, 아야와 이토는 아야 아버지와 계속 같이 사는 게 곤란하다. 그렇다고 다시 오빠 네로 가는 것도 여의치 않다. 급기야 아버지는 가출하는데, 옛집으로 가 있는 아버지를 일가족이 찾아가 회유해도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자식들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둘 다 아버지와 함께 살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아버지를 혼자 살 게 할 수도 없다. 누구도 나서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는데, 이토가 나서서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싸늘하게 말하며 어서 결론을 내라고 다그친다. 그러는 한편 그는 아야를 달래 아야 아버지와 함께 살 준비도 한다. 그의 정체가 뭔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만드는 결정이 아닌가. 


폐쇄적인 가족을 이토가 돕다


폐쇄적인 가족, 이방인의 터치를 받지 않으려 하지만 곪아가고 있다. 그런 가족을 이토가 도우려 정리한다. ⓒ와이드 릴리즈㈜



영화에서 이토가 차지하는 비중은 하염 없이 낮을 수 있다. 아야 아버지 봉양 문제가 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가족이 아닌 이토가 할 수 있는 건 없다시피 하다. 나서서 조언이라도 할라 치면 '니가 뭔데 나서냐' '남의 일이라고 아무말 하냐' 하며 무안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족 상태와 상황이 너무 하다. 내부에서 누구라도 나서서 정리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외부에서라도 나서야 하는 것일까. 


이토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나서서 조금씩 정리한다. 아야 아버지와 공통의 관심거리로 친해지고, 아야에게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조언하고 아야의 의문과 걱정을 덜어준다. 40살 차이가 나는 구세대 아버지와 신세대 딸의 불협화음을 가운데에서 적절히 맞추고 때론 바깥에서 지휘한다. 


'가족'이라 하면 사실 굉장히 폐쇄적일 수 있다. 그런 만큼 당사자들은 모르는 폐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럴 때 가족 아닌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다는 걸 생각할 수 없다. 영화는 그렇지만 그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방인처럼 보이는 이토가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또 비중이 높은 이유다. 


이토는 50대로 경륜은 굉장할지 모르지만 보기에 굉장히 허름하고 또 아르바이트로 연명할 정도로 능력도 없어 보인다. 그와 사귀기 전에 아야가 '패배자'로 명명한 것도 당연한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렇지만, 그런 존재의 '은은함'과 '강하지 않음'이야말로 오히려 폐쇄적인 가족의 단단함을 뚫고 잘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영화의 잔잔함과 엽기


잔잔한 와중에 특별함을 선사한 영화로 기억에 은은히 남을 것 같다. ⓒ와이드 릴리즈㈜



내가 생각하는 일본 영화의 특징이 있는데, 잔잔함과 엽기 또는 특이함을 공존시킨다는 것이다. 별 갈등 없이 흐르다가 갑자기 쉬이 생각하기 힘든 장면이나 대사가 튀어나오거나 특정 캐릭터성이 발현되는데, 이 영화도 그런 특성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잔잔함은 영화 내내 계속되었고, 엽기 또는 특이함은 제목대로 아야 아버지와 이토에게서 발현되었다. 


아야 아버지의 차마 말로 하기 힘든 비밀과 영화 마지막에서의 특별한 결정, 그리고 이토의 막말 비슷하지만 아야네 가족 나아가 영화 전체의 분기점이 되는 대사 한 방. 물론 생각하기에 따라 34세 미혼 여성 아르바이트생과 54세 돌싱 남성 아르바이트생의 동거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엽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 모습이 결코 엽기적이지만은 않은, 아니 평범하다고 할 만하게 되었다. 


아야 역의 우에노 주리와 아야 아버지 역의 후지 타츠야는 세대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더욱이 역할 자체에 개성이 다분해 충분히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었다. 반면 그 중간에 위치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양쪽의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역할을 떠맡은 이토 역의 릴리 프랭키는 비교불가의 고도 연기를 선보여야 했다. 그 결과 완벽했다고 생각한다. 그 가장 큰 비결은 허름하기 짝이 없는 외모와 완벽히 상충되는 중후한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야말로 믿음이 가는 목소리, 외모와 상충되는 만큼 믿음의 강도가 높아지는 듯하다. 그 덕분에 이 영화가 일본 영화의 특성을 두루 가지면서도 거기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던 듯하다. 과하지 않은, 그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극중 역할에 충실한 듯한 그의 모습이 한동안 맴돌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의 뒷모습, 아버지를 향해 뛰는 아야,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토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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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