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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그대 그리고 나

그녀와의 설레는 첫 데이트!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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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데이트를 했다. 전형적인 코스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당시 한창 빠져서 매일같이 먹은 음식이 있었는데, '미시엔'이었다. 쌀로 만든 국수인데 조금 통통했다. 그렇다고 우동같은 느낌은 아니었고, 여하튼 굉장히 맛있었다! 


당시 우린 중국어를 잘 못했었기에, 대충 시킬 수밖에 없었다. 기억으로는 10위안(1,800원 정도) 짜리였던 것 같은데, 그걸 시켜서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내가 보기엔 상당히 많은 양이었기 때문에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그녀는 딱 보기에도 잘 먹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양에서 심히 불만을 느꼈단다! 너무 적다는 것이었다. 10위안 짜리를 두 개 시켜서 먹었어야 했다고 불평했다. 그녀는 다음 날 혼자 가서 10위안 짜리를 시켜먹었댄다. 얼마나 웃었던지, 얼마나 귀여운지, 얼마나 인간적인지. 


미시엔을 맛있게 먹고 창춘 난후공원으로 갔다. 때는 아직 가을 직전이라 날씨는 딱이었다. (교환학생으로 간 곳이 길림대학교였는데, 길림성 장춘시에 위치하였다.) 같이 버스를 타고 슝슝 가서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며 같이 걷다가 벤치에 앉아 얘기도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한가로움은 겉모습일 뿐이었다.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긴장되고 떨리는 시간들! 통통 오리배를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그녀가 하는 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저는요. 오빠가 참 오빠 같아요. 친오빠처럼 편해요."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친오빠처럼 편하다는 건,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나랑 사귈 마음이 전혀 없다는 것이고 오늘의 데이트는 데이트가 아니었던 것이고 내가 혼자 긴장하고 떨렸던 건 전부 허황된 것이었던가! 


급격하게 시무룩해진 나는 그날 그녀한테 잘해주지 못했다. 남자답게 잘 리드하며 즐거운 하루를 선물해줬어야 하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 못났다. (문제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 그건 그렇고 우리의 앞날은 어떻게? 잘 되는 거야, 마는 거야? 어떻게 되는 거야? 혹시 밀당 중인가?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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