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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조직 세계의 인간군상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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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광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광장> 포스터.

 

11년 전의 범 영동파 내부 쿠데타에서 절대적인 공을 세운 남기준은 스스로 아킬레스건을 자른 후 종적을 감춘다. 이후 구봉산과 이주운은 각각 봉산과 주운이라는 이름의 거대 그룹을 키워낸다. 그런데 구봉산의 아들 구준모가 개차반이라 어찌해 볼 수 없어 이주운한테 부탁 겸 거래를 요청한다. 큰 걸 줄 테니 아들 좀 제대로 다뤄 주라고 말이다.

이주운은 2인자 남기석 전무를 보낸다. 잘 처리되었다 싶었을 때 느닷없이 죽임을 당하고 만다. 혼란의 와중에 남기석의 형 남기준이 출몰한다. 유일한 피붙이 기석의 죽음을 파헤치고자 말이다. 남기준은 절대 혼자이기 때문에 서울을 양분했던 양대산맥 봉산과 주운이 움츠러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이고 절대적인 이유가 바로 남기준이다.

남기준은 앞을 막는 누구라도 상관하지 않고 무심하게 작살낸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하나, 동생 남기석을 죽인 당사자와 관계자를 모조리 죽이는 것. 그런데 실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봉산과 주운의 거의 모두와 엮여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김선생이라는 현직 경찰이 사실상 두 조직을 관리하고 있었으니… 남기준은 동생의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죽음을 목도했을 때 발현되는 조직 세계의 인간군상

 

2020~2021년 네이버 웹툰으로 선보인 <광장>은 길지 않은 연재에도 간결하고 명확한 스토리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호평을 받았다. 연재 종료 후 4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인 <광장>은 소지섭의 첫 OTT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원작의 액션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기대를 모았다. 이런 류의 작품이 쏟아지는 와중에 시청자들의 반응이 우려스러웠다.

우선 분위기 어린 액션이 일품이다. 시종일관 남기준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액션신들에는 하나같이 마음이 들어가 있지 않다. 그는 앞을 가로막는 이들을 간결하고 무참하게 뭉개고 목적을 향해 간다. 목적에 다다라서도 별말 없이 또 망설임 없이 죽여 버린다. 이보다 더 통쾌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남기준은 비록 개인적으로 전설적인 사연이 존재하지만 현재는 복수의 신일 뿐이다. 죽이기 전까지 죽을 수 없다는 듯 불사신에 가까운 면모를 선보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저 해야 하니까 할 뿐이다. 죽여야 하니까 죽일 뿐인 것이다. 그에게 죽어 나가는 이들의 최후가 조직 세계의 인간군상이다.

그렇다, 조직 세계의 인간군상은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음을 목도했을 때 발현된다. 아버지 대의 죽음에선 체념이 엿보인다. 언젠가 이런 식으로 죽을 줄 알았다는 것. 그런가 하면 아들 대의 죽음에선 패기가 엿보인다. 끝까지 욕망을 분출하니 말이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아들들이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랐다. 비참한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마음처럼 안 되었다.

 

'광장'의 의미를 더 활용하고 부각했다면

 

스토리의 최중심에는 남기준의 처절한 복수가 자리하고 있지만, 수많은 곁가지가 나름 풍성한 잎을 매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고로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지치며 화끈하고 묵직한 타격감 대신 잔인함이 묻어나고 부각되는 남기준의 액션이 장점이자 단점인 점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모난 데 없이 즐길 만할 것이다.

문제는 스토리, 그중에서도 개연성에 있다. 이를테면 원작을 계승하고자 여의도 광장에서의 싸움신을 넣었지만 이후 작품의 핵심 상징인 '광장'을 거의 활용하지 못했다. 활용을 하긴 했지만 허울뿐일 정도라 아예 활용하지 못하니만도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남기준의 복수에도 뿌리 깊은 이유가 결여되어 있다.

'광장'이라는 상징이 제대로 세워져야 남기준의 '복수'가 제대로 된 이유로 작동해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될 텐데 그러지 못했다. 본질은 사라지고 현상만 남으니, 자칫 폼으로 분위기를 잡고 액션으로 스토리를 만회하려는 걸로 비출 수 있다. 캐릭터를 도드라지게 연기한 배우들 덕분에 크게 비화되진 않았다.

넷플릭스에서 괜찮은 흥행을 선보이고 있고 당분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되지만, 넷플릭스 밖으로 벗어나긴 힘들어 보인다. 아쉬운 지점과 흥미로운 지점, 즐거운 지점 등이 어지럽지 않게 포진된 깔끔한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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