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나는 엄마에게 사기당했습니다>
미슐랭 스타를 받은 페이스트리 컨설턴트 그레이엄 호나골드, 취업 면접을 보러 온 헤더와 몇 년간 플라토닉하고 전문적인 관계였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워졌다. 함께 지내면서 즐겁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 완벽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호나골드는 1974년 독일 내 영국군 기지에서 태어나 2살 때부터 2년간 위탁 가정에 맡겨졌고 그 뒤 새어머니, 아버지와 세인트올번스로 이사했다. 하여 그는 어머니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니 삶에 뭔가 부족한 듯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지지 않은 듯했다. 그런 와중에 호나골드와 헤더는 아기를 가졌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한테서 메일이 와선 자기가 호나골드의 친어머니라고 했다. 당연히 단번에 믿기 힘드니 호나골드는 이것저것 캐묻기 시작한다. 그런데 모든 질문에 정확한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가. 엄마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부분까지도. 하여 디온이라고 하는 그녀가 묵고 있는 리버풀의 호텔로 향한다.
"내가 네 엄마다"라고 말하는 이와의 조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엄마에게 사기당했습니다>는 여러 면에서 독특하다. 비록 다큐멘터리지만 시종일관 지루하기는커녕 크레센도로 긴장감이 더해지고 급기야 충격적 반전까지 선사하니 말이다. 사실 제목에서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는데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새카맣게 잊은 채 집중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친어머니라고 주장하는 디온을 처음 만난 호나골드는 첫눈에 알아봤다고 한다. '내 어머니다'라고 말이다. 곧 있으면 자식도 태어나고 어머니도 찾았으니 호나골드로선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한때였다. 물론 헤더도 진심으로 축하하며 기뻐해 줬다. 디온이 말하길 호나골드를 뺏기다시피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곤 그녀는 뇌종양과 골수암에 걸려 남은 시간이 6개월뿐이라고 하며, 전 세계적으로 사업을 하는데 그 막대한 사업체와 엄청난 돈을 호나골드에게 양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말하길 자신이 전 브루나이 술탄의 사생아라서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믿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싶다가도 그녀의 씀씀이와 오성급 호텔의 모두가 그녀를 알아보는 모습을 보면 믿지 않기 힘들다.
얼마나 돈이 많길래 이토록 어마어마한 씀씀이를?
45여 년간을 엄마 없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라는 걸 확신하는 사람을 만났다고 상상해 본다. 평생 채워지지 않은 삶의 빈 곳,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을 찾은 것 같이 벅찬 행복감에 잠길 것 같다.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생각해 굳이 엄마를 찾으려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찾아오니 복잡 미묘한 감정이 소용돌이칠 것이다.
그런데 호나골드의 엄마라는 그녀는 오성급 호텔만 찾아다니며 가장 비싼 방만 골라 머물렀고 매일같이 최고급 술과 음식을 주문했다. 또한 호나골드와 헤더에게 초고가 자동차를 선물로 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스위스 은행에 가서 호나골드에게 모든 걸 증여하려 할 때 그의 현지 친구가 도와줬는데 그에게도 막대한 돈을 주겠다고 한다.
도대체 얼마나 돈이 많길래 이토록 어마어마한 씀씀이를 선보이는 것인가? 호나골드로선 코로나 팬데믹으로 현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돈을 조금 빌려주면 좋겠다는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문제는 디온이 그런 부탁을 하는 게 비단 호나골드뿐만 아니라 온갖 데서 만난 젊은이들에게 똑같은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반전이 아니라 오히려 반전이다
그 밖에도 그녀가 정말 시한부인지 의심할 만한 정황이 포착되고 그녀가 오롯이 선물한 초고가 자동차가 사실 호나골드와 헤더의 이름으로 그들로 하여금 할부를 내게끔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 등을 알면서 호나골드는 의심하기 시작한다. '디온이라는 사람이 정말 내 친엄마가 맞나?' 하고 말이다. 물론 그녀가 사기꾼이라는 의심이 전제되었다.
결정적으로 디온은 헤더를 못 마땅하게 여겼는데, 주지했듯 공교롭게도 시한부 엄마 디온이 나타난 때와 헤더가 임신을 한 때가 거의 동일하니 호나골드로선 누구를 우선시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호나골드는 시한부 엄마를 선택해 그녀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과연 디온은 호나골드의 친엄마일까, 천하의 사기꾼일까. 호나골드와 헤더의 관계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호나골드는 행복을 이어갔을까, 불행의 결과를 받아들였을까. 뒤로 갈수록 궁금증은 많아지고 깊어지니 흥미진진해 손에 땀이 날 지경이다. 결정적 힌트는 머지않은 곳에 있으나 끝에 가서야 반전이 아니라 오히려 반전인 반전을 맛볼 테고 무릎을 탁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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