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철학을 담고 있는 쌍둥이 자매의 첫사랑 로맨스

[신작 영화 리뷰] <유앤미앤미>

 

영화 <유앤미앤미> 포스터. ⓒ(주)원더스튜디오

 

살다 보면 사소한 일이 불씨가 되어 거대한 사건으로 번지는 경우를 목격한다. 가해 또는 피해 당사자가 되기도 하고 곁에서 지켜보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억울할 것이다. '이렇게까지 될 일이 아니었는데' '애초에 그러지 않았으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게 인생인 것 같다.

태국 10대 로맨스 영화 <유앤미앤미>가 이 인생의 진리 아닌 진리를 잘 보여준다. 주인공 쌍둥이 '유'와 '미'가 허구한 날 했던 사소한 장난으로 첫사랑이 시작되었고 엇갈리더니 다른 일과 얽히고설켜 파국으로까지 치닫으려 했다. 하염없이 달달하고 싱그럽기만 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인생, 나아가 존재의 철학까지 담고 있다.

태국 영화 하면 공포와 스릴러 그리고 퀴어 등의 장르에 천착한 작품들이 떠오른다. 흥행도 잘 되고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 국제적인 호평도 받고 있다. 와중에 당연히 로맨스도 만들어져 한국에도 종종 소개되었는데 <선생님의 일기> 정도만 잘 알려져 있다. <유앤미앤미>가 바통을 이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첫사랑

 

'유'와 '미'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다. 그들은 얼굴, 키, 몸무게, 발사이즈까지 똑같아 종종 장난을 친다. 쌍둥이만의 이점을 이용해 동일 인물인 척 또는 유가 미인 것처럼 미가 유인 것처럼 행동해 속이는 것이다. 한 가지, 유의 뺨엔 점이 없고 미의 뺨엔 점이 있다. 대수학 재시험 날, 대수학을 잘하는 미가 뺨의 점을 가리고 유인 척 시험을 치른다. 실수로 연필을 가져오지 않아 당황하고 있을 때 마크가 빌려준다. 미는 답례로 마크에게 답안지를 보여준다. 서로 얼굴을 익힌 둘.

유와 미의 부모님은 매일같이 싸운다. 결국 여름방학 때 엄마가 그들을 데리고 시골 외할머니 댁으로 간다. 그곳에서 유는 전통악기를 배우고 미는 할머니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그런데 유가 다니는 배움터에 마크가 조교로 있는 게 아닌가? 마크는 유를 알아보고 유는 마크를 못 알아봤지만, 유는 이내 미한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해낸다. 둘은 곧 친해진다.

생각해 보면 마크는 유가 아닌 미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닐까. 유와 미는 똑같이 생겼으니, 마크는 외모도 외모지만 미가 보여준 행동에 호감이 갔던 게 아닐까. 그런가 하면 미도 마크에게 호감이 갔지만 마크가 인지하고 있는 호감의 대상은 미가 아닌 유였기에 나설 수가 없었다. 그저 곁에서 혼란스러운 감정을 부여잡고 어쩌질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유와 미의 부모님은 이혼의 위기에 봉착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될까? 엇갈린 첫사랑의 앞날은? 부모님이 이혼해도 같이 살 수 있을까?

 

성장의 필수 코스이자 통과 의례, 헤어짐

 

<유앤미앤미>는 제목에 '&'이 두 번이나 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 '헤어짐'에 관한 영화다. 인생이란 게 만남의 헤어짐의 연속이기에 인생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태국 10대 로맨스 영화에서 인생을 엿보게 될 줄이야? 그것도 거의 모든 것이 똑같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의 쌍둥이가 주인공이라니, 꽤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그들도 언젠가 떨어질 날이 올 것이다. 헤어질 날 말이다.

영화는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 같은 쌍둥이 자매의 좌충우돌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부모님이 이혼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이야기와 그들이 따로 또 같이 마크와 가깝게 지내다가 혼란스러운 감정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곁들였다. 즉 마크와의 첫사랑 로맨스는 주요 스토리라인이자 소재이되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 수단이다.

헤어짐은 생각만 해도 슬프다. 누군가는 분명 그 슬픔 때문에 애초에 만남을 꺼려할 것이다. 마치 여행을 떠날 때 이미 여행에서 돌아오는 아쉬움을 떠올리고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자체로 인생의 필수 코스다. 누구나 무조건적으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다. 유와 미 그리고 마크는 모두 필수 코스이자 통과 의례를 제대로 겪고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개별적인 존재다

 

<유앤미앤미>는 '존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마크가 첫눈에 호감을 느낀 건 분명 '유'다. 그녀의 외모가 호감이었고 그녀의 시선을 느꼈으며 그녀가 자신의 답안지를 보여줬을 때 결정적으로 더 알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유가 아니라 '미'였다. 외모와 시선은 유와 미가 사실상 똑같다고 해도 무방하겠으나 답안지를 보여준 행동은 유가 아닌 미의 것이었다. 그러니 마크가 호감을 느낀 건 '미'가 되는 것이다.

유와 미는 똑같이 생겼지만 엄연히 개별적인 존재다. 하지만 그들은 마크와 얽히기 전까지 아마도 그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모든 걸 '따로'가 아닌 '같이' 해 왔으니 말이다. 부모님조차 그들을 각각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1+1' 또는 'X2'로 생각했다. 잘못된 건 아닐 테다. 쌍둥이로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개별적 존재의 인지는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선결되어야 할 개념이겠다.

연인들 간에 이런 말이 오가곤 한다. "내가 만약 XXX가 되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만약 여자(혹은 남자)가 아니라 남자(혹은 여자)라면 어떻게 할 거야?" 여러 답이 생성될 테지만, 존재론적으로 보면 XXX가 되든 여자가 아니라 남자 혹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든 달라지는 게 없다. 그는 그고 그녀는 그녀다. 형태가 달라진다고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영화에서 유는 미가 될 수 없고 미는 유가 될 수 없으며 그 자신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지만 마크는 유가 아닌 미를 좋아하는 것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