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팬'에 해당되는 글 3건

제목 날짜
  • 팬의, 팬들에 의한, 팬을 위한 구단이자 팀으로!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2) 2020.04.17
  • 선덜랜드 몰락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야기 <죽어도 선덜랜드> 2019.04.08
  • 반란 이야기로 성공시킨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2018.07.18

팬의, 팬들에 의한, 팬을 위한 구단이자 팀으로!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4. 17. 12:00
728x90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넷플릭스



넷플릭스 축구 다큐멘터리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단순한 축구 이야기가 아니라 축구에 얽힌 사람 이야기라 하겠다. 그 부흥의 시작은 단연코 2018년 12월에 선보인 <죽어도 선덜랜드>였다. 잉글랜드 축구 1부인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터줏대감이자 생존왕으로 명성을 떨친 선덜랜드가 꼴지를 해서 2부 챔피언십으로 떨어진 것도 모자라 챔피언십에서도 꼴지를 하는 수모의 과정을 그렸다. 하여 선덜랜드는 3부 리그원에서 2018~19 시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죽어도 선덜랜드> 이전에도 넷플릭스에선 <유벤투스: 살아있는 전설> <보카주니어스: 컨피덴셜>을 선보인 바 있고 이후엔 <앙투안 그리에즈만: 진행형 레전드>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끝나지 않은 전설>을 선보였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을 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대망의 <죽어도 선덜랜드>가 시즌 2로 돌아왔다. 비교불가 최고의 축구 다큐멘터리.


예상했듯, 이번에는 선덜랜드의 리그원 탈출 염원기를 다룬다. 시즌 1이 챔피언십 생존기였다면, 시즌 2는 리그원 탈출기라고 할 수 있겠다. 검색 한 번이면 알 수 있듯, 선덜랜드는 2018~19 시즌에 리그원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고로, 시즌 1이나 시즌 2 모두 선덜랜드는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이번 또한 작품에 진한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최고의 다큐멘터리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3부 리그 선덜랜드의 새 구단주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1에서 나왔듯, 선덜랜드가 2016~17 시즌 결과 챔피언십으로 떨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자 구단주 엘리스 쇼트는 투자를 중단해 버린다. 구단을 운영하는 스태프들과 감독, 선수들은 더 이상 어려울 수 없는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해 생존하려 하지만 턱 없이 역부족이었다. 그렇게 2017~18 시즌이 끝나고 리그원으로의 강등이 확정되며 엘리스 쇼트는 구단을 판다. 


스튜어트 도널드가 새 구단주로 오면서 선덜랜드는 활기를 띤다. 멀리 미국의 기업가였던 엘리스 쇼트와 달리 영국인으로서 직접 구단 운영에 매진한 스튜어트 도널드는, 매년 적자를 면치 못했던 구단의 이해하지 못할 운영방식을 바꾸려 한다. 그러며 구단과 팀의 DNA를 '팬'에게 맞추려 한다. 팬의, 팬들에 의한, 팬을 위한 구단이자 팀으로 말이다. 팬들도 전보다 더한 관심과 응원으로 보답한다. 


시즌 초중반까지 특출난 재능 조시 마자의 골 폭발 덕분에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챔피언십으로의 직행은 리그 2위 안에 드는 것인데, 그게 가능할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3위부터 6위까지는 피 튀기는 토너먼트를 통과해 오직 한 팀만이 챔피언십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특출난 재능이 과연 언제까지 리그원, 즉 3부 리그에서 뛸까. 스튜어트 도널드는 손해를 보면서까지 그의 제안을 맞춰주려 하지만, 불안을 감출 수 없다. 


조시 마자와 윌 그리그의 쫄깃한 이적 과정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중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단일 스토리가 바로 조시 마자의 재계약 혹은 이적 여부이다. 그는 2018~19 시즌 중반인 2019년 1월이면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팀의 시즌 후반 안정과 챔피언십 직행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다. 더군다나 팀에 제대로 된 스트라이커라곤 그 하나뿐이었다. 여러 가지 억측과 루머가 난무하는 가운데, 그는 프랑스 보르도로 떠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고 했던가, 그가 떠나고 난 빈자리가 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최전방으로 볼을 찔러줘도 골을 넣을 선수가 없었던 것이다. 스튜어트 도널드는 애를 태우며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에 알맞은 선수를 데려와야 했다. 그는 결국 고위 스태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리그원 역사상 최고의 금액을 들여 이적시장이 닫히기 몇 분 전에 위건에서 윌 그리그를 데려온다. 조시 마자의 이적 못지 않게 윌 그리그의 이적 과정 또한 이 작품의 쫄깃한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이제 윌 그리그의 폭발적인 골 폭풍을 앞세워 리그원을 제패하는 수순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쉽지 않다. 와중에 역시 선덜랜드 팬들은 달라도 한참 다르다는 걸 보여준다. 그들은 영국 노스이스트 지역의 선덜랜드에서 빈털털이나 다름 없는 노동자 생활을 하는 와중에 기댈 거라곤 선덜랜드 AFC밖에 없다고 말한다. 타 지역 축구 팬들처럼 축구가 여가생활 또는 유흥의 방편이 아닌 것이다. 그들에게 축구는, 선덜랜드 AFC는 인생 그 자체이다. 어차피, 죽어도 선덜랜드이기에 함께 웃고 울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함께 산다. 


새 구단주와 팬들 이야기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1은 구성 요소가 많았다. 구단주 이하 스태프들, 감독과 선수들, 팬들까지 선덜랜드 AFC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지지 않기를 바라다가 결국 한 번만 이겨봤으면 한 골만 넣었으면 하는 비참한 바람으로까지 이어졌다. 반면, 시즌 2는 감독과 선수들 이야기는 거의 빠지다시피 하고 대신 새로 온 구단주와 이사 그리고 팬들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선덜랜드 AFC 역사상 리그원 추락은 1987~88 시즌 딱 한 번으로, 그때도 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십으로 직행하였다. 그러니, 선덜랜드 AFC로서는 챔피언스 직행은 당연하고 우승을 해야 역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었다. 그러니 시즌 1처럼 지지 않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무조건 이기는 걸 바라게 되는 만큼, 팀 소속원들이 아닌 구단주와 팬들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야 마땅했다. 구단주와 팬들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적자를 보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버페이로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없는 돈 다 털어 시즌권을 사서는 시간을 내어 매 경기 직관하고 응원하며, 멀리 런던 웸블리에서 열리는 두 번의 결승전도 당연한 듯 직관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스튜어트 도널드 구단주는 말한다. 축구는 지역사회라고, 선덜랜드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하지만 팬들이 환영하지 않는데 오래 머물고 싶진 않다고, 팬들이 원하는 한은 있고 싶다고 말이다. 팬들은 말한다. 가족 말고 사랑하는 건 선덜랜드뿐이라고, 그게 다라고. 이 지역에는 돈 많이 주는 직장도 없고 영국에서 잘사는 지역도 아니지만, 선덜랜드가 있다고 말한다. 축구는 선덜랜드이고, 축구는 인생이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리그원, 스튜어트 도널드, 윌 그리그, 이적, 조시 마자, 죽어도 선덜랜드 시즌 2, 축구, 탈출, 팬
  • 개구리
    2020.12.29 06:34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 시즌2 보고 있는데 너무 신기해요
    어쩜 축구팀을 저렇게 아끼고 사랑할까

    • BlogIcon singenv
      2020.12.29 09:38 신고

      감사합니다~ 시즌3를 기대하고 있는데, 촬영하지 않았다는 소식이 들리네요ㅠ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선덜랜드 몰락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야기 <죽어도 선덜랜드>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9. 4. 8. 08:00
728x90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 <죽어도 선덜랜드>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 ⓒ넷플릭스



1888년 출범한 잉글리시 풋볼 리그, 4년 후 디비전 1이 출범하고, 100년 뒤 1992년 현재의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리그이기에, 잉글랜드는 자타공인 '축구 종가'라는 타이틀을 영원히 지닐 수 있는 것이다. 풋볼 리그와 디비전 1이 시작될 초창기인 19세기 말, 선덜랜드는 절대적 강자였다. 리그 1(3부 리그)으로 떨어진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선덜랜드 AFC는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 이래 1부와 2부 리그를 끊임없이 오갔는데, 1부에 잔류할 때는 꽤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2부 리그로 추락할 때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을 기록하곤 했다. 그야말로 중간이 없는 극과 극의 행보. 그러던 중 2007~08 시즌에 1부 리그에 복귀해 자그만치 10년 동안 누볐다. '터줏대감' 이미지는 아니고, '생존왕'의 이미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맨유 다음으로 유명한 이 클럽은 2011년에 지동원을 영입한 바 있고, 기성용이 2013~14 시즌에 임대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생존왕'이라는 별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붙여졌을 텐데, 전통과 역사와 명성 그리고 투자 대비 좋은 성적은커녕 겨우겨우 잔류만 계속하는 시즌이 이어졌다. 그러던 2016~17 시즌 몰락했다. 최하위로 2부 리그(챔피언십)로 추락한 것이다. 2부 리그에서도 성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구단주 엘리스 쇼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를 끊었다. 2017~18 시즌, 이보다 더 처참할 수 없는 바닥의 끝을 경험한다. 선덜랜드 AFC는 2부 리그에서도 믿을 수 없는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3부 리그로 추락. 일명, '백투백 최하위' '백투백 강등'을 당한 것.


선덜랜드의 2017~18 시즌 몰락 과정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이하, '선덜랜드')는 바로 선덜랜드의 2017~18 시즌 몰락과 추락과 수모와 바닥의 과정을 그렸다. 애초에는 1부 리그 10년의 경험을 통해 보란듯이 복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기획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 없는 과정을 그려낸 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팬들이 더 똘똘 뭉치고 또 더 몰려드는 현상을 일으켰다는 후문. 


<선덜랜드>는 2017~18 시즌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온전히 따라간다. 시리즈의 시작이 기억에 남는데, 선덜랜드 지역의 대표적 성당에서 신께 드리는 '선덜랜드를 위한 기도문'이 그것이다. 다소 길지만 여기에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선덜랜드 사람들에게 선덜랜드 AFC가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선덜랜드 축구팀과 우리 도시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축구가 우리 공동체에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축구가 어떻게 우리를 결속시켜줄 수 있는지 보여주시옵소서. 매 경기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인도해주시옵소서. 우리의 팀이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할 때도 분노와 격분의 감정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선덜랜드 시민들이 좌절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모든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도시와 축구팀을 위한 올바른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인도해주시옵소서. 그 사랑은 모두 열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선덜랜드와 우리의 모든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그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주시옵소서. 우리 팀의 성공은 곧 우리 도시에게 성공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선덜랜드는 영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로, 인구가 채 2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조선업, 광산업, 유리제조업의 지역이었는데,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 전반의 변화로 급격히 쇠퇴했다고 한다. 그런 선덜랜드 사람들에게 이제 남은 건 축구, 즉 '선덜랜드 AFC'라는 것. 선덜랜드 정도면 유서 깊은 역사와 찬란한 전통을 자랑하며 이름도 높은 클럽이라 할 수 있다. 선덜랜드의 유일한 자랑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단순한 팬 수준 이상의 신앙처럼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경기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의 한 장면. ⓒ넷플릭스



팬들의 바람과 염원과 기도와는 달리, 선덜랜드는 2부 리그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참혹한 성적을 이어나간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모든 대회를 통틀어 홈 20경기 무승 기록을 수립했을 정도의 암울한 시기로, 모두의 바람은 프리미어리그 복귀->챔피언십 유지->강등권 탈출->최하위 탈출->홈에서의 1승->1승->1골로 바뀌어 간다. 그저 한 번 이겼으면, 그저 한 골 넣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선덜랜드>는 경기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생각할 수 없었던 모습들 말이다.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 말고도 경기장과 클럽이 일터인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죽어도 선덜랜드, 이것이 선덜랜드'라 목놓아 외치는 팬들의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F1, 본능의 질주>를 통해 엿보았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광팬이 아닌 이상 아니 광팬이라도 팀이 하염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처음엔 분노를 일으키다가 결국엔 마음이 식어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멀리 타국에서 TV로 시청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초에 잘하는 팀을 응원한다. 선덜랜드를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다 보면 응원하게 된다. 제발 이기라고, 제발 한 골만 넣자고. 선덜랜드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문제는, 시종일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마음 아파했다는 것. 이기고 있어도 마음을 졸이고 지고 있어도 마음을 졸이는 악순환이 시종일관 계속되는 가운데, 대런 깁슨이 구설수와 음주 운전 문제를 일으키고 잭 로드웰이 높은 주급을 받고 있으면서도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경기를 뛰지 않고 좋은 선수가 떠나지만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열정적인 팬들과 한없이 좋은 마음가짐을 지닌 클럽 직원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선덜랜드를 응원한다


'빅 클럽'이라고 불러도 누가 뭐라할 수 없는 '선덜랜드 AFC'가 처참하게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작품이 좋을 수 있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팬들의 마음에 있다. 선수와 감독과 스태프들, 직원들은 언제든 이 클럽과 이 지역을 떠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떠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선덜랜드를 응원할 것이다, 아니 응원해야 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인생이니까. 


<선덜랜드>를 보고 있노라면, 비록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더 밑바닥을 떨어질 데도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고 싶어진다. 이 공동체의 일원이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고 분노하는 팬이고 싶고, 한없이 좋은 마음으로 진정 팀을 응원하는 직원이고 싶다. 자연스레 선덜랜드 AFC와 선덜랜드 지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지금의 축구계는 오직 '돈'이다. 많은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수급해 좋은 성적을 내고, 선수와 감독들에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팀이자 팬들에겐 인생을 걸고 응원할 가치가 있는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돈이야말로 빅 클럽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절대적 필요 조건이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하위 리그로 갈 때면 수많은 직원들이 해고되고 수많은 팬들이 떠나게 된다. 선덜랜드 AFC도 마찬가지. 


그런데, 팬들은 '선덜랜드 AFC'를 떠나지 않는다. '선덜랜드'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선덜랜드가 곧 선덜랜드 AFC인 것. 3부 리그로 내려갔어도 여전히 팬들의 마음은 식지 않고 끝없이 희망을 보며 평균관중 3만 명 이상을 자랑한다고 한다. 선덜랜드와 선덜랜드 AFC의 주인은 주민들이자 팬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왠지 선덜랜드 AFC를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선덜랜드도. 선덜랜드 주민들과 선덜랜드 AFC 팬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Posted by singenv
감독, 돈, 몰락, 선수, 스태프, 영국 축구, 응원, 죽어도 선덜랜드, 팬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반란 이야기로 성공시킨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오래된 리뷰 2018. 7. 18. 08:00
728x90



[오래된 리뷰]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포스터. ⓒ월트디즈니코리아



스타워즈 시리즈에 온갖 최초와 최고의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영화'라는 걸 본다는 사람이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필수코스 중 하나인 것이다. 영화 역사상 최고의 시리즈들인 <007>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쥬라기>, '마블' 등이 모두 영화 아닌 원작이 있는 반면 <스타워즈>는 영화가 원조이다. <캐리비안의 해적> 정도가 완벽한 원작 없이 영화로 만들어진 유명 시리즈이다. 


<스타워즈>라고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할 순 없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신화 연구자의 필수코스인 미국의 비교신화종교학자 조지프 캠벨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으니 말이다. 조지프 캠벨의 신화연구 자체가 <스타워즈>의 원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역사가 짧아 신화라고 할 것이 마땅치 않은 미국에게 선사한 현대 신화라고 할까. 미국은 <스타워즈>를 시작으로 수많은 현대 신화를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전혀 접하지 않았다. 못한 건 아니니 일부러 접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너무도 방대한 세계관에 압도 당해 부담을 느꼈다. 한참 전에 끝난 시리즈를 이제 와서 다시 보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2015년 10년 만에 오리지널로 돌아왔고 이듬해에는 최초로 스핀오프를 선보이며 최소 2020년 이후까지 매년 오리지널과 스핀오프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사라진 것이다. 첫 번째 이유는 오리지널과 세계관은 동일하지만 독립된 이야기를 내세우는 스핀오프를 보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었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이하, '로그 원')는 나의 스타워즈 시리즈 입성의 시작이 되었다. 


실패 없는 성공을 위한 작전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코리아



제국이 하는 일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 숨어 살던 제국군 과학자 겔렌 어소 가족은 결국 제국군 크레닉 국장에게 걸리고 만다. 겔렌은 제국으로 끌려가는 한편 겔렌의 아내는 죽고, 겔렌의 딸 진은 탈출한다. 시간은 흘러 15년 후, 겔렌은 제국에서 행성 하나를 파괴해버릴 치명적인 무기 '데스 스타' 개발에 다시 투입되고 반군은 이 사실을 알고는 그의 딸 진을 이용해 저지하려 한다. 


처음엔 거절했지만 이내 설득 당하고 만 진은 호기롭게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하지만 완성단계에 있는 데스 스타를 파괴하는 건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 그때 갤런이 극비리에 남긴 비밀 영상을 보고 데스 스타의 설계도 존재와 위치를 알아낸다. 설계도를 탈취할 가능성은 불과 2.4%, 즉 이 작전에 투입된 모든 이들의 죽음을 뜻했다. 


더군다나 반군 의장단 내에서는 그냥 항복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까지 나온다. 그럼에도, 아니 그럴수록 진은 강경하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그녀를 따르는 일행이 있다. 정보 요원 카시안, 무술 전사 치루트, 전투 전사 베이즈, 전향한 제국군 파일럿 보디, 그리고 새롭게 프로그래밍 된 제국군 안드로이드 K-2SO까지. 이들은 실패 없는 오직 성공을 위해 작전에 투입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코리아



<로그 원>의 시작은 상당히 중구난방이다.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오리지널 스토리와 동떨어진 '스핀오프'를 선보임에 따른 딜레마가 존재했을 것이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전혀 몰라도 즐기는 데 큰 문제가 없게끔, 즉 새로운 팬을 위한 영화가 되어야 하면서도, 기존의 스타워즈 팬들에게 다시 없을 선물로 다가와야 했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시리즈라는 큰 골격과 세계관에 속해 있거니와 스토리를 모르는 이들을 위해서 최소한의 설명이 필요했기에 영화 초반 이곳 저곳, 이 사람 저 사람을 수시로 오가는 것이다. 제국군과 반군, 이 행성과 저 행성. 그것도 모자라 <로그 원>의 주인공들, 즉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처음 선보이는 캐릭터들까지. 


영화는 다양한 종류의 관객들에게 다양한 상황과 관계와 캐릭터를 최소한으로라도 보여주고 난 초반 이후에 비로소 날개를 핀다. 밉상 하나 없는 캐릭터 구성,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하거니와 한없이 직진에 가까운 작전 수행 과정, 이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소규모 전투신과 볼 수 없었다는 대규모 전투신까지. 압도적이다. 


스타워즈를 모르는 이들과 잘 아는 이들 모두를 만족시킨 결과물이었다고 할까. 이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확장과 관련이 깊다. 스핀오프의 가능성은 스타워즈 팬의 유입을 크게 도울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비울 수밖에 없었던 구멍들을 메울 수 있게 되었다. 기존 팬들에게 큰 즐거움과 기쁨을 줄 것이다. 


'희망' 하나에의 반란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코리아



로그(rogue)는 악당이라는 뜻이다. 악질적이고 악마적 기질이 있는 류의 것이 아니고 악동에 가깝다고 보면 되겠다. 극 중에서 전 제국군 파일럿 보디가 순간적으로 생각해낸 일당의 이름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건 '반란'이다. 아직 혁명이 일어나기 전, 반대를 무릎쓰고 자신들만의 신념으로 수행하는 반란 말이다. 그래서 이들의 반란은 제국에의 물리적 반란뿐만 아니라 반군연합에의 정신적 반란이다. 


이들의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 수행의 원동력은 오직 '희망' 하나다. 제국의 최종병기 데스 스타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작동되지 않게 하지 않는 이상 단순히 반군연합뿐만 아니라 이 은하계에 아무런 희망이 남지 않게 된다는 생각, 그 생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희망으로 수행한다. 


인간이 이성적 존재라고, 개인보다 집단이 더 이성으로 수렴된다고 하지만, 현실을 바꾸는 건 이성이 아닌 이상이다. 실행되기 어려운 이상의 실행이야말로 그러하다. 한없이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을 실행에 옮겨 성공해내고야 마는 그 사람들이 있어서 이 세계는 끊임없이 바뀌고 그래서 지탱해나가는 게 아닐까. 


로그 원 일당은 스타워즈 세계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이들로 남을 것이다. 한국 영화 <아나키스트> <암살>의 주인공들이 생각난다. 자신만의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죽게된 그들. 하지만 그들은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만의 삶을 살아 왔기에, 죽음도 자신만의 죽음이었을 것이다. 그건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스스로의 선택과 신념. 사사(私事)와 대의(大義)는 이어진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데스 스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반란, 성공, 스타워즈, 스핀오프, 팬, 희망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블로그 이미지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by singenv

공지사항

  • 댓글에 대한 공지
  • [책으로 책하다 도서 목록]
  • <오마이뉴스> 서평/리뷰 송고 방침
  • 모든 이미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

    최근...

  • 포스트
  • 댓글
  • 트랙백
  • '삶'이라는 거대한 벽, 풀리지 않⋯
  •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을 살린 그,⋯
  •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
  •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두 거대 인맥⋯
  • 역사에 길이 남을 연쇄 살인마 '요⋯
  • 더 보기
  • 감사합니다~ 시즌3를 기대하고 있⋯
    singenv ㆍ 2020
  •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 시즌2 보⋯
    개구리 ㆍ 2020
  • 감사합니다! 맞구독합니다~
    singenv ㆍ 2020
  • 구독과 하트 누르고 갑니다 맞구독⋯
    아마추어 리뷰어 ㆍ 2020
  •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래 전 서평⋯
    singenv ㆍ 2020

태그

  • 아포리즘
  • 캐릭터
  • 성장
  • 삶
  • 제2차 세계대전
  • 인간
  • 청춘
  • 일본
  • 넷플릭스
  • 욕망
  • 현실
  • 재미
  • 소설
  • 중국
  • 죽음
  • 피해자
  • 희망
  • 연기
  • 만화
  • 미국
  • 여성
  • 관계
  • 전쟁
  • 영화
  • 천재
  • 사랑
  • 책으로 책하다
  • 역사
  • 책
  • 가족

글 보관함


  • 2021/01
    (9)

  • 2020/12
    (13)

  • 2020/11
    (11)
«   2021/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카테고리

다양한 시선 (1412)N
신작 열전 (603)N
신작 도서 (303)
신작 영화 (300) N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N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오래된 리뷰 (202)
생각하다 (231)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그대 그리고 나 (17)
서양 음악 사조 (8)
인권 선언 문서 (4)
조선경국전 (5)
중국 영화사 개괄 (5)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카프카의 편지 (6)
팡세 다시읽기 (14)
명상록 다시읽기 (12)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감독과 배우 콤비 (10)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궁극의 리스트 (8)
제9의 예술, 만화 (14)
독립영화의 힘 (4)
생생 스포츠 (10)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첫 문장-아포리즘 (8)

카운터

Total
2,071,727
Today
71
Yesterday
164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singenv's Blog is powered by daumkakao
Skin info material T Mark3 by 뭐하라
favicon

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 태그
  • 링크 추가
  • 방명록

관리자 메뉴

  • 관리자 모드
  • 글쓰기
  • 다양한 시선 (1412) N
    • 신작 열전 (603) N
      • 신작 도서 (303)
      • 신작 영화 (300) N
    •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 N
    •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 오래된 리뷰 (202)
    • 생각하다 (231)
      •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 그대 그리고 나 (17)
      • 서양 음악 사조 (8)
      • 인권 선언 문서 (4)
      • 조선경국전 (5)
      • 중국 영화사 개괄 (5)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 카프카의 편지 (6)
      • 팡세 다시읽기 (14)
      • 명상록 다시읽기 (12)
    •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 감독과 배우 콤비 (10)
      •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 궁극의 리스트 (8)
    • 제9의 예술, 만화 (14)
    • 독립영화의 힘 (4)
    • 생생 스포츠 (10)
    •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 첫 문장-아포리즘 (8)

카테고리

PC화면 보기 티스토리 Daum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