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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하지만 따뜻하고, 코믹발랄하지만 단단한 '인생'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2020. 10.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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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포스터. ⓒ넷플릭스



'장르문학'이 '순문학' 중심의 한국 문학계에서 자리를 잡은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아니, '웹소설'도 장르문학에 속한다고 한다면 대중적 인기와 시장 크기에서는 이미 순문학의 그것을 훌쩍 넘어선 지 오래다. 다만, 2015년 일명 신경숙 사태 이후로 한국 문학계가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해 그 일환으로 발빠르게 장르문학을 편입시키려 했다. 하여 역학 관계가 참으로 애매해졌다. 장르문학은 꾸준히 팬층을 확보하며 문학성도 높이고 있던 와중에, 순문학 주류의 문학계에서 받아 주겠다는 모양새를 펼쳤기 때문이다. 


지금의 판도를 보아선 장르문학이 순문학 위기의 한국 문학계를 떠받들고 있는 모양새이다. 정세랑 작가가 그 중심에 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그는, 장르문학도 순문학도 아닌 것이 그 사이 어딘가 또는 그 밖 어딘가를 지향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따뜻하고 따끔한 이야기를 전해 왔다. 2015년작 <보건교사 안은영>은 그의 중기작에 속하는데, 출간 당시 폭발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정세랑 월드'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장르문학의 '장르'가 비단 문학계에 한정되지 않게 되자 정세랑 작가의 작품들은 문학 밖에서 훨씬 더 인기를 얻게 되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경우도 이미 몇 년 전, 그러니까 책으로 출간되고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드라마 판권이 팔렸다. 원작자가 직접 각본에 참여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2020년 9월 말경에 공개되었다. 연출은 이경미 감독, 안은영 역에는 정유미 배우.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보건교사 안은영에겐 뭔가 특별한 게 보인다


용산구 목련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재직하는 안은영에겐 이상한 것 혹은 특별한 게 보인다. '젤리', 영적인 뭔가를 부르는 말로 죽은 사람이 젤리로 나타나거나 산 사람의 욕망이나 집념이 젤리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기엔 귀엽기도 하지만, 그리 긍정적이진 않은 존재인 듯하다. 오승권이라는 학생이 해파리라고 불리는 성아라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이상해진 듯하다. 농구문어라고 불리는 농구부 주장이 그녀를 향해 미친 듯한 세레머니를 펼치고 있다. 온 학교에 오승권의 젤리들이 판친다. 


안은영은 그 원인을 찾아 나선다, 귀찮아 죽겠지만 말이다. 지하실에서 흘러 나오는 젤리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젤리 퇴치 무기인 비비탄총과 요술 야광봉을 가지고 젤리 퇴치에 나선다. 그런데, 지하실 관리를 맡고 있는 학교 재단 이사장 손자 홍인표 한문 교사에게 딱 걸린다. 남들 눈엔 보이지 않는 젤리를 퇴치하고자 비비탄총과 요술 야광봉을 가지고 열심히인 모습을 말이다. 


안은영과 홍인표는 학교 지하실에서 일을 겪고 나와선 믿기 힘든 큰일을 함께 겪는다. 젤리에게 잠식당한 학생들 수십 명이 죽을 수 있는 위기를 겪고, 안은영의 보고도 믿기 힘들고 볼 수 없으니 뭐라 말하기 힘든 모습을 보며, 함께하게 된다. 특히 홍인표는 안은영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무한대로 공급해 줄 수 있었기에 큰 힘이 된다. 그들은 과연 목련고등학교와 학생들을 지켜 낼 수 있을까?


괴랄하고 코믹발랄한 '인생' 드라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원작의 입김이나 영향보다 연출과 각본을 겸한 이경미 감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을 거라 생각되는 작품이다. 그는 2003년 단편으로 데뷔 후 20여 년간 단 두 편의 장편(2008년 <미쓰 홍당무>, 2016년 <비밀은 없다>)을 내놓았을 뿐이지만, 호불호 확실히 갈리는 '이경미 월드'를 구축했다. 관습을 파괴하고 예측하기 힘든 서사와 독특한 미장센 그리고 음악으로 중무장한 채. 


이번의 경우, 드라마는 처음 연출해 보거니와 2편 단편 연출을 제외하면 4년 여만에 큰 작업을 한 것이지만 한 치의 어설픔이 묻어나 있지 않았다. 적어도 이경미 월드에서는 말이다. 정세랑 작가도 정세랑 월드를 구축하고 있었던 만큼 이 작품은 '이경미 월드*정세랑 월드'라고 해도 무방할 텐데, 케미가 완벽에 가깝게 맞아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누군가 한테는 '이게 뭐하자는 거지...' 하겠지만, 누군가 한테는 '내 인생 드라마다!'라고 할 만하다. 괴랄하지만 따뜻하고, 코믹발랄하지만 단단하다.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CG의 향연이 괴랄의 결정체이다. 이 드라마의 핵심 중 하나인 젤리를 표현함에 있어 이경미 감독과 정세랑 작가가 가진 상상력을 총동원했을 게 분명하다. 정유미 배우가 적확하게 연기한 안은영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병맛을 넘어선 마라맛의 학생들 캐릭터가 코믹발랄의 결정체이다. 그들의 생각과 행동은 '일반적으로'는 예측하기도 받아들이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받아들여지는데, '아, 이것이야말로 이경미 월드구나' 하고 자신도 모르게 읊고 있는 걸 발견할 것이다. 


따뜻하고 단단한 내면도 지닌 채


이 작품이 주지했듯 '외면'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것들이 휘몰아치니 감당하기 힘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외면 못지 않게 '내면'은 따뜻하고 단단하다. 두 주인공 안은영과 홍인표를 들여다보자. 한 명은 어릴 적부터 젤리라고 불리는 영적인 뭔가가 보였다고 한다. '귀신 보는 애'라고 찍혀 사람들이 피하고 무서워했다. 정작 그녀 자신은 한없이 소극적이고 또 칙칙했지만 말이다. 그런가 하면 홍인표는 학교 재단 이사장 손자로 금수저이자 어릴 적 잘나가던 운동선수였는데 오토바이를 타다 다리를 다쳤다. 


안은영은 좋은 친구 덕분에 적극적이고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으로 변했지만, 홍인표는 친구도 없이 소극적이고 또 칙칙해졌다. 그렇지만 둘다 소수자이자 약자인 건 변함이 없다. 작품은 둘을 향해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게 아니라, 둘의 연대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용기를 보여 준다. 안은영은 학교 내 또 다른 퇴마사(?) 교사에게 '불쌍한 인생'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홍인표는 거의 도움을 줄 수 없는 몸 때문에 하염없이 힘들어 하지만 말이다. 


안은영은 욕지거리를 내밷고 귀찮아 하면서도 학생들을 구하고자 히어로짓(?)을 이어가고, 홍인표 또한 학교를 구하고자 젤리가 다가오지 못하는 보호막으로 몸을 휘감은 채 안은영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와중에, 목련고등학교를 둘러싼 조직들의 관계자들이 여러 수수께끼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끝까지 풀리지 않은 것도 많은 바 시즌 2를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작품과 관련된 모두,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과 이경미 감독과 정세랑 작가와 정유미 배우와 남주혁 배우까지 이후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이들 모두가 누구나 사랑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사랑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길 바란다. 누가 '누군가'에 속할지는 그들 각자의 몫이 클 테지만, <보건교사 안은영>이 큰 역할을 했다는 걸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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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 단단, 따뜻, 보건교사 안은영, 영적, 월드, 이경미, 장르문학, 정세랑, 정유미, 젤리, 코믹발랄,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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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이라고 묻는 배려

오래된 리뷰 2018. 12.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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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이자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감독, 한국 영화계에서 굉장히 특이한 존재이자 케이스이다. 많지 않은 여자 감독이라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다섯 글자 짜리 장편영화 단 두 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로 마니아까지 양산시킨 장본인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린다. '이경미 월드'가 존재한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 그녀의 작품들은 관객 평점과 기자·평론가 평점이 비슷하다. 대중이 평단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방증인가, 그녀의 작품들은 수작임에 분명하지만 별개로 기막히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기막히게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일까. 둘 다 맞는 말일 테다. 그녀의 작품들은 흥행에 참패했지만 무수히 많은 상을 탔다. 


그녀가 최근에 책을 냈다. 지난 15년 동안의 끼적거림을 모아 놓은 에세이 <잘돼가? 무엇이든>(아르떼), 나와 하등 상관없을 것 같은 그녀의 지난 편린들이 무슨 의미일까. 그래도 그녀의 영화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 집어들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주고 싶다. 


그런데, 그녀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의 '잘돼가? 무엇이든'은 그녀의 또 다른 처음과 겹친다. 뒤늦게 들어가 꿈을 펼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 <잘돼가? 무엇이든> 말이다. 이 작품으로 대대적인 호평을 받으며 수많은 상을 탔고 결국 지금의 그녀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경미 월드'의 시작이랄까. 


기묘하게 함께인 지영과 희진


이경미 감독의 공식 데뷔작 <잘돼가? 무엇이든>의 한 장면. ⓒ빵미필름



'주성쉬핑'에서 근무 중인 4개월차 경력사원 지영, 사장의 말마따나 영리하고 일도 잘하는 믿음가는 일꾼이지만 정작 본인은 세상 사람들 모두가 불만이고 못마땅하다. 반면, 지영보다 2살 어린 3년차 희진은 아무 생각도 눈치도 없이 자기 일 욕심만 많다. 


희진을 지영은 당연히 극도로 싫어하지만, 사장은 그런 둘을 붙여 비밀스럽게 장부 조작 일을 시킨다. 공평하게 일을 나눠 각자 하자는 지영, 같이 하자고 하기도 하면서 모른 척 함부로 지영의 자리와 일 영역을 침범하는 희진. 잘 맞을리가 없는 둘이다. 


어쨋든 중요하게 시킨 일이라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둘. 하지만 지영은 이 일을 용납할 수 없어 꿈자리도 뒤숭숭한 와중에 희진은 계속 자신의 영역을 이래저래 침범하고 이어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를 뒤죽박죽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회사에 큰 사단이 벌어지고, 무너지는 지영과 그런 지영이 버티게 도와주는 희진이다. 역시 아무 생각이 없는 희진은 자기 갈 길을 가고자 하는데, 예민하게 날 서 있는 지영이 무너지니 기댈 곳이 희진밖에 없다. 그들은 기묘하게 함께다. 


이경미 감독의 공식 데뷔작 <잘돼가? 무엇이든>


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은 이경미 감독의 공식적 데뷔작이다. 졸업 작품이기에 그러한대, 졸업하기 전 몇 편의 영화들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녀는 20대 중반이 넘어 뒤늦게 한예종에 입학했는데, 이전엔 해운회사를 3년 다녔고 그 이전엔 한국외국어대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그녀는 책에서 이 작품을 얘기하는데, 성공 신화를 이룬 거대 중소기업을 다닌 그녀이지만 그곳에서의 이십대 회사 생활은 끔찍하고 암울했다고 한다. 그때 회사에서 그녀의 유일한 친구들 둘이 있었고 나중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만들어서 대히트를 쳤다고 밝힌다. 


이 영화에 대해 '미래에 대한 작은 기대도, 설레는 희망 한 조각도 없이 그저 살아야 되니까 살던 그 시절의 나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다'(본문 99쪽 중)고 하는 그녀, '싫다는 감정에는 삶을 달리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cine21 2016.1.13. 인터뷰 중)고 연출의도를 밝히는 그녀. 앞엣것이 그녀가 오랜 후에 이 영화를 뒤돌아본 느낌일 테고, 뒤엣것이 그녀가 한창 '이경미 월드'를 구축하고 있던 때의 생각일 테다. 


한편 이 영화는 버팀목 하나 없이 얇디얇은 현대사회에 내던져진 두 여직원의 이야기로도, 하찮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권력 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낸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다. 앞엣것이 그녀가 회사를 다닐 당시 피부로 직접적이게 느꼈던 바일 것이고, 뒤엣것이 그녀가 그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당시 간접적이게 느꼈던 바일 것이다. 


단편이라 하면, 단편소설이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이나 순간을 포착해 치밀하게 드러내는 작업이듯 단편영화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완벽에 가깝다 하겠는데, 그래서 소위 '킬링 포인트'가 몇몇 장면들에서 보인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3분이 가장 좋다. 지난 30분의 짜증과 갈등이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한 소구점으로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는 듯하면서 기묘하게 봉합되고는 한순간에 환한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여운은 처음 느껴본다. 


이경미 감독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이경미 감독의 첫 책 <잘돼가? 무엇이든> 표지. ⓒ아르테



그녀는 책에서, 누군가가 '잘돼가? 무엇이든.' 하고 물으면 갈대 무성한 망망무제한 벌판에서 낫을 들고 서서 외치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살아요, 아저씨이??!"(본문 102쪽 중에서) 그러면서, '나는 염치 불고하고 조금 행복한 편이다.'(본문 126쪽 중에서)라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 진담인지 무엇이 농담인지 모를, 꿈과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이경미 월드' 그 자체가 아닌가. 


그런가 하면, 곧 그 절정의 문구들을 발견한다. JTBC 대선 토론을 보고 그녀가 머릿속으로 외친 말들, '나는 조금 행복한 편이다. 그러니까, 오늘 낸 세금, 행복한 내일로 돌려줘! 제발 우리 모두에게 수치심을 되돌려줘! 내가 먹기 싫은 우유를 돈이 없어서 굶는 아이에게 버리는 일이, 돼지발정제를 먹이고 강간을 시도하는 일이, 동성애를 차별하는 일이 없기를, 그게 자랑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도와줘. 제발 고양이들아!!!! .......으응?'(본문 129~130쪽 중에서)


'엔딩 크레디트에 넣을 '고마운 사람들'을 정리하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지나온 시간이 길기도 하고, 여기까지 오기 위해 완성하고 버리기를 반복했던 시나리오들까지 떠올리자니 좀 많긴 많다. 특히나, 이번 작품에는 '고마운 사람들'과는 별도로 '고맙고 미안한 사람들' 항목을 따로 만들어야 할 지경이다. 덕분에 좋은 친구들을 얻기도 했다. 그 친구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해줘야 할 텐데...... 그 부분은 조금 걱정이다. 아무튼 사랑한다. 쓰다 보니 유서 같다? 그럼 안녕. (으응?)'(본문 153~154쪽 중에서)


3부로 구성된 46개의 글들과 수많은 일기들은 얼핏 별 게 아닌 듯하다. 쉽게 읽히기도 하거니와 편린에 불과한 것들이 많아 이해하고 지나가 머리에 남는 게 아닌 스치고 지나가 머리에 남지 않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보고 나면 정말 신기한 것이, 그 하나하나가 지나가버리지 않고 남아 뭉쳐져 하나의 형체를 이룬다. 뒤죽박죽 뒤섞임들이 일관되게 이어지니 그 자체로 하나의 길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아, 영화 아닌 책으로도 이경미 월드는 보다 공고해졌구나, 앞으로 보다 공고해지겠구나, 난 이경미 감독의 팬이 되어버렸구나.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장편 두 편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를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단편 데뷔작으로 사로잡다니 대단한데... 


종국에 그녀가 묻는 건 '잘돼가? 무엇이든.'이다. 자신은 힘들고 슬프고 아프고 죽고 싶어도 어쨋든 가고 있다고, 그러니 너는 잘돼가냐고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전하는 방식이 특이해, 자신의 평범한 일상과 기괴한 머릿속을 뒤섞어 보여주고 있다지만... 그녀의 농담들이 이제 불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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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농담, 이경미, 이경미 월드, 인생, 일상, 잘돼가? 무엇이든, 환상,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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