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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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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무엇보다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1) 2016.01.11
  • 우리 집을 '카페 스타일'로 꾸며 보세요(4) 2013.07.03

근래 보기 드문 완벽한 오리지널 미스터리 탐정물 <나이브스 아웃>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20. 1.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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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나이브스 아웃>


영화 <나이브스 아웃> 포스터. ⓒ올스타엔터테인먼트



라이언 존슨 감독, 70년대생의 젊은 감독으로 일찌감치 2000년대에 훌륭한 장편 데뷔식을 치렀다. 이후에도 장르에 천착한 작품을 내놓던 그는, 2010년과 2012년 미국 역사상 최고의 드라마로 손꼽히는 <브레이킹 배드> 시즌 3과 5에 참여했다. 그러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2017년에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로 혹독한 블록버스터 데뷔식을 치렀다. 


그에겐 장르물을 세련되게 직조할 재능이 있었고, 미스터리물로 장편 데뷔를 했던 만큼 관심 또한 많았다. 평소 미스터리 탐정물에 지극히 천착하고 탐닉했다고 하는데, 실로 오랜만에 돌아왔다. 2019년 후반기 북미 개봉작 중 <포드 V 페라리>와 더불어, 평단과 대중 할 것 없이 호평일색임에도 상응하는 폭발적 흥행을 하진 못한 작품 <나이브스 아웃>이다. 상징적인 1억 달러 돌파는 이뤄냈지만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왜 이 영화가 호평일색이었는지 아주 잘 알 것 같은 한편 왜 흥행을 하지 못했는지도 역시 아주 잘 알 것 같다. 기막힌 캐스팅은 차치하고서라도 시종일관 빈 곳 없이 꽉 차고 알찬 스토리가 영화를 접한 모든 이들을 잡아 끌 것이다. 반면, 영화로 이끄는 힘은 부족할 수 있다. 미스터리 탐정물 영화 흥행의 역사가 방증하지 않는가. 물론 근래 보기 드문 완벽한 오리지널 미스터리 탐정물임에는 분명하다. 


대저택에서 사망한 베스트셀러 추리소설가


85세 생일을 맞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가 할런 트롬비는 모든 가족을 불러 대저택에서 파티를 연다. 손자 랜섬과의 다툼이 있었다곤 하지만 별 탈 없이 끝난 파티, 하지만 할런은 다음 날 목의 자상에 따른 과다출혈로 방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다. 장례식을 치른 일주일 후 추도식을 위해 모인 가족들에게 경찰과 사립탐정 블랑이 들이닥친다. 자살이 아닌 범죄사건일 수 있다며 가족들 하나하나를 심문한다. 


가족들 모두 뭔가 이상하다. 경찰과 블랑의 심문에, 문제 될 소지가 있지만 중요한 할런과의 대화를 숨기는 게 아닌가. 하나같이 돈에 관련된 것이다. 합리적 의심으로, 가족 중 누군가가 돈 때문에 할런을 살해 또는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겠다 싶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 외로 범인이 금방 밝혀진다. 다름 아닌 할런의 간병인 마르타로, 그녀는 거짓말을 생각만 해도 토를 하는 질환을 앓고 있었다. 


원래는 경찰과 블랑이 거짓말을 못하니 믿음이 가고 가족처럼 지냈지만 가족은 아니니 유산이나 돈을 탐낼 이유도 없는 마르타를 데리고 다니며 저택과 가족을 탐문했는데, 유언장 낭독식에서 가족 중 누구도 아닌 마르타가 모든 유산을 받게 되며 가족들에게 온갖 욕과 시달림을 받아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 그녀가 도망치게 도운 이가 있으니, 할런의 개망나니 손자 랜섬이다. 그녀는 범죄 사실을 그에게 털어놓고 이상한 동행을 하며, 랜섬이 유언을 그대로 집행하게 도우는 대신 랜섬에게 랜섬 몫의 유산을 주기로 한다. 이 동행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스토리, 반전, 분위기까지 완벽에 가깝게 내보이다


영화는 정통 고전 추리물의 형태를 완벽에 가깝게 내보인다. 이런 말을 굳이 왜 하는고 하니, <나이브스 아웃>은 흔치 않게도 원작이나 실화를 모티브로 재탄생시킨 작품이 아니라 라이언 존슨 감독의 오리지널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단한 원작을 옮긴 영화들도 해내지 못한 걸 이 영화는 해냈다. 이 영화가 대단한 이유, 이 감독이 범상치 않은 이유이다. 


이 영화가 해낸 건, 빈틈 없이 짜맞춘 스토리와 알면서도 당하는 반전과 추리 작품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전하는 사회 비판적 메세지까지 거의 모든 것이다. 스토리는 추리 과정과 다름 아니다. 사립탐정 블랑의 위주로 세밀하게 펼쳐지는 추리 이면에는 심문 당하는 이들의 일그러진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추리 하면 으레 생각나는 반전도 깔끔하다. 마지막에 모든 걸 뒤엎는 반전의 시대도, 시종일관 반전에 반전이 이어지는 시대도 갔다. 수준이 한껏 높아진 지금은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의 반석 위에 깨달음과 통찰이 오가는 반전의 시대인데, 이 영화가 보기 좋게 해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심의 시선을 합리적으로 여기저기 향하게 만드는 데 도가 튼 느낌이다. 


분위기야말로 추리 콘텐츠에서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설정과 매우 맞닿아 있다. 대저택에서 벌어진 가족의 절대적 가장에게 벌어진 석연치 않은 죽음이라는 설정이 분위기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하겠다. 심상치 않은 캐릭터들도 한몫하는데, 여지없이 돈으로 똘똘 뭉친 가족들과 돈에는 관심없는 듯한 개망나니와 모든 가족들의 신뢰 또는 무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외부인까지 말이다. 


가족과 욕망과 돈, 그리고 불법체류자의 현실


추리 콘텐츠가 대망의 빛을 발하는 부분은 의외로 메시지에 있다. <나이브스 아웃>은 누구나 느꼈을 만한 가족과 욕망과 돈이라는 명백한 키워드가 있다. 천륜으로 이어진 가족, 각각의 욕망은 다를 테지만, 하나같이 시선이 향하는 건 돈이다. 사실, 영화의 시작과 끝도 이 키워드들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거기에 얹혀지는 건, 얹혀져야 하는 건 당대의 현실이다. 


영화는 지금 가장 첨예한 문제 중 하나인 불법체류자의 현실을 다룬다. 할런의 간병인 마르타는 남미 어딘가의 출신으로, 가족 전체가 불법체류 중이다. 영화 중반도 되지 않아 이미 마르타가 범인이라는 걸 알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스토리에서는 그녀가 거짓말을 못하는 설정 때문이라고 하지만, 메시지에서는 그녀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작중 인물들 중 그녀가 파라과이 출신인지 우루과이 출신인지 에콰도르 출신인지 브라질 출신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그녀가 라틴계 남미 사람인 것만 알 뿐 나머진 상관 없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할런이 자살 아닌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결정되고 나서도 사실상 그녀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해버린다. 이는 그녀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하여 그녀가 할런의 모든 유산을 받게 되었을 때 가족들은 황당, 당황, 분노를 금치 못하지만 보는 이는 통쾌하다. 부정(不正)되었던 존재의 합당한 부상(浮上)은 항상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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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나이브스 아웃, 돈, 라이언 존슨, 미스터리 추리, 반전, 분위기, 불법체류자, 스토리,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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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무엇보다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6. 1.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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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표지 ⓒ책미래


족히 10년은 된 듯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얻어 호주를 1년 다녀왔다. 열심히 일하고 영어를 공부한 다음, 열심히 놀려고 했다. 그 모든 게 다 내 평생 다시 없을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호주에 온 다음 날, 하늘에 뜬 비행기를 보고 집에 가고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적응도 채 하지 못한 채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두려웠던 것 같다. 낯선 땅이 아닌, 낯선 자유가. 


큰 기억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설픈 느낌만 남았을 뿐이었다. 자유인지 고독인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었다. 2년 뒤 다시 외국에 나갔다. 이번엔 중국으로, 많은 이들과 함께. 오히려 그곳에서 자유 비슷한 걸 느낄 수 있었다. 왜 한국인들과 함께 있는데 자유를 느끼는 것인가. 그것도 자유는 아니었나? 


생각해보니, 나에게 자유는 고독과 다름 아니었던 것 같다. 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것이다. 나에겐 자유보다 울타리 안에서의 안정이 더 맞다. 장소가 아닌 사람이 중요한 거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그래서 자유를 알고 자유를 외치고 자유를 만끽할 줄 아는 사람이 부럽다.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이하 '몰타')는 내가 참으로 먼 이야기지만, 정녕 부러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나라에 가서 살 생각을 하다니. 그곳에서 자유롭게 사는 걸 그렇게도 즐길 수 있는지. 나라면 못할 거다. 


아무도 모르는 세계 최고의 파라다이스 '몰타'


하루에 한 번은 되뇐다. 벗어나고 싶다고. 돈 많이 모아서 나중에 세계 여행을 떠날 거라고.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거다. 20대 때 여기저기 다녀왔으면 된 거 아니냐고 자문하면서. <몰타>의 저자가 나랑 다른 건, 후자의 생각을 애써 무시했든 점점 줄여나갔든 전자의 생각을 선택했다는 거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처지임에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자신을 잘 알고 자신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고민을 해본 게 아닌가 싶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생각하자고. 


그렇게 선택한 게 '몰타'라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이나 위치를 나름 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몰타는 잘 알지 못했다. 이름만 어설프게 들어 보았을 뿐, 나라의 위치도 동남아시아 쪽으로 알고 있었고 나라가 아닌 조그마한 휴양 도시 쯤으로 잘 못 알고 있었다. 몰타는 유럽의 이탈리아 남쪽 지중해상에 위치한 섬나라로, 나라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유명한 곳이다. 연영방에 속하는 나라라서 영어가 주요 언어 중 하나이다. 저자가 몰타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그것인데, 저렴한 물가에 영어공부를 하며 유럽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몰타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건지, 저자가 그런 사람이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아마 몰타와 저자이기 때문이라서 그럴 수 있었던 거겠지. 저자는 몰타라는 파라다이스를 제대로 만끽한다. 기가 막힌 자연과 문화유산이 선사한 선물에 술과 파티가 빠져선 안 되겠지. 그리고 스페인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시에스타(낮잠 시간)가 몰타에도 있는 게 아닌가.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이다. 내가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던 '좋은 장소보다 좋은 사람'. 몰타에는 '좋은 분위기'도 만연해 있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다. 장소와 사람과 분위기가 일체 되어야 하겠는데, 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않으면, 다른 두 개 또한 존속하기 힘들다. 저자는 운이 좋은 건가? 나는 운이 나쁜 거고? 나도 나름 좋은 장소의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도?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저자가 중요시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몰타라는 파라다이스를 제일 중요시 했을까? 그곳에서 만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중요시 했을까? 파라다이스에서 좋은 사람들과 어울린 그 시간과 분위기를 중요시 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것들도 중요시 했지만, 정작 그가 중요시 했던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던 것 같다. 나의 시간을 갖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해 간 여행이었으니까. 내가 그곳에 있다는 거, 내가 그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거, 내가 그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게 중요한 거다. 


전 세계의 누군가는 한국이 평생 잊지 못할 자유와 청춘의 중요 기착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장소가 그렇게 중요할까? 아니다. 1순위는 아니다. 다만 '몰타'라는 곳은 특별할 수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통상적으로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을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가고자 하는 곳은 다른 사람에 눈에 비치는 내가 아닌 그냥 나일 수 있게 해주지 못하는 데 반해, 이런 곳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책에 소개된 저자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몰타가 아니더라도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해봤을 것 같은 일들이다. 그래서 따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것보단 저자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접하는 게 더 중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몰타 같은 파라다이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곳이 아니어도 나쁠 건 없다. 어딜 가든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의 생각을 잘 알아, '나'를 위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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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나, 몰타, 분위기, 사람, 아무도 모르는 누군가의 몰타, 여행, 자유, 장소, 파라다이스
  • BlogIcon 조아하자
    2016.01.11 22:39 신고

    부... 부럽... 사실 낮선 환경에 가면 진짜 두려운게 있어요... 취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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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을 '카페 스타일'로 꾸며 보세요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3. 7. 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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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 집을 카페처럼>카페(café)라함은 프랑스어로 커피를 뜻한다. 이것이 커피 파는 집으로 그 뜻이 변한 것이다. 본래 카페는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커피'를 파는 집이라기 보다 커피를 파는 '집', 즉 공간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카페는 상업적으로 변모하면서 그 의미가 다소 바뀌었다. 서양=고급이라는 인식하에 전혀 대중적이지 못하였다. 이후 다방 내지 커피숍으로 불리며 다소 대중적이 되었다가 카페로 통칭되며 대중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 되었다. 만남의 장소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며 애초의 카페 개념인 커피를 파는 '집'의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러 카페를 가는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카페에 가서 담소를 나누고 시간을 떼우고 식사도 하며 일을 하기도 한다. 돈을 주고 '공간'을 소비하려는 것이다. 여담으로 '인터넷 카페'야말로 '공간' 자체를 카페로 부르는 대표적 상징이다.

물론 맛좋은 커피는 카페의 확실한 구성 요소이지만, '공간'이 중요해지다보니 더 중요한 구성 요소가 생겨났다. 바로 카페의 '인테리어'이다. 소비자가 '공간'을 선택할 때, 몇 가지를 염두해둘 것이다. 공간의 분위기가 좋아야 할 것이고, 공간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야 할 것이다. '공간'의 소비를 넘어, '분위기'와 '스타일' 소비의 시대가 온 것이다.

<우리 집을 카페처럼> 표지 ⓒ 스타일북스



분위기와 스타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분위기가 좋으면 스타일이 마음에 들 수 있고, 스타일이 마음에 들면 분위기가 좋을 수 있다. 이처럼 카페의 개념이 완연히 바뀌다보니, 또 다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굳이 돈을 내며 공간을 소비하려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간을 창출해 즐기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창업의 개념이고 하나는 따라하기의 개념이다. <우리 집을 카페처럼>(스타일북스)은 후자의 따라하기 개념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카페의 분위기와 인테리어를 따라서 집을 꾸미려는 움직임이다.

카페의 개념이 바뀐만큼 집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큰 집을 원하는 심리야 여전하지만, 작고 아기자기한 집을 원하든 어쩔 수 없이 살게 되든 카페처럼 꾸미려는 생각들이 많아지고 있다. 큰 집을 갖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보려는 마음에서인지, 말그대로 분위기의 소비가 아닌 창출을 목적으로 하려는 마음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멋진 공간을 가져보려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우리 집을 카페처럼>은 카페처럼 집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환영할만한 책이다. 어떠한 목적을 위해 집을 꾸미든지 그 바람을 충족시켜줄 것이다. 우선 양이 월등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약 개성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서울의 109개 카페에서 약 300여개의 스타일 아이디어를 얻었다. 카페 이름과 주소, 연락처와 사진, 그리고 분위기와 스타일 설명까지 자세히 담아놓은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집을 카페처럼>의 한 장면. ⓒ 스타일북스


여기에 스타일링 아이디어를 5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디자인 가구 매칭, 수납공간 활용, 조명 연출, 벽 꾸밈, 데코 아이디어에, 다양한 팁까지 곁들였다. 비교 체험까지 하며 최대한 배려한 모습이 보인다. 또한 가구면 가구 수납공간이면 수납공간까지 관련된 모든 물품들을 살 수 있는 온오프라인 숍을 자세히 열거해 놓았다. 이 또한 세심한 배려로, 관련 스타일을 활용하려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배려를 너무 한 탓인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화보처럼 시종일관 사진만 눈에 들어올 뿐, 사실상 중요한 정보인 사진의 캡션은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을 카페처럼 꾸미기 위해 정작 필요한 정보는 상당히 가려져 있는 것이다. 그만큼 사진에 보이는 인테리어들이 너무나 화려하고 이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만, 조금은 지나쳐 보인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하겠다.

그러다보니 '어떻게'의 부분이 많이 빠져있다. 즉, 어떻게 인테리어를 연출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주지했듯이 중간중간 팁의 개념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역시나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고, 그 또한 상당히 피상적이다. 실용서이지만 실용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왜'의 부분은 놓치고 있지 않았다. 단순히 사진만 훑어보아도 왜 우리 집을 카페처럼 꾸며야 하는지 그 당위성이 충분히 설명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런 집에서 살 수만 있다면..."이라며 직접 소개되어진 카페를 찾아가고 싶어진다. 발품팔기 위한 1단계의 노력은 덜었으니, 그만해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분위기 좋고 스타일 좋은 카페야말로, 분위기를 소비하는 여성과 시각적 요소를 소비하는 남성의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다. 이를 집으로 옮겨올 수만 있다면, 그곳에서 살게 될 남녀 부부는 더할나위없이 만족할 것이다. 톡톡튀는 아이디어와 활용하기 좋은 인테리어로 가득찬 이 책은, 다소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 시작에 안성맞춤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추천드리며 필자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오마이뉴스" 2013.5.5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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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공간, 분위기, 우리 집을 카페처럼, 인테리어, 책으로 책하다, 카페
  • BlogIcon 포장지기
    2013.07.03 08:00 신고

    저는 집 밖에 마당에 카페분위기로 조그만 공간 만들고 싶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BlogIcon singenv
      2013.07.03 08:56 신고

      저는 집 안에 공간을 만들고 싶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 BlogIcon 티코햄
    2013.07.03 13:59

    당장 집에 적용할 형편은 아니지만 주부들은 집을 좀 새롭게 꾸며보고 싶어 하더라구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고 싶군요. 글 감사 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7.03 14:35 신고

      실용서로도, 잡지 화보집으로도 볼 수 있는 책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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