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로마'에 해당되는 글 3건

제목 날짜
  • 지금은 넷플릭스 시대, 나는 행복하다 2019.03.04
  • '개인과 시대와 역사'라는 영화의 큰 목적을 완벽히 이룬 영화 <로마> 2018.12.27
  • 박스오피스로 돌아보는 2018년 영화계 2018.12.25

지금은 넷플릭스 시대, 나는 행복하다

생각하다 2019. 3. 4. 12:20
728x90

 


[기획] 넷플릭스 시대에 살고 있다


넷플릭스 로고

소장 욕구가 강해 인터넷 스트리밍을 멀리했다. 킬링타임용으로 보는 콘텐츠 몇몇을 볼 때만 이용했을 뿐이다.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넷플릭스'라는 것에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른 건 몰라도 영화라면 극장에 걸려야지 하는 완고한 고집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터다. 


아내가 꼭 보고 싶은 콘텐츠들이 있는데, 넷플릭스를 하면 일단 첫째달은 무료이고 둘째달부턴 아는 사람들 3명과 함께 4명 프리미엄으로 한 달에 14,500원에 모든 걸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14,500원을 4로 나누면 1명당 3,625원이니 커피 한 잔 값도 되지 않아 해보자고 했다. 


아내와 난 다른 듯 비슷한 취향이라 주로 같이 보기 때문에 정확히 하자면 2명이 1명당 분의 3,625원을 소비하는 것이기에, 1명당 1,812.5원이 되는 것이다. 즉, 무수히 많은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시청하는 데 1달에 1,812.5원이 드는 것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2019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한 넷플릭스, 한 달이 조금 넘어갔을 뿐이지만 요즘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신작을 보러 극장에 거의 가지 않게 되었고, 구작을 보러 인터넷을 뒤지지 않게 되었으며, 결정적으로 공중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TV방송 자체를 안 보게 되었다. 


가히 혁명적인 수준인데, 내가 앞으로도 계속 영화 리뷰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전제 하에 넷플릭스는 계속해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물론 넷플릭스가 영원하란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사실 넷플릭스 자체 보다 OTT(Over The Top)에 대한 생각을 바꾼 게 더 크다. 


넷플릭스의 시작과 과정


넷플릭스는 1997년에 비디오 대여 사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온라인 스트리밍 사업을 위주로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해 작년 한때 디즈니를 뒤로 하고 전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하기도 했을 정도의 기업이 되었다. 전 세계 1억 5천 만 명에 다다르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1월 상륙해 변변찮은 콘텐츠 때문에 죽을 쑤다가 2013년에 공개되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위상을 수직상승시켜준 데이빗 핀처의 <하우스 오브 카드>를 3월에,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봉준호의 <옥자>를 2017년에 공개하면서 대대적으로 상승했다. 이후 넷플릭스는 점점 믿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되어 갔다. 


2018년 정점을 찍은 넷플릭스, 이제 대표작을 한두 작품으로 국한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다. 제작 투자의 무지막지한 양, 거기에 정확히 반비례하는 간섭이다. 넷플릭스는 2018년에만 120억 달러를 투자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한다. 한국에는 1500억 원을 투자했고 말이다. 단기적으론 부채가 엄청나게 늘었지만 장기적으로 디즈니, 아마존, 훌루 등과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또는 버티기 위해선 꼭 필요한 투자인 것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창작자에게 콘텐츠 방향 등 간섭을 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사람들로 하여금 훨씬 쉽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 놓았으니 진짜 좋은 작품만 나오면 된다는 신념이 작용한 듯하다. 그 덕분에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거장들이 넷플릭스와 함께 하게 되었다. 2019년이 2개월 채 안 된 이 시점에서 공개된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다. 스티븐 소더버스의 <높이 나는 새>, 댄 길로이의 <벨벳 버즈소>, 매즈 미켈슨 주연의 <폴라> 등이다. 


넷플릭스 대표 오리지널 영화


말이 나온 김에 넷플릭스 대표 오리지널 영화를 들여다보자. 넷플릭스가 콘텐츠에 대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느 정도 보일 것이다. 2015년 최초 공개를 한 후 매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2016년까지는 들여다볼 만한 게 거의 없고 2017년조차도 봉준호의 <옥자>, 노아 바움벡의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메이컨 블레어의 <루스에게 생긴 일> 정도가 눈에 띈다. 


그러던 것이 2018년에 폭발한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타마라 젠킨스의 <프라이빗 라이프>, 폴 그린그래스의 <7월 22일>, 코엔 형제의 <카우보이의 노래>,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가 연달아 공개되어 그야말로 풍년을 맏이했다. 산드라 블록 주연의 <버드 박스>와 인터랙티브 방식의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느낌표와 마침표를 찍었다. 


이중 <로마>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받은 것도 모자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되어 000, 000 등 00개 부문을 수상했다. 가히 2018년 최고의 영화가 넷플릭스 제작, 배급작인 것이다. <7월 22일>과 <카우보이의 노래> 또한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을 탔다. 


2019년 3월달에는 <트리플 프런티어> <하이웨이맨> 등이 공개될 예정인데, 감독도 감독이지만 쟁쟁한 배우들이 영화의 이름값과 궁극적으로 넷플릭스의 이름값을 드높여줄 예정이다. 이밖에도 넷플릭스가 콘텐츠의 제작 해당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배급 판권을 가진 좋은 작품들이 부지기수이다. 


지금은 넷플릭스 시대


OTT 서비스 업체가 넷플릭스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엔 상륙하지 못했지만 좋은 콘텐츠를 보유한 '훌루'도 있고, 폭스를 인수한 후 전 세계를 폭격할 '디즈니+'도 있으며, 아마존을 비롯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발을 들이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넷플릭스의 독보적 활약이 돋보인다. 미국에서 훌루가 디즈니와 폭스를 위시한 이들이 합심해 만든 케이스라면, 우리나라에선 방송사와 통신사들이 합심해 새로운 OTT 업체를 만들 기미가 보인다. 넷플릭스의 급성장에 따른 위기감 상승 때문이다. 


모든 OTT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좋은 콘텐츠를 갖추고 창작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언제 어디서나 어떤 디바이스로든 무제한 시청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가정한다면, 결국 브랜드 선점이 정답일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 모든 걸 가장 앞서서 제창하고 달성하고 유지해 왔으니 사랑을 받는 게 당연하다. 


물론, 독점 기업은 안팎으로 거센 압박과 도전을 받을 것이다. 언젠가 하강 곡선을 걸을 게 분명하다. 넷플릭스에 대항하고자 아니 뛰어넘고자 디즈니가 큰 돈과 큰 공력과 많은 시간과 절대적 콘텐츠를 앞세워 시장을 침공, 파괴, 혁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그 일환이다. 북미를 포함 전 세계 영화계에서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본과 경쟁력과 콘텐츠를 갖춘 디즈니는, 누구나 알고 있는 브랜드 이름과 100여 년의 역사 전통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지금은 넷플릭스 시대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한 4차 산업과 빅데이터. 다름 아닌 빅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 넷플릭스이다. 이용자들의 이용 패턴을 수집한 빅데이터를 이용하는데,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우린 나도 잘 모르는 내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손쉽게 얻는다. 그건 비단 이용자들의 구독과 시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할 때도 긴요하게 쓰인다고 한다. 즉, 넷플릭스가 미는 건 이용자들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용자 입장에서 그동안 미국 영화만 봐왔던 것에 비해 넷플릭스가 공개하는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의 콘텐츠 면면은 차라리 축복이다. 근 10년 동안 전 세계 영화계가 점점 범 슈퍼히어로로 급속히 편제화되어 가는 가운데, 다양한 종류의 영화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고 따르는 한편 큰 덕목이라 하겠다. 특히, 다큐멘터리의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과거 세계 유수 방송국에서 만들곤 했던 다큐멘터리들도 과감히 제칠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장점, 넷플릭스만의 장점은 아니겠지만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이다.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을 내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기계로 보고 싶은 장소를 택해 볼 수 있다. 더 말해 무엇하랴. 나는 넷플릭스 덕분에 보다 다양하고 작가주의적인 콘텐츠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넷플릭스 덕분에 보다 훌륭한 환경에서 일(보고 쓰는)을 할 수 있다. 나는 넷플릭스 덕분에 행복하다. 

Posted by singenv
OTT, 넷플릭스, 디즈니, 로마, 스트리밍, 콘텐츠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개인과 시대와 역사'라는 영화의 큰 목적을 완벽히 이룬 영화 <로마>

넷플릭스 오리지널 2018. 12. 27. 08:00
728x90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영화 <로마> 포스터. ⓒ넷플릭스



1950년대 이후 컬러영화가 대중화되었다지만, 사실 최초의 컬러영화는 19세기 말경에 시작되었다. 그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은 셈. 이제는 당연한 컬러영화 시대에 종종 고개를 내미는 흑백영화는 자못 새롭게 다가온다. 


눈이 호강하다 못해 피곤해지게 만드는 화려한 색감의 '요즘' 영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왠만한 화려함에는 성에 차지 않게 된 조류의 반대적 개념이라 하겠다. 영화를 위해 흑백을 수단으로 했던가, 흑백 자체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집약적으로 들어 있던가. 


최근 들어서도 1년에 한 번은 흑백영화 또는 흑백과 컬러가 교차로 나오는 명작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아니, 현대 흑백영화는 대부분 명작인 것인가. 우리나라 영화로는 <동주> <지슬> 등이 생각나고, 외국 영화로는 <프란시스 하> <프란츠> <아티스트> 등이 생각난다. 


올해도 어김없이 명작 흑백영화가 찾아왔다.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이 넷플릭스로 건너가 자전적 이야기 <로마>를 내놓은 것이다. 이 영화는 칸에서 받아주지 않았지만 베니스에서는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중산층 집안 가정부 클레오 이야기


멕시코시티 중산층 집안 가정부 클레오의 평범한 이야기. 영화 <로마>의 한 장면. ⓒ넷플릭스


1970년대 초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중산층 동네 '로마', 남자 아이 셋과 여자 아이 하나 그리고 친정 엄마와 같이 사는 한 중산층 집안에서 클레오는 다른 한 명과 함께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 모두 클레오를 한 가족처럼 대하고 어린 두 아이들은 클레오를 엄마 또는 이모처럼 생각한다. 클레오는 남자친구도 사귀며 지극히 평범하고 행복하지 않을 것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종종 들려오는 흉흉한 말들이 마음을 심란하게 할 뿐이다. 정치적 격랑의 강도가 심상치 않은 듯하다. 와중, 클레오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했지만 남자친구는 도망가 버리고, 클레오가 몸을 담고 있는 이 가족의 가장이 바람을 피워 뒤숭숭하고, 멕시코시티는 보다 격렬한 시위로 몸살을 앓는다. 


클레오는 혼자서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될까, 가장의 외도로 흔들리는 이 가족의 앞날은 어떨까, 멕시코시티와 멕시코는 언제쯤 보다 좋은 세상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개인과 시대와 역사'라는, 영화의 목적


'개인과 시대와 역사'라는 영화의 목적을 완벽히 이루다. 영화 <로마>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20여 년 전 베를린 은곰상에 빛나는 명작 흑백컬러영화인 중국 장이머우의 <집으로 가는 길>이 생각나게 한다. 단순히 흑백영화라는 점뿐만 아니라 한 개인, 한 가족의 특별할 것 없는 개인사 또는 가족사를 통해 시대까지 자연스럽게 들여다보는 맥락에서 그렇다. 


이 가족의 네 아이 중 하나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라고 하는데, 그의 개인사를 가져오면서 가정부 클레오의 시선을 취하고 있어 보다 자유롭고 객관적으로 가족사를 전달할 수 있었다. 


조망하는 듯한 정적이게 스며드는 카메라 워킹과 일절 OST 없이 자체 사운드로만 채우는 시도가 완벽히 들어맞았다. 흑백인 점까지 더불어, 이 개인사와 가족사에 오롯이 천착할 수 있게 철처하게 판을 짜서 준비를 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를 만듦에 있어 완벽한 단 하나의 정답은 있을 수 없다. 다만, 무수한 정답들이 있을 뿐일진대 이 영화는 그 무수한 정답들 중 하나의 완벽한 모범이 아닐까 싶다. 영화의 주요 요소를 모두 포기하면서 또는 모든 것을 집약시켜 '개인과 시대와 역사'라는 영화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를 보여줬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상 길이 남을 또 하나의 명작을 목도했다. 


진실과 진심을 담은 이 영화


진실과 진심을 담은 이 영화 한 편이면 족하다. 영화 <로마>의 한 장면. ⓒ넷플릭스


1968년은 전 세계적으로 혁명의 물결이 진하게 흘러간 의미있는 해이지만, 멕시코에게는 라틴아메리카 최초의 올림픽 개최로 인한 경제 성장의 해이다. 이듬해 수도 멕시코시티에는 지하철이 개통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1968년 멕시코시티에서는 민주화와 경제 성장 균형 분배 요구, 부정부패 척결 시위가 격렬히 벌어지기도 하였다. 급격한 경제 성장의 필연적인, 필연적이어야 하는 사회적 갈등의 한 모습이다. 그때 정부는 틀라텔롤코 광장에서 시위대를 향해 대학살극을 벌여 수백 명이 희생당하고 수천 명이 다쳤다. 


1971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로마>는 이런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당대 일련의 사회적 갈등을 유추할 수 있는 면면들을, 한 개인과 가족의 사소하다면 사소하달 수 있는 일들과 자연스럽게 병치시킨다. 


요란하지 않고 담담하게, 깊고 따뜻하게, 감당하기 힘들지만 꿋꿋하게 나아가는 클레오가 자신의 삶에서 주인공이 되는 과정을, 이 가족의 진정한 일원이 되어 사랑하고 사랑받는 과정을, 견딜 수 없는 개인과 가족과 사회의 복잡다단한 일들이 밀려와도 무너지지 않고 단단하고 꿋꿋하게 일어나는 과정을, 우리는 진실과 진심을 담은 영화 한 편으로 느낄 수 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가족, 개인, 넷플릭스, 로마, 멕시코, 사회, 시대, 알폰소 쿠아론, 역사, 영화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박스오피스로 돌아보는 2018년 영화계

생각하다 2018. 12. 25. 15:27
728x90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해빙 시기를 맞이한 2018년, 국가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고 비전충만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또는 활발한 또는 다양한 모습이 보였는데요, 미투와 페미니즘 캠페인으로 논의와 논쟁과 논란들이 잇따랐습니다. 2016년의 촛불혁명이 만 2년을 넘어선 이 시점에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2018년 영화계는 이런 사회, 국가적 이슈들과 어떻게 조우했을까요. 작년에는 <택시 운전사> <군함도> 등의 여름 빅뱅들이, <1987> <강철비> 등 연말 빅샤이닝들이 다분히 이와 조우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 <남한산성> <박열> <재심> <나는 노무현입니다> 등이 직간접적으로 조우하면서 좋은 성적을 남겼죠.


반면 올해에는 이런 느낌의 영화들이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공작>이 가장 눈에 띄는 가운데, 지금 한창 흥행에 열을 올리며 비평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국가 부도의 날> 정도가 보입니다. 영화로 사회, 국가적 이슈들을 풀어낼 거리가 별로 없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 사회와 국가가 보다 안정적이게 되었다는 뜻일까요. 올해 이슈들이 내년 이후로 영화화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2018년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이때 지난 한 해의 영화계를 훑어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주마다 박스오피스 1위(관객수 기준)를 한 영화가 기준이자 기본이 되겠고요. 비록 1위는 하지 못했다지만 충분한 이슈몰이를 한 작품들과 박스오피스 10위권에도 겨우 들었거나 들지조차 못했음에도 2018년 영화계를 말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품들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것입니다. 







한 해 박스오피스 시작은 바로 지난해의 마지막 한 달 연말 빅샤이닝들의 차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12월 20일에 개봉한 <1987>과 2017년 12월 27일 개봉한 <신과 함께: 죄와 벌>은 2018년 1월 1주차와 2주차까지도 사이좋게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번갈아 차지했습니다. 3주차와 4주차에 이르러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와 <그것만이 내 세상>이 1위를 차지했지만 위의 두 작품은 그때까지도 5위권 안에 머물렀죠. 


<1987>은 2월 2주차에야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신과 함께: 죄와 벌>은 2월 4주차에야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두 작품은 사실상 2017년 연말보다 2018년 극초반을 점령했지만, 2018년 박스오피스가 아닌 2017년 박스오피스 5위와 1위(역대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 작품은 지극히 역사사회적인 웰메이드 영화, 한 작품은 지극히 대중친화적인 상업영화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주었죠. 


와중에 1월 2주차에 3위로 데뷔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는 이후에도 꾸준히 자그마치 7주나 10위권에 머물면서 350만 명급의 흥행 대기록을 수립합니다. 한 번도 1위에 등극하지 못했음에도 2018년 1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죠. 



2월 1주차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개봉한 천만 신화 <부산행>의 염상호 감독 신작 <염력>이 출격해서 1위를 차지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과 쏟아지다 못해 흘러 넘치는 혹평과 비난 속에서 2주차에 94.2%가 하락한 주말 성적과 함께 9위로 추락하면서 100만 명도 넘기지 못한 채 무너졌습니다. 한편에서는 <리얼>조차 넘어서는 역대 최악의 영화로 거론하기도 하는 등 처참해도 너무 처참했습니다. 비평은 물론 흥행에서도 되는 게 없는 주연 배우 류승룡이었죠. 


2월 2주차는 명절 강자 <조선 명탐정> 시리즈 3탄이 개봉해서 비록 시리즈 최고 오프닝을 세웠지만 만족스럽지 못했고 너무나도 못난 만듦새로 금방 차트에서 사라졌습니다. 2월 3주차 평창 동계올림픽과 설 연휴가 맞닿은 때 마블이 상륙합니다. 북미에서 역대급 성적을 올리기도 한 이 영화 <블랙팬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성적을 올리며 2주간 차트를 점령했고 이후 2주간 5위권에 머물렀으며 2주 후에 2018년 8위의 호성적을 올리며 10위권 밖으로 나갑니다. 


2월부턴 '좋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데요. 다름 아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매년 2월말에 열리기 때문이죠. 올해 첫 타자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에 빛나는 쾌거와 함께 베니스 황금사자상까지 거머쥐며 명실공히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5주인 3월 한달간 5 작품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궁합> <사라진 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그리고 <곤지암>이 그것들인데요. 1위 작품들치곤 소소한 100만 명대 3 작품, 200만 명대 2 작품이 포진되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개학을 하는 시즌인 만큼 상당수의 관객들이 빠져나가는 대표적인 비수기 중 하나인 3월이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곤지암>은 같은 달 다른 1위 작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초저예산임에도 4월 1주차까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나름 이슈 몰이를 했습니다. 예고편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제대로 통하면서 어린 관객들과 여성 관객들에게 큰 어필을 할 수 있었죠. '쾌거'라는 표현을 붙여도 무방합니다. 


2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이어 3월에는 아카데미용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라지 않을 것 같은 영화들, <더 포스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쓰리 빌보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입니다. 여기에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신인 감독 전고운의 <소공녀>도 절대 놓쳐선 안 되겠죠. 



<곤지암>이 생각지도 못하게 <레디 플레이어 원>과 <바람 바람 바람>을 밀어내며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4월의 시작을 지나 2주차와 3주차는 믿고 보는 상업액션영화의 제왕 드웨인 존슨의 <램페이지>가 차지했습니다. 그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손해는 안 보는 '기본' 흥행의 이미지가 확실해졌죠. 와중에 <레디 플레이어  원>은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음에도 4주간 5위권에 머물면서 225만 명급 흥행 성적을 세웠습니다. 이는 2018년 한 해 1위로 데뷔했던 수많은 영화들보다 높은 성적입니다. 더불어 영화에 나왔던 80년대 대표적 콘텐츠들이 향수를 불러일으켰죠.




4월 마지막주차에는 2월 <블랙팬서>에 이어 마블의 2차 폭격이 날아옵니다. 이름하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위 데뷔에 기본 3주 연속 1위에 천만 관객은 따놓은 당상이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올릴지 기대되었는데 주말 성적으로만 300만 명을 넘기며 역대 오프닝 3위(명량, 부산행에 이은)와 역대 외화 오프닝 1위를 기록했습니다. 


조금은 늦게 건너온 아카데미용 영화 <레이디 버드>와 인도에서 흥행 전설을 쓰고 건너온 <당갈>이 4월 박스오피스를 빛냈습니다. 두 작품 다 10만 명을 넘기는, 독립영화손치고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5월 1주차와 2주차는 당연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차지, 그 사이 마동석이 <챔피언>으로 유해진이 <레슬러>로 당차게 명함을 내밀었지만 참패하고 말았죠. 결국 개봉 9주차인 6월 3주차에야 비로소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1100만 명급 흥행을 기록해 2018년 2위(역대 16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외화 천만 영화였죠. 훌륭하게도(?) 바로 같은 마블 영화 <데드풀 2>에게 바톤 터치를 해주었습니다. 


5월 3주차는 <데드풀 2>가 차지하였습니다. 2016년 <데드풀>의 청불 치곤 300만 명급의 준대박으로 한껏 기대를 줬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아쉽게도 혹평에 시달리며 400만 명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러곤 곧바로 <독전>에서 왕좌를 넘겨줬죠. 비교적 잠잠했던 <독전>은 나쁘지 않은 입소문과 생각보다 훨씬 별로였던 <데드풀 2>의 반사이익으로 2주 연속 1위에 더불어 520만 명급 흥행(2018년 10위)을 이룩합니다. 




칸영화제에 진출해 먼저 선보이곤 열렬한 환영을 받고는 국제비평가협회상을 타고 한국으로 건너온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비록 흥행에선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냈지만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영화 해석에 있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죠. 대작들이 기지개를 폈던 5월의 박스오피스에서 고고히 빛났습니다. 



6월 1주차는 주지했다시피 <독전>이 수성합니다. 고 김주혁 배우의 열연도 크게 작용했고 마지막 열린 결말이 꽤 회자되면서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6월 2주차부터는 4월 4주차에 개봉한 <어벤져스 3>에 이은 속편 퍼레이드의 재시작입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전작에 이어 무난히 1위를 차지하며 560만 명급 흥행(2018년 5위)을 선보였고, <탐정: 리턴즈>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전작보다 50만 명을 더 모은 300만 명급 흥행을 질주했습니다. 


6월 5주차는 오랜만에 비(非) 속편이 차지했는데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 신작 <마녀>였습니다. 무수한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스타일리시한 하이 액션과 분위기로 300만 명급 이상의 무난한 흥행 성적을 내놓았습니다. 이제 영화계는 7월로 접어들면서 슬슬 성수기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성수기 시즌으로 돌입한 7월은 완벽한 속편 세상입니다. <앤트맨과 와스프>가 1주차와 2주차를, <인크레더블 2>가 3주차를,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4주차를 점령했습니다. 각각 550만 명급, 300만 명급, 660만 명급 흥행 성적을 내보이며 승승장구했죠. 14년 만에 돌아온 <인크레더블 2>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높은 오프닝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와중에 올 여름 최대 기대작이었던 김지운 감독, 강동원 배우의 <인랑>은 참혹한 성적을 냈습니다. 올해 초 <염력>과 더불어 역대 최악의 영화 리스트에도 오르락 내리락 할 정도로 평단과 대중에게 융단폭격을 맞았죠.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한편 좋은 영화가 좋은 평가와 함께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일본 영화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입니다. 칸영화제에서 <버닝> 등과의 경합 끝에 황금종려상을 석권했고 국내에서 17만 명급의 성적을 기록했죠. 올해 최고의 영화로 주저없이 뽑습니다. 



8월은 8개월만에 돌아온 '신과 함께' 시리즈 두 번째 <신과 함께: 인과 연>이 문을 열었습니다. 7월 대작들을 모두 저 멀리 보내버리는, 1주차에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최종 누적 관객수에 근접하는 압도적 오프닝이었습니다. 2주차에 강적 <공작>이 개봉하며 주춤했지만 1위를 지켜냈고 추석 직전까지 7주 동안 10위권에 머물며 1200만 명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 1위이자 역대 10위입니다. 


3주차에는 <목격자>가, 4주차에는 <너의 결혼식>이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성민 배우는 <공작>과 <목격자>로, 주지훈 배우는 <신과 함께: 인과 연>과 <공작>으로 8월 최성수기를 지배했습니다. 와중에 <너의 결혼식> 2주 연속 1위의 깜짝 흥행도 이슈 몰이를 했습니다. 첫사랑 이야기의 매력이 통했던 것이죠. 


8월 박스오피스에서는 <공작>과 <맘마미아! 2>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함께 8월 2주차에 개봉했지만 <신과 함께: 인과 연>이라는 거대한 산에 막혀 한 번도 1위에 등극하지 못한 두 작품은, 그래도 각각 500만 명급, 230만 명급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선전했습니다. 2018년 박스오피스 30위권 내에서 1위를 하지 못한 네 작품 중 이 두 작품이 포진해 있습니다. 



9월은 주지했다시피 <너의 결혼식>이 포문을 열었고 2주차와 3주차는 또 다른 깜짝 흥행작인 <서치>가 차지했습니다. 한국계 배우로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존 조' 주연의 쌈빡한 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진행됩니다. 9월 1주차에 개봉해 2위를 차지하고는 2주차에 1위로 역주행한 것이죠. 6주나 10위권에 머물면서 신드롬 가까운 화제를 뿌렸지만 300만 명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3주차는 추석 명절과 겹칩니다. 한 해 대목 중 한 주인 것이죠. 어느 작품이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었지만 올해 추석 대전의 진정한 승자는 없었습니다. 한 주 빨리 개봉한 <물괴>를 시작으로, <안시성> <명당> <협상>이 만났지만 <안시성>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540만 명급 흥행을 기록해 패자 같은 승자가 되었고 다른 작품들은 언급하기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특히 <물괴>는 100만 명 근처에도 가지 못하며 폭망하고 말았습니다. 


8월과 9월에는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살아남은 아이>와 <죄 많은 소녀>라는 독립영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올해 한국 독립영화의 상징이라도 봐도 무방할 이 작품들은 최성수기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아픔' '슬픔' 등을 다루며 박스오피스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10월입니다. 박스오피스가 다시 싸늘해지는 시기이죠. 추석도 끝난 마당에 이벤트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습니다. 가을 청명한 날씨에 밖으로 나가죠, 영화보러 안으로 들어오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10월 한 달 내내 1위가 바뀝니다. <베놈> <암수살인> <퍼스트맨> <창궐> 순으로요. 


<암수살인>은 1주차에 2위로 데뷔했지만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라는 찬사에 힘입어 2주차에 1위로 올라섰고, <퍼스트맨>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라리언 고슬링 배우의 재결합과 평단의 찬사로 1위 데뷔를 했지만 60만 명도 간신히 넘기는 말도 안 되는 참패를 맛보았습니다. 2018년 박스오피스 1위 데뷔한 작품 중 <염력>과 더불어 유이하게 100만 명 돌파를 이룩하지 못했죠. 


하지만 1위 작품들을 향한 시선이 아래로 향하며 관객들은 좋은 영화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타 이즈 본> <미쓰백> <프리다의 그해 여름> 등이죠. 여기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덴왈드의 범죄> 개봉에 맞춰 17년 만에 재개봉하여 압도적인 좌석 점유율과 기록적인 흥행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비수기 10월에 진정한 승자였죠. 



11월이 밝았습니다. 여전히 비수기이지만 10월보다 더 추워진 바깥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는 관객들이 많아지죠. 화제작은 아니었지만 좋은 입소문 덕에 <완벽한 타인>이 좋은 성적으로 1주차를 석권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반 정도의 성적으로 2위를 차지했고요. 2주차에도 순위는 바뀌지 않지만, 추이는 상당히 다릅니다. <완벽한 타인>이 추락하진 않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무섭게 치고 올라가죠. 


3주차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덴왈드의 범죄>의 당연한, 당연해야 할 1위 석권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여전히 마이너스 아닌 플러스의 흥행세에 있었습니다. 대망의 4주차, 마동석의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로 이어지는 성난 다작 질주 마지막을 돌려세우며 <보헤미안 랩소디>가 4주만에 1위로 올라섭니다. <워낭소리> <주토피아>와 더불어 세 번째 기록이라고 하네요. 지금도 여전히 차트를 달구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있을지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한편, 국내를 넘어 국제적 인사가 된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30만 명이 넘는 대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역대 가수 관련 영화 중 최고기록이라고 하네요. BTS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울>이라는 종교 영화는 장장 6주 동안이나 10위권에 포진하면서 2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소규모 장르 영화가 어중떠중한 액션 영화들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가 있지요. 



12월,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들이 다수 쏟아져 나오죠. 올해는 21년 전 IMF 사태의 막전막후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이 1주차와 2주차를 차지했습니다. 무난한 성공작으로 등극하는 와중에, 여전히 <보헤미안 랩소디>에 쏠려 있는 관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어 보이죠. 3주차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7주차에 다시 1위에 오르는 '최초'의 기적 같은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 영화는 이미 영화계를 넘어 문화계 신드롬으로 등극했습니다. 전국은 '퀸' 여전히 열풍이고, 한동안 그럴 예정입니다. 


당연히 흥행 성적도 '퀸', <보헤미안 랩소디>는 기어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넘어서며 2018년 3위에 등극했습니다. 그 앞에는 두 천만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있으니 3위로 만족(?)해야겠지만, 근래 찾아보기 힘든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기적 같은 레이스입니다. 천만 돌파는 힘들어 보인다지만, 그동안의 기적 같은 레이스를 생각해보면 안 될 것도 없습니다. 


작년처럼 올해도 12월 중하순에 연말 빅샤이닝 몇 편이 준비되었습니다. 12월 4주차 <마약왕> <스윙키즈> <아쿠아맨>, 5주차 <PMC: 더 벙커> <범블비>가 그 작품들인데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조합 <마약왕>과 <더 테러 라이브>의 조합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 배우의 <PMC: 더 벙커>에 기대가 쏠리는 와중에, 은근 홈런요정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 그리고 강력한 입소문으로 장착한 DC의 신무기 <아쿠아맨>, 초심으로 돌아가 역대급 대호평으로 중무장한 트랜스포머 시리즈 리부트 <범블비>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4주차 결과는 '충격'입니다. 역대급 망작만 양산하던 DC에서 일을 냈지요. <아쿠아맨>이 <마약왕> <스윙키즈>를 크게 앞서는 스코어로 4주차를 차지했습니다. 'DC 붐'의 신호탄이라 불리며 좋은 평가와 입소문이 자자한 <아쿠아맨>이 선전 정도 할 거라는 예상을 뒤집은 것입니다. 한국 영화계로서는 5주차에 개봉하는 <PMC: 더 벙커>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와중에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적 레이스는 계속 될 것 같은데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여름 대전과 달리 볼 만한 영화 많은 2018년 겨울 연말, 2019년 연초입니다. 


올해 마지막은 <로마>로 장식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신작으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납니다. 흥행에서 큰 힘을 쓰진 못할 것 같지만, 1970년대 멕시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어느 가족>과 더불어 올해 최고의 영화로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1987, 2018년 박스오피스, 공작, 로마, 버닝, 보헤미안 랩소디, 서치, 셰이프 오브 워터, 신과 함께, 아쿠아맨, 어느 가족, 어벤져스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블로그 이미지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by singenv

공지사항

  • 댓글에 대한 공지
  • [책으로 책하다 도서 목록]
  • <오마이뉴스> 서평/리뷰 송고 방침
  • 모든 이미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

    최근...

  • 포스트
  • 댓글
  • 트랙백
  • 프랑스 대통령 후보이자 IMF 총재⋯
  • 소년에서 소녀로, 그리고 발레리나⋯
  • '삶'이라는 거대한 벽, 풀리지 않⋯
  •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을 살린 그,⋯
  •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
  • 더 보기
  • 감사합니다~ 시즌3를 기대하고 있⋯
    singenv ㆍ 2020
  •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 시즌2 보⋯
    개구리 ㆍ 2020
  • 감사합니다! 맞구독합니다~
    singenv ㆍ 2020
  • 구독과 하트 누르고 갑니다 맞구독⋯
    아마추어 리뷰어 ㆍ 2020
  •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래 전 서평⋯
    singenv ㆍ 2020

태그

  • 인간
  • 중국
  • 욕망
  • 아포리즘
  • 미국
  • 청춘
  • 역사
  • 일본
  • 연기
  • 가족
  • 사랑
  • 삶
  • 책
  • 재미
  • 현실
  • 전쟁
  • 넷플릭스
  • 책으로 책하다
  • 죽음
  • 제2차 세계대전
  • 천재
  • 성장
  • 영화
  • 소설
  • 관계
  • 희망
  • 캐릭터
  • 여성
  • 피해자
  • 만화

글 보관함


  • 2021/01
    (11)

  • 2020/12
    (13)

  • 2020/11
    (11)
«   2021/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카테고리

다양한 시선 (1414)N
신작 열전 (604)N
신작 도서 (303)
신작 영화 (301) N
넷플릭스 오리지널 (133)N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오래된 리뷰 (202)
생각하다 (231)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그대 그리고 나 (17)
서양 음악 사조 (8)
인권 선언 문서 (4)
조선경국전 (5)
중국 영화사 개괄 (5)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카프카의 편지 (6)
팡세 다시읽기 (14)
명상록 다시읽기 (12)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감독과 배우 콤비 (10)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궁극의 리스트 (8)
제9의 예술, 만화 (14)
독립영화의 힘 (4)
생생 스포츠 (10)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첫 문장-아포리즘 (8)

카운터

Total
2,072,609
Today
5
Yesterday
155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singenv's Blog is powered by daumkakao
Skin info material T Mark3 by 뭐하라
favicon

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 태그
  • 링크 추가
  • 방명록

관리자 메뉴

  • 관리자 모드
  • 글쓰기
  • 다양한 시선 (1414) N
    • 신작 열전 (604) N
      • 신작 도서 (303)
      • 신작 영화 (301) N
    • 넷플릭스 오리지널 (133) N
    •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 오래된 리뷰 (202)
    • 생각하다 (231)
      •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 그대 그리고 나 (17)
      • 서양 음악 사조 (8)
      • 인권 선언 문서 (4)
      • 조선경국전 (5)
      • 중국 영화사 개괄 (5)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 카프카의 편지 (6)
      • 팡세 다시읽기 (14)
      • 명상록 다시읽기 (12)
    •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 감독과 배우 콤비 (10)
      •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 궁극의 리스트 (8)
    • 제9의 예술, 만화 (14)
    • 독립영화의 힘 (4)
    • 생생 스포츠 (10)
    •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 첫 문장-아포리즘 (8)

카테고리

PC화면 보기 티스토리 Daum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