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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독재자'에 해당되는 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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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너비 독재자들을 위한 참고서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 2017.01.09
  • 이 책의 매뉴얼 중 하나만 정확히 따르자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2) 2016.03.30
  • <자발적 복종> 복종의 길을 끝내고 자유의 맛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은?(8) 2015.03.09

워너비 독재자들을 위한 참고서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7. 1.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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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 표지 ⓒ에쎄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시대를 이끄는 만큼 그에 반하는 '독재'는 설 자리를 잃었다. 물론 그럼에도 독재자는 존재하고 독재자가 되려는 사람 또한 존재한다. 그 얼마나 매력적인가. '무소불위',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하지 못 할 일이 없는 사람 아닌가. 누가 독재자가 되는 방법이라도 알려준다면 열심히 경청할 자신이 있다.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에쎄)에서 독재자가 되어 빠르게 권력을 얻고 최대한 길게 머무르며 많이 챙기는 방법을 알려준댄다. 그에 앞서 독재자가 되었을 때 가지는 이점을 알려주는데 참으로 주옥같다. 거대한 부를 쌓고 신으로 군림하고 당신 자신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령을 반포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스포츠 경기에서 우승할 수 있고 당신을 기념하는 비석과 궁전, 도시를 세울 수 있다. 또 누구와도 얼마든지 섹스를 할 수 있고 사치와 향락에 얼마든지 빠질 수 있다. 


독재자라면 이정도쯤은 기본으로 해야 하는 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 같다. 참으로 정열적인 그들. 나는 바쁜 걸 싫어하는 타입이라 아쉽게도 독재자가 되기는 틀린 것 같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독재자들은 어떤 삶을 영위하는지. 이 책 하나면 충분할 것 같은데, 한번 들여다보자. 워너비 독재자가 있다면 적극 추천한다. 


'독재자'가 되는 법과 그 자리를 유지하는 법


일단 '위대한 독재자'가 되기 전에 '독재자'가 되는 게 우선이다. 외국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민주적으로 선출된 경우도 있다. 부모를 잘 만나거나 우연히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장소에 있어 권력을 차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걸맞는 야망을 지닌 채 나라가 처한 상황에 맞는 치밀한 계획 하에 한 나라의 통제권을 완전히 가져와야 한다.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 아닌가 싶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이런 건 못하겠다. 


책에서 그 확실한 방법으로 몇 개를 선정했다. 군부를 등에 업은 쿠데타, 국민이 기피하는 지배자를 향한 무장봉기, 외국의 지원, 애국과 민주주의에 호소, 도덕적인 우위의 게릴라전, 확실한 선거전 등. 이 중에 개인적으로, 아니 국가적으로 볼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쿠데타'인 것 같다. 내가 꼭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실제로 가장 많은 독재자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게 확실하다. 


이런 정치적인 기습은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 단골로 등장했다고 하는데, 저자는 군사역사가 에드워드 루트와크의 말을 빌려 반란에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요건을 들이댄다. '경제적인 저개발', '정치적인 독립', '분명한 권력관계'. 과거 우리나라에 최소한 2번의 (성공한) 쿠데타가 있었는데, 아마 이 세 가지 요건을 다 갖춘 상태였을 것이다. 그런데 2번째 쿠데타일 때는 '경제적인 저개발' 상태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을 때라서 요건이 완벽하지 못했던 바, 지금에 와서는 첫 번째보다 두 번째 쿠데타를 더 악질적으로 보고 있다. 그래봐야 도긴개긴이지만. 


독재자가 되는 것도 어렵고 중요하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할 수 있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그래서 꼼꼼한 저자가 그것도 준비했다. 상대적으로 간략한대, '반대파 실종', '선거 승리', '신과 함께 하는 독재자' 정도가 되겠다. 이 세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니 어느 것 하나를 내세울 수 없다. 짧고 굵은 독재자 생활을 하고 싶지 않으면 철저히 숙달하고 완벽하게 실전에 옮겨야 하겠다. '위대한 독재자' 시험 문제를 낸다면 단골 중 단골이다. 워너비 독재자들, 부디 필수 암기 하시길. 


'이제 완벽한 내 세상', 파라다이스


이정도만 완수해도 '이제 완벽한 내 세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을 것이다. 이제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길 바란다. 신이 되어도 좋고, 부자가 되어도 좋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도 좋고, 스포츠 챔피언이 되어도 좋고, 패셔니스타가 되어도 좋고, 섹스 머신이 되어도 좋다. 누가 뭐라고 하면 그를 '실종시켜' 버리면 된다. 문제될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야말로 파라다이스, 이 파라다이스엔 비단 그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함께 한다. 이 얼마나 가정적인 모습인지. 일가친척들을 극진히 챙기는 모습에 감동 받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국민들이 나라를 떠나가거나 굶어 죽어도, 국토가 황폐해지거나 침공당해도 파라다이스는 영원할 것이다. 이 나라가 다름 아닌 나의 것인데, 얹혀 사는 국민이 뭐라 할 말이 있고 뭐라 할 게 있겠는가. 파라다이스는 파라다이스다. 


그런데 영원한 것 없다고 성현께서 말씀하셨다. 성현께서는 모든 걸 대비해야 한다고도 말씀하셨다. 현명한 독재자라면 성현의 고매한 말씀을 받들어야 하지 않을까? 비록 신과 동급이라고 해도 말이다. 안 들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언젠가 맞이할 종말에 대비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본다. 


독재자를 마치는 법


유감스럽지만 많은 독재자들이 재임 중에 목숨을 잃는다. 아프리카 적도 기니의 프란시스코 마시아스 응게마는 101번이나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되었고, 아프리카 리비아의 무아마르 알카다피는 반군으로부터 사살되었으며, 유럽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부부는 국민에게 사로잡혀 즉결재판으로 처형되었다. 이런 비참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조짐이 보이면 빨리 망명을 해야 한다. 아무 곳으로 할 수는 없으니, 미리 망명지를 물색해놓는 게 필수다. 오랫동안 프랑스가, 특히 식민 지배를 받은 경우, 권좌에서 쫓겨난 독재자에게 이상적인 도피처였다고 한다. 또는 친하게 지내는 다른 나라 독재자들에게 가는 것도 괜찮다. 잘 보살펴 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있는데, 절대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게 그것이다. 독재자가 행한 모든 것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니라 모두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것이다. 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해도 되는데, 여기 기가 막힌 말이 있다. 이 역시 달달 외우고 실전에 써 먹어라. 폴란드의 마지막 국가평의회의장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 장군과 에티오피아의 전 독재자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의 말이다. 


"나보고 살인자라고 말하지만 나는 정치가였다. 나에게는 나름대로 이상이 있었다. 나는 사회주의를 신봉했다. 나에게 죄가 있다면 나와 같은 세대 모두에게 죄가 있다. 누가 내 자리에 있었다고 해도 나와 똑같이 했을 것이다." 


"나는 군인이다. 나는 오로지 부족주의와 봉건주의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나선 것 뿐이다. 내가 실패한 것은 단지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민중 학살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혁명과 국민 전체의 행복을 목표로 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정당한 전쟁과 다를 바 없었다."


'위대한 독재자', 그리고 국민


'국민의 안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독재, 50여 년 전 우리나라에도 이와 일치하는 신념으로 독재의 전횡을 훌륭하게 휘둘렀던 사람이 있다. 18년 동안 권좌에 있었는데, 글쎄, 살아 있었다면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을까? 카메룬의 폴 비야는 1975년부터 40년 넘게, 적도 기니의 테오도로 응게마 오비앙 음바소고는 1979년부터 35년 넘게,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는 1980년부터 35년 넘게 나라를 다스리고 있다니 가능할 수 있겠구나 싶다. 독재자의 교본과도 같은 이들이다. 


'위대한 독재자'란 뭘까. 쫓겨나거나 암살 당하거나 나라가 망하지 않고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키는 독재자?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정한다. 그래도 진정으로 위대한 독재자라면 빨리 치고 오래 있다가 안전하게 빠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즉, 빠르게 권력을 얻고 최대한 길게 머무르며 많이 챙기고 안전하게 빠지는 것 말이다. 완벽한 것 같다. 


세계 정세나 국내 정세가 어려울 때 독재자가 득세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다른 어느 때도 아닌 요즘이 적기인 것 같다. 워너비 독재자들과 그 일가친척들, 그리고 그에 달라 붙어 기생하는 좀 같은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반드시 이 책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을 꼭 읽고 숙달한 뒤 실행에 옮기길.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잊지 말고 유념해야 할 게 있다면 하나 뿐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국민'이다. 이 책에선 벌레 발에 낀 때만도 못한 존재처럼 존재감도 힘도 없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국민은 힘이 엄청 세다. 신도 그 자리에서 끌어 내려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신이 되고자 하는, 고로 아직 신이 되지 못한 워너비 독재자에겐 우선 잘 보여야 하는 대상이요, 신이 되고 나서는 반드시 밟아 버려야 하는 대상이겠다. 노파심에 마지막 조언을 드리니, 꼭 잊지 말고 유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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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독재자, 망명, 위대한 독재자가 되는 법?,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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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뉴얼 중 하나만 정확히 따르자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6. 3. 3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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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표지 ⓒ문학동네


혁명. 대의를 위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피 튀기는 투쟁 끝에 독재자를 끌어내린다. 자연스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고 독재 정권 아래서 힘들게 살아왔던 이들이 활짝 기지개를 편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고, 꿈 같은 현재를 즐기며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혁명, 이토록 좋은 세상을 주는데 누구든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왜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가. 


먼저,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혁명에 동참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자신의 모든 걸 뒤로 한 채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세상을 바꾸고자 죽음을 무릅쓰고 혁명에 동참할 사람이? 5,000만 명의 인구에서 5만 명이라도 있다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장렬히 산화한 이들이 많다. 


어떤 방법으로든 독재자를 끌어내렸다고 하자. 그런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는지? 이 독재 정권을 파괴하는 데만 해도 벅찬대 어찌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겠는가 하고 생각하고 있을 게 다분하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독재자를 끌어내려고 또 다른 독재자가 그 자리를 꽤 찰 것이다. 이 역시 역사를 들여다보면 무수히 발견할 수 있는 경우다. 


과연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훌륭한 민주주의 정권을 세웠다고 하자. 그렇게 하면 끝나는 걸까?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을까? 저절로 행복한 미래가 만들어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놓아버리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혁명에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비폭력 투쟁은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가


'혁명'하면 가장 먼저 누가 떠오르는가. 체 게바라, 레닌, 마오쩌둥. 반면 간디, 넬슨 만델라, 마틴 루서 킹은? 이들은 모두 혁명의 세기인 20세기 인물들로 인류 역사를 대표할 만한 이들이다. 다만, 앞의 세 명은 유혈이 낭자한 폭력 투쟁을, 뒤의 세 명의 비폭력 투쟁을 하였다. 그런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들은 폭력 혁명가들이다. 그들은 카리스마가 넘치고 그들의 삶은 화려하다. 반면 비폭력 투쟁은 그렇지 않다. 무엇이 진정한 투쟁인가? 이에 세르비아의 세계적인 비폭력 운동가 스르자 포포비치는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문학동네)를 통해 비폭력 혁명을 설파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방법'을 설명하는데, 먼저 비폭력 투쟁의 모습과 특징을 보여주며 이어 비폭력 투쟁을 적용하는 실질적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저자에 대해 말하자면, 저자 스르자 포포비치는 세르비아의 세계적 반독재 비폭력 운동 단체 오트포르!의 리더였으며, 비폭력 행동주의와 전략 응용 센터인 캔바스를 설립해 여러 나라의 민주화 운동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 책은 '오트포르!'와 '캔바스'의 활동, 그리고 '직접적인 도움'과 함께 '여러 나라의 민주화 운동'을 사례로 풀어나간다. 그리고 역사상 수많은 비폭력주의 운동 사례가 함께 한다. 


저자의 '강의'를 요약해보자. 먼저 이길 수 있는 작은 전투가 무엇인지, 내 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세울 수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이건 싸움의 절반에 불과하고 나머지 절반은 새롭게 얻은 지지자들에게 그들이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건 다름 아닌 비전이다. 사람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 귀 기울이고 비전에 그들이 바라는 바를 포함 시켜야 한다. 사람들에게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비로소 비폭력주의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제 권력을 지탱하는 기둥이 어떤 모습인지 알아야 한다. 저자는 '비폭력 투쟁 이론의 아버지'로 알려진 미국학자 진 샤프의 이론을 들어, 모든 정권은 몇 안 되는 기둥에 유지되며 기둥 한두 개에 압력을 가하면 체제 전체가 붕괴된다고 말한다. 모든 독재자는 경제적 기둥에 의지하며, 다름 아닌 평범한 국민들에 의해 유지된다. 즉, 평범한 국민들에 의해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흘러가면 독재자는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웃음과 유머 전략, 역풍 전략을 얹어라. 


당신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들의 싸움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제일 먼저 이야기하기에 제일 중요한 건, 바로 '통합'이다. 운동을 하려면 언제나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에게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2011년 미국의 오큐파이 운동을 대표적 실패 사례 중 하나로 뽑았는데, 이 운동을 엄청난 유명인들이 지지했지만 미국 내에서 매우 구체적인 특정 계층에게만 큰 호소력을 지녔다고 일침 한다. 이는 제대로 된 통합을 하지 못한 채 선거를 치러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현재 대한민국 정치계의 야권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의 대신이다. 제발 좀 통합합시다. 더 광범위하게. 당신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들의 싸움이기도 하니까. 


비폭력주의 운동의 역사적 인물인 넬슨 만델라는 본래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남아공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맞섰다. 그러다가 몇 번이나 체포되어 투옥되었고 이후 극단적 폭력주의자가 되었다. 수없이 많은 공격을 감행했고 정부의 가장 두려운 적이 되었다. 그는 다시금 체포되어 27년 간 투옥되었는데, 노선을 완화해 다시금 비폭력의 상징이 되었다. 폭력으로는 그와 국민이 누리고자 하는 미래를 성취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숫자 상으로도 비폭력 투쟁의 성공 확률이 폭력 투쟁의 성공 확률을 앞선다고 한다. 26%대 53%다. 저자는 통합, 계획, 그리고 비폭력이 성공적 투쟁의 삼위일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마무리가 있다. 위에서 말했던 '혁명에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다' 라는 생각과 이어진다. 무슨 말인고 하면,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성과는 제대로 민주주의를 정착 시키는 과제를 마친 후에야 비로소 승리로 간주될 수 있다는 얘기다. 원하던 목적을 이룬 순간이 언제인지 파악하고 제때에 승리를 선언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를 잊으면 안 된다. '독재자 퇴진'이 끝이 아닌 것이다. 


이 책의 매뉴얼 중 하나만 정확히 따르자


우리나라는 4.19 혁명, 부산마산 항쟁, 6.10 항쟁을 통해 우리 힘으로 독재자를 끌어내리고 민주화를 달성한 역사가 있다. 그 정신은 1919년 3.1 혁명으로부터 이어진, 굉장히 유서 깊은 '전통'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 혁명의 깃발을 내세우고 시위에 나선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떤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부터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그들을 지지하지만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유권자들 상당수가 특정 정당을 응원하며 선거를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그나마' 낫다거나, '어쩔 수 없이' 찍고 있는 것 같다. 나부터 그러니까. 이 역시 '우리'와는 상관 없는 '그들' 만의 리그 같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래도 최소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뜻을 보태야 하겠다. 


이 책의 매뉴얼 중 하나 만이라도 정확히만 따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수단의 운동 단체 기리프나의 '우리는 이제 신물이 난다', 오트포르!의 2010년 메시지 '그는 끝났다' 같은 여러 이익 단체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합할 수 있는 하나의 메시지를 통해 광범위한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도 싸워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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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넬슨 만델라, 독재자,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 민주주의, 비폭력 투쟁, 정치, 폭력, 혁명
  • BlogIcon 空空(공공)
    2016.03.30 09:21 신고

    4월 13일이 그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 BlogIcon singenv
      2016.04.12 16:48 신고

      이제 내일로 다가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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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복종의 길을 끝내고 자유의 맛을 얻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3.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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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자발적 복종>



<자발적 복종> ⓒ생각정원



세월호, 땅콩회항, 밀양 송전탑, 쌍용차 해고, 제주 해군기지 등 한반도 여기저기에서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작년에 일어난 사건도 있고, 몇 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사건도 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시작된 이 사건들은, 시간이 갈수록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모르게 포메이션 된다. 


언론은 그 사건 자체, 대형 사건 자체에 관심이 있을 뿐 더 이상 깊이 들어가 자세한 내막을 들추려 하지 않는다. 그런 언론이 있다 해도, 다른 언론들이 벌떼 같이 달려 들어 장막을 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사람들 머리에서 지워지고 당사자들만 남아 힘겨운 싸움을 계속 한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거짓인지 알 수 없이 말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멈추지 않는다. 이들을 도와주고 함께 하는 이들 또한 멈추지 않는다. 이는 곧 복종하지 않는 것이다. 굴종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거대한 권력의 힘이 압박해 앞길을 막아도, 그보다 더한 조롱과 회유가 흔들리게 해도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자유로워 보인다. 시대의 권력 앞에, 물질적 권력 앞에, 보이지 않는 권력 앞에 무릎 꿇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까. 


500년 전 프랑스의 한 청년 법학도가 낸 목소리 또한 흔들리지 않고 자유를 노래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라 보에시의 <자발적 복종>(생각정원). 그는 이 얇디 얇은 책을 통해 '복종'과 '자유'를 말한다. 사람들은 왜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자유를 갈망하지 못하는가? 권력자들은 어떻게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의 맛을 잃어버리게 하고, 그들 스스로 복종의 길을 택하게 만드는가? 자발적 복종을 끝맺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왜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자유를 갈망하지 못하는가?


"멍에를 지고 태어나 노예 상태에서 성장하고 교육받은 사람들은 전 세대가 어떤 삶을 누렸는지 알지 못하고 그들이 태어난 대로 사는 것에 만족한다." (본문 중에서)


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자유를 갈망하지 못하는 지에 대한 저자의 답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환경이었기에 자연스레 그렇게 밖에 살 수 없게 되었고 그런 생각 밖에 할 수 없게 되었으며 태생적으로 부여받은 자유를 망각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지금보다 옛날이 무조건 더 못 살았을 것 같고, 더 비참했을 것 같으며, 더 멍청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지금에 만족하게 되고 내가 사는 이 환경이 하등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옛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활동하던 시대가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지혜와 지식이 빛을 발할 수 있고,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지금보다 더 민주주의적이며, 팍스 로마나 시절의 중산층이 누렸던 부는 지금의 중산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돈의 노예로 길들여지는 지금의 우리는, 돈에, 권력에 아부하는 지금의 우리는 과연 옛날 사람들보다 나을 게 있을까? 우린 전 세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관심이 없고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고 살아가고 있다. 자유롭지 않는 그 무엇을 자유라 부르고, 복종을 복종이라 부르지 않은 채로. 


권력자들은 어떻게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의 맛을 잃어버리게 만드는가?


"대부분의 전제군주들이 물밑에서 백성들을 어리석고 나약하게 만들기 위한 술수를 모색했고, 다양한 방법들을 실행으로 옮겼다."(본문 중에서)


권력자들은 어떻게 사람들로 하여금 자유의 맛을 잃어버리게 만들까? 그들이 쓰는 방법은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주 줄기차게 써먹고 있다. 향락과 소비의 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뒤로는 지식인의 씨를 말리려 하는 것이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들이 나라 전체를 좌지우지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과거 전두환 군부 독재 정권이 시행한 '3S 정책'이 이와 정확히 일치한다. 스크린(Screen), 스포츠(Sports), 성(Sex) 또는 속도(Speed)로 국민들의 시선을 완전히 향락과 소비의 문화로 돌려버리게 하려는 '우민화 정책'. 이 정책은 아주 잘 먹혀 들어간 듯하고, 지금 여기에 하나라도 걸쳐 있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자발적 복종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일은?


"자유를 얻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그것을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된다."(본문 중에서)


그렇다면 이 자발적 복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자각'과 '용기'를 말한다. 저자는 거기에 어떤 크나큰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자유를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자유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자유롭게 된 이후의 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 무엇보다 자유의 맛보다 복종의 맛을 더 좋아하기 쉽다는 것. 


위에서 언급한 많은 사건들의 당사자들은 복종의 맛보다 자유의 맛을 더 좋아하고, 음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분명하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이 반드시 존재하며 그들 덕분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자유의 맛을 오롯이 음미하는 것이 물리적·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다는 건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국가, 기업, 가족, 조직, 모임 등의 우산 안에 들어 있을 때 알게 모르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지 않은가? 그 권력 또는 권력 아닌 권력의 호수 안에서 헤엄치면 안전하지 않는가 말이다. 먼 바다 한 가운데에서 생존을 걸고 사투를 벌이는 게 자유의 필연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런 자유의 맛을 음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500년 전에도, 500년 후에도.


이 책을 지금 시점에 출간하는 의미는 너무나 당연하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자유에서 복종으로, 독재로 역행하고 있다는 것.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합종연횡과 유착으로 그 어디에도 손이 뻗어 있다는 것. 그럼 한 번 일독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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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권력, 독재, 독재자, 라 보에시, 복종, 자발적 복종, 자본, 자유
  • BlogIcon 空空(공공)
    2015.03.09 09:13 신고

    자각은 하는데 용기가 아직 없군요
    일독해야할 책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3.13 08:43 신고

      자각도 있고 용기도 있지만 현실이라는 큰 벽이ㅠㅠㅠ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5.03.10 01:30 신고

    중요한 지적이네요..
    서평 잘 읽고 가요
    오늘 날이 무척 추워요! 감기조심하시구요~~

    • BlogIcon singenv
      2015.03.13 08:44 신고

      주저리주저리 말고 짧고 굵은 지적이었던 것 같아요~ 날씨가 오락가락합니다. 건강 챙기셔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5.03.10 10:27 신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이유는 거기서 벗어나면 자기 자신에게 손해되기 때문이죠. 특히 기득권에 반대되는 일을 하면 자기에게 손해가 되는데, 자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쁘고 먹고 사는것도 힘든데...;;;

    • BlogIcon singenv
      2015.03.13 08:45 신고

      그러게나 말입니다..ㅠㅠ 먹고 살기 위해서도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죠.

  • BlogIcon 늙은도령
    2015.03.19 17:48 신고

    대단히 중요한 철학을 담아낸 책입니다.
    보수가, 기득권이 극소수이면서도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3.22 16:44 신고

      단순하지만 막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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