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책읽는 지하철
제가 일주일에 서평을 최소한 2편 이상 쓰지만, 사실상 책읽기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루에 2-3시간 남짓. 오로지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만 읽죠. 집에 오면 놀고 글쓰기 바쁘고, 출근하면 일하기 바쁘죠. 반면 출퇴근 지하철 안의 짜투리 시간은 오롯이 저만의 시간입니다. 물론 저도 지하철 안에서 책만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단 제가 주로 타고 다니는 서울 2, 4호선은 사람 많기로 유명하고요. 결정적으로 스마트폰의 유혹이 너무나 강합니다. 또 그로 인해 요상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다들 스마트폰을 하고 계시는데, 나만 책을 펴고 있자니 뭔가 뒤쳐진다거나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는 느낌이랄까요. 부끄럽지는 않지만 왕따가 된 느낌이 종종 들곤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요즘따라 몇몇 동지(?)들이 눈에 띄니 마음이 많이 놓이네요.
제가 지하철에서 책을 보기 시작한 지가 올해로 10년 째네요.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던 고등학교 때는 볼 시간이 없었지만, 비교적 먼 거리에 있었던 대학교 덕분에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같이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을 오로지 지하철 안에서만 읽었다는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아 봅니다.
전 말 그대로 전 지하철을 탔다하면 책부터 꺼냅니다. 자연스레 항상 책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죠. 사실 지하철에서는 무엇이든 해야할 것만 같아요. 버스나 기차처럼 모두 다 정면을 향해 있지 않아 가만히 반대편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뻘쭘하고요. 버스나 기차처럼 창 밖 풍경을 볼 수도 없죠. 10년 전에는 지하철 안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가지를 봤었어요. 지금은 그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하고 있죠. 반면 책을 읽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런 광경이 가능하기나 할까요. 그런데 그들은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h ttps://www.facebook.com/BookMetro
그런데 저같은 사람이 그래도 꽤나 계시겠죠? 그런 분들이 모여서 어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일명 '책읽는 지하철' 플래시몹. 작년 12월 쯤에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페이스북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제 페이스북 친구분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저도 시작하기 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죠. 살짝 의견을 제시한 적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 '책읽는 지하철' 플래시몹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요?
먼저 '플래시몹'이란 뭔지? 플래시 몹이란 "이메일이나 인터넷 커뮤니티, 휴대폰 연락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주어진 행동을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플래시몹은 갑자기 폭증한다는 뜻의 플래시크라우드와 참여 군중을 뜻하는 스마트몹의 합성어로, 2002년 10월에 출간된 하워드 라인골드의 <참여군중>(황금가지)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하네요.
책읽는 지하철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쳐. https://www.facebook.com/BookMetro
그렇습니다. '책읽는 지하철'은 페이스북 홈페이지(https://www.facebook.com/BookMetro)를 통해 신청을 받고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신도림역에서 만나 홍대입구까지 책을 읽는 모임입니다. 그리고 나서 홍대입구역에 있는 카페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독서모임을 갖는다고 하네요. 사실 전 이 플래시몹과 모임에 한 번도 참여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이런 동기를 일부러 만들지 않더라도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으니까요.
'책읽는 지하철'은 첫 회에서 8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2배 이상의 참가자가 함께 하고 있다죠. 또 4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참여했고, 이를 계기로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후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얼마전에는 신경숙 작가도 참여해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죠. 올해는 지난 11월 23일을 마지막으로 얼마간에 휴식기를 갖는다고 하네요. 내년 1월에 다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그때는 한 번 시간을 내서 참여해 볼까요?
제목을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라고 했는데, 사실 출판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의 지식과 문화 함량을 전체적으로 높여주는 프로젝트라고 생각되네요. 정말 멋있는 캠페인이라고 생각되고요. 문제 의식을 실천으로 승화시킨 점을 높게 사고 싶네요.
책읽는 지하철 캠페인 홍보 자료. https://www.facebook.com/BookMetro
2013.12.12 08:40 신고
^.^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교수님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일본 대학생은 일년 평균 독서량이 74권.
우리나라 대학생은 일년 평균 독서량이 2권.
물론 전공 제외한 수치랍니다.
전 그 일본아이들이 읽는 <만화>도 저 수치 안에 포함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봤습니다.
너무 심한 차이가 나니까요.
지식과 정보의 습득에는 단순한 하나의 감각만 써서는 기억효과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공감각이 되어야 훨씬 효과가 큽니다.
그러므로 눈으로 보고,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가끔 혀에서 침을 묻혀서 미각도 쓰고, 그 냄새도 맡아보기도 하고, 또 책장 넘기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현실의 책이 훨씬 기억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전자책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스마트폰 등의 매체 혹은 컴퓨터 모니터 등은 종이같은 <반사체>가 아니라 <발광체>입니다.
그런 발광체는 순간적으로 감성뇌인 <우뇌>를 자극합니다.
우뇌는 반응은 빠르지만 쉬 피로해지는 특징이 있지요.
그에 비해 좌뇌는 논리적, 순차적으로 보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반응한답니다.
많은 책이 논리적 구성으로 되어 있으므로 좌뇌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므로 발광체의 우뇌를 자극해서, 현대인들은 빨리 반응하고 또 후회합니다.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고, 한 번 보낸 카톡 메시지는 결코 다시 수습할 수 없다'는 현대 격언도 전부 우뇌 반응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대체적, 전통적으로 여자는 감성적, 남자는 논리적이라고 합니다.
어제 제 블로그에 올린 부분에서 다루었지요.
그래요. 출판계를 살리려면 독자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수사학>이 필요합니다.
강력한 명분을 세워서: ethos
감정을 움직이고: pathos
그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라!: logos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의 Rhetoric(수사학)인데, 그 짧은 논문이 아직도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되지 않았더군요.
다만 오래전에 서울대학교 출판부에서 약간만 다뤘지요.
이 레토릭이 서양 역사 이천 여년간 정치에서 문화에서 혹은 문학에서 폭 넓게 이용되어 왔는데 말이지요.
문학에서 대표적으로 인용된 예는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에서 시저를 죽인 브루투스가 로마 시민 앞에서 했던 연설, 그 연설의 반대 연설을 했던 안토니우스의 연설에서 나타납니다. 사실 문학작품을 읽을 때도 이런 배경을 알면 훨씬 재미있겠죠.
아무튼 저도 그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출판계가 튼튼해져야 위의 레토릭같은 훌륭한 책도 출판할 수 있겠지요.
좋은 하루, 멋진 하루 되세요. ^.^
2013.12.12 18:23 신고
아,,,아,,, 마인드맨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댓글 보면서 감탄하고,
또 생각의 틀이 커진 건 또 처음인듯 합니다.
지식과 정보의 습득에는 공감각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는 말씀에 심히 공감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아직 출판되지 않았다는 건 엄청난 충격이네요;;;
2013.12.12 08:52 신고
우와 한 번 타보고 싶네요. 너무 좋아보여요.
2013.12.12 18:24 신고
저도 너무 좋아보여서 소개해드리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ㅋ
2013.12.12 09:56 신고
정말인지 지하철에서만 책을 읽어도 평생 굉장한 독사량이 쌓이겠네요.
부끄럽지만, 실은 저도 최근에서야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지하철에서 책읽는게 정착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2013.12.12 18:24 신고
좋습니다. 좋아요.
지하철은 독서하기에 최적의 장소인듯ㅋ
2013.12.12 10:16 신고
좋은 변화 인거 같네요^^
저두 한번 타보고 싶네요.
시도때도 없이 읽는게 책이라지만,
버스는 좀 불편해서... ㅎ
잘보고 갑니다^^
2013.12.12 18:25 신고
칸 전체가 책읽는 사람들 뿐이라고 하네요~
재밌고 신기한 체험일듯해요!
2013.12.12 11:46 신고
책읽는 지하철 플래시몹 정말 멋집니다.^^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을 길에서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보시는 분들 너무 많더라구요.
확실히 책 읽는 모습이 더 멋져보입니다...ㅎㅎ
행복한 목요일 보내세요!
2013.12.12 18:25 신고
그렇죠! 참으로 멋진 일이예요.
저도 내년부터는 시간을 좀 내보려구요~
2013.12.12 13:22 신고
좋은 컨텐츠 포스팅 하시는 군요 구독신청하고 갑니다 ㅋ
2013.12.12 18:26 신고
앗, 감사합니다ㅋ
나름 세상을 올바르게 바꾸려는 목적입니다ㅋㅋ;;
2013.12.12 16:09 신고
너무 잘 보고 갑니다.
남은 하루도 의미있는 시간이시길 바랍니다.
2013.12.12 18:26 신고
감사합니다~
2013.12.12 18:40
저도 예전에 지하철 출퇴근 하던 시절에는 책을 읽었는데...요즘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서 못 하고 있습니다. ^^;
대신 원래 운동시간이었던 시간을 독서시간으로 돌려놓긴 했죠.
저런 운동도 나쁘진 않네요. 인식 전환용으로.
2013.12.12 20:40 신고
진짜 인간인란 주위의 영향을 참 많이 받는 동물인 만큼 저렇게 인위적(?)으로나마 책읽는 사람들이 주위에 바글바글하면 독서에 관심 없다가도 출퇴근길에 책을 보게되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는 버스로 출퇴근해서 =ㅁ=;;; 출퇴근길에 독서를 하려면 키미테가 필요할듯;;; 해서 요즘은 팟캐스트를 듣고 있는데 요것도 참 독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줘서 좋네요 ㅎ
2013.12.12 20:54 신고
잘 알아 갑니다 ^^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세요~
2013.12.17 23:34
1회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말 좋아요.
포스팅 백번 해야 한 번 오느니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