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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출간 연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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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출간 연재-2'에 이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들은 까불면서 장난을 치려고 존 노인의 주위를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발을 구르고, 머리를 흔들고, 그의 모자를 주둥이로 눌러서 눈을 덮어버리기도 했다.

“그만 해!” 그가 외쳤다. 하지만 그는 암말의 갈기를 잡아당기고 수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이 말들이 마지막으로 일을 한 게 언젭니까?” 나는 물었다.

“한 12년쯤 됐을 거요.”

나는 존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12년 동안 말들은 줄곧 여기 있었나요?”

“여기서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놀고…… 은퇴한 거나 마찬가지요. 그때까지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만한 보상은 받을 만하지.” 그는 잠시 어깨를 웅크리고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말없이 서 있다가 마치 혼잣말처럼 조용히 말했다. “내가 노예처럼 일하던 무렵엔 이 녀석들도 노예나 같았지.”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연푸른 눈 속에서 그가 동물들과 함께 나눈 고통과 고난을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감추어졌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12년이라니! 도대체 이 말들은 몇 살이나 됐습니까?”

존 노인의 입이 한쪽 구석만 말려 올라갔다.

“당신이 수의사니까 나한테 알려줘 보시오.”

나는 이빨의 마모도와 경사도 같은, 말의 나이를 판정하는 여러 단서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그리고 얌전히 서 있는 암말의 윗입술을 뒤집고 이빨을 살펴보았다.

“맙소사!” 나는 놀라서 숨을 헐떡거렸다.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앞니는 엄청나게 길었고, 앞으로 튀어나와 약 45도 각도로 위·아랫니가 서로 만나고 있었다. 어금니에 홈은 전혀 없었다. 그것은 닳아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웃으면서 존 노인을 돌아보았다.

“나이가 몇 살인지는 추측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영감님이 말씀해주셔야겠는데요.”

“암말은 서른 살쯤 됐고, 수놈은 한두 살 어려요. 암말은 새끼를 열다섯 마리 낳았고, 이빨에 약간 문제가 있는 것 말고는 병을 앓은 적이 없다오. 이빨을 몇 번 갈아주었는데, 이제 또 갈아주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둘 다 쇠약해지고 있어서, 건초를 씹다가 입에서 조금씩 흘리고 있지. 수놈이 더 심해서 먹이를 씹는 것도 이 녀석한테는 아주 힘든 일이오.”

나는 암말의 입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혀를 잡고 한쪽으로 끌어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어금니를 재빨리 조사해보니 내가 의심한 대로 윗니의 바깥쪽 가장자리가 너무 많이 자라서 톱니처럼 깔쭉깔쭉해 볼을 자극했다. 아래쪽 어금니의 안쪽 가장자리도 비슷한 상태였고, 그 때문에 혀의 피부가 약간 벗겨져 있었다.

“제가 곧 암말을 편안하게 해주겠습니다. 저 날카로운 이빨 가장자리를 줄로 갈아내면 신품과 마찬가지로 좋아질 겁니다.”

나는 기구 상자에서 줄을 꺼낸 다음, 한 손으로는 말의 혀를 잡고 뾰족한 부분이 충분히 줄어들 때까지 이따금 손가락으로 확인하면서 이빨의 거친 표면을 갈아냈다.

“이 정도면 되겠어요.” 잠시 후에 나는 말했다. “너무 매끄럽게 갈고 싶지는 않네요. 그러면 말이 먹이를 으깨지 못할 테니까요.”

존 노인은 약간 투덜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소. 이젠 다른 녀석을 좀 봐주시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저 녀석이 훨씬 더 잘못되어 있다오.”

나는 수말의 이빨을 만져보았다.

“암말과 똑같은데요. 이 녀석도 금방 고쳐놓겠습니다.”

하지만 줄을 밀 때 나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불쾌한 느낌을 받았다. 줄이 입 뒤쪽까지 완전히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줄을 막고 있었다. 나는 줄질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최대한 밀어 넣어 탐색해보았다. 그리고 이상한 무언가에 부딪혔다.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될 장애물이었다. 그것은 입천장에서 아래쪽으로 튀어나온 커다란 뼈 같았다.

이제는 제대로 봐야 할 때였다. 나는 회중전등을 꺼내 혀 뒤쪽을 비추었다. 이제 문제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위쪽의 마지막 어금니가 아랫니 위에 겹쳐져서 뒤쪽 가장자리가 이상할 만큼 비대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8센티미터쯤 되는 칼 모양의 미늘이 잇몸의 부드러운 조직 속으로 뚫고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것은 뽑아버려야 할 것이다. 그것도 당장. 나는 두려움에 몸이 떨리는 것을 겨우 억눌렀다. 그것은 무시무시한 가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긴 손잡이가 달린 그 가위에는 가로대로 작동하는 나사가 있었는데, 그것은 보기만 해도 오싹했다. 나는 누군가가 풍선을 부는 것도 무서워서 못 보는 사람인데, 이것은 그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우선 가위의 날카로운 날을 이빨에 고정시키고 가로대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돌린다. 곧 이빨이 거대한 지레장치 밑에서 신음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언제라도 이빨이 부러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빨이 부러질 때는 누군가가 귀에 대고 소총을 발사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대개 큰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이때였다. 하지만 다행히 이 말은 얌전한 늙은 말이니까, 뒷다리로 일어나서 춤을 추며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지나치게 자란 부분에는 신경이 공급되지 않으니까, 말은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소음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 10점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도서출판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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