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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우리가 사랑한 인문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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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5년 인문학 분야 키워드와 이슈>


2015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지난 1년 동안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와 노사정 대타협, 국정화 교과서 파문이 생각나네요.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과 신경숙 표절 사태도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터질지 몰라 항상 노심초사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불안한 형국은 문화계, 특히 출판계에 불어 닥쳤는데요. ‘아들러 현상의 광풍이 한 해 내내 지속되었습니다. ‘아들러 현상을 필두로 2015년 출판계의 인문학분야에서 가장 했던 키워드와 이슈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아들러 광풍’ ‘아들러 신드롬



201411, <미움받을 용기>가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바로 직전까지 출판계를 견인했던 <비밀의 정원>컬러링북 열풍의 뒤를 이어 출판계를 견인합니다. 그 인기는 2015년 내내 지속되었는데요. 단적인 예로, 일 년이 51주죠? <미움받을 용기>는 자그마치 42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고수했습니다.

 

그뿐이겠습니까? 이 책의 핵심인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책이 1년 간 족히 40권은 출간되었습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 덕분에 인문학분야 판매량이 작년보다 10% 넘게 올랐다고 합니다. 초베스트셀러가 이런 식으로 파이를 넓힌 적을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비밀의 정원>도 비슷했는데요. 독점적인 베스트셀러가 아닌 관련 분야의 파이를 넓히는 베스트셀러는 대찬성입니다. 개인적으로 주로 인문학 책을 읽는데, 내심 기쁘군요. 거기엔 분명 독자들을 잡아 끌만한 무엇이 있었을 것입니다. 다름 아닌 행복이죠.

 

불안하기만 하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행한 한국에서 행복을 외치며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아들러의 가르침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의 대담 형식도 한 몫 했다고 봅니다. 특히 청년을 포지션 시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전 세대의 마음을 노크했죠. <미움받을 용기>를 필두로 한 아들러 심리학의 열풍과 인문학 분야의 전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최소한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까지는 말이죠.

 

이 시대에 맞는 교양은 지대넓얕과 함께

 



<미움받을 용기>보다 딱 일주일 늦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이 출간됩니다. <미움 받을 용기>가 이미 일본에서 2014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8개월 만에 40만 권 판매를 기록한, 입증된 책이었던 반면, 이 책은 입증된 콘텐츠이되 입증된 책은 아니었습니다. 화제의 팟캐스트에 불과했습니다. 수많은 최고의 팟캐스트 콘텐츠가 책으로 나왔지만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진 못했죠. 그런데 이 책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최고의 2등이었죠. 그 앞에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이 시대에 맞는 가장 완벽한 교양 인문학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세상엔 알아야 할 게 너무 많고, 각종 지식과 정보들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어떤 지식을 어떻게 섭렵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시대죠. 그 와중에 해야 할 건 많습니다. 진득하게 앉아 천천히 그 방대한 지식을 들여다볼 수 없죠. 이 책은 바로 그런 심리를 꿰뚫어본 것입니다.

 

<지대넓얕>을 보면 그 지식의 개수가 무수히 많습니다. 반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굉장히 얇아요. 예를 들어, 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과 같이 20세기 최대 사건을 단 3~4장에 설명해 버립니다. 그만큼 밀도가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만을 추려놓은 느낌이죠. 핵심만 콕 짚어 알려주는 선생님이 덕분에 시험공부를 잘 할 수 있었던 학창 시절을 생각나게 합니다.

 

<미움받을 용기>와 더불어 이 책이 인문학분야의 파이를 넓히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는데요. 그 때문일까요? <미움받을 용기>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런 모습이 더 좋은 것 같네요.

 

그런데 <지대넓얕>의 인기를 마냥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시대 지식의 소비층이 얇다는 반증이기도 할 테니까요.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읽지 않으려 한다는 점도 씁쓸합니다. 그렇지만 시대는 변하고 변화에 맞춰 지식의 유통 방식과 모양 또한 변해야 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고전의 재해석! 고전의 재활용?

 


 


지난 10월에 출간되어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이라는 책인데요. 250년 전에 쓰인 애덤 스미스<도덕감정론>을 현대인의 삶에 맞추어 새롭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예상할 수 없었는데요.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이해와 지혜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전의 재해석인지 재활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편 작년 3월에 시작된 소와다리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시리즈가 궤도에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오래된 고전의 초판본을 그때 그대로 되살린, 참신한 프로젝트인데요. 소장본으로 아주 높은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도서인 경우 그 나라 말과 한글판을 전부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고전의 재활용이네요.

 

<강의> 이후 10년 만에 신영복선생이 들고 나온 <담론>은 상반기의 마지막을 주름잡았죠. 메르스 사태 때문에 더 나아가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이 책은 신영복 선생이 고전으로 강의를 한 것을 바탕으로 했는데요. 고전을 아주 잘 활용한 예입니다.

 

2015인문학분야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이처럼 고전을 이용한 책들이 눈에 띕니다. 이밖에도 <곁에 두고 읽는 니체>, <주역인문학>,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Great 인문학 세트> 등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물론 이런 종류의 책은 예전부터 출간되어 왔습니다. 그럼에도 올해 유독 눈에 띄었던 건 출판사의 선택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015년의 경우, ‘인문학분야에서 <미움받을 용기><지대넓얕>이 너무 큰 산이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콘텐츠, 즉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콘텐츠를 확보해야만 일정 정도 이상의 판매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고전의 재해석 내지 재활용이 괜찮은 판매고를 올렸던 만큼, 다음해에도 계속적인 출간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재작년부터 불었던 글쓰기 열풍이 올해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 유명한 유시민에 의해서였죠. 지난 4월과 6<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유시민의 논술 특강>으로 만만치 않은 인기몰이를 했습니다. 이후 글쓰기 관련된 책만 족히 100여 권은 쏟아져 나왔는데요. 유시민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하반기에는 서민교수의 <서민적 글쓰기>가 한 몫 했고요.

 

아무도 책을 읽지 않는 시대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모토를 내세운 책들이 인기몰이를 하는 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처럼 아이러니한 경우가 있을까 싶은데요. 글을 써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런 것이겠죠. 굉장히 실용적인 목적으로 말이에요. 한편 책읽기에 관한 책도 어느 때보다 많이 출간되었는데, 그렇게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아쉽기 그지없죠.

 

그러는 한편, ‘컬러링북에 이어 필사열풍도 소소하게 일었는데요. ‘글을 쓴다는 면에서 같은 궤도에 있는 만큼 글쓰기 책과 함께 힘을 얻었는데, 그림 그리기보다 힐링 하는 느낌이 덜 했나 보네요. 큰 히트 없이 저물고 부록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2015년 인문학 분야의 키워드와 이슈를 간략히 짚어봤는데요. 재밌게 보셨나요? 이밖에도 '죽음', '그림', '혼자', ‘음식’,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등의 키워드가 2015인문학을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올 한 해 어떤 이야기들이, 어떤 콘텐츠들이, 어떤 책들에게 마음을 사로잡혔었는지 궁금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정말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습니다. 인문학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 올해에도 그 말에 함축되어 있는 본뜻에 비춰봤을 때 인문학의 위기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로 이 무한경쟁 자본주의 시대를 온전히 돌파하긴 힘들죠. 그럼에도 전 인문학을 사랑하고 인문학을 지지합니다. 쓸모없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인문학을 말이에요.

 

내년 2016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을 사랑해주라는 말을 마냥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 인문학이 사랑받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독자분들께는 이 아닌 인문학을 더욱 사랑해줄 것을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통해 인문학의 정수를 접하는 게 제일 확실한 방법이라는 걸 말씀드려요.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진행된 기획임을 알립니다. 

'오마이뉴스' 기사로 먼저 송부되었고, 허락 하에 블로그에 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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