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푼돈 도박꾼의 노래>

화려한 옷차림의 중년 남자, 영국에서 건너온 도일 경은 마카오 카지노에서 기거하며 도박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실력이 형편 없는 듯 어마어마한 빚을 지고 있다. 홍콩 달러로 35만 2천 달러 64센트를 주말 지나 화요일 정오까지 완납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당할 것이었다.
그의 앞에 느닷없이 다오밍이라는 중국인 사채업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이후에도 그의 앞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는데, 왠지 서로에게 이끌린다. 남들에겐 차마 말하지 못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해주면서, 도일 경은 그녀에게 도박꾼들에게 더 이상 돈을 대출해 주지 말라고 하고 다오밍은 그에게 더 이상 도박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한편 도일 경 앞에 왠 영국 여자가 나타나 사진을 찍어댄다. 알고 보니 그녀는 한츠워스 탐정 사무소의 사립 탐정 신시아다. 도일 경, 아니 라일리는 자산운용사 스트릭 앤드 갈런드를 이용하는 어느 부유한 노부인에게서 95만 7천 파운드를 훔쳐 달아났다. 그는 24시간 내로 그 돈을 돌려놓지 않으면 영국으로 추방되어 기소될 것이었다. 도일 경, 아니 라일리는 도대체 어떻게 될까?
도박보다 더 위험한 건 인간의 끝없는 욕망
'도일 경'이라는 이름을 사칭하며 스스로를 돈이 화수분처럼 나오는 귀족으로 둔갑시킨 라일리는 도대체 원하는 게 뭘까? 도박 중독에서 멀어지고 싶은 걸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돈을 딸 때까지 멈추지 않을 작정인가. 도박 중독에서 멀어진 그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며, 엄청난 돈을 따낸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푼돈 도박꾼의 노래>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콘클라베>로 전 세계 영화계를 들었다놨다 한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신작이다. 세 작품 모두 소설 원작이 있는데, <서부 전선 이상 없다>에만 각본에 참여했다. 그 결과 이 작품 <푼돈 도박꾼의 노래>는 애매하게 나왔다.
미장센만큼은 괜찮다는 말을 건넨다. 주인공 라일리부터 원색으로 화려하게 옷을 차려 입었고 마카오 자체가 형형색색 화려함의 극치다. 돈, 술, 환희와 절망이 소용돌이치는 만큼 다양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지 못할 정도다.
라일리 역의 콜린 파렐과 사립 탐정 역의 틸다 스윈튼이 극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고 관객들의 시선을 잡는다. 그들이 따로 또 같이 나오는 장면에선 대부분 그등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그러니 미장센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스토리 자체에 있다.
미장센의 향연, 그러나 길을 잃은 이야기
도박 중독자이자 영국에서 큰돈을 훔쳐 마카오로 달아난 도둑이자 귀족을 사칭하며 큰돈을 빌리는 사기꾼이기도 한 라일리는 매일같이 오바이트를 하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심장을 부여잡고 수시로 정신을 잃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절망에 빠져 있다. 와중에 사립 탐정에게 쫓기기까지 하고 말이다.
와중에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모령의 여인 사채업자 다오밍은 그가 절체절명(?)의 순간, 그러니까 돈을 구할 수 없을 때나 몸과 마음이 최악의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나타나 그를 여러모로 구원한다. 영화는 위에 나열한 사항들이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도박 자체에 천착해 치밀한 심리전을 전개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도박에서 빠져 나오고자 처절한 자기성찰을 하는 것도 아니다. 관객들조차 취할 것 같은 몽롱한 분위기에서 하염없이 헤맬 뿐이다. 도박 중독에 빠진, 또는 빠질 수밖에 없는 도둑이자 사기꾼의 정신 상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데 모호하다.
오묘하고 기묘해서 궁금증을 유발해야 마땅한데 헷갈리게 하고 지루할 때가 많다. 차라리 '운명을 완전히 바꿀 기회'라는 이름의 탐욕을 정면으로 응시해 타락할 대로 타락한 이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나름의 미덕도 갖추고 있었으나 여러모로 상당히 아쉬운 영화였다. 그럼에도 에드바르트 베르거 감독의 차기작은 기다려진다. 빠른 시일 안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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