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천산갑: 쿨루의 여정>

5년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접한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극히 예민하고 매우 똑똑한 야생 왜문어와 교감하는 내용이었는데 동물을 다시 보고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내 삶의 상당 부분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이 지난 후 피파 얼릭 감독이 신작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천산갑: 쿨루의 여정>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 야생 동물로 명성이 자자한 '천산갑'의 방사 프로젝트를 지근거리에서 오랜 기간 살핀 결과물이다. 야생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천산갑을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야생동물 불법 거래 현장이다.
밀매 현장을 덮쳐 구조해 낸 아기 천산갑을 보호 봉사자 개러스가 맡는다. 그는 천산갑 쉼터로 적절한 곳을 찾다가 요하네스버그 북쪽의 라팔랄라 터치스톤 캠프로 간다. 그곳에서 24시간 동안 아기 천산갑 '기지마'와 함께 생활하며 본격적으로 방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3kg에 불과한 기지마를 6.5kg까지 찌워야 했다.
완전하게 무해한 동물을 돌보다
천산갑은 신화 속에서 비를 내리게 하는 전설의 동물로 8,500만 년 전부터 지구상에 있어 왔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20~30년 내로 완전히 사라질 위기다. 성대가 없어 소리를 내지 못하고 앞도 잘 못 보지만 후각이 매우 발달해 땅속 30m 아래의 개미 냄새도 맡을 수 있다. 그렇다, 천산갑은 오롯이 개미만 먹고 산다.
이 완전하게 무해한 동물, 그중에서도 아기 기지마는 개러스의 극진한 돌봄을 받는다. 하지만 애초에 야생동물이거니와 최근에 인간에게 큰일을 당했기에 개러스를 경계한다. 개러스는 개의치 않는다. 그는 '달리다'라는 뜻을 가진 기지마를 '편하다'라는 뜻을 가진 쿨루로 개명하고, '쿨루'는 편안한 듯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간다.
중간에 꽤 큰 사고도 났지만 쿨루는 장장 7개월의 시간 동안 열심히 놀고먹고 탐험하고 자고 회복하며 6.5kg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린다. 그의 곁에는 보호 봉사자 개러스가 있었지만, 그 뒤에는 생태학자, 야생동물 재활 전문가, 환경 관리 조사원, 개미 연구소 박사 등이 포진해 쿨루를 물심양면 도왔다.
천산갑을 아예 몰랐고 얼핏 보면 아르마딜로가 떠오르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르다. 포유류이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귀여운 천산갑이 개러스에게 마음을 여는 듯한 행동을 보일 때면 울컥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 소중한 동물과 함께한다는 벅참이 스크린 너머까지 전해지는 것이다.
극진히 돌본 쿨루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다
장장 7개월이 지나 목표치 6.5kg을 달성하니 이제 야생 훈련에 돌입해야 한다. 방사에 준할 정도로 자유롭게 넓은 공간을 빠르게 휘젓고 다니는 쿨루, 역시 빠르게 적응해 나간다. 너무나도 대견하지만 한편으론 못 보게 될 시간이 가까워지니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개러스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정이 깊이 들었나 보다.
사실상 방사를 했지만 추적 장치로 언제나 살필 수 있지만 꽤 큰 사고로 마음을 졸인다. 생각지도 못하게 쿨루가 굴에 갇혀 버린 것이다. 굴이 무너졌으니 그대로 뒀으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 테다. 개러스는 쿨루를 구하고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온전히 방사하지 않는다. 아직 더 오래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방사하고 나서도 1년을 더 모니터링하곤 온전히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이젠 쿨루를 야생에서나마 다시 보긴 힘들 것이다. 인간의 눈에 띄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며, 주지했듯 밀매 현장에서밖에 볼 수 없을 것이었다. 부디 쿨루가, 모든 천산갑이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의 무지한 욕망에 더 이상 희생되지 않길 바란다.
쿨루의 방사 프로젝트가 건네는 이야기는 단순하지 않다. 그가 오롯이 자연에 속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 한편 그를 나에게 빚대게 되는데, 스스로 생존을 도모하고 삶의 길을 개척하면서도 세상과의 조화를 잃지 않는 게 비록 너무나도 힘들지만 숙명이라는 걸 인지하는 게 인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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