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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어른다운 어른 없이 처절하게 성장하는 아이들 <약한영웅 clas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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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리뷰] <약한영웅 class 1>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 포스터.

 

벽산고등학교 1학년, 1등을 놓치지 않는 연시은은 공부 외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 그에게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일 뿐이다. 그런 그에게 만년 2등 전영빈이 시비를 걸어온다. 일진에게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시은, 그런 시은에게 더 악이 받치는 영빈은 약해 보이는 전학생 오범석을 시켜 시은이 모의고사를 망치게 한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은은 영빈을 가차없이 패버린다. 시은은 가냘프지만 좋은 머리를 이용한다.

한편, 안수호는 매일같이 알바에 시달려 학교에선 하루종일 잠만 잔다. 그는 무지막지하게 싸움을 잘해 비공식 학교 ‘짱’인데, 그를 건들지만 않으면 그는 다른 누구를 먼저 건들지 않는다. 선만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앞에 연시은이라는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시은 또한 그처럼 강하지만 건들지만 않으면 먼저 누구도 건들지 않으니 말이다. 둘은 곧 친해진다. 그 둘과 또 한 명 오범석이 팸을 형성한다.

범석은 국회의원 아들이건만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영빈의 협박으로 시은을 위기에 빠뜨렸는데, 강하디 강한 시은과 수호를 보고 그들에게 빠져든다. 시은과 수호는 개의치 않고 범석을 받아 준다. 그들 셋은 크나큰 위기를 함께 넘기며 친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범석은 묘한 위화감을 느낀다. 시은과 수호가 자신을 진정한 친구가 아닌 물주로 보는 것 같은 것이다. 한 번 들기 시작한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치솟는데… 시은, 수호, 범석의 앞날은?

 

캐릭터성 일품인 네이버 웹툰 원작을 드라마로

 

이버 웹툰 일요일 연재작 <약한영웅>은 2018년 연재가 시작된 이후로 오랫동안 인기 상위권을 랭크되어 있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학원액션물 또는 일진물들 가운데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비록 폭력성이 과도한 면이 있지만, 공부를 잘할 뿐 아니라 공부에 매진해 마지않는 와중에서도 좋은 머리로 온갖 도구와 지형지물을 이용해 일진을 철저히 깨부수지만 정작 본인은 일진에 관심이 전혀 없는 ‘연시은’의 캐릭터성이 일품이다.

바로 그 부분, 연시은의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캐릭터성이 영상화의 결정적 발판이었을 터다. 네이버 웹툰의 자회사이자 웹드라마 제작사인 플레이리스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은 원작의 초중반 연시은의 중학생 때 회고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다. 영상화되면서 고등학교 1학년생이 되었고 여타 제반 사항들이 바뀌었지만 주요 설정과 분위기는 그대로 가지고 오려 했다.

인기 절정의 아이돌 ‘박지훈’을 연시은 역에 안착시킨 것도 크게 주요했고 오범석 역을 맡은 ‘홍경도 제 몫을 다했지만, 안수호 역의 최현욱이야말로 메인과 감초 역할을 두루 맡아 완벽히 수행했다. 올해와 작년 드라마계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라켓소년단>에서의 캐릭터를 상위호환 버전으로 가져와, 친숙하면서 이질감 없는 멋진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너무 멋있는 것 같다.

 

학교폭력 이야기, 주무기는 액션

 

<약한영웅 class 1>의 외면에는 당연하게도 ‘학교폭력’이 있다. 전영빈이 가만히 있는 모범생 연시은을 건드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연시은과 안수호 그리고 오범석이 따로 또 같이 일진 무리를 무찌르고 나아가 아이들을 마약과 도박으로 끌어오는 가출팸까지 무찌르는 내용이 작품의 앞부분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작품의 화려함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화려함은 곧 액션으로 연결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정교하고 타격감과 박진감도 있다. 연시은이 철저한 계획 하에 도구와 주변 지형지물을 이용해 정교한 액션을 선보이고, 안수호는 진짜 싸움꾼인 듯 몸으로 직접 붙는 정통파의 선굵은 액션을 타격감 있게 선보인다. 그들이 상대하는 이들 또한 다양한 액션 스타일로 중무장한 채 극이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부추긴다. 그동안 청소년이 주인공인 학원일진물에서 ‘액션’이 주무기라고 할 만한 사례가 없다시피 했는데, 이 작품은 다르다는 걸 여지없이 보여 주고 있다.

 

또 다른 외면에는 지금 이 순간 청소년들이 여실히 겪고 있는 심각한 문제 양상이 있는데 가출, 마약, 도박, 매수 등이다. 가출과 매수는 터무니 없이 가난하거나 터무니 없이 돈이 많은 청소년의 문제라면, 마약과 도박은 청소년 누구나 노출되어 있는 문제다. 이 작품에서 술, 담배, 폭력은 기본이다. 특별할 게 없을 정도다. 마약과 도박이 청소년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로 지금 이 순간 청소년 문제는 심각하다.

 

어른은 없고 청소년들은 공허하다

 

잘 들여다보면 <약한영웅 class 1>에는 어른다운 어른이 없다. 어른입네 해서 나와서는 10대 주인공들을 보살피고 개도하기는커녕 그들을 이용해 먹고 패는 것도 모자라 죽이려 들며 인생의 막장으로 끌어들려 하니 말이다. 이를테면, 연시은에겐 이혼한 부모가 있는데 아빠는 관심만 있고 엄마는 기대만 있다. 안수호에겐 할머니가 계시지만 보호자라고 할 만하지 않다. 오범석에겐 국회의원 아버지가 있지만 매일같이 그를 감시하고 패고 감금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날릴 뿐이다.

 

다분히 연출자가 의도한 모양새일 텐데 센세이셔널할 정도의 액션 이면을 꽤 단단하게 구축한 것 같다. 이 작품의 내면, 즉 청소년들의 내면엔 어른이 되어 비로소 찾아올 '공허'가 일찌감치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뭘 하고 싶은지,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이리저리 휩쓸리는 게 10대의 특징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울타리는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공허는 바로 그 지점에서 비롯된다. 작품의 앞부분에서 연시은이 폭주하고 뒷부분에서 오범석이 폭주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처절하기 이를 데 없는 학원액션, 당분간 그 분야의 'TOP' 자리를 지킬 것 같은 <약한영웅 class 1>, '시즌 1' 대신 'class 1'이라는 단서가 붙었으니 조만간 'class 2'가 나올 게 자명하다. 부디 안시은과 친구들이 몸과 마음 모두 너무 많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른으로서 다시 한 번 절감한다, 청소년들이야말로 미래라는 것을. 아이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켜보며 보살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되새겨 본다. 지금도 그 꿈은 변치 않았는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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