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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자타공인 2021년 최고의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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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리뷰]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포스터.&nbsp;

 

현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은밀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드러나며 현 대통령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문체부 장관 자리가 공석이 된다. 급히 수석 비서관 회의를 열어 해결을 도모하는데, 정무수석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낸다. '1980년대 김연아'로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이자 직업군인 출신에 보수야당 국회의원 출신의 이정은을 지목한 것이다. 

 

어쩌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이정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부여당의 주요 공략인 체수처(문화체육예술계 범죄 전담 수사처) 설립을 위해 발벗고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부탁해 가며 체수처 설립준비단을 위한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치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대변인, 보좌관, 비서, 실장들 손발도 맞지 않는다. 결국 이정은 장관 혼자 어거지로 출범식을 치러야 했는데, 그녀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본인의 옛날 이야기를 꺼내 세간의 시선을 완벽히 역전시켜 급기야 잠룡으로 급부상한다. 

 

하지만, 출범식 당일 이정은 장관의 핸드폰으로 진보논객인 남편 김성남이 젊은 여자와 얽혔다는 문자가 오더니 급기야 납치되었다는 영상까지 받는다. 개인적인 일로 정황이 없는 사이, 북한과 연결되는 중요하고도 급박한 기밀 명령을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는다. 이정은 장관은 급박하기 짝이 없는 남편의 일과 중요하기 짝이 없는 나라의 일을 동시에 잘 해낼 수 있을까?

 

2021년 최고의 시리즈

 

넷플릭스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국내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영화나 예능 같이 짧거나 일회성 콘텐츠는 오가다 접했는데, 특히 드라마처럼 호흡이 긴 콘텐츠는 아예 본 기억이 없다. 있다고 해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말이다. 와중에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시리즈 BEST 10'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최소한 제목을 들어봤고 몇몇은 당연한 듯 시청했다. 그런데 압도적인 표차로 1위에 당당히 올랐다는 웨이브 오리지널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처음 들어보는 시리즈였다. 나의 무지에 놀란 한편, 국내 OTT 시장의 힘을 새삼 돌아봤다. 시선을 보다 넓혀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는 블랙코미디 정치 드라마다. 시트콤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으나, 작품의 주요 포인트가 웃음을 전하는 데 있진 않다. 시종일관 어마어마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빵빵 터진다. 왜 전문가들이 2021년 최고의 시리즈로 선정했는지 100% 알겠거니와 늦게나마 검색을 통해 대중에게도 입소문이 크게 났는지 100% 알게 되었다. 

 

정치의 요체이자 정의

 

우리는 너무나도 유명한 OTT 넷플릭스의 간판 정치 드라마(였던)를 한 편 알고 있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더불어 넷플릭스 초창기를 지탱시켜 준 <하우스 오브 카드>(미국판)이다. 시궁창같은 정치판을 여지없이 날것으로 그려내, 역대 최고의 정치 드라마로 이름 높은 <웨스트윙>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웨스트윙>은 정치로 꿈꿀 수 있는 이상을 보여 주려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가 지향했던 바는 <하우스 오브 카드>와 <웨스트윙> 사이 어딘가 또는 두 작품을 모두 품은 이후의 어딘가가 아닌가 싶다. 짜 놓은 대본을 가지고 연기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 '연기자'에 불과하다는 정치인, 정치를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생각한다는 '정치꾼'에 불과한 중진 국회의원, 그리고 어쩌다 공무원이 되어 버린 이가 꿈꾸는 이상과 늘 그곳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의 지극한 현실이 묘하게 부딪히고도 한다. 

 

더없이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이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듯 날카로운 대사가 다시 처연한 정치 현실로 우리를 데려가기도 한다. 그 와중에 정치 드라마답게 '정치'의 정의를 전하는데, 뜻하지 않은 이의 입을 통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기획조정실장 최수종, 그에게 예산 조정 명령이 떨어졌다. 급하게 큰 돈을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모든 사업들을 재검토해서 예산을 마련하는 데 성공한 그가 남긴 말이 인상적이다. 그가 생각하는 정치의 요체이자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정치의 정의이기도 하다.

 

"필요 없는 사업은 없더라고. 뭐가 더 중요한지 결국 사람이 정하는 거더라고. 내가 하는 일이 바로 정치였던 거야."

 

어려운 정치, 손쉬운 풍자

 

정치는 정치인의 전유물이라지만 그래서 세상을 바꾸는 게 우리가 아닌 그들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결국 정치도 일상과 다름 아닌 것이다. 아니,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야만 정치가 정치일 수 있을 테다. 그럼에도 더 많은 표를 받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렇게 살아남아 다시 군림하는 정치인들은 가혹 속에 짜릿, 짜릿 속에 비굴, 비굴 속에 쾌락이 자리잡고 있다. 이 작품이 아주 여실하게 그리고 와닿게 그려 낸 게 바로 그것들이다. 

 

그런가 하면, '정치'라는 무겁고도 진중한 주제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일 텐데 기어코 해냈다. 아니, 손쉽게 해낸 느낌이다. 풍자에 한몫한 건, 여러 유명인의 실명을 가져와 진짜와 가짜를 교묘하게 버무린 데 있다. 이 작품의 재미요소 중 하나다. 또 하나의 재미요소가 있다면, 단연 이정은 장관의 남편 진보논객 김성남이다.

 

그는 잘 나가는 논객에서 한순간에 '장관의 남편'이 된 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와중에, 실종·불륜·납치 사건에 연류된다. 그러며 '진보'라는 허울 좋은 탈을 쓴 이 시대 중년 남자의 초라한 자화상을 맛깔나게 보여 준다. 1990년대 주로 문성근 배우가 찰지게 표현해 낸 바 있는 진보 지식인 중년 남자의 빙퉁그러진 자화상을 다시 보는 듯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시대의 단면을 지극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작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꼭 한 번 보길 바란다. 결코 그들만의 세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세상이 결코 화려하지 않다고 전한다,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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