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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테이크로 그려낸 무너진 세상 속 살아남기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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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리뷰] <몸값>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몸값> 포스터.


지난 2020년 꽤 화제를 뿌렸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콜>로 장편영화 연출 데뷔를 한 이충현 감독, 그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의외로 단편인데 같은 해 왓차 익스클루시브로 소개된 2015년 작품 <몸 값>이다. 이 작품은 원 테이크 방식이 인상적인 가운데 맛깔 나는 연기와 대사 그리고 짧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뒷통치 제대로 치는 반전이 일품이다. 당연하게도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어 많을 상을 수상했다.

단편이 장편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꽤 있는 만큼 <몸 값>도 장편영화로 보면 훨씬 재밌겠다 싶은 찰나,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고개가 갸우뚱 하는 부분이 있었으니, 이충현 감독은 제작에 참여하지 않거니와 <몸 값>이 바탕이 되긴 하되 완전히 다른 세계관에 편입되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것이었다. ‘콘크리트 유니버스’가 그것이다.

이 세계관의 근간이 되는 건 레진코믹스에서 지난 2014년에 시작해 1년 반 동안 연재되었던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다. 지진이 일어나 세상에 무너진 후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이 ‘콘크리트 유니버스’의 첫 작품이다. 앞으로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웹툰을 너무나도 재밌게 즐겼던 입장에서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셰계관이고 또 작품들이다.

 

무너진 장기밀매조직의 건물, 나가려는 사람들

 

평의 한적한 호텔에서 아저씨 형수는 여고생 주영을 만난다. 거급 100만 원을 주고 첫경험이라고 생각한 주영과 자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호텔 자체가 장기밀매조직의 소굴인 듯, 형수도 꼼짝없이 잡혀서 수술을 당하기 일보 직전이다. 장기를 구하려고 온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경매로 장기를 구매하고자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건물 전체가 흔들리더니 한가운데 큰 구멍이 생겼다.

어쩌다 보니 최하층에서 다시 만난 형수와 주영, 미성년자 성매매를 하려 했던 형수나 장기밀매를 하려 했던 주영이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순 없었겠지만 당장은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함께 다니기로 한다. 어떻게든 이곳에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들 앞에 주영의 경매로 1억 원 넘게 주고 형수의 콩팥을 구입한 극렬이 나타난다. 그는 빨리 밖에 나가서 힘들어 하고 계신 아버지께 신장 이식 수술을 해 드려야 한다.

어떻게든 언젠가 밖으로 나갈 수는 있겠는데, 진짜 문제는 조직원들이다. 건물이 무너지고 세상이 망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은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편, 사장이 숨겨놓았다는 거액의 돈 70억 원을 찾고자 혈안이기도 하다. 형수와 주영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인지, 밖으로 무사히 나갈 수는 있는 건지, 바깥세상은 안전한 건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장의 돈을 찾아서 밖으로 나가는 걸 제일의 목표로 삼아야겠다.

 

무너진 세상 속 다양한 인간군상

 

드라마 <몸값>은 단편영화 <몸 값> 관람 유무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총 6화 중 1화 정도만 관련되어 있고 나머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았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원작 <몸 값>이 갖는 함의와 메시지를 잊지도 않는다. 시종일관 내보이려 하며 사람의 ‘몸값’이라는 게 이리도 하찮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한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바깥세상이 어찌 되었든 상관없이 지금 여기 내가 두 발 딛고 있는 이곳이 무너진 것이다. 이야기는 거기서 다시 시작되는 법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재편되며 살아남을 사람들이 또 다른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게 있다. 그동안에는 본능이 불쑥불쑥 튀어 나왔다면 이젠 본능으로만 생각하고 움직인다. 튀어 나와 버린 본능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이 무너진 마당에도 ‘돈’을 향한 욕망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집착한다.

자연스레 다양한 인간군상이 엿보인다. 현실적이든 이상적이든, 맹목적이고 집착적이든 거짓말쟁이에 자기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든, 본능에 잡혀 먹혔든 이성의 끈을 잡고 있든, 바깥으로 나가는 것만 생각하든 돈과 권력을 잡으려고 혈안이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록 6화이지만 길지 않은 러닝타임 때문인지 인간군상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너져 갇힌 세상에서의 인간군상은 잘 그려내면 장르적 재미와 함께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이 가능한데 말이다.

 

미장센, 원 테이크, 콘크리트 유니버스

 

이 작품이 천착한 건 몇몇 주연 배우들의 활발한 움직임, 심리 싸움, 은근한 개그 코드와 실제로 무너진 건물 안에 있는 듯한 미장센이다. 즉 장르적 재미에 공력을 총집합시킨 것이다. 결과는 성공에 가깝다고 자평할 만하다. 형수와 주영 그리고 극렬이 따로 또 같이 온 건물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펼치는 활극을 따라 다니는 것만으로도 자못 재밌기 때문이다. 건물이 무너진 전후로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도 재미에 한몫한다.

원작 <몸 값>에서도 시종일관 주요하게 작용했던 ‘원 테이크’ 기술이 <몸값>에서도 주요하게 작용한다. 한 화 한 화를 원 테이크로 오롯이 채우니 신기한 한편 미시적으로 접근해 집중할 수밖에 없다. 바깥세상은커녕 다른 층의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즉 지금 여기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기분이 100% 전해진다. 아주 적절한 기술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예고했던 만큼 드라마 <몸값>으로 시작된 콘크리트 유니버스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작품도 크게 망하지 않는 이상 시즌제로 갈 요량이 크다. 하나의 큰 세계관 속에 다양한 작품들이 따로 또 같이 이어지고 끊어지길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재미가 보장된 유니버스가 탄생해 기쁘다. 부디 좋은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지길 바란다. 당분간 다음 작품들도 챙겨 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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