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구절을 모토로 삼아 격월간으로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출간하는 잡지 <AXT>

'소설을 위한, 소설독자를 위한, 소설가들에 의한 잡지'라고 당당하게 천명하며 지난 7월 시작했다. 시작부터가 가히 파격이었다. 원래 무료 배포로 기획했다는데,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놀라지 마시라, 2900원이다. 10% 할인된 가격으론 2610원이고. 페이지는 평균적으로 270쪽을 상회한다. 잡지에 실리는 글만 해도 20편이 넘는다. 모두 소설에 관한 글이다. 


예전에 비해 소설 시장이 터무니 없이 침체되었다. 개중에서도 한국 소설은 거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책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독자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그래도 소설 독자는 있음에, 그들조차 외국 소설을 찾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 잡지가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이다. 한국에서.


<AXT>는 매 호마다 국내의 유명 작가를 메인으로 내세운다. 창간호는 천명관, 2호는 박민규, 3호는 공지영. 그야말로 한국 최고의 인기 소설가들이다. 그렇다고 대중적으로만 치우쳐졌냐면, 그렇지 않다. 이들은 인기도 최고지만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소설가들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있는 소설가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 잡지는 특별하다. 이 정도의 캐스팅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초특급 외국 작가들도 캐스팅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이보다 훨씬 센세이션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작가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잡지에 실린 글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외국 소설에 대한 글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롯이 한국 작가와 한국 소설로만 모든 글을 채운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또한 그리 하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아쉬운 게 사실이다. 모순적이지만. 


이 잡지는 표지는 크게 특이할 게 없지만, 내지 디자인이 굉장히 특이하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 뭐랄까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의 교정지 느낌이라고 할까? 누군가에겐 조잡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작업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창간호와 3호를 구비했다. 2호는 그때 마침 박민규 소설가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구비하지 않았다... 솔직히 쉽게 읽히진 않는 편이다. 아마도 짤막짤막한 글들이 무식하게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글자가 너무 작아 단순하게 읽기 힘든 점도 있고. 


여튼 정말 좋은 시도다. 정말 괜찮은 콘텐츠다. 진심으로 오래가길 바란다. 아무리 많이 팔린다고 해도 꽤 많은 손해를 볼 게 불보듯 뻔한데 말이다. 잘 만든 책, 잘 팔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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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2015년 여름 휴가를 위한 책 5]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지난주 7월 말과 이번주 8월 초에 여름 휴가를 많이 다녀오실 테지요. 2주 정도 전에 포스팅을 했어야 했는데 늦어졌습니다. 그래도 휴가를 조금 늦게 가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남들 다 가는 성수기에는 아무래도 비싸고 사람도 많잖아요? 무엇보다 올해는 유난히 더워서 오히려 그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요. 


각설하고 이제 휴가를 떠날 분들을 위해 책 몇 권을 준비해 봤습니다. 물론 여름 휴가를 다녀왔거나 못 가는 분들께도 여름 나기에 유용할 책이 될 거예요. 그래서 그에 맞게 나름의 기준을 세워봤습니다. 속도감 있게 빨리 읽혀야 되고, 유쾌상쾌통쾌하거나 여름 더위를 날려버릴 정도로 재밌어야 하겠지요. 머리 싸매지 않게 어려운 책이면 안 되겠습니다. 더우니까 너무 가슴을 따뜻하게 하거나 열불(?)나게 하거나 어떤 열정에 불타오르게 해도 안 됩니다. 한마디로 '킬링 타임'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 작품성만은 좋아야 하겠습니다. 흠... 쓰고 보니 선정하는 게 만만치 않겠네요.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하게 저도 아직 읽지 않은 책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 입소문이 좋고 인기도 좋고 많이 찾는 대중적인 책들이요. 저야말로 이 책들을 이번 여름 휴가 때 한번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웬만하면 2015년에 출간된 책들을 선정하고자 했고요. 분야가 겹치지 않게 총 5권을 선정해 봤습니다. 한번 훑어보시죠~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분야: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우리나라 독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입니다. 

속도감, 문장력과 구성력, 흡인력, 복선과 반전을 두루 갖춘 소설이라고 하네요. 

오쿠다 히데오가 처음 선보이는 서스펜스 스타일로, 두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에요. 

그녀들은 남편의 폭력에 대항해서 '남편 실종 계획'을 세워 남편을 살해하여 실종으로 처리하려 합니다. 

하지만 과연 잘 될까요? 마지막 한 줄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다는 소문!




씨네 21

씨네 21 편집부 엮음

(분야: 잡지)



올해 20주년을 맞이했죠? 영화 잡지 부분에서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는 <씨네 21>입니다. 

휴가에서 책 읽는 게 말처럼 쉽지 않죠. 요즘엔 태블릿 pc 챙겨가서 영화, 드라마, 예능 많이 봅니다. 

그래도 읽을 거리가 없으면 섭섭해요~ 참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럴 땐 단연 영화 잡지죠! 읽을 거리와 볼 거리를 두루 챙길 수 있어요^^

비싸지 않고 얇고 재밌고. 모르긴 몰라도 휴가를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을 거라 생각해요~




심야식당

아베 야로 지음

(분야: 만화)



전통적으로 휴가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만화'죠! 최고입니다ㅋ

그런데 요즘엔 웹툰이 있어서 굳이 만화책을 가져가진 않는 것 같아요. 

참 편리하죠. 웬만한 웹툰이 퀄리티가 높아 재미와 감동을 보장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이 작품 앞에서는 쉽게 명암을 내밀진 못하겠죠?

<심야식당>입니다. 얼마 전 영화로도 개봉했고, 한국에서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을 정도로 

한일 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아시아 베스트셀러라고 하네요. 

자그마치 14권까지 나왔는데, 부담스러우시다면 몇 권만 보아도 좋습니다~ 옴니버스식이니까요!

해가 떨어지고 돌아와 편안하게 한 편 한 편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이용한 지음

(분야: 에세이)



제목이 특이하고 귀엽죠? 뭔가 고양이스러워요ㅋ 

요즘 들어 고양이를 정말 키우고 싶어지네요. 너무 귀여운 것 같아요. 

일단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게 막 엔돌핀이 돌지요~ 저 표지에 나온 고양이들을 보세요! 꺅!

예상하셨다시피 이 책에는 다양한 고양이들이 페이지마다 나옵니다. 한없이 예쁜 고양이들이죠. 

더 이상 무슨 힐링이 필요하겠습니까? 이 아이들만 보고 있으면 되지요~

(고양이들을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죄송합니다.)




잠시멈춤, 세계여행

오빛나 지음, 배용연 사진

(분야: 여행)



여행을 왔는데 무슨 여행 책이냐고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행 와서 여행 책을 보면 그 재미가 2배 이상이 되지 않을까요!

가진 자(?)의 여유도 부려보고요~ 다음 여행도 생각해 보고요~

그렇지만 이 책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다름 아닌 '세계 여행'이기 때문이죠. 

다른 누구와도 아닌 부부가 함께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636일 간 52개국을 여행했다고 해요. 

정말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가고 싶어요. 63일 간 5개국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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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 ⓒ마음산책

호주의 미래학자 로스 도슨은 한국의 종이 신문이 2026년에 사라질 것이라 전망했다. 지금부터 10 여 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데, 사실 지금 이 시점에 종이 신문의 '영향력'은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물론 여전히 조·중·동의 경우 생각보다 훨씬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다. 100만을 전후한 숫자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누구보다도 빨리 디지털로의 이행을 시행했고, 종편(종합편성채널)도 확보하는 등의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현재의 종이 신문 형태로는 미래가 없다고 본 것일까?


그렇다면 '잡지'는 어떨까? 신문과 형태는 비슷하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담고자 하는 바는 훨씬 무궁무진한 잡지. 지금은 잡지 하면 <맥심>, <GQ> 같은 잡지만 생각날 테지만, 사실 우리는 잡지에 굉장히 익숙한 편일 것이다. 적어도 지금 30대를 전후한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잡지를 접해봤음이 분명하다. 


소설을 조금이라도 본다면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문학동네> 등을 들어보았을 것이고, 어린 시절 만화를 조금이라도 보았다면 <보물섬>, <아이큐점프>, <소년챔프> 등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군인 시절에 익히 접했을 <맥심>, <GQ>, <아레나> 등과 미용실에 가면 배치되어 있는 <주부생활>, <우먼센스>, <레이디경향> 등의 라이프스타일매거진. 또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타임>, <뉴스위크> 까지. 정말 샐 수 없이 많은 잡지들이 우리들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었고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잡지의 위기를 감지하고 나오다


하지만 잡지는 명백히 존재의 위기를 겪고 있다. 천정환 교수의 역작 <시대의 말 욕망의 문장>(마음산책)는 그런 잡지의 위기를 감지하고 나온 듯하다. 1945년 이후 70년의 한국 잡지를 창간사를 기준으로 담아냈는데, 총 123편이라고 한다. 언젠가부터 그 이름 만으로도 책을 집어 들게 하는 천정환 교수의 근현대 문학·문화 읽기의 일환이다. 그는 왜 잡지의 창간사로 시대를 읽으려 했는지? 다음을 읽어보자.  


"잡지의 제호와 창간사에는 그 잡지의 발행인이나 편집위원 또는 동인들이 시대와 사회를 어떻게 보는지, 또 '왜' 그 잡지를 창간(해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이 집약된다. (중략) 잡지를 창간하는 일에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퍼뜨리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잡지를 중심으로 앎과 삶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 같은 것이 관여한다." (본문 중에서)


이 지점이 잡지가 신문과 다른 점일 것이다. 그 시대와 밀접하게 조우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창간사에는 그 시작과 이유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야말로 잡지의 창간사만으로도 시대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잡지의 위기 시대에 굉장히 적절한 기획이라 할 수 있겠다. 궁금했다. 잡지의 역사를.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참여했을 것이 분명한 잡지(의 창간사)를 통해 시대를 들여다보는 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대변하는 잡지의 창간사들을 실다


책은 1945~1949년, 1950년대,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의 일반적인 사회문화사를 나누는 보통의 시기 구분법에 따라 7장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그리고 당대의 정치·사회·문화·경제를 잡지를 통해 그려내고 뒤에는 시대를 대변하는 잡지의 창간사들을 실었다. 여기에서 알고 지나가야 할 것이 잡지가 아무리 유명하고 특별해도 창간사가 그러지 못하면 실지 않았다는 점. 저자는 이 점을 명확히 한다. 이 책의 미덕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점이다. 


또한 저자는 정치·사회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문제의식 있는 그리고 당대를 대변하는 창간사를 실었다. 즉, 문제의식이 있고 당대를 대변하고 있다면 독재 정권의 기관지의 창간사도 실었고 그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기관지의 창간사도 실었다는 말이다. 


창간사는 그 자체로 명문이 많아서 읽는 것 만으로도 눈과 정신이 정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한창기가 쓴 <뿌리깊은 나무>, 함석헌이 쓴 <씨알의 소리> 창간사가 그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 자체로 오래 두고 읽을 만한 시대의 문장이라 생각한다고. 그 중에 <씨알의 소리> 한 문단을 옮겨본다. 


"정부가 강도의 소굴이 되고, 학교, 교회, 극장, 방송국이 다 강도의 앞잡이가 되더라도 신문만 살아 있으면 걱정이 없읍니다. 사실 옛날 예수, 석가, 공자의 섯던 자리에 오늘날은 신문이 서 있읍니다. 나는 정치 강도에 대해 데모를 할 것이 아니라 이젠 신문을 향해 데모를 해야 한다고 했읍니다. 사실 국민이 생각이 있는 국민이면 누가 시키는 것 없이 불매 동맹을 해서 신문이 몇 개 벌써 망했어야 할 것입니다." 

함석헌, <씨알의 소리>(1970) 창간사 중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잡지들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잡지는 무엇이 있을까? 1945년~1949년에는 <개벽>이 있다. <개벽>은 한국 근대 잡지사를 대표하는 1920년대의 종합지였는데, 일제에 의해 폐간되었다가 1946년에 복간되었다. 하지만 미국 당국의 방해는 일제 못지 않아서 오래가지 못했다 한다. 1950년대에는 단연 <사상계>다. 현대 한국 지성사에서 가장 중요한 잡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이 잡지는 1953년 장준하가 인수하여 '사상계'라는 이름으로 새로 시작되었다. 이 잡지는 1950~60년대 한국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어 이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기본 자료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잡지를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소설가 황석영이 약관 20세에 '입석부근'으로 <사상계>를 통해 등단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는 <창작과비평>, 1970년대에는 <문학과지성>이 단연 눈에 띈다. 1960~70년대에는 그야말로 문학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백낙청은 창간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50 여 년 동안 <창작과비평>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권위와 활동력은 <창작과비평>의 성격을 규정 짓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는데, 그는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한다. 여하튼 <창작과비평>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치며 지주이자 보루의 역할을 해왔다. 


<문학과지성>의 경우는 동인지의 성격이 강하다. 김현으로 대표 되는 서울대 문리대생들의 동인들이 창간 했는데, 지금까지도 <창작과비평>과 함께 한국 문학의 주류로 거론되며 문단을 주도하고 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이들은 한국 대형 출판사로 성장했는데, 그런 성장은 한국 문학과 인문학의 역량의 소산이라 해도 될 것이지만 자신들이 저항한 세력의 한 방면으로 들어갔다는 비판을 쉽게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1970년대의 <뿌리 깊은 나무>, <씨알의 소리> 등의 잡지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1980년대는 잡지가 운동과 저항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말>, <한겨레>, <실천문학> 등은 지극히 80년대적인 잡지로, 당시 군사 정권의 탄압에 맞서 언론·출판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사이에서 생겨났다. 이 시대에는 수많은 잡지들이 폐간되었지만, 그보다 많은 수의 잡지들이 1987년 새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안' 덕분에 생겨날 수 있었다. 


1990년과 2000년대 들어오면서 잡지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에 접어든다. 시대와 긴밀하게 조우하는 잡지이기 때문이기도 한대, 이 시대에 접어들면서 잡지는 더 이상 전과 같이 시대를 선도할 수 없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민주화를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했지만, 어정쩡하게 목적이 달성 된 후 설 자리를 잃었다고 할까. 수많은 잡지가 사람들로부터 급속히 관심을 잃어가고 새로운 성격의 잡지들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대중 잡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지금 우리들이 인지하고 있는 '잡지'는 주로 이 시대에 자리 잡은 개념일 것이다.


잡지의 미래는 어떨까?


'일정한 이름을 가지고 호를 거듭하며 정기적으로 간행하는 출판물'이라는 뜻을 가진 잡지. 잡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니 잡지의 미래가 보일 듯하지만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현재를 살펴보자면, '종이' 잡지보다 '인터넷' 잡지의 창간이 훨씬 쉬워 보인다. 실제로도 인터넷 잡지의 종 수가 종이 잡지를 따라잡고 있는 상황이다. 법 밖에 있던 인터넷 신문·잡지들이 2005년 언론 관계법 개정 이후 언론으로 정식 등록되었기 때문이다. 10 여 년이 지난 지금, 그 팽창 속도는 엄청나다. 


10 여 년이 훌쩍 넘은 블로그는 전성기가 조금 지났다고 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과 파급력, 영향력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대 들어서는 SNS와의 조우로 무시 못할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팟캐스트'야말로 현재 미디어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데, 언론과 잡지 기능의 일부에서 상당 부분까지 대체하고 있다. 이들 팟캐스트와 웹 언론이 단행본·잡지·신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저자는 잡지의 미래를 어떻게 보았을까? 방대한 한국 잡지의 역사를 들여다본 후 잡지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작업은 조금 소홀히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 보이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를 그라고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누구나 생각하기 쉬운 그래서 오히려 생각할 수 없는 잡지의 미래를 말하며 책을 끝마친다.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잡지의 미래이다. 


"첫째, 미래에도 우리는 어딘가에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가 쓴 글을 나누고 돌려 읽기는 해야 한다. 그래서 '잡지'라는 글 모듬의 형식도 유지될 것이다. (중략) 둘째, 영원한 플랫폼이나 '매개'(미디어)는 없다. 당장의 패자처럼 보이는 네이버나 페이스북, 구글 들도 지금과 같은 형태와 위세를 영원히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것은 미디어 역사, 나아가 문화사의 법칙이다. 그러니 '잡지스러운 것'도 끝없이 모양을 바꾸고 다른 '매개화'를 겪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원문으로, 기사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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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잡지, 시대를 철하다작년 10월 중순,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특별히 리서치를 하거나 책을 보기 위해서 방문한 것은 아니어서, 뜻밖의 행운에 들뜬 기분이었습니다. 마침 '추억의 그 잡지'라는 특별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말로만 들었던 희귀한 옛 잡지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 잡지라는 <대죠선독립협회회보> 1896년도 창간호, 월간 계몽잡지 <소년>을 비롯해서 <개벽>, <신동아>, <뿌리깊은 나무> 등의 잡지. <보물섬>을 비롯한 만화 잡지. <보그>를 비롯한 여성 잡지까지. 마치 우리나라 100년간의 역사를 한눈에 훑어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이렇듯 한 시대의 여러 가지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줘 소중한 자료이자 재미있는 볼거리였던 잡지(신문 포함)는 방송, 인터넷이 차례로 힘을 얻으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잡지만이 가진 어떤 면으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해 많은 연구적 가치가 있는 유물로 거듭났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 안에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죠.

옛 잡지로 역사를 읽는다?

옛 잡지로 역사를 읽는다 <잡지, 시대를 철하다> ⓒ 돌베개

"있는 놈과 없는 놈은 언제든지 생활상 차별이 심하지만은 특히 여름에는 그 차별이 심하다. 있는 놈은 대궐 같은 커다란 집에 광대한 정원을 가지고도 연못 위의 누각을 지어놓고 낮이면 장기, 바둑으로 소일하고 맥주, 사이다로 목을 축이며 예쁜 첩의 부채 바람과 선풍기 바람에 흑흑 느끼다시피 하고 밤이면 생사 모기장 안에 그물에 걸린 고기 모양으로 멀뚱멀뚱 누워서 빈대가 무엇인지 모기가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되 없는 놈은 좁고 냄새나는 방 한 칸이나마 마음대로 얻지 못하고 동서남북으로 떠돌아다니며 더위에 울고 장마에 울며 모기, 빈대, 벼룩에 다 뜯겨서 온몸이 만신창이 된다." 



<잡지, 시대를 철하다>(돌베개) 제1장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있는 놈과 없는 놈은 언제든지 생활상 차별이 심하지만은'이라는 대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당시의 빈부격차와 그에 따른 차별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문을 옮길 수는 없어 말씀을 드리자면) 없는 놈이라면 노동자를 말하는데, 그 고통이 말할 수 없이 컸다고 합니다. 

역사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당시의 생생한 모습들이 잡지에 담겨 있습니다. 이는 신문(신문의 특정 파트를 제외하고)이나 책을 통해서도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일반 백성의 모습을 그렸는가 하면, 지금은 유명한 전설적 인물들이나 사건들이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책 제4장에 나오는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그들에게는 상부의 명령 이외에 행동규범이 없다. 그들은 자신이 어떤 사물을 인정하거나 판단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그들 자신의 판단이 아무리 정확하고 틀림없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들은 그 현상을 일절 상부에 전달하고 그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나는 문득 보안분대 사무소 벽 위에 붙어 있던 구호 또 하나가 생각났다. '상부 명령의 충분한 이해가 상부 명령의 정확한 수행을 보장한다.' 요컨대 북조선은 현재 상부 명령이라는 원동기와 연락이라는 'V벨트'로 움직여 가는 한 거대한 기계, 인류 사회가 일찍이 가져보지 못한 사회 기계가 되어 있고 이 중에서 개인이라는 것은 그 각부를 형성한 부분품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북조선(북한)을 방문하고 보고 느낀 점을 담았습니다. 해방 직후라 방문이 어느 정도 요원했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들까지 잡지에 담겨 있다니 신기하면서도, '잡지'하면 떠오르는 저(低)급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있는 듯합니다. 시대를 말하고, 살아있는 역사를 전하는 옛 잡지를 보고 있나니 지금 시대에 잡지를 비롯한 매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매체가 있을까?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방대한 기록 일부에 불과하지만, 당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생생히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오늘의 사회를 해석하는 기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지금 매체들은 어떨까 반문하게 됩니다.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그 시대와 소통하고, 같이 울고 웃고, 이전 세대와 다음 세대를 잇는 역할을 하는 걸까요? 어느 특정 프레임에 갇혀 다른 매체를 비방하고 특정 단체나 인물을 매도하는 행동이 과해진 것 같지는 않은지요.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게 아닌,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보며, 저자의 말로 말미암아 깊고 깊은 시련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견뎌냈고, 어떤 선택을 했는지 짐작할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역사 교과서, 또는 대중 역사서를 통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을 배웠던 독자들에게는 우리 역사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반면 이런 모습을 생생히 전했던 옛 잡지들을 보며, 지금의 매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생생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생생하다는 것에는 단순히 살아있는 기사, 즉 톡톡 튀는 모습 또는 속보라는 뜻만 있는 게 아닐 것입니다. 

독자가 보지 못하고 지나치고야 마는 그곳, 세상에 알려져야 하지만 어떠한 힘으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사건, 후세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이 시대의 진짜 모습 등. 이런 것들이 모일 때라야만 그들에게 이 시대의 서술을 맡길 수 있을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2012.11.6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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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