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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책 다시읽기

볼테르가 던지는 질문, 낙관주의냐 비관주의냐 <낙천주의자, 캉디드> [지나간 책 다시읽기] 볼테르의 '계몽주의'라고 들어보았을 것이다. 18세기에 유럽을 휩쓴 시대적 사조로, 이성과 진보를 앞세워 전방위적으로 구습 타파를 외친 혁신적 사상이다. 로크가 그 첫장을 열었고, 이후 루소와 볼테르, 칸트 등 사상가들이 중심에 있었다. 이 사상은 결정적으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바꾸었고, 이후의 수많은 혁명들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들의 사상적 기반이 같은 건 아니었다. 루소는 낙관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테고, 볼테르는 비관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계몽주의'라고 하는 시대적 사조와는 다르게, 당대 논란이 되었던 철학 논쟁이다. 그 중심에는 그들보다 한 세대 앞선 철학자인 라이프니츠의 예정조화설, 즉 세계는 신에 의해 조화롭게 예정되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낙관.. 더보기
<죽음의 수용소에서> 극도의 시련 끝에 찾아오는 또 다른 시련의 의미는? [지나간 책 다시읽기] 인류 최대·최악의 비극이라 일컬어지는 '홀로코스트'. 본래 인간이나 동물을 대량으로 학살하는 행위를 뜻하지만, 고유명사로 쓸 때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유대인에게 행한 초유의 대학살을 말한다. 이는 역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 수많은 콘텐츠의 원형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나치 독일이 왜 그런 짓을 행하였는가와 전쟁이 끝난 후 유대인이 행한 짓을 차치 하고, 당시 유대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극도의 '수용소 생활'이다. 홀로코스트 관련의 수용소 생활을 다룬 영화는 , , 등이 있다. 그렇다면 책은 무엇이 있을까? 의외로 소설은 찾기 힘들다. 반면 만화와 산문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트 슈피겔만의 그래픽 소설 와 빅터 프랭클의 가 있다. 그나마.. 더보기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위대하지만, 소설 속 '개츠비'는? [지나간 책 다시읽기] 수줍게 오래된 기억 하나를 떠올려본다. 10여 년 전 한창 소설에 빠져있을 때쯤, 나를 괴롭힌 소설 두 편이 있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의 과 F. 스콧 피츠제럴드의 .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작품이지만, 나에게는 공통되게 ‘난해함’으로 기억된다. 같은 경우엔 프롤로그를 넘기는 데 한 달이 걸렸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당시에는 움베르토 에코의 해박함이 어찌나 어렵게 다가왔던지. 최근에 나온 그의 작품 (열린책들)은 비교적 쉽고 재밌게 봤다. 반면 는 다른 종류의 난해함으로 다가왔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던 것이다. 3번이나 도전했다가 결국 읽지 못하고 책은 팔아버렸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 더보기
<호밀밭의 파수꾼> 위선과 거짓의 가면을 벗기고픈 소년의 방황 [지나간 책 다시 읽기] 고등학교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이 되기 전 애매모호한 시간을 보냈을 무렵, 학교 도서관을 배회했다.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명저를 찾기 위해서였다. 아니, 꼭 그렇진 않았다. 그냥 원래 도서관을 좋아했고,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한량같이 도서관을 휘젓고 있는데, 정말 우연하게 성장 소설 한 편을 발견했다. 제목은 . 무슨 이유였는지 지금으로선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 자리에서 그 소설을 훔쳐왔다. 즉, 도서관 대출을 하지 않고 대출 코드 스티커를 떼어버린 채 그냥 가져와 버린 것이다. 이유없는 반항이었을까, 소설에 대한 알 수 없는 끌림때문이었을까. 홀든 콜필드처럼 모든 걸 증오하고 있어서 였을까. "그래. 난 학교를 증오해. 정말 증오하고 있어. 그것뿐이 아.. 더보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당신 얼굴을 질투해본 적 있나요? [지나간 책 다시읽기] 오스카 와일드의 연예인에 열광하고 연예인을 동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내가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무엇, 즉 선천적인 타고난 끼와 외모에 대한 갈망이 자리 잡고 있다. 소녀시대를 향한 삼촌팬들의 마음은 어떨까. 또한 조인성을 바라보는 젊은 여성들의 마음은 어떨까. 이런 마음 속에는 젊음에 대한 환상과 이상적인 대상을 소유할 수 없다는 데에서 기인한 아쉬움이 담겨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 열광함으로써 계층적 대리만족을 느낀다. 여기에는 일종의 쾌락주의도 가미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 전반적으로 쾌락주의보다는 금욕주의에 가까운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오래된 전통 문화에서 기인한 바 강력한 여론의 힘도 한 몫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쾌락주의에도 육체적·정신적.. 더보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연애만이 아닌 관계의 교과서 [지나간 책 다시읽기] 사랑은 참 힘들다. 사랑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나의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건지, 행복하지 않은 사랑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 그럼에도 왜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은지, 왜 웃음보다 울음이 기쁨보다 슬픔이 자주 찾아오는지... 사랑은 참 어렵다.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도, 그 이론은 단 한 사람한테 해당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고유한 만큼 그들이 하는 사랑도 모두 다 다르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겠지만 완벽한 정답은 없다. 사랑은 참으로 힘들고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 나를 버릴 때 나는 기꺼이 삶을 버릴.. 더보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현실과 이상, 당신은 어느 곳을 택할 것인가 [지나간 책 다시읽기]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2009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예담)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남자, 여자, 침대, 술이라는 욕망의 4대 원소로 삶의 허망한 구조를 드러내온"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또한 프랑스 최고 권위의 일간지 에서는 홍상수 감독을 두고 '그는 현대의 연애와 성생활의 실태에 대한 씁쓸한 페시미즘의 초상을 명료하게 그리면서, 자기표현의 도구를 사상의 방법으로 변형시킬 줄 아는 예술가다'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다소 어려운 말인데, 단적으로 말하자면 홍상수 감독은 현대인에 내재된 욕망을 에둘러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라는 거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우리네 진실된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에, 그의 영화를 보며 감탄하고 재밌어하면서도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다. .. 더보기
<완장>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지나간 책 다시읽기] 이명박 정부가 물러가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도 어느덧 일 년 반이 지나갔다. 5년 임기 중 벌써 1/3 지점에 다다른 것이다. 권불십년이라 했던가. 한시적이고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권력의 속성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왜 그리 목을 맸던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왜 그리 휘둘러 댔는가. 권력이란 그물은 언젠가 휘두른 본인을 향한다는 사실도 모른 채.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으면 그리 되는 것인가. 누구라도 '완장'을 차면 눈이 뒤집히는 것인가. 글쎄, 모를 일이다. 에서 프로도 배긴스와 친구들은 한낱 완장보다도 훨씬 어마어마한 권력·힘의 근원인 '절대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목숨을 건 여행길에 오르지 않았는가. 하지만 완장은 절대반지처럼 유일무이하지 않다. 절대적이지도 않다. 에서 악의..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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