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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 메마른 그곳에서 <드라이> [신작 영화 리뷰] 호주 멜버른의 고층 아파트, 연방수사관 에런은 뜻밖의 연락을 받고 20여 년 전 떠났던 고향 마을 '키와라'로 향한다. 어린 시절 친구 루크의 장례식이 열린다고 했는데, 그가 아내와 첫째 아이를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남겨진 루크의 부모는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한몸에 받으면서 루크의 갓난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에런에게 사건을 좀 들여다봐 줄 것을 말한다. 사건 개입을 꺼려 하는 에런에게 루크의 아빠는 20여 년 전 사건을 들먹인다. 루크도 거짓말을 했고 에런도 거짓말을 했다면서. 안 그래도 고향에 돌아온 에런에게 향하는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그가 연관되었던 20년 전 사건 때문이었는데, 에런과 루크 그리고 그레첸과 엘리는 단짝 친구로 함께 어울려 놀곤 .. 더보기
영화로 일상의 심리를 안전하게 투사하는 방법 <영화관에 간 심리학> [신작 도서 리뷰] 2시간 남짓에 불과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인생을 논한다는 건 자못 어불성설해 보인다. 100세 시대인 만큼 100년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867000시간이니, 2시간이면 인생에서 433500분의 1에 불과한 것이리라. 단순 수치상으로만 봐도 어이 없을 정도로 하찮지 않은가. 그럼에도 '영화'가 건축·조각·회화·음악·문학·연극·사진·만화와 더불어 인류의 9대 예술 중 하나로 자리잡은 데 이유가 있을 테다. 그렇다, 영화에는 산술적으로만 단순화시킬 수 없는 무엇이 있다. 2시간이 아니라, 20분짜리 단편에도 말이다. 그 '무엇'이 무엇인지 찾는 지난한 작업이 영화 보기 또는 영화 읽기일 것이다. 영화 만든이나 영화 평론가가 하는 일이 그런 일들일 텐데,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는 이.. 더보기
이 결혼, 이 사랑은 시작부터 잘못된 걸까?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 [신작 영화 리뷰] 영국 남부의 작은 해안도시 시포드, 시 선집을 엮는 그레이스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에드워드는 29주년 결혼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레이스는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반면 에드워드는 소극적이고 조용한 듯하다. 그때쯤 오랜만에 찾아온 아들 제이미, 부모님 댁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눈치다. 그런데 하필 그때 사달이 난다. 다그치는 그레이스와 반응이 없는 에드워드 그리고 반응이 없는 에드워드가 답답한 그레이스와 계속 몰아부치는 그레이스를 피하고 싶은 에드워드 말다툼을 벌인 것이다. 그레이스는 에드워드를 자극하고자 에드워드에게 손찌검을 하고 아침 밥상을 엎어 버린다. 에드워드는 자리를 피한다. 제이미는 아빠를 몰아 세우고 손찌검까지 하는 엄마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레이스가 성당에 간 사이.. 더보기
가난한 이들에겐 죽음조차도 사치일 수 있겠구나... <축복의 집> [신작 영화 리뷰] 젊은 여성 해수는 공장에서 온몸이 땀에 쩌들 만큼 일하곤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지만 받지 않는다. 어느새 그녀는 식당에서 불판을 닦고는 잔반을 정리한다. 일을 끈내곤 늦은 밤 다시 빠르게 어디론가 향한다. 이번엔 집앞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선뜻 들어가지 못한다. 집 근처 계단에서 다시 누군가한테 전화를 걸어 보지만 받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선 해수는 녹물이 충분히 나오게끔 한 후 샤워를 한다. 다음 날 아침 현금을 두둑히 챙겨 집을 나선다. 그녀가 사는 동네는 지구 전체가 재개발이 한창인 듯하다. 일을 하러 가지 않고 의사를 찾아가 25만 원을 주고 시체검안서를 뗀 해수, 어느 중년 남성의 차에 올라 타 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해수 어.. 더보기
"진정으로 소중한 건 쉽게 얻을 수 없어" <피그> [신작 영화 리뷰] 슬럼프는 누구에게 언제든지 어떤 모습으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소위 '잘나간' 사람일수록 슬럼프의 파동이 크게 느껴질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상업 영화배우의 경우, 잘 나가는 것도 한순간이지만 슬럼프에 빠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세상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지만, 어느새 아무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이다. 여기, 아주 적절한 배우가 한 명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 할리우드 최고의 로얄패밀리라고 할 만한 '코폴라' 가문 출신으로 1980년대 영화계에 얼굴을 내민 뒤 오래지 않아 스타덤에 오른다. 1990년대 중반 로 골든글로브와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휩쓸며 연기파 배우로도 우뚝 선다. 이후 액션, 드라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족족 흥행에 성공하며 광폭 행.. 더보기
전설의 테니스 자매를 키운 아버지의 78페이지 도박 <킹 리차드> [신작 영화 리뷰]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지난 한 해 전 세계 영화계의 주인공 중 하나로 설 만한 자질을 보여 준 영화 , 단독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차드 역의 윌 스미스가 기어코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날아 올랐다. 윌 스미스로서는 2002년 와 2007년 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생애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위업을 이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로 오랜 숙원을 푼 이후 이전과는 또 다른 행보를 보여 준 것처럼 윌 스미스 또한 차기 행보가 기대되는 한편, 의 또 다른 포인트가 눈길을 끈다. 테니스 팬이라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은 실화, 바로 테니스 역사와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전설 윌리엄.. 더보기
성공이라는 이름의 욕망, 괴물의 또 다른 이름 <나이트메어 앨리> [신작 영화 리뷰] 영화를 논함에 있어 감독을 언급하고 지나가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가장 적절한 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의 영화에는 그만의 고유 마크 또는 인장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1993년에 장편 연출 데뷔 후 30여 년 가까이 활동하며 거의 모든 작품(만 각본 제외)에 연출·각본을 도맡았고 원안과 제작까지 도맡을 때도 있다. 그의 영화는 오롯이 그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다. 기예르모 감독의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자못 혐오스럽기까지 한 크리처들을 판타스틱한 아름다움의 미장센 배경에 올려 두고는, 암울한 시대상과 기민하게 엮어 냈다. 그가 창조한 세상에 조심스럽게 .. 더보기
21세기 최고의 수비수는 바로 나야 나! <세르히오 라모스> [신작 도서 리뷰]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는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 '라 리가'의 명성이 무색하게 2008년 이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맥을 못췄다. 월드컵에선 1950년 제4회 대회 4강이 최고 성적이었고, 유로에선 1984년 제7회 대회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명색이 축구 강국 중 하나였지만, 결코 우승 후보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8년 제13회 유로부터 일을 내기 시작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메이저 대회 3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2008년 제13회 유로 우승, 2010년 제19회 월드컵 우승, 2012년 제14회 유로 우승. 축구 역사상 어느 팀도 이루지 못한 위업이었다. 그나마 프랑스가 1998년 제16회 월드컵 우승, 2000년 제11회 유로 우승의 역사를 썼을 뿐이다.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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