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출간 연재-3'에 이어집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출간 연재'가 끝났습니다^^ 혹시! 더 원하시는 분이 많다면 더 이어나가보도록 하겠지만, 책을 구입해서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ㅋ 그리고 시리즈가 계속 이어나간다고 하니~ 소장해보심이? 저는 다 구입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출간 연재'를 카카오 채널에서 연재해 왔는데, 이번엔 처음으로 블로그와 카카오 채널에 동시 연재 해보았어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해보고 싶네요^^
나는 상자로 돌아가서 무서운 기구를 꺼내고, 개구기도 함께 꺼내서 앞니에 끼우고 말의 입이 크게 벌어질 때까지 톱니바퀴로 개구기를 열었다. 그러자 모든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물론 문제의 원인은 거기에 있었다. 입의 반대쪽에도 첫 번째 것과 똑같은 거대한 가지가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맙소사. 이제 나는 그것을 두 개나 잘라내야 했다.
늙은 수말은 다 알아차린 것처럼 눈을 감다시피 하고 참을성 있게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발가락을 꼬부린 채 작업을 계속했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이빨이 부러지자 하얀 테를 두른 눈이 크게 뜨였지만, 그 눈에는 가볍게 놀란 표정이 떠올랐을 뿐이다. 말은 움직이지도 않았다. 반대쪽 뼈를 잘라내는 동안에도 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개구기가 턱을 억지로 벌려놓고 있었기 때문에 말은 따분해서 하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기구를 치우는 동안 존 노인은 풀밭에서 뼛조각을 집어 들고 흥미롭게 살펴보았다.
“가엾은 녀석. 잘했소, 젊은 선생. 이젠 녀석들도 기분이 훨씬 좋아지겠지.”
돌아오는 길에 건초꾸러미에서 해방된 존 노인은 아까보다 두 배나 빨리 걸을 수 있었고, 쇠스랑을 지팡이처럼 사용하여 맹렬한 속도로 언덕을 성큼성큼 걸어 올라갔다. 나는 기구 상자를 몇 분마다 이 손에서 저 손으로 옮기면서 숨을 헐떡거리며 그 뒤를 따라갔다.
절반쯤 올라갔을 때 기구 상자가 내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 기회에 나는 잠깐 걸음을 멈추고 한숨 돌렸다. 존 노인이 초조하게 중얼거리는 동안 나는 뒤에 남겨두고 온 말 두 마리를 돌아보았다. 말들은 여울로 돌아가 놀고 있었다. 활기차게 서로 쫓아다니고 발로 물을 튀겼다. 벼랑은 그 장면에 어두운 배경막을 이루었다. 반짝이는 강물, 청동색과 황금색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나무들, 향기로운 초록색 풀밭.
농가 마당으로 돌아오자 존 노인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한두 번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말했다.
“고맙소, 젊은 선생.” 그러고는 홱 돌아서서 가버렸다.
내가 일을 무사히 끝낸 데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구 상자를 자동차 트렁크에 집어넣고 있을 때, 아까 언덕을 내려가는 도중에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양지바른 구석에 여느 때처럼 쾌활하게 앉아, 수북이 쌓인 자루에 등을 기대고 낡은 군용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그 늙은 짐승들을 보러 내려갔었군요?”
“영감님은 규칙적으로 그 말들을 찾아갑니까?”
“규칙적이라고요? 날마다 가죠. 날마다 영감님이 거기로 터벅터벅 내려가는 걸 볼 수 있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어요. 그리고 갈 때마다 항상 무언가를 가져가지요. 곡식자루나 잠자리에 깔아줄 짚이나.”
“그런 일을 12년 동안이나 했군요?”
남자는 보온병 마개를 열고 홍차 한 잔을 따랐다.
“그동안 말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 녀석들을 말고기 장수한테 팔았다면 목돈을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상하지 않나요?”
“맞아요. 이상한 일이네요.”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은 병원으로 돌아오는 동안 줄곧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날 아침에 파넌과 나눈 대화를 돌이켜보았다. 그때 우리는 가축을 많이 키우는 사람이 개개의 동물에게 애정을 느끼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방금 다녀온 목장에는 축사마다 가축들로 가득 차 있었다. 존 노인은 가축을 수백 마리나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가 날씨와 상관없이 날마다 그 언덕을 내려가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왜 그는 그 늙은 말들의 말년을 평화와 아름다움으로 채웠을까? 왜 그는 자신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마지막 안락과 평안을 그 말들에게 주었을까?
그것은 정녕 사랑일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도서출판 아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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