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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이번엔 오스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레버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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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영화 <레버넌트> 포스터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거짓말 같은 실화'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으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얼핏 생각나는 작품도 몇 가지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애비에이터>,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그리고 <타이타닉>도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연으로 활약했다. 


아무래도 기막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주연이면 모든 포커스가 그에게 몰리기 마련이다. 그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약관의 나이 때부터 꽃미남의 원 톱 주연으로 수많은 조명을 받아 왔기에, 어느 정도에 이르러서는 중압감을 넘어서 오히려 원 톱 주연 영화에만 출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물론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에도 그의 존재감은 월등했다. 


글래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기나긴 복수의 여정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 또한 그에게 지극히 어울리는 그런 영화다. 엄연히 이 영화의 주연은 4명, 아무리 좁혀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 2명이다. 하지만 포스터에 오로지 디카프리오 얼굴만 나온 걸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 원 톱 주연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더욱이 <레버넌트>는 '거짓말 같은 실화'이다. 디카프리오가 벼르고 벼른 느낌이다. 


영화는 스토리보다 연기와 연출, 촬영에 방점을 찍은 것 같다. 영화의 배경은 이 추운 겨울에 봐도 더할 나위 없는 추위가 느껴지는 개척 시대 이전의 19세기 초중반 아메리카 대륙 서부이다. 모피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아들 호크와 함께 모피 회사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인디언 족의 습격을 받아 큰 타격을 받고 도망 다니던 중, 글래스는 회색곰에게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받는다. 


그 타격으로 인해 글래스는 말도 할 수 없고 앉을 수도 걸어 다닐 수도 없는 처지가 된다. 멀지 않아 죽을 거라고 누구든 예상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대장 헨리(돔놀 글리슨 분)은 남은 인원들이 힘을 합쳐 그를 이송할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지형이 나타나자 피츠제럴드(톰 하디 분)와 브리저(윌 폴터 분)에게 그를 잘 돌보고 장례식을 잘 치러줄 것을 명하고 자리를 뜬다. 


피츠제럴드와 브리저, 호크 그리고 글래스. 피츠제럴드는 글래스와 호크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글래스에게는 빨리 죽음을 맞이할 것을, 인디언 엄마에게서 난 자식인 호크에게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었다. 결국 피츠제럴드는 글래스가 보는 앞에서 호크를 죽이고 글래스를 생매장 시킨다. 브리저에게는 인디언 습격 때문에 빨리 자리를 떠야 한다고 거짓말을 한 후 급히 자리를 뜬다. 영화가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이다. 글래스의 피츠제럴드를 향한 기나긴 복수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레버넌트>를 만들어낸, 연출과 촬영과 연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전작 <버드맨>으로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다. 또한 <버드맨>의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은 <그래비티>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아카데미를 거머쥐었다. <레버넌트>는 이 둘이 다시금 뭉쳐 1년 만에 돌아왔다. 현재 아카데미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오랜 숙원(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풀어줌과 동시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2회 연속 감독상 수상과 엠마누엘 루베즈키 촬영 감독의 3회 연속 촬영상 수상이라는 대업적의 신화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이 세 명이, 이 세 부분이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하겠다. 연출과 촬영과 연기. 이 영화가 추구하는 극사실주의를 위해 오로지 자연조명과 불빛 만을 사용했다는 후문은 이미 전설이다. 당연히 인공조명이 수없이 투입되었다고 알고 있고, 현대 영화 제작에서 그건 너무나 당연하면서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런데 그것 제한했다는 건 하나의 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도전은 잘하면 칭찬을 받지만 잘못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이들의 도전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촬영 기법은 어떠한가. <버드맨>으로 가공할 만한 롱테이크 기법을 선보인 바 있는 그들이 이번에도 동일한 기법을 들고 왔다. 예를 들어, 말하는 인물이 바뀌어 카메라를 비추어야 할 때면 화면이 바뀌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에서 말하는 인물이 바뀌어 카메라를 비추어야 할 때면 카메라가 움직이곤 했다. <버드맨>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롱테이크를 구사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지만, 광활하고 탁 트인 곳에서 롱테이크를 구사하는 것은 더욱 어렵고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두 눈으로 보고서도 그 동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영화 <레버넌트>의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화룡정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 영화에서 연기야말로 가장 빛나는 화룡정점이라고 생각한다. 회색곰에게 온몸을 찢기는 장면은 두고두고 보고 싶지만, 한편 절대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끔찍한 장면이다. 유일하게 CG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토록 완벽한 장면을 만들어 냈으니 회색곰에게도 영예를 안기고 싶은 심정이다. 그 한 장면으로도 특수 효과의 최고봉을 맛보았다. 난 그렇게 탄생한 회색곰도 연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마지막으로 올리는 건 그에 대한 예의 표시라고 봐도 무방하다. 혹자는 톰 하디의 연기,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매드 맥스>에서 얼굴을 가리고 나왔음에도 보여줬던 그의 눈빛 연기를 높게 쳐주고 있지만, 역으로 생각해볼 때 그는 그런 연기에만 특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를 위한 무대였다. 


목을 다쳐 소리를 내지 못하고 온몸이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의 앞에서 아들이 죽어갈 때 보여준 극도의 분노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함께 관자놀이가 터질 것 같고 이를 악 다물고 손톱으로 피가 날 정도로 손을 꽉 쥐게 만들었다. 그가 조금씩 기력을 되찾으면서도 계속해서 위기에 봉착하고 다시 살아나고를 반복할 때면, 죽지 말고 반드시 살아나 아들의 복수를 할 것을 기도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제 꼼짝 없이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함께 한 말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모두 꺼낸 후 발가벗은 채로 그 안에 들어가 체온을 보존해 죽지 않은 장면을 봤을 때는, 실제로 몸이 바르르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히며 손이 차가워지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쳐 어떤 카타르시스 비슷한 걸 맛보게 해주었다. 디카프리오의 팬이 되었다. 그의 연기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한 적이 몇몇 있었는데, 이 영화 또한 그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왠지 앞으로도 더더욱 정진된 연기를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본 것 같다. 인간이 생존과 복수라는 본능에 충실할 때, 저리도 위대해질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인간의 고뇌를 얘기하는 영화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작금의 할리우드에서 이런 영화가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니, 감사하다고 할까? 이성의 극단 세계에서 본 본성의 극단은 생각지 못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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