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피스>



영화 <오피스> 포스터 ⓒ리틀빅픽쳐스


저는 직장인입니다. 많고 많은 직장인 중에 한 명이지요. 오피스에서 일을 합니다. 회사가 크지 않고, 일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요. 그 안에서도 참 여러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사정 상 현재는 상명하복 체계가 덜 갖춰져 있어요. 각자 자신이 담당하는 게 확실히 구분되어 있어서 이기도 할 겁니다. 요즘 많은 회사들이 이런 식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라고 하죠. 회사마다 다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조직이 큰 대기업의 경우는 상명하복 체계가 갖춰져야만 하는 것인지요? 위로 갈수록 책임과 권리가 비례하게 올라가는 그런 구조 말이죠. 그런데 반드시 그런 경우가 생길 거예요. 나보다 위에 있는데, 실력은 나보다 아래인 사람이 부서마다 꼭 있다는 거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도 그런 사람이 있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정말 난감한 상황이죠. 


이런 경우는 어때요? 누가 봐도 일은 끝내주게 잘해요. 아래 사람한테나 윗사람한테나 믿음직하죠. 그런데 해도 해도 너무 열심히 해요. 융통성 없고 고지식해서 주위 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죠. 주위 사람들이 싫어합니다. 조직 생활에서는 일 못하는 사람보다 이런 식의 사람이 더 힘들 거예요. 


영화 <오피스>의 김병국 과장이 바로 이런 사람이에요. 일은 잘 하지만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고 재미 없는 사람이죠. 모르긴 몰라도 윗사람한테 아부를 하지 못하고, 아래 사람들에게 농담 한 마디 하지 못할 거예요. 회사에는 오직 일만 하러 오죠. 그런데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착하기 그지 없을 거예요. 그런 그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퇴근을 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다짜고짜 망치를 들고 오더니 가족들을 무참히 살해합니다. 그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영화 <오피스>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다음날 광역수사대가 회사로 출동합니다. 집보다 회사에서 오래 있는 직장인이니 만큼 당연한 수순이겠죠. 집이 아닌 회사에서의 어떤 일 때문인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조금 이상해요. 하나 같이 김병국 과장을 두둔합니다. '과장님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라고요. 다들 그가 착하고 유순하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겠죠. 다만, 그 말투가 비꼬는 듯해요. 마음에 들지 않는 거죠. 다들 여우 같아요. 


김병국 과장이 범인인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에요. 영화는 김병국 과장이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는 간단히 처리하고, 도대체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초점을 맞추죠. 회사 때문인 게 분명한데, 회사에서 숨기고 있어서 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 때문인지 이유를 찾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그건 영화 속 형사의 입장에서 이고, 관객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어요. 특히 직장인이라면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거예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회사 일이 힘들 때면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제일 먼저 할 거예요. 하지만 그 이후를 생각하곤 생각을 접죠. 그만 두면 뭐하죠? 회사를 직접 차리지 않는 이상, 다른 회사를 다녀야겠죠. 그러면 뭐가 달라질까요? 현재와 비슷하겠죠. 그럴 바에는 어떻게 하든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되죠. 


그런데 그 상태가 계속 되면 어떻게 될까요. 참고 참고 또 참고... 내 손에 일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상황이라면 그 사면초가의 상황을 어떻게 타계해야 할까요. 일을 잘 못하면 짤릴까봐 전전긍긍하며 어떻게 일을 더 잘 할까 고민하겠죠. 하지만 일과 회사, 그리고 사람들 자체에 신물이 나서 버틸 수 없을 것 같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죠. 김병국 과장에게 닥친 문제가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많은 직장인들에게도 해당하는 문제겠죠. 



영화 <오피스>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그렇게 김병국 과장은 괴물이 되었어요. 영화는 김병국 과장이 왜 일가족을 살해했을까 에서, 김병국 과장이 회사 사람들을 하나하나 살해 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러면서 회사 사람들 하나하나의 진짜 모습을 천착해 들어가죠. 가지각색입니다. 그렇지만 크게 보면 한통속이죠. 부장이 과장을 쪼면, 과장은 대리를 쪼고, 대리는 사원을 쪼고, 사원은 인턴을 쫍니다. 김병국 과장과 비슷한 부류라는 이미례 인턴을 제외하곤, 김병국 과장에게 죽어가죠. 괴물이 된 그에게 말이에요. 


이 모습을 보고 몇 가지 생각이 납니다. 김병국 과장이 많은 직장인을 대표하는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그처럼 괴물이 되는 직장인이 많을까요? 일가족을 죽이고, 회사 사람들을 하나하나 죽이는? 물론 거의 없을 거예요. 아니, 없다고 보는 게 무방하겠죠. 이 영화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이 많을 거예요. 너무 오버 한다고, 말이 되는 스토리를 보여주라고 말이에요.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김병국 과장으로 대표 되는 평범하기 그지 없는 직장인이 얼마나 아프고 마음이 곪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 거라 봐요. 날카로운 칼을 들고는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우리네 직장인의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회사를 넘어 결국은 이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죠. 그러고는 그에게 쥐어주는 게 칼입니다. 


또 하나는 이런 거예요. 김병국 과장은 자신이 일하는 영업 2부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죽이죠. 그 죽이는 장면 하나하나가 일품이었어요. 스릴러 영화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에 근접했죠. 심장이 쫄깃쫄깃한 게, 그 여파가 쉽게 가시지 않았어요. 이런 영화적 접근도 접근이지만,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요. 한 마디로, 부서원들만 죽이면 뭐합니까? 변하는 건 없는데요. 


김병국 과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그렇게 센세이션할 일을 저질러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 다는 것이죠. 물론 영화에서 그가 세상을 바꿀 요령으로 그러진 않았어요. 괴물이 되어서 저질렀을 뿐이죠. 그 자리에서 이 영화는 멈춘 거예요. 더 이상 나갈 수 없었죠. 훌륭하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또 하나의 괴물을 등장 시켜 문제 제기 차원에서,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쪽으로 급 선회를 하죠. 그 때문에 영화가 조금 애매해졌다고 생각해요. 안타깝죠. 



영화 <오피스> 한 장면 ⓒ리틀빅픽쳐스



한편 피해자가 가해자로 되어 가는 모습에 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정도예요. 너무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죠. 그만큼 우리 사회가 병들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사회가 정상적이라면 어떻게 피해자가 가해자로 될 수 있을까요? 그러면 결국엔 진짜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는 거잖아요. 이런 콘텐츠를 볼 때 절대적으로 꼼꼼히 살펴보아야 할 게 바로 이 부분이에요. 꼭. 


시종일관 씁쓸했어요. 남의 일 같지 않아서 더욱 그랬죠. 어느 정도의 공감이 갔어요. 오피스라는 소재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죠. 학창 시절, 회사, 가족, 사랑 이야기는 공감이라는 기본 무기가 장착되어 있어서 좋겠지만 식상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힘들어요. 그런 면에서 <오피스>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호흡이 좀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영화보단 드라마로 만드는 게 좋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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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