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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4.19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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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4·19 세대' 四一九世代


4·19혁명의 의식을 자양분으로 삼아 이전 세대와의 단절을 선언하며 정체성을 확립해 나간 한국 문학의 한 세대.


대표적인 소설가로는 김승옥, 서정인, 이청준, 박태순, 홍성원 등이 있으며, 시인으로는 황동규, 이성부, 정현종, 오규원 등, 평론가로는 백낙청, 염무웅, 김현, 김윤식, 임헌영, 홍기삼, 구중서, 조동일, 김치수, 김주연, 김병익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미국식 교육을 본뜬 교과서를 통해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습득하였고, 4·19혁명을 거치면서 그러한 가치를 내면화할 수 있었다. 또한 한글 구사에 어려움을 겪은 이전 세대와 달리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한글로 생각하고 말하기 시작한 세대로서 자부심을 공유했다는 견해도 있다.


이들 가운데 특히 이전 세대와의 단절을 강조했던 이는 김현이다. 가령 「한국비평의 가능성」에서 그는 자신들을 "65년대 비평가"로 분류하며 새로움을 강조한다. 이러한 태도가 일반적인 용어로 굳어지면서 '4·19세대'로 정착되었다. 이렇듯 세대 의식에 입각한 동류의식을 강조하던 시도는 흔히 『문학과지성』계열로 분류되는 비평가들에게서 두드러진다. 4·19세대는 크게 보면 '우상의 거부'와 '새로운 가치의 창조'라는 측면에서 공통분모를 드러낸다. 


김승옥의 대표작 「서울, 1964년 겨울」과 「무진기행」은 특히 이전 세대와 달리 엄숙주의를 거부하고 글쓰기의 중심을 자의식에 놓는 4·19세대의 창작관을 전형적으로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형, 꿈틀거리는 것을 사랑하십니까?" 하고 그가 내게 물었던 것이다. 

"사랑하구 말구요." 나는 갑자기 의기양양해져서 대답했다. 

(중략)

"오르내린다는 건...... 호흡 때문에 그러는 것이겠죠?"

"물론입니다. 시체의 아랫배는 꿈쩍도 하지 않으니까요. 하여튼...... 나는 그 아침의 만원 버스칸 속에서 보는 젊은 여자 아랫배의 조용한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왜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맑아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움직임을 지독하게 사랑합니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부분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나'와 '안'이라는 25세 동갑 내기의 이러한 대화는 현실에 대해 문을 닫아건 채 자의식만을 큰 의미 없이 드러내는 새로운 세대의 의식을 잘 드러내 보여 준다. 어쨌든 4·19세대는 4·19혁명의 성과와 한계를 전유하는 방식에 따라 점차 『창작과비평』,『상황』,『문학과지성』그룹으로 분화해 나갔다. 이들 세대가 처음 발행한 매체는『비평작업』이며, '서울대 문단'을 중심으로 하였던 『문학과지성』의 전사(前史)로 기록되는 동인지로는『산문시대』,『사계』,『68문학』을 꼽을 수 있다.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엮음, 도서출판 아시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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