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베스트셀러' best seller
비교적 짧은 기간에 많은 판매 부수를 기록한 물건, 특히 책을 가리키는 말. <->스테디셀러
미국의 문예 비평지 『북맨』이 '베스트셀링 북스'라는 목록을 만들어 게재한 것이 시초이다. 베스트셀러는 일회성을 주요한 속성으로 한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독자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스테디셀러(steady seller)'와는 다르다. 스테디셀러가 시대를 관통하여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반면, 베스트셀러는 그만큼 당대 사회의 요구와 분위기를 밀접하게 반영한다.
한국 문학에서 베스트셀러라는 용어는 해방 이후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문학의 대중성과 예술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는 대중 문학들이 문학 작품이라기 보다는 이익을 창출해 내는 상품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전후의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독자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준 1950년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이 작품은 전쟁이 야기한 가치관의 붕괴를 상류 사회의 속물적 모습과 대담하고 선정적인 묘사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수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동시대의 보편적 삶의 모습을 직시하는 날카로운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70년대 베스트셀러는 현실 비판 의식과 상업주의의 만남을 통해 그 어느 시기보다도 활발하게 독자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대중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 문단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점은 대중성과 미학성이 극단적으로 분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시기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는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이다. 이 작품은 이후 조선작의『영자의 전성시대』, 조해일의『겨울 여자』등 유사한 주제나 소재의 작품들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들에서는 '타락/순수'의 앙면적 이미지를 지닌 여성 인물을 통해 유신 독재라는 암울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방황하는 남성들을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이러한 통속적인 구조 속에 산업화로 인해 소외받는 하층민들의 삶을 포개어 놓음으로써 사회적·정치적 실천의 영역과도 일정하게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1990년대 한국 출판계를 뜨겁게 달군 베스트셀러는 이은성의『동의보감』이다. 이념의 붕괴에 따른 정치적 허무주의와 세기말적 현상의 틈을 파고든 '역사 인물 소설'은 이후 이재운의 『소설 토정비결』, 황인경의 『소설 목민심서』등으로 이어지면서 오랫동안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와는 다른 방향에서 과거에 대한 향수를 유발함으로써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작품으로 이인화의『영원한 제국』과 김진명의『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있다. 이와 더불어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지극한 가족애를 그린 작품들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정현의『아버지』, 조창인의『가시고기』등이 대표적인 베스트셀러이다. 1990년대에는 또한 신경숙의『깊은 슬픔』, 공지영의『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등이 대표적 베스트셀러였다. 도종환의『접시꽃 당신』, 서정윤의『홀로서기』, 최영미의『서른, 잔치는 끝났다』등도 시집으로서는 드물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바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장기간 올라 있는 대중 소설들은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기획 상품'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베스트셀러는 자본의 논리와 결탁한 상업주의의 산물로 간주되어 문학 논의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황석영의『바리데기』, 박완서의『아주 오래된 농담』, 조정래의『아리랑』, 박경리의『토지』등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들도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의 경제를 오가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100년의 문학용어 사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엮음, 아시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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