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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굿 윌 헌팅>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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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굿 윌 헌팅>



<굿 윌 헌팅> ⓒ미라맥스 필름



옛말에 '한 명의 진정한 스승과 열 명의 진정한 친구, 그리고 백 권의 좋은 책'을 말할 수 있으면 성공한 삶이라고 하였다. 그만큼 인생에서 진정한 스승을 만나기란 정말 힘든 법이다. 그런데 이 옛말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부모의 존재이다. 부모를 '두 명의 진정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의 교육은 한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 


부모라는 최고의 스승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면, 아니 오히려 부모에게서 어마어마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었다면 어떤 인격이 형성될 것인가? 그에게는 진정한 스승과 친구, 그리고 사랑이 누구보다도 필요하다. 영화 <굿 윌 헌팅>은 진정한 스승과 친구, 그리고 사랑을 만난 어느 불운한 천재 청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미국 보스턴 남부 빈민촌, 그리고 MIT.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둘이 한 청년에 의해 엮어진다. 

윌 헌팅(맷 데이먼 분)은 남부 빈민촌에서 살며 MIT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게시판에 적어 놓은 수학 문제를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 버린다. 사실 그 문제는 수학과 학생들 중에서 그 누구도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다. 수학과는 발칵 뒤집히고 램보 교수는 그 학생을 찾아낸다. 


헌팅이 천재라는 걸 알게 된 램보는 그를 본격적으로 키워보려 하지만, 헌팅은 그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사고를 치는 건 둘째 치고 너무나 어려운 문제를 너무나 쉽게 풀어버리는 게 문제였다. 헌팅에게는 그 어려운 문제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보다 그의 닫힌 마음을 여는 게 먼저였다. 램보는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 숀 맥과이어 교수(로빈 윌리엄스 분)를 찾아간다. 


헌팅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다. 어렸을 적 당한 심한 가정 폭력의 피해자인 것이다. 그로 인해 그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고,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 수 없게 되었다. 그와 비슷한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있을 뿐이다. 척키 슐리반(벤 애플렉 분)은 진정한 친구이다. 



<굿 윌 헌팅>의 한 장면. ⓒ미라맥스 필름



언젠가부터 스승의 개념이 '멘토'라는 개념으로 대체된 것 같다. 스승은 아무래도 다가가기 힘들고 일방적인 가르침의 개념이 있는 반면, 멘토는 상대적으로 동등하고 일방적으로 가르친다는 개념보다 상담이나 조언에 더 힘이 실린다. 천재 헌팅은 스승보다는 멘토가 필요했던 것 같고, 램보는 헌팅에게 멘토가 될 수 없었다. 과연 맥과이어 교수는 헌팅에게 멘토가 될 수 있을까?


헌팅은 맥과이어를 램보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맹공을 퍼붓는다. 상담 시간에서 자신의 얘기를 해보라는 맥과이어의 말에 천재적 지식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상담은 아무런 진척도 없이 끝나기 마련이고 서로 지쳐간다. 


"너는 모든 것을 다 아는 척하면서 내 그림을 통해 내 삶을 망쳐버렸어. 너는 고아야. 만약 내가 '올리버 트위스트'를 읽었기 때문에, 고아로서 겪었던 너의 어려움과 고아인 네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떠들면 어떻겠느냐?... 개인적으로, 나는 네가 떠들어 대는 얘기에 하나도 관심이 없다. 그런 얘기들은 엿 같은 책만 들추면 다 나오는 얘기들이니까. 그런 것으로부터는 '너'에 대해서 아무 것도 알 수가 없어... 나는 '너'를 알고 싶어. 네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바로 그런 얘기들이 내 마음을 확 잡아 끌지. 그러나 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아."


맥과이어의 진정한 마음을 알게 된 헌팅은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맥과이어라면 모든 걸 이해해줄 거라 믿었기 때문에.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길을 인도해줄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천재 헌팅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결여된 것은 엄청 많았다. 하필 그것들이 삶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들이라는 것. 사랑, 우정, 믿음, 신의...



<굿 윌 헌팅>의 한 장면. ⓒ미라맥스 필름



"내 생애 최고의 날이 언젠지 알아? 내가 너희 집 골목에 들어서서 네 집 문을 두드려도 네가 없을 때야. 안녕이라는 말도, 작별의 말도 없이 네가 떠났을 때라고. 적어도 그 순간 만은 행복할 거야."


헌팅의 진정한 친구 슐리반의 대사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친구의 앞날을 축복해주는 것이 진정한 친구의 덕목이라는 걸 안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는 게 쉬운 일인가? 한편 맥과이어 교수는 헌팅과의 인생 상담을 마무리 지으며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는다. 사랑을 찾아 나서라고 말이다. 


"그때 말을 걸지 않았으면 난 평생 후회했을 거다. 낸시와의 18년 결혼 생활도, 아내가 아파서 6년이나 일을 관뒀던 것도, 또 병상을 지켰던 2년도 난 후회하지 않아. 그깟 시합 못 본 건 아무 것도 아냐, 후회하지 않아."


헌팅은 사랑, 우정, 믿음, 신의와 같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인생 필수품들을 얻을 수 있을까? 또는 되찾을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헌팅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자칫 이런 류의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오글거림(?)'이 전혀 없다. 진지한 말은 진부하지 않은 명언이 되고,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내게서도 흐르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인생을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지난 2월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을 떠나보내고 6개월 만에 '로빈 윌리엄스'를 떠나보냈다.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영화 안팎에서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줄 것만 같았던 그가 말이다. 비록 전성기는 지났을 지 몰라도 <익스펜더블>의 오래된 영웅들처럼 언제나 건재함을 과시할 것만 같았는데,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그가 안녕이라는 말도 작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 버린 지금, 그 순간 만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에게 '진짜' 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일까? 안타깝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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