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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팡세 다시읽기

파스칼의 <팡세>를 통한 자유로운 사유(思惟)의 장-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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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인간이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는 갈대이고 우주가 그를 죽이기 위해서는 한번 뿜은 증기, 한 방울의 물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 해도 인간은 고귀하다. 인간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유(思惟)로 이루어져 있다. '생각하는 것' 그것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원리이다. 그러니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 단, 올바름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 생각하기에 있어 높고 낮음은 없다는 것을 알아두자. 파스칼의 <팡세> 아포리즘은 계속된다. 자유로운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 


1. 인간의 헛됨을 완전히 알고 싶은 사람은 사랑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 그 원인은 이른바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고 그 결과는 끔찍하다.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하찮은 <그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이 온 땅과 왕들과 군대와 전세계를 뒤흔든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만약 좀더 낮았더라면 지상의 모든 표면은 달라졌을 것이다. 


2. 인간의 가장 저속함은 영예의 추구이다. 그러나 바로 이것이 그의 우월성의 표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지상의 그 어떤 것을 소유하고 어떤 건강과 기본적인 안락을 누린다 해도 사람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면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다. 인간은 그의 이성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으므로 지상에서 그 어떤 이점을 가졌다 해도 인간의 이성 가운데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만족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가장 훌륭한 자리이며 어떤 것도 그를 이 욕망에서 돌아서게 할 수 없다. 이 욕망은 인간의 마음의 가장 말살하기 힘든 특성이다. 

인간을 극도로 경멸하고 짐승과 비교하는 사람들도 역시 칭찬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며 결국 그들 자신의 생각으로 인해 스스로 모순에 빠진다. 무엇보다도 더 강한 그들의 본성은 이성이 그들의 저속성을 납득시키는 것보다 더 강하게 인간의 위대성을 납득시킨다. 


3. 학문을 지나치게 깊이 연구한 사람들을 반박할 것. 데카르트. 


4. 영예. 짐승들은 서로 칭찬하지 않는다. 말은 자기 짝을 칭찬하지 않는다. 말이 달릴 때 그들 사이에 경쟁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마구간에서 가장 둔하고 흉한 모양의 말이라고 해서 다른 말에게 귀리를 양보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의 특성은 그 자체로써 충족된다. 


5. 허영은 사람의 마음속에 너무나도 깊이 뿌리박혀 있는 것이어서 병사도 상것도 요리사도 인부도 자기를 자랑하고 자기를 찬양해 줄 사람들을 원한다. 심지어 철학자도 찬양자를 갖기 원한다. 이것을 반박해서 글쓰는 사람들도 훌륭히 썼다는 영예를 얻고 싶어한다. 이것을 읽는 사람들은 읽었다는 영광을 얻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렇게 쓰는 나도 아마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을 읽을 사람들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3. 파스칼의 <팡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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