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한국시리즈 해태-삼성]
해마다 이맘 때 한국야구라는 꽃은 만개한다. 흔히들 말하는 가을 야구(플레이오프)를 하기 위해, 6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짓고 결실을 맺기 때문이다. 올해는 넥센 히어로즈가 창단 5년 만에 드디어 준플레이오프에 올랐었고, LG 트윈스가 자그만치 11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올랐었다. 정규 시즌 1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있다.
올해 정규 시즌은 유난히 치열했는데, 특히 상위 4팀의 싸움이 그랬다. 1위 삼성과 2위 LG가 2게임차, 2위 LG와 3위 두산이 1게임차, 3위 넥센과 4위 두산이 불과 0.5게임차. 독주가 없는 치열한 싸움이었지만, 반면 전체적으로 보면 상위 4팀의 독주였다. 4위 두산과 5위 롯데가 4.5게임차나 났던 것이다. 1위와 4위의 게임차보다 4위와 5위의 게임차가 더 벌어졌다니, 쉬이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삼성은 정확히 20년 전에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적이 있다. 정규 시즌 성적은 2위였다. 재밌는 사실은 당시 정규 시즌에서 3위가 OB 즉, 지금의 두산이었고 4위가 LG였다는 것. 20년의 시차를 두고 데자뷰 아닌 데자뷰를 느끼게 된다.
사실 이렇게 야구와 더불어 한국시리즈 얘기를 풀어 놓는 건 20년 전에 쓰인 나의 일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일기를 상당히 게을리 쓰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한국시리즈 7차전을 보고 그 열기에 반했는지, 나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여기 그 전문을 토시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옮긴다. 선생님께서 그 일기장 전체에서 유일하게 "정확히 잘 관찰했다"라는 멘트를 남기셨다.
10월 26일 화요일 맑음
제목: 야구
"나는 오늘 야구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해태를 응원 핸는데 그런데 1회말에 1점을 따냈고, 3회말에 한 점 4회말에 한 점을 따냈다. 그래서 다 합채서 3(4)점이다.(*3인지 4인지 정확하지 않다.) 6회말에 한 점 삼성은 9회초에 안타로 1점을 따냈다. 그래서 해태는 3대 1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다. 인제 1993년 10월 26일 1993년 프로 야구는 끝났다. 삼성은 준우승을 했다."
실제 사실을 통해 1993년을 간단히 복기해본다. 주지했다시피 1993년 한국 야구 정규 시즌은 1위 해태, 2위 삼성, 3위 OB, 4위 LG였다. 준 플레이오프에서 LG는 OB(두산)을 2-1로 꺾었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은 LG를 3-2로 꺾었다. 그리고 맞이한 대망의 1993년 한국시리즈 해태-삼성.
역투하는 해태 선동렬 선수 ⓒ연합뉴스
1차전은 10월 18일 해태의 홈구장인 광주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삼성은 탈삼진왕 김상엽이 6회까지 잘 던지다가 난조에 빠져 유명선으로 교체한다. 하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해태가 7회 대량득점에 성공, 결국 5-1로 해태의 승리.
2차전은 10월 19일 해태의 홈구장인 광주무등경기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이 무난하게 삼성이 승리했다. 삼성 투수 김태한은 완봉승을 따냈다. 삼성의 6-0 승리.
3차전은 10월 21일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해태는 88년 한국시리즈 MVP였던 문희수를, 삼성은 에이스 루키 박충식을 내세웠다. 팽팽한 접전 끝에 2-2로 무승부를 거둔다.
1993년 당시 신인이었던 삼성 양준혁 선수와 해태 이종범 선수. 각각 정규 시즌 신인왕과 한국시리지 MVP를 차지했다. ⓒ삼성라이온즈
4차전은 10월 22일 삼성의 홈구장인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 초 해태가 2점을 따내며 앞서갔지만, 삼성이 곧바로 반격하여 4-2로 역전. 급기야는 8회말에 4점 대량 득점으로 삼성이 8-2의 대승을 거둔다.
5차전은 10월 24일 서울의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해태는 다승왕이자 1차전 승리의 주역인 조계현을 내보냈다. 해태는 1, 3, 4회말에 꾸준히 점수를 내 4-0으로 앞서간다. 이에 삼성은 9회초에 이만수가 2점홈런을 쳐 따라가지만 거기까지. 해태의 4-2 승리.
6차전은 10월 25일 서울의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양팀은 1회부터 사이좋게 한 점씩을 냈고 2회말에 삼성이 또 한 점을 냈다. 그러다가 6회초에는 해태가 한 점을 내더니 8회초에는 두 점을 냈다. 결과는 해태의 4-2 승리. 이로써 해태는 우승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게 된다.
대망의 7차전. 해태가 3승 1무 2패로 앞서 가는 상황. 1승만 따내면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반면 삼성은 낭떠러지. 무조건 이겨야만 했다. 20년 전 나의 관찰이 정확했는지 간략히 살펴보자. 1회말에 해태의 이종범이 안타로 출루한 후 도루를 성공시킨다. 이어 이종범은 4회말에 2사 1, 2루 상황에서 안타를 쳐 2-0에 기여한다. 해태는 이에 그치지 않고 5회말과 6회말에도 각각 1점씩을 낸다. 7회에 들어섰을 때의 상황은 4-0. 거의 해태의 우승 분위기였다. 삼성은 9회초에 1점을 따내 영패를 면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무르고 만 삼성. 1993년 한국시리즈 당시의 모습. ⓒ삼성라이온즈
20년 전 일기를 보니 대략적으로는 맞는 것 같다. 단지 3회말이 아니라 5회말에 한 점을 냈다는 것과 총 점수에서 약간 헷갈렸다는 점. 그래도 10살에 저 정도의 관찰력이면 꽤 수준급이 아닌가? 단, 맞춤법에서는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이다. 참고로 난 삼성팬이다.
올해 2013년에는 어느 팀이 우승의 영광을 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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