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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KBS 토요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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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커녕 DVD도 없던 시절, 비디오 테이프 빌려보는 것도 사치였던 그 시절에는 매주 토요일 밤이 영화보는 날이었다. 대표적으로 KBS <토요명화>, MBC <주말의 명화>. 오늘은 어느 채널에서 재미있는 영화가 할까? 주말에는 부모님과 같은 방에서 자기 위해 이불을 깔고 누워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그렇게 '안방 영화'는 온 가족을 한 방에 모이게 하는 매개체이자,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폭발하던 시기에 이를 해소해줄 거의 유일한 세상과의 다리였다. 


kbs <토요명화> 오프닝


KBS <토요명화>는 1980년 말에 시작해 2007년까지 28년 간 장수한 프로그램이다. 2005년 후반 들어 새벽 시간대로 옮겨지면서 하락세를 탔다. 솔직히 말하면, 2000년대 이후에는 거의 챙겨보지 않았던 것 같다. 영화는 컴퓨터를 통해 언제든 찾아서 볼 수 있었고, 또 <토요명화>의 동시간대에 재밌는 프로그램들이 즐비했다. 결정적으로 케이블이 들어오면서 예능, 드라마, 그리고 영화까지 봐야할 게 너무나도 많아졌다. 


mbc <주말의 명화> 오프닝


MBC <주말의 명화>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프로그램은 KBS <토요명화>보다 훨씬 오래 전인 1969년부터 방영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과연 어떤 영화를 방영했을까? 대부분이 지금은 전설로 내려져오는 영화들일 거라 생각해본다. <토요명화>와 함께 꾸준히 토요일 밤을 책임지던 <주말의 명화> 또한 2005년부터 새벽 시간대로 옮겨지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더니, 2007년에 폐지되고 말았다. <토요명화>와 함께 전성기를 누리다가 거의 동시에 하락세를 탔고, 함께 마지막을 보냈던 것이다. 


일기를 들춰보니 1996년 6월에 '토요명화'라는 제목으로 쓰인 일기가 보인다. 당시 <토요명화>는 최고의 전성기였을 것이다. 토시 하나 바꾸지 않은 17년 전 어느 날의 일기를 공개한다. 


1996년 6월 22일 토요일


제목 : 토요명화

오늘밤에 KBS 2(7번)에서 토요명화를 봤다. 제목은 '레모'이다. 

참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이다. 주제는 레모가 나쁜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다. 

그 영화를 다 보니 11시 쯤이 되었다. 오늘 밤을 감동시킨 영화였다. 


영화 <레모> 포스터


영화 <레모>? 전혀 생각 안 난다. 그래서 검색을 해보았다. 1986년에 개봉한 액션 영화로, <007-골드핑거>, <007-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 등 007 시리즈로 유명한 '가이 해밀톤' 감독이 연출했다.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비밀 첩보원인 주인공 레모가 습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다. 이후 되살아난(?) 레모가 신분을 감추기 위해 성형 수술을 한 후, 한국인(!) 전노인으부터 '시난주'라는 엄청난 무술을 배운다. 이 무술로 그는 총알을 피하고 발을 땅에 닿지 않으면서 공중에서 뛸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미래의 우주방어 시스템을 건설하고 있는 악당(?)을 찾아 비밀을 캐내고 무찌는다는 것이다. 


영화 <레모>의 한 장면


오른쪽이 주인공이고, 왼쪽이 한국인 전노인이다. 물론 실제로 한국인은 아니고,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후보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또한 그는 일찍이 1973년에 미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명연기자였다. 한편 이 영화의 주인공인 프레드 워드는 얼마전까지도 활발히 활동하였다. 


10월의 마지막 주가 지나고 11월이 시작되는 이번주 주말에는 오랜만에 오래된 영화를 한 편 보시는 게 어떠신지? 더불어 지나간 일기도 들춰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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