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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핫한 웹매거진 두 곳을 소개합니다 <아이즈>, <에이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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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매거진 아이즈(ize)


지난 2월 말, 작다면 작을 만한 사태가 있었다. 일명 <텐아시아> 사태.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텐아시아>를 이끌던 강명석 편집장에게 갑자기 사직 권고나 다름없는 좌천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새 편집국장을 데려올 테니, 강 편집장은 일반 기자가 되어 시사에 전념하라는 말이었다. 1월에 <한국경제신문>이 <텐아시아>를 인수하였는데, 매체 성격 변화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강 편집장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처사에 5명의 핵심 기자들도 퇴사를 결정하게 된다. 


평소 필자는 <텐아시아>의 대중 문화에 대한 깊고 넓은 그러면서도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성찰을 매우 좋아하고 즐겼었다. 낚시성 짙은 기사와 광고로 점철된 페이지만 보던 독자들에게도 한 줄기 빛과 같은 곳이었던 것이다. 비록 강 편집장과 5명의 기자가 나갔다고 해도 <텐아시아>는 존속되고 있지만, 그 이후 그곳을 찾은 적이 없다. 정체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까지 진출한 아이즈 ⓒize


그런 강명석 편집장이 돌아왔다. 머니투데이에서 발간하고 그가 편집장을 맡게된 웹매거진 <아이즈 ize>. '지식안내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중) 문화 전반을 다룬다. 그가 곧 <텐아시아>의 정체성이었듯이, 이번에 창간된 웹매거진에서도 그의 정체성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강 편집장과 같이 <텐아시아>에서 퇴사한 5명의 기자 중 2명이 합세했고, 전 <텐아시아> 기자 한 명도 합세해 거의 재건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태어나 이제 2개월 차에 불과하지만, 충실한 준비와 강 편집장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드러나는 콘텐츠들 덕분에 엄청나게 깊은 넓은 읽을거리를 자랑한다. 드라마, 영화, 만화, 스포츠, 미디어, 책 등을 기본 골격으로, 다방면으로 퍼져 나가 지식과 정보 그리고 생각거리를 전파한다. 특히 'special' 코너는 과거 <텐아시아>에서 보여주었던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를 제공한다. 지식항해자를 위한다는 슬로건답게 지식의 바다에서 허우적댈 각오를 하는 것이 좋을 듯?



만화 웹진 에이코믹스(acomics)


2012년 초, 다음 웹툰에 또 하나의 거성이 출현한다. 일찍이 2008~2009년에 <이끼>로 전성기를 구가한 만화가 윤태호의 신작 <미생>이 시작된 것이었다. 제목 글자 수는 똑같은데, 전작과 전혀 다른 내용과 분위기때문에, 조금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끼>의 작가니까, 한 번 믿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정주행 시작. 


원래 연재 형식의 콘텐츠는 완결된 뒤에 보는 습성을 가진 필자가, 매주마다 업데이트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본 건 이번이 거의 처음 아닌가 싶었다.(다른 한 개는 다음 웹툰의 <결혼해도 똑같네>) 그렇게 1년 반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매주 화, 금에 올라오곤 했는데, 금요일 저녁 약 10~20분 간은 <미생>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결혼해도 똑같네>-금요일 업데이트)


<이끼>, <미생>은 정말 수작이다 -> 이 두 작품은 윤태호 작가가 만들었다 -> 윤태호 작가라면 믿을만 하다 -> 그가 하는 일을 응원한다는 논리가 성립되었고, 이와 같은 심정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윤태호 작가는 <미생>의 완결과 함께 난데없이 만화 웹진을 출범시킨다. <에이코믹스 acomics> 왜 에이코믹스냐고? all의 a에서 빼왔다고 한다. 즉, 모든 만화를 다룬다는 포부의 발현이다. 


만화 없는 만화 웹진? ⓒacomics


여튼, <에이코믹스>는 윤태호 작가와 김봉석 문화평론가가 합세해서 8월 14일 오후 2시에 오픈하기에 이른다. 그들이 내세운 슬로건은 '만화 없는 만화 웹진' 즉, 만화 잡지이지만 만화가 없고 단지 만화에 대한 비평과 리뷰가 있을 뿐이다. 윤태호 작가의 신작을 기대했다면 헛발질! 이 점은 프리미엄 웹툰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발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레진코믹스>와는 확연히 다른 지향점을 추구한다. 


이 두 사이트는 분명 '만화(웹툰)'가 갈 길을 새로이 제시하고 있다. <에이코믹스>는 만화의 저변 확대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가 되고, <레진코믹스>는 만화가들에게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솔직히 말해서 <레진코믹스>의 미래가 더 밝아보인다. 당분간 웹툰에 대한 수요는 더더욱 증가할 것이며, 기존의 대기업 포털의 웹툰에 질린 만화가 및 독자들의 수요를 확실히 잡은 듯한 <레진코믹스>는 더욱더 뻗어나갈 것이다. 


반면 <에이코믹스>는 만화에 대한 비평과 리뷰를 주로 삼고 있다. 분명 어디에도 없는 뚜렷한 차별성은 존재하지만, 애초에 풍족한 수요에 기반한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윤태호라는 네임이 가지는 벨류가 워낙에 크기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에이코믹스>의 창창한 앞날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우리는 지금 비평이 사라지고, 찌라시만 나붓거리는 대중 문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시대에 작지만 뜻깊은 움직임이 있다. 그 움직임에 큰 힘은 되지 못할지라도 응원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가끔씩 방문해 재미있게 읽고 답글 하나씩 날려주고 와도 좋을 것이다. 그들에겐 큰 힘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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