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더 테러 라이브>, 외부 요인 점검
영화 <설국열차>가 개봉하면서 무수히 많은 리뷰가 쏟아졌다. 주로 가지지 못한 자와 가진 자의 대립 구조와 대중적인 시각에서의 시대정신을 얘기했다. 동시에 <더 테러 라이브>도 개봉했다. 한강다리 폭발에 이어 일상의 공간이 테러의 대상으로 전환되는 현실적 공포를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만 바라보고 있으니 정작 어둠 속 그림자는 외면한 것 같다. 영화 내적인 부분이 아닌 외적인 부분을 말이다. 순수하게 영화 외적인 부분을 다뤄보도록 한다.
<설국열차>는 개봉 이틀 만에 100만, 5일 만에 300만, 10일 만에 500만, 12일 만에 600만, 그리고 8월 12일까지 13일간 6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더 테러 라이브>도 개봉 6일 만에 200만을 돌파하더니 8월 12일까지 13일간 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일명, 쌍끌이 흥행이다.
분명하게 호불호가 나뉨에도 이런 역대급 성적을 기록 중인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감독과 배우들, 그리고 원작에 대한 믿음이 일면 작용할 것이고(설국열차), 주연배우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스토리의 신선함 등이 작용할 것이다.(더 테러 라이브) 여기에 쏟아져 나오는 비평과 리뷰 그리고 연일 지면을 장식하는 매체들의 보도도 한 몫 할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게 있었으니, 바로 현재 한국 영화계에서 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체인을 동시에 양분하는 CJ와 롯데의 힘이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계가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짐
한국 영화 역사로 보아 작년 2012년은 뜻 깊은 해가 되었다.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한 해에 두 작품(도둑들, 광해)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 축하할 일로 한국 영화 중흥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아마 올해에도 한 해에 두 한국 영화(7번방의 선물, 설국열차)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리라 생각된다. <더 테러 라이브>도 그 근처까지는 갈 것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는 할리우드의 거대 블록버스터에 전혀 밀리지 않고 오히려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또한 두 작품 모두 (가타부타 말들이 많긴 하지만) 작품성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고, 필자도 인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빛에 가린 그림자이다. 영화가 가지는 폭발적인 힘(빛)에 가린 그림자. 이는 당면한 과제일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가 짊어지고 있는 거대한 짐이다.
주지했다시피 <설국열차>과 <더 테러 라이브>의 배급을 맡고 있는 회사는 각각 한국 굴지의 대기업 CJ와 롯데이다. 이들은 각각 CGV와 롯데시네마라는 멀티플렉스를 운영 중이기도 하여, 배급만 하는 쇼박스나 멀티플렉스만 운영 중인 메가박스와는 차원이 다른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것이다.
작년에 영화 <광해>로 독과점 논란이 있었는데, 당시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고, 메이저 영화의 독과점에 대해 쓴 소리를 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광해>는 687개의 상영관을 시작해 이후 추석을 앞두고 상영관을 늘리기 시작하였고, 기어코 10월 1일에는 1000개를 넘어섰다. 이는 '비수기'에 개봉해 좋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는 주장에 찬물을 끼얹는 사실로, 비수기 전체의 관객을 가져옴으로써 오히려 성수기보다 좋은 추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스크린 점유율 계산법
<설국열차>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식 개봉 전날 849개의 상영관으로 시작해 8월 4일(4일차)에 1128개를 찍고, 8월 13일 현재 여전히 1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유지하고 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정식 개봉 전날 314개의 상영관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두 번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올라 8월 10일에는 809개를 찍고 8월 13일 현재 786개를 확보중이다.
8월 5일 현재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가입 스크린 수가 2429개이니, <설국열차>는 약 41%, <더 테러 라이브>는 약 32%의 스크린 점유율을 기록 중인 것이다. 그런데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별 스크린수 및 스크린점유율 안내’에 따르면, 스크린점유율이 거의 2/3 수준으로 떨어진다. 영화의 상영기간에 상영된 타 영화의 스크린수와 중복 계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생각된다. 좌석점유율과 예매점유율은 스크린 점유율을 크게 상회하고, 상영횟수는 다른 영화들과 큰 차이를 보이니까 말이다. 이는 같은 수의 스크린이라도 상영횟수를 높이고, 자신들이 밀고 있는 영화는 더욱 큰(좌석이 더 많은) 상영관을 배석하기 때문이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스크린 점유율으로 초점을 옮긴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 재밌게 보면 된 거지 머리 아프게 그런 것 까지 따지고 드느냐고 한다면, 반문을 드리고 싶다. 이런 주력 영화를 진짜 보고 싶어 본 건지, 아니면 보게 될 수밖에 없어서 본 건지 말이다. 주력 영화만큼 재밌고 알찬 영화들이 많음에도,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없는 것이 억울하지 않으냐고 말이다.
다시 한 번 한국 영화 최고의 부흥기를 이끌고 있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 분명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또한 내용적으로도 나무랄 때가 없어, 흥행성과 대중성만을 겸비한 여타 흥행작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아야 맞다.
하지만 너무나 큰 외부의 어두움. <설국열차>나 <더 테러 라이브>에는 여지없이 빛과 그림자의 상징들이 존재하는데, 빛이 어두운 그림자까지도 포용할 수 있어야 진정한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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