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해빙 시기를 맞이한 2018년, 국가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고 비전충만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역시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또는 활발한 또는 다양한 모습이 보였는데요, 미투와 페미니즘 캠페인으로 논의와 논쟁과 논란들이 잇따랐습니다. 2016년의 촛불혁명이 만 2년을 넘어선 이 시점에 우린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2018년 영화계는 이런 사회, 국가적 이슈들과 어떻게 조우했을까요. 작년에는 <택시 운전사> <군함도> 등의 여름 빅뱅들이, <1987> <강철비> 등 연말 빅샤이닝들이 다분히 이와 조우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이 캔 스피크> <남한산성> <박열> <재심> <나는 노무현입니다> 등이 직간접적으로 조우하면서 좋은 성적을 남겼죠.
반면 올해에는 이런 느낌의 영화들이 작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공작>이 가장 눈에 띄는 가운데, 지금 한창 흥행에 열을 올리며 비평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국가 부도의 날> 정도가 보입니다. 영화로 사회, 국가적 이슈들을 풀어낼 거리가 별로 없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이 사회와 국가가 보다 안정적이게 되었다는 뜻일까요. 올해 이슈들이 내년 이후로 영화화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2018년도 마지막을 향하고 있는 이때 지난 한 해의 영화계를 훑어보고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주마다 박스오피스 1위(관객수 기준)를 한 영화가 기준이자 기본이 되겠고요. 비록 1위는 하지 못했다지만 충분한 이슈몰이를 한 작품들과 박스오피스 10위권에도 겨우 들었거나 들지조차 못했음에도 2018년 영화계를 말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품들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일 것입니다.
한 해 박스오피스 시작은 바로 지난해의 마지막 한 달 연말 빅샤이닝들의 차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12월 20일에 개봉한 <1987>과 2017년 12월 27일 개봉한 <신과 함께: 죄와 벌>은 2018년 1월 1주차와 2주차까지도 사이좋게 박스오피스 1위와 2위를 번갈아 차지했습니다. 3주차와 4주차에 이르러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와 <그것만이 내 세상>이 1위를 차지했지만 위의 두 작품은 그때까지도 5위권 안에 머물렀죠.
<1987>은 2월 2주차에야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신과 함께: 죄와 벌>은 2월 4주차에야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두 작품은 사실상 2017년 연말보다 2018년 극초반을 점령했지만, 2018년 박스오피스가 아닌 2017년 박스오피스 5위와 1위(역대 2위)를 차지했습니다. 한 작품은 지극히 역사사회적인 웰메이드 영화, 한 작품은 지극히 대중친화적인 상업영화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주었죠.
와중에 1월 2주차에 3위로 데뷔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는 이후에도 꾸준히 자그마치 7주나 10위권에 머물면서 350만 명급의 흥행 대기록을 수립합니다. 한 번도 1위에 등극하지 못했음에도 2018년 1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죠.
2월 1주차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개봉한 천만 신화 <부산행>의 염상호 감독 신작 <염력>이 출격해서 1위를 차지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과 쏟아지다 못해 흘러 넘치는 혹평과 비난 속에서 2주차에 94.2%가 하락한 주말 성적과 함께 9위로 추락하면서 100만 명도 넘기지 못한 채 무너졌습니다. 한편에서는 <리얼>조차 넘어서는 역대 최악의 영화로 거론하기도 하는 등 처참해도 너무 처참했습니다. 비평은 물론 흥행에서도 되는 게 없는 주연 배우 류승룡이었죠.
2월 2주차는 명절 강자 <조선 명탐정> 시리즈 3탄이 개봉해서 비록 시리즈 최고 오프닝을 세웠지만 만족스럽지 못했고 너무나도 못난 만듦새로 금방 차트에서 사라졌습니다. 2월 3주차 평창 동계올림픽과 설 연휴가 맞닿은 때 마블이 상륙합니다. 북미에서 역대급 성적을 올리기도 한 이 영화 <블랙팬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성적을 올리며 2주간 차트를 점령했고 이후 2주간 5위권에 머물렀으며 2주 후에 2018년 8위의 호성적을 올리며 10위권 밖으로 나갑니다.
2월부턴 '좋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데요. 다름 아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매년 2월말에 열리기 때문이죠. 올해 첫 타자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음악상, 미술상에 빛나는 쾌거와 함께 베니스 황금사자상까지 거머쥐며 명실공히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5주인 3월 한달간 5 작품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궁합> <사라진 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퍼시픽 림: 업라이징> 그리고 <곤지암>이 그것들인데요. 1위 작품들치곤 소소한 100만 명대 3 작품, 200만 명대 2 작품이 포진되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개학을 하는 시즌인 만큼 상당수의 관객들이 빠져나가는 대표적인 비수기 중 하나인 3월이라 할 수 있겠죠.
그래도 <곤지암>은 같은 달 다른 1위 작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초저예산임에도 4월 1주차까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나름 이슈 몰이를 했습니다. 예고편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제대로 통하면서 어린 관객들과 여성 관객들에게 큰 어필을 할 수 있었죠. '쾌거'라는 표현을 붙여도 무방합니다.
2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에 이어 3월에는 아카데미용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라지 않을 것 같은 영화들, <더 포스트> <플로리다 프로젝트> <쓰리 빌보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입니다. 여기에 올해 한국영화 최고의 신인 감독 전고운의 <소공녀>도 절대 놓쳐선 안 되겠죠.
<곤지암>이 생각지도 못하게 <레디 플레이어 원>과 <바람 바람 바람>을 밀어내며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4월의 시작을 지나 2주차와 3주차는 믿고 보는 상업액션영화의 제왕 드웨인 존슨의 <램페이지>가 차지했습니다. 그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최소한 손해는 안 보는 '기본' 흥행의 이미지가 확실해졌죠. 와중에 <레디 플레이어 원>은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음에도 4주간 5위권에 머물면서 225만 명급 흥행 성적을 세웠습니다. 이는 2018년 한 해 1위로 데뷔했던 수많은 영화들보다 높은 성적입니다. 더불어 영화에 나왔던 80년대 대표적 콘텐츠들이 향수를 불러일으켰죠.
4월 마지막주차에는 2월 <블랙팬서>에 이어 마블의 2차 폭격이 날아옵니다. 이름하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위 데뷔에 기본 3주 연속 1위에 천만 관객은 따놓은 당상이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올릴지 기대되었는데 주말 성적으로만 300만 명을 넘기며 역대 오프닝 3위(명량, 부산행에 이은)와 역대 외화 오프닝 1위를 기록했습니다.
조금은 늦게 건너온 아카데미용 영화 <레이디 버드>와 인도에서 흥행 전설을 쓰고 건너온 <당갈>이 4월 박스오피스를 빛냈습니다. 두 작품 다 10만 명을 넘기는, 독립영화손치고 나쁘지 않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고 평단은 물론 관객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5월 1주차와 2주차는 당연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차지, 그 사이 마동석이 <챔피언>으로 유해진이 <레슬러>로 당차게 명함을 내밀었지만 참패하고 말았죠. 결국 개봉 9주차인 6월 3주차에야 비로소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1100만 명급 흥행을 기록해 2018년 2위(역대 16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외화 천만 영화였죠. 훌륭하게도(?) 바로 같은 마블 영화 <데드풀 2>에게 바톤 터치를 해주었습니다.
5월 3주차는 <데드풀 2>가 차지하였습니다. 2016년 <데드풀>의 청불 치곤 300만 명급의 준대박으로 한껏 기대를 줬던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아쉽게도 혹평에 시달리며 400만 명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러곤 곧바로 <독전>에서 왕좌를 넘겨줬죠. 비교적 잠잠했던 <독전>은 나쁘지 않은 입소문과 생각보다 훨씬 별로였던 <데드풀 2>의 반사이익으로 2주 연속 1위에 더불어 520만 명급 흥행(2018년 10위)을 이룩합니다.
칸영화제에 진출해 먼저 선보이곤 열렬한 환영을 받고는 국제비평가협회상을 타고 한국으로 건너온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비록 흥행에선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냈지만 평단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영화 해석에 있어 수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죠. 대작들이 기지개를 폈던 5월의 박스오피스에서 고고히 빛났습니다.
6월 1주차는 주지했다시피 <독전>이 수성합니다. 고 김주혁 배우의 열연도 크게 작용했고 마지막 열린 결말이 꽤 회자되면서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6월 2주차부터는 4월 4주차에 개봉한 <어벤져스 3>에 이은 속편 퍼레이드의 재시작입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 전작에 이어 무난히 1위를 차지하며 560만 명급 흥행(2018년 5위)을 선보였고, <탐정: 리턴즈>가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전작보다 50만 명을 더 모은 300만 명급 흥행을 질주했습니다.
6월 5주차는 오랜만에 비(非) 속편이 차지했는데요, <신세계>의 박훈정 감독 신작 <마녀>였습니다. 무수한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스타일리시한 하이 액션과 분위기로 300만 명급 이상의 무난한 흥행 성적을 내놓았습니다. 이제 영화계는 7월로 접어들면서 슬슬 성수기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인 성수기 시즌으로 돌입한 7월은 완벽한 속편 세상입니다. <앤트맨과 와스프>가 1주차와 2주차를, <인크레더블 2>가 3주차를,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4주차를 점령했습니다. 각각 550만 명급, 300만 명급, 660만 명급 흥행 성적을 내보이며 승승장구했죠. 14년 만에 돌아온 <인크레더블 2>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높은 오프닝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와중에 올 여름 최대 기대작이었던 김지운 감독, 강동원 배우의 <인랑>은 참혹한 성적을 냈습니다. 올해 초 <염력>과 더불어 역대 최악의 영화 리스트에도 오르락 내리락 할 정도로 평단과 대중에게 융단폭격을 맞았죠. 100만 명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한편 좋은 영화가 좋은 평가와 함께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습니다. 일본 영화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입니다. 칸영화제에서 <버닝> 등과의 경합 끝에 황금종려상을 석권했고 국내에서 17만 명급의 성적을 기록했죠. 올해 최고의 영화로 주저없이 뽑습니다.
8월은 8개월만에 돌아온 '신과 함께' 시리즈 두 번째 <신과 함께: 인과 연>이 문을 열었습니다. 7월 대작들을 모두 저 멀리 보내버리는, 1주차에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최종 누적 관객수에 근접하는 압도적 오프닝이었습니다. 2주차에 강적 <공작>이 개봉하며 주춤했지만 1위를 지켜냈고 추석 직전까지 7주 동안 10위권에 머물며 1200만 명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 1위이자 역대 10위입니다.
3주차에는 <목격자>가, 4주차에는 <너의 결혼식>이 수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성민 배우는 <공작>과 <목격자>로, 주지훈 배우는 <신과 함께: 인과 연>과 <공작>으로 8월 최성수기를 지배했습니다. 와중에 <너의 결혼식> 2주 연속 1위의 깜짝 흥행도 이슈 몰이를 했습니다. 첫사랑 이야기의 매력이 통했던 것이죠.
8월 박스오피스에서는 <공작>과 <맘마미아! 2>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함께 8월 2주차에 개봉했지만 <신과 함께: 인과 연>이라는 거대한 산에 막혀 한 번도 1위에 등극하지 못한 두 작품은, 그래도 각각 500만 명급, 230만 명급 흥행 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선전했습니다. 2018년 박스오피스 30위권 내에서 1위를 하지 못한 네 작품 중 이 두 작품이 포진해 있습니다.
9월은 주지했다시피 <너의 결혼식>이 포문을 열었고 2주차와 3주차는 또 다른 깜짝 흥행작인 <서치>가 차지했습니다. 한국계 배우로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존 조' 주연의 쌈빡한 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서 진행됩니다. 9월 1주차에 개봉해 2위를 차지하고는 2주차에 1위로 역주행한 것이죠. 6주나 10위권에 머물면서 신드롬 가까운 화제를 뿌렸지만 300만 명에 미치진 못했습니다.
3주차는 추석 명절과 겹칩니다. 한 해 대목 중 한 주인 것이죠. 어느 작품이 승자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었지만 올해 추석 대전의 진정한 승자는 없었습니다. 한 주 빨리 개봉한 <물괴>를 시작으로, <안시성> <명당> <협상>이 만났지만 <안시성>이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540만 명급 흥행을 기록해 패자 같은 승자가 되었고 다른 작품들은 언급하기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특히 <물괴>는 100만 명 근처에도 가지 못하며 폭망하고 말았습니다.
8월과 9월에는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살아남은 아이>와 <죄 많은 소녀>라는 독립영화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올해 한국 독립영화의 상징이라도 봐도 무방할 이 작품들은 최성수기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아픔' '슬픔' 등을 다루며 박스오피스에 신선한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10월입니다. 박스오피스가 다시 싸늘해지는 시기이죠. 추석도 끝난 마당에 이벤트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습니다. 가을 청명한 날씨에 밖으로 나가죠, 영화보러 안으로 들어오겠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10월 한 달 내내 1위가 바뀝니다. <베놈> <암수살인> <퍼스트맨> <창궐> 순으로요.
<암수살인>은 1주차에 2위로 데뷔했지만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라는 찬사에 힘입어 2주차에 1위로 올라섰고, <퍼스트맨>은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라리언 고슬링 배우의 재결합과 평단의 찬사로 1위 데뷔를 했지만 60만 명도 간신히 넘기는 말도 안 되는 참패를 맛보았습니다. 2018년 박스오피스 1위 데뷔한 작품 중 <염력>과 더불어 유이하게 100만 명 돌파를 이룩하지 못했죠.
하지만 1위 작품들을 향한 시선이 아래로 향하며 관객들은 좋은 영화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타 이즈 본> <미쓰백> <프리다의 그해 여름> 등이죠. 여기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덴왈드의 범죄> 개봉에 맞춰 17년 만에 재개봉하여 압도적인 좌석 점유율과 기록적인 흥행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비수기 10월에 진정한 승자였죠.
11월이 밝았습니다. 여전히 비수기이지만 10월보다 더 추워진 바깥 때문에 안으로 들어오는 관객들이 많아지죠. 화제작은 아니었지만 좋은 입소문 덕에 <완벽한 타인>이 좋은 성적으로 1주차를 석권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반 정도의 성적으로 2위를 차지했고요. 2주차에도 순위는 바뀌지 않지만, 추이는 상당히 다릅니다. <완벽한 타인>이 추락하진 않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가 무섭게 치고 올라가죠.
3주차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덴왈드의 범죄>의 당연한, 당연해야 할 1위 석권입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여전히 마이너스 아닌 플러스의 흥행세에 있었습니다. 대망의 4주차, 마동석의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성난황소>로 이어지는 성난 다작 질주 마지막을 돌려세우며 <보헤미안 랩소디>가 4주만에 1위로 올라섭니다. <워낭소리> <주토피아>와 더불어 세 번째 기록이라고 하네요. 지금도 여전히 차트를 달구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있을지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한편, 국내를 넘어 국제적 인사가 된 방탄소년단의 월드 투어 '2017 방탄소년단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3 윙스 투어'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30만 명이 넘는 대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역대 가수 관련 영화 중 최고기록이라고 하네요. BTS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울>이라는 종교 영화는 장장 6주 동안이나 10위권에 포진하면서 20만 명을 훌쩍 넘기는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소규모 장르 영화가 어중떠중한 액션 영화들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할 때가 있지요.
12월,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할 영화들이 다수 쏟아져 나오죠. 올해는 21년 전 IMF 사태의 막전막후를 그린 <국가부도의 날>이 1주차와 2주차를 차지했습니다. 무난한 성공작으로 등극하는 와중에, 여전히 <보헤미안 랩소디>에 쏠려 있는 관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어 보이죠. 3주차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7주차에 다시 1위에 오르는 '최초'의 기적 같은 기록을 수립했습니다. 이 영화는 이미 영화계를 넘어 문화계 신드롬으로 등극했습니다. 전국은 '퀸' 여전히 열풍이고, 한동안 그럴 예정입니다.
당연히 흥행 성적도 '퀸', <보헤미안 랩소디>는 기어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을 넘어서며 2018년 3위에 등극했습니다. 그 앞에는 두 천만 영화 <신과 함께: 인과 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있으니 3위로 만족(?)해야겠지만, 근래 찾아보기 힘든 앞으로도 찾아보기 힘들 기적 같은 레이스입니다. 천만 돌파는 힘들어 보인다지만, 그동안의 기적 같은 레이스를 생각해보면 안 될 것도 없습니다.
작년처럼 올해도 12월 중하순에 연말 빅샤이닝 몇 편이 준비되었습니다. 12월 4주차 <마약왕> <스윙키즈> <아쿠아맨>, 5주차 <PMC: 더 벙커> <범블비>가 그 작품들인데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조합 <마약왕>과 <더 테러 라이브>의 조합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 배우의 <PMC: 더 벙커>에 기대가 쏠리는 와중에, 은근 홈런요정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 그리고 강력한 입소문으로 장착한 DC의 신무기 <아쿠아맨>, 초심으로 돌아가 역대급 대호평으로 중무장한 트랜스포머 시리즈 리부트 <범블비>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4주차 결과는 '충격'입니다. 역대급 망작만 양산하던 DC에서 일을 냈지요. <아쿠아맨>이 <마약왕> <스윙키즈>를 크게 앞서는 스코어로 4주차를 차지했습니다. 'DC 붐'의 신호탄이라 불리며 좋은 평가와 입소문이 자자한 <아쿠아맨>이 선전 정도 할 거라는 예상을 뒤집은 것입니다. 한국 영화계로서는 5주차에 개봉하는 <PMC: 더 벙커>에 기대를 걸어봐야 하겠지만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와중에 <보헤미안 랩소디>의 기적 레이스는 계속 될 것 같은데 볼 만한 영화가 없었던 여름 대전과 달리 볼 만한 영화 많은 2018년 겨울 연말, 2019년 연초입니다.
올해 마지막은 <로마>로 장식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 신작으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빛납니다. 흥행에서 큰 힘을 쓰진 못할 것 같지만, 1970년대 멕시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어느 가족>과 더불어 올해 최고의 영화로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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