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태백산맥'에 해당되는 글 2건

제목 날짜
  • 조정래 작가의 쓴소리, 과연 합당한가?(19) 2013.09.05
  • '위대한 개츠비'에 올인하는 출판계, 이대로 괜찮은가? 2013.06.15

조정래 작가의 쓴소리, 과연 합당한가?

생각하다 2013. 9. 5. 07:13
728x90



“1990년대 이후 우리 소설이 왜소화했다. 첨단 정보통신기기의 등장도 한 원인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들이 객관적인 3인칭 소설을 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보낸 소설을 10쪽 이상 읽기가 힘들다. 전부 ‘나’로 시작하는 1인칭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소설 독자들은 계속 떨어져 나갈 것이다." 


ⓒ해냄 제공


지난 7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정글만리> 출판 기자간담회에서 조정래 작가가 후배 작가들에게 날린 일침이자 쓴소리였다. 요점은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소설을 써라"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7월 26일에는 YTN 라디오에 출현해 비슷한 논지의 말을 했다. "1인칭 시점으로된 소설에서는 주인공말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다. 즉, 그 들러리가 되어버린다"는 논지였다. 3인칭으로야만 개개인이 모두 움직일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며 유명하다고 하는 세계 문학전집 작품들 100편, 한국 문학전집 100편 전부 3인칭 소설이라고 말했다. 


황홀한 글감옥 ⓒ시사IN북

사실 조정래 작가의 "3인칭 소설론"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9월 말에 나온 자전에세이인 <황홀한 글감옥>(시사IN북)에 나오는 메시지인 것이다. 해당 도서 124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1인칭으로 서술되다 보니 다른 인물들은 '나를 통해서만 움직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인물들의 자율성이 없어지고, 능동성이 억압되고, 개성이 빈약해지고, 전형성이 결여되어 하나같이 그림자 같은 인물이나 죽은 인물이 되고 맙니다. 그리 되면 남는 것은 소설의 실패입니다."


조정래 작가의 "3인칭 소설론"은 그의 대표작인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해냄)을 통해 성립된 것으로 보인다. 세 작품 모두 철저한 전지적 3인칭 소설로, 작가가 작품 속 세계의 조물주가 되어 모든 이들의 마음 속을 들락거린다. 작품 속 세계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모든 인물들에게 확실한 캐릭터성이 부여되고 진짜 살아있는 것마냥 생동감있는 인물로 연출된다. 


각각 수백만부씩 팔리며 대작가의 반열에 오른 조정래 작가의 말이니 누구도 부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헛점이 보인다. 세 작품 모두 호흡이 무지 긴 대하소설이자 장편소설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간과한 듯 싶다. 대하장편소설의 프레임으로 후배 작가들의 중단편 소설을 바라본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하소설은 사장되다시피 했다.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는데 진득하니 긴 호흡의 소설을 읽을 만한 시간이나 능력도 없어졌다. 특히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보급으로 볼 게 너무 많아졌다. 자연스레 작가들도 이에 발맞춰 짧은 사소설류를 많이 쓰게 된 것이고. 


더불어 너무나도 아픈 지금 이 시대를 어루만져 주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했다. 1980년대의 대적 공감이 아닌 지극히 사적인 공감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3인칭보다는 1인칭이 훨씬 효과적이었으리라. 작가들이 능력이 없어 3인칭을 못 썼겠는가? 그건 절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게을러서?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들도 시대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건 잘잘못을 따질 개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조정래 작가의 말과는 달리 '무조건' 3인칭으로 써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후배 작가들에게 하는 당부정도만 그치던가 아니면 자신만의 지론을 피력하는 정도로만 그치던가 했어야 했는데, 이 둘을 합쳐서 자신의 지론을 설파하는 식으로 되어버린 점이 심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나의 조정래 소설에 대한 사랑(?)은 변함 없을 것이다. 20대가 되자마자 밤새도록 <태백산맥>을 읽었고, 몇 년 전에는 <허수아비춤>(문학의문학)을, 그리고 최근에는 <정글만리>를 읽었다. 정말 재밌더라. 캐릭터를 살아있고, 현실과 맞물린 세계관은 충실하고. 그래도 후배 작가들에게 보내는 3인칭 소설론 쓴소리는 합당하지 못했다고 생각되는 바이다.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1인칭 소설, 3인칭 소설, 아리랑, 정글만리, 조정래, 책으로 책하다, 태백산맥, 한강, 황홀한 글감옥
  • BlogIcon 포장지기
    2013.09.05 08:13 신고

    ㅎㅎ 작가들의 개성을 존중해주며 자신의 지론을 펼치는게 맞을듯 하네요...

    • BlogIcon singenv
      2013.09.05 09:13 신고

      물론 조정래 작가가 주장하는 것도 자신의 지론을 펼친다고 볼 수 있겠지만, 계몽주의적 발언을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봐요~

  • BlogIcon 새 날
    2013.09.05 09:48 신고

    1인칭시점이냐 3인칭시점이냐에 따라 조 작가님과 같은 발상이 이뤄질 수도 있군요. 흥미롭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05 10:03 신고

      옳다 그르다의 판단 여부를 떠나,
      흥미롭긴 하더라구요~

  • BlogIcon 참교육
    2013.09.05 11:45 신고

    <태백산맥>, <아리랑>에 대한 감동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시대변화에 어디 소설만 그렇겠습니까?
    스마트폰 중독현상이 젊은이들을 타락(?) 시켜 놓았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05 13:04 신고

      그로 인해 일어난 변화에 대해 일방적인 계몽적 시선이 아닌,
      이해를 기반으로 한 대안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BlogIcon 뉴엘
    2013.09.05 16:52 신고

    글 내용에 공감합니다. 비교대상이 잘못되었죠. 기준이 장편소설이아닌 읽기쉬운짧은소설이 되엇어야 햇는데요 ㅎㅎ

    • BlogIcon singenv
      2013.09.05 17:00 신고

      그래도 전 조정래 작가 작품을 좋아한답니다~
      애정어린 비판이라고 봐주시면 될 듯!
      하지만 조정래 작가의 쓴소리는 비판이 아닌 비난으로 보여졌죠.

  • BlogIcon S매니저
    2013.09.05 17:17 신고

    덕분에 잘 보고 간답니다^^
    행복하고 편안한 오후 되시길 바래요~

    • BlogIcon singenv
      2013.09.05 18:26 신고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 잘 마무리 하시길!

  • BlogIcon +요롱이+
    2013.09.05 17:26 신고

    공감가는 글 너무 잘 읽어보고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05 18:27 신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공감가는 글 쓰겠습니다!
      제 목표입니다.

  • BlogIcon 초록손이
    2013.09.05 20:05

    아, 이런 말씀을 하셨군요..1인칭, 3인칭 흥미로운데요^^...오늘 한겨레 신문에 조정래님 기사가 크게 났던데..젊은 작가들한테 역사의식을 가지고 공부하라고 하셨던데..칠순 넘으신 분에게 절로 존경심이 들었습니다..정글만리 쓰시면서 엄청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공부는 커녕 정글만리 ....읽어야 할텐데..휴가때를 기다려 볼랍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06 09:45 신고

      저도 조정래 선생님의 '3인칭론'을 제외하고는,
      젊은 작가들에게 하는 충고는 합당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끝없이 공부하는 그 자세는 본받고 있구요!

  • 지나가다
    2015.07.22 23:23

    1인칭 소설에 대한 비판은 '3인칭 소설로만 표현될 수 있는 사회비판적, 역사비판적 소설이 오늘날 없다는 뜻'에서 한 말로 보입니다.
    즉 1인칭 소설이 좋으냐 3인칭 소설이 좋으냐라는 단순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젊은 작가들이 사회와 역사와 시대를 고민하는 소설, 따라서 3인칭 소설을 써야 한다는 작가의식을 제기한 것입니다.
    따라서 시대가 이 모양이라 젊은 작가들이 1인칭 소설 쓰는 것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작가라면, 세계, 시대, 사회, 역사와 정면으로 대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가 개인으로서야 자기 관심분야에 따라서 소설을 쓰면 되겠지만,
    사회의 거의 모든 작가들이 사회의식과 역사의식을 놓치고 있다면,
    그것은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5.07.23 00:30 신고

      3인칭 소설로만 표현될 수 있는 사회비판적, 역사비판적 소설이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1인칭으로도 그런 소설을 쓸 수 있을 텐데요.

    • 지나가다
      2015.07.23 21:23

      1인칭으로도 다룰 수 있으나, 사회모순으로부터 느끼는 개인적 감정의 묘사에 집중하게 되죠.

      "정관용: 살아 있는 사람들을 여럿 만들어 놔야 되는데. 그만큼의 상상력도 경험의 폭도 없다?"

      "조정래: 네. 나라고 하는 걸 쓰면 자율성이 없어지고 활동력이 없어지고 개성 있는 인물이 없어지고 스토리텔링이 안 되죠, 단순화되어 버리죠. 그러니까 이야기가 전부 사적으로 흐르고 공감대가 구축이 안 되고 큰 사회문제 전혀 이야기할 수 없고. 이렇게 되어 버리니까 독자들의 기대치가 점점 떨어져서 독자와 결별하는. 그런 사태가 2000년 이후에 계속되고 있습니다."

      http://media.daum.net/culture/others/newsview?newsid=20130719074507269&RIGHT_REPLY=R14

    • BlogIcon singenv
      2015.07.26 16:16 신고

      그렇다면 1인칭으로는 사회와 역사를 고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오직 3인칭으로만 그런 소설을 쓸 수 있다고 어떻게 확신하시죠?
      조정래 작가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가져 오지 말고 직접 말씀해주세요.

  • 소설가
    2016.07.13 16:27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가, 사소하지만 거대할 수 있는 이런 문제다. 쓴소리의 근원을 파악하지 못하는 단선적 시각으로 되려 쓴소리를 하는...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흐름이 문학계에도 만연하여 작가라는 사람들조차 좁은 시야로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답지 못한 경향을 중단해야한다고 고언한 것을...누구나 말하고, 누구나 댓글 다는 두서없는 세상에,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할 소중한 가치도 파악하지 못하는 졸가리 없는 현실...문학계만 그런게 아닌 줄 안다. 오호통재!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위대한 개츠비'에 올인하는 출판계, 이대로 괜찮은가?

생각하다 2013. 6. 15. 08:02
728x90


[스크린셀러를 돌아보며, 출판계를 걱정한다]스크린셀러(Screenseller)는 영화를 뜻하는 스크린(Screen)과 베스트셀러(Bestseller)의 합성어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가 제작되면서 다시금 주목받는 원작 소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본래 베스트셀러였던 원작이 있는가하면,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원작이 있다. 원작의 인기와 상관없이 스크린으로 옮겨지면서 원작이 인기를 얻게 된 케이스이다. 엄밀히 말해서 스크린의 힘을 빌리지 않았을 때와 빌렸을 때의 인기의 차이가 꽤나 크다. 그리고 이런 양상은 최근들어 더욱 심해졌다. 이는 영화계의 콘텐츠 갈증 현상과 출판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영화계는 소재 고갈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 있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스토리 위에서 영상미를 입혀야 하는 영화는, 대중들이 점차 극도의 영상미를 추구함에 따라 기본적 스토리를 등한시한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영화만을 위한 각본가는 설 자리를 잃고 만 것이다. 이런 차에 대중들의 눈썰미가 올라가고 탄탄한 스토리까지 찾게 되다 보니, 자연스레 탄탄한 콘텐츠를 찾게 되었다. 대표적인 스토리 콘텐츠인 소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사실 영화계는 이미 90년대 들어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던 소설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박범신의 <미지의 흰새>, 조정래의 <태백산맥>,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시절에는 원작과 너무나도 똑같은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폭발하지 못했다. (왼쪽부터) <태백산맥> 원작 소설과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원작 소설과 영화

출판계는 영상과 IT 혁명이 일어나며 콘텐츠의 전통적 강자의 자리를 잃게 되었다. 점점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되자, 영상과 IT 혁명의 수해자인 영상 콘텐츠로 눈을 돌린다. 최대 콘텐츠 산업이자 출판계보다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영화계였다. 애초에 영화 개봉을 겨냥해 신(Scene) 중심의 소설들이 나오는가 하면, 화려한 영상미를 소설에 장착시키기도 하였다. 이들의 앙상블이 빚는 시너지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좋은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미의 시너지를 넘어, 베스트셀러가 주는 신뢰와 무지막지한 마케팅의 힘이 고스란히 영화로 옮겨갔고 다시금 거꾸로 소설로 돌아왔다. 또한 원작을 틀어 감독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재창조했기 때문에, 또 하나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주거니받거니하며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그리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크린셀러의 완벽한 아성을 굳혔다. 이어서 <헝거 게임> 시리즈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즉, 스크린과 베스트셀러 간의 합작이 아주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왼쪽부터) <반지의 제왕> 시리즈 원작 소설과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원작 소설과 영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올해도 어김없이 스크린셀러의 힘이 강력하다. 지난 해 박범신의 <은교>,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등에 이어서, 올해도 <라이프 오브 파이>(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고령화 가족(천명관의 <고령화 가족>) 등의 강세가 이어졌다. 이들 영화는 본래 소설로 충분히 입증이 된 콘텐츠를 영상화 시킨 것이어서, 몇몇은 흥행 돌풍을 일으킬 정도였다. 자연스레 소설 또한 열풍을 일으켰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열풍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띌 정도이다. <위대한 개츠비>(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가 한국 2013년 5월 16일 개봉에 맞춰, 출판사들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시한 것이다. 전에 볼 수 없던 대대적인 마케팅이다. 또한 전에 없이 수많은 출판사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재출간하였다. 먼저 거대 출판사 두 곳에서 기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를 5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각각 위대한 개츠비 미니북과 영화포스터 5종 엽서세트,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 영한대역 특별판과 페이크노트를 증정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50% 할인이야 기존에도 수많은 출판사들에서 시행하는 것이지만, 각종 상품 증정 행사는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런 대대적 마케팅에 힘입어 국내 주요 서점(yes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반디앤루니스)에서 10위권 내에서 20위권 내까지 포진하고 있다. 어떤 출판사들은 '전략'과 '꼼수'를 쓰기도 하였다. 또 다른 거대 출판사는 영화 개봉에 맞춰 재번역해 애초에 아주 싼 값에 출간하였다. 페이지 수를 살펴보았을 때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싼 값이다. 아무래도 기출간된 <위대한 개츠비>를 대대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료된다. 다른 출판사는 애초에 실용서로 포진해 출간하였다. 실용서는 정가제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맹점을 이용한 '꼼수'라도 해도 무방하다. 출간 즉시 50% 할인 판매를 실시하였다. 또한 2013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약 2개월 동안 출간된 <위대한 개츠비> 관련 서적만 거의 30종에 이르고 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먼저 원작 <위대한 개츠비>가 갖는 '위대함'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위대한 개츠비>는   1920~30년대의 '재즈시대', '잃어버린 시대'를 배경으로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과 상실을 그려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주저없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미국 소설로 꼽는다. 기본적으로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만부 이상이 팔린다는 이 소설이 30년만에 리메이크된다니, 출판사에서 이 기회를 놓칠리가 없는 것이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여기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작용한 것이리라. 2013년 6월 10일 현재 영화 <위대한 개츠비>는 전 세계 2억 8천 만불, 북미 1억 3천 5백 만불, 한국 140만 명을 돌파하면서 개봉 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소설 판매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그동안의 '스크린셀러'의 일생(?)을 관찰하며 습득한 것이다. 출판계에서는 이런 스크린셀러 열풍에 대한 시선이 둘로 나뉘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점점 축소되고 있는 출판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의견과 한 쪽으로 너무 치우쳐 출판의 다양성을 해치고 특정 출판사에 부(副)가 쏠린다는 의견. 솔직히 어느 의견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영화계가 언제까지나 소설에서만 콘텐츠를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경우, 이미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활개를 치고 있고 애니매이션 또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얼마 전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처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크게 성공하고 있다. 크게 보면 대부분의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기에 출판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웹툰이 출간되는 것보다 영화로 직행하는 경우 더욱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자명하다. 앞으로 출판계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본다. 


"오마이뉴스" 2013.6.13일자 기사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반지의 제왕, 베스트셀러, 스크린셀러, 영상 콘텐츠, 영화, 영화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위대한 개츠비, 은밀하게 위대하게, 책으로 책하다, 출판계, 태백산맥, 해리포터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블로그 이미지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by singenv

공지사항

  • 댓글에 대한 공지
  • [책으로 책하다 도서 목록]
  • <오마이뉴스> 서평/리뷰 송고 방침
  • 모든 이미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

    최근...

  • 포스트
  • 댓글
  • 트랙백
  • '삶'이라는 거대한 벽, 풀리지 않⋯
  •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을 살린 그,⋯
  •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
  •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두 거대 인맥⋯
  • 역사에 길이 남을 연쇄 살인마 '요⋯
  • 더 보기
  • 감사합니다~ 시즌3를 기대하고 있⋯
    singenv ㆍ 2020
  •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 시즌2 보⋯
    개구리 ㆍ 2020
  • 감사합니다! 맞구독합니다~
    singenv ㆍ 2020
  • 구독과 하트 누르고 갑니다 맞구독⋯
    아마추어 리뷰어 ㆍ 2020
  •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래 전 서평⋯
    singenv ㆍ 2020

태그

  • 여성
  • 영화
  • 만화
  • 책으로 책하다
  • 소설
  • 피해자
  • 현실
  • 넷플릭스
  • 인간
  • 아포리즘
  • 욕망
  • 캐릭터
  • 제2차 세계대전
  • 책
  • 청춘
  • 관계
  • 천재
  • 연기
  • 희망
  • 역사
  • 미국
  • 재미
  • 삶
  • 가족
  • 성장
  • 일본
  • 사랑
  • 중국
  • 전쟁
  • 죽음

글 보관함


  • 2021/01
    (9)

  • 2020/12
    (13)

  • 2020/11
    (11)
«   2021/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카테고리

다양한 시선 (1412)N
신작 열전 (603)N
신작 도서 (303)
신작 영화 (300) N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N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오래된 리뷰 (202)
생각하다 (231)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그대 그리고 나 (17)
서양 음악 사조 (8)
인권 선언 문서 (4)
조선경국전 (5)
중국 영화사 개괄 (5)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카프카의 편지 (6)
팡세 다시읽기 (14)
명상록 다시읽기 (12)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감독과 배우 콤비 (10)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궁극의 리스트 (8)
제9의 예술, 만화 (14)
독립영화의 힘 (4)
생생 스포츠 (10)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첫 문장-아포리즘 (8)

카운터

Total
2,072,012
Today
35
Yesterday
151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singenv's Blog is powered by daumkakao
Skin info material T Mark3 by 뭐하라
favicon

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 태그
  • 링크 추가
  • 방명록

관리자 메뉴

  • 관리자 모드
  • 글쓰기
  • 다양한 시선 (1412) N
    • 신작 열전 (603) N
      • 신작 도서 (303)
      • 신작 영화 (300) N
    •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 N
    •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 오래된 리뷰 (202)
    • 생각하다 (231)
      •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 그대 그리고 나 (17)
      • 서양 음악 사조 (8)
      • 인권 선언 문서 (4)
      • 조선경국전 (5)
      • 중국 영화사 개괄 (5)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 카프카의 편지 (6)
      • 팡세 다시읽기 (14)
      • 명상록 다시읽기 (12)
    •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 감독과 배우 콤비 (10)
      •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 궁극의 리스트 (8)
    • 제9의 예술, 만화 (14)
    • 독립영화의 힘 (4)
    • 생생 스포츠 (10)
    •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 첫 문장-아포리즘 (8)

카테고리

PC화면 보기 티스토리 Daum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