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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과 정의에 대해 재고하는 범죄 스릴러 <다크 나이트> 2019.10.12
  • 고고히 홀로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될, 영화 <조커> 2019.10.05

영웅과 정의에 대해 재고하는 범죄 스릴러 <다크 나이트>

오래된 리뷰 2019. 10.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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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다크 나이트>


영화 <다크 나이트>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토드 필립스가 연출한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 <조커>가 전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찬사와 함께 논란까지 일으키는 등 <아쿠아맨> 이후 워너/DC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와중에 논란 없는 찬사의 주인공이 있으니 '조커'로 분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다. <배트맨> 시리즈 최악·최고의 악당 조커가 주인공이지만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별개인 범죄스릴러 영화인 <조커>로 단독적인 조커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자연스레 역대 조커들이 소환되었다. 1960년대 시저 로메로, 1980년대 잭 니콜슨, 2000년대 히스 레저, 2010년대 자레드 레토, 그리고 호아킨 피닉스까지. 잭 갈리피아니키스가 목소리로 분한 애니메이션 <레고 배트맨 무비> 속 조커는 제외한다. 대체로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건 잭 니콜슨부터일 것이다. 자레드 레토는 연기는 잘했으나 영화가 너무 부실했다. 히스 레저가 이 시대의 조커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주로 소환하는 이는 <다크 나이트> 히스 레저의 조커이다. 11년 전 영화가 개봉하기 한참 전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난 히스 레저, 미국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를 포함 수많은 영화제에서 고인이 된 그에게 남우조연상을 수여했다. <다크 나이트> 사실상의 주인공이 배트맨 아닌 조커인 것과 더불어, 그런 조커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커로 연기해냈기로서니 당연한 결과이겠다. 


배트맨, 조커, 하비 덴트


백주대낮의 고담시, 광대 가면을 쓴 강도들이 은행을 턴다. 중요한 순간에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와중 마지막에 가면을 벗은 조커가 등장하곤 유유히 사라진다. 당일 밤 마약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에 가짜 배트맨 민병대가 출몰한다. 싸움이 시작되고 가짜 배트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진짜 배트맨이 나타나 해결한다. 그는 정의와 맞서려는 의도가 시민들에게 잘못 전달된 걸 고민한다. 그러며 고담시의 새로운 검사 하비 덴트를 눈여겨 보게 된다. 


밤엔 배트맨인 낮의 브루스 웨인은 그룹 차원에서 라우가 사장으로 있는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사실 그는 하비가 잡아넣지 못한 유일한 마피아 돈세탁자였고 웨인은 라우의 거래목록을 살피기 위해 가짜로 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제임스 고든에게 알려 경찰이 출동하지만 라우는 이미 홍콩으로 도망가버리고 난 후였다. 이후 라우는 거래하는 마피아 조직들을 모이게 해 알리는데, 그 자리에 조커가 나타나 하비가 아니라 법 따위 무시하는 배트맨이 진짜 적이라며 그를 죽여야 한다고 설득 협박한다. 


배트맨이 직접 홍콩으로 가 라우를 데려와선 고든에게 넘기고 라우가 마피아 조직 명단을 넘겨 하비가 일망타진한다. 일단락난 듯, 웨인은 자신의 소임을 믿을 만한 정의의 검사 하비에게 넘기려 하면서 그의 후원회를 거나하게 개최한다. 하지만 그 사이 살아남은 마피아가 조커와 함께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판사와 청장과 하비를 동시에 죽이려 하는데...


<다크 나이트>는 슈퍼히어로 액션 영화로서 영웅을 재정의하고자 하고,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 완벽한 연출을 선보이며, 철학 영화로서 정의란 무엇인지 묻는다. 이미 수없이 나왔던 분석과 해석의 정리밖에 안 될 테지만, <조커>가 개봉하며 조커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는 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봐주시면 좋겠다. 


슈퍼히어로


흔히 생각하는 슈퍼히어로는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명백한 악당에 대항하고 물리쳐 평화를 되찾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힘 센 자를 말한다. 악당에게도 슈퍼히어로에게도 사연이 있겠지만, 관계는 단순하고 명명백백해 생각할 필요도 여지도 없다. <다크 나이트>에서도 슈퍼히어로라 하면 외관상 배트맨이다. 하지만, 배트맨 민병대와 하비 덴트와 조커의 출현 이후 급변하는 것이다. 


배트맨은 궁극의 선(善)을 지향하며 자유자재로 선(線)을 넘는다. 정의와 맞닿은 선을 지키기만 하면 사회적 울타리나 규범 따위는 알 바 아닌 것이다. 무법지대 고담시에서 그게 무슨 대수랴. 하지만 민병대가 출현해 위험하고도 의미 없는 폭력을 휘두르는 걸 보고 깨닫는다. 사회적 울타리나 규범 안에서 선을 지향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말이다. 하비 덴트라는 새롭지만 전통적인 선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영웅 배트맨을 흔들리게 하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무런 배경도, 아무런 욕망도, 아무런 감정도 없는 듯한 조커의 출현이다. 그가 원하는 건, 배트맨의 진짜 모습과 혼돈이다. 자신처럼 배트맨 또한 선 밖의 무법자라는 걸 알아차린 조커는, 무법자이자 궁극의 선 배트맨과 정확히 반대에 서 있는 궁극의 악(惡)이다. 배트맨이 배트맨다운 슈퍼히어로로 있는 한 조커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무시무시한 충고와 다름 없다. 


범죄 스릴러


영화는 슈퍼히어로 액션을 표방하지만 범죄 스릴러로서의 장점이 훨씬 더 부각된다. 혼란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슈퍼히어로의 이면과 일부러인지 능력 밖인지 모를 투박하고 느린 맨투맨 액션 등이 단점 아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시선이 범죄 스릴러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 속 캐릭터와 상징과 메시지와 해석의 여지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했고 그의 손 안에 있다. 


2시간 30분에 육박하는 긴 러닝타임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반적인 서사의 기승전결을 대신하는 롱테이크 없이 짧지만 굵은 숏들의 향연이 이채롭다. 단 한순간에도 단 하나의 캐릭터에도 단 하나의 대사에도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시간과 장소와 사건이 점진적으로 거대해져가는 대서사시가 아닌, 시작부터 끝까지 스릴과 스펙터클의 중과 강을 유지하는 대서사시인 것이다. 


숨 쉴 구멍 하나 없을 것 같은 이 대서사시에는 철학적이면서 스토리를 이어주는 명대사들과 눈길을 사로잡는 명장면이 함께 한다. 그것들이 오히려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물론 그조차 몇몇만 제외하곤 극히 무미건조하게 그려내 매우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가 압도시키는 방법이 화려함이나 장대함이나 거룩함이 아닌, 무미건조함이라는 게 압도적이다. 한편 놀란 감독 영화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이 영화에도 등장하니, 배경음악 되시겠다. 캐릭터들이 가진 의미까지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배경음악의 놀라운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철학 영화: 정의


<다크 나이트>는 매우 철학적이다. 무법지대 고담시라는 판타지적이면서도 현실감 있는 배경에서 정의와 선을 두고 인간군상들이 이리저리 부딪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정의를 두고, 배트맨은 소크라테스의 '선한 본성'을 하비 덴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평등'을 가장 앞에 두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조커는 비록 변질되었지만 롤스의 '다른 사람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는 한에서 가장 광범위한 자유'를 앞에 두었겠다. 


고로, 고담시는 온갖 것들의 각축장이다. 무법지대인 만큼 판을 치는 범죄자들을 소탕하기 위해, 무법자 자경단 배트맨이 잡으면 경찰이 체포하고 검사가 재판장에 세워 감옥에 가둔다. 누가 봐도 배트맨이 껴 있는 게 이상하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무법을 효율적으로 또 완벽히 다룰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무법밖에 없다는 걸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영화는 말한다. 영화 속에선 하비 덴트가 고담시를 위해서 영웅이 되어 정의의 가장 앞에 서야 하지만, 영화 밖 우리는 알고 있듯이 배트맨이 맞다고 말이다. 선한 본성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적확하고 위대하고 거룩한 정의라고 말이다. 정의라는 게 정의가 주가 되어 자체론 변질의 우려가 있지만, 정의 앞에 인간이 추구하고 실현한다면 본질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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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나이트, 배트맨, 범죄 스릴러, 선악, 슈퍼히어로, 정의,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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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히 홀로 세상을 비추는 별이 될, 영화 <조커>

신작 열전/신작 영화 2019. 10.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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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조커>


영화 <조커> 포스터.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미국 코믹북 시장의 양대 산맥 DC와 마블, '마블의 아버지'라 불리는 스탠리가 1960년대 '판타스틱 4'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하기 전까진 DC가 앞섰다고 한다. 영화 판권 시장 역시 슈퍼맨과 배트맨을 앞세운 DC가 앞섰다가, 2008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시작한 마블이 완전히 앞서게 되었다. DC도 뒤늦게 유니버스를 창조했지만 역부족,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본래, 마블이 캐릭터를 앞세웠다면 DC는 스토리를 앞세웠다. 그런 기조는 영화로도 이어져,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영화로 DC의 <다크나이트>가 손꼽히게 된 것이리라. 감독의 역량이 크게 좌지우지하겠지만 제작사의 입김이 없을 리 없다. 와중에 DC에겐 절대적 무기가 있으니, 역대 최고의 슈퍼히어로 캐릭터 '조커'이다. 역설적이게도 조커는 슈퍼히어로가 아닌 빌런이다. 신기하게도 조커 단독 영화가 단 한 편도 없었다. 


DC가 방도를 모색할 때 아무래도 마블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수많은 캐릭터를 앞세워 거대한 연결 세계를 창조한 마블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보려고 한 것 같다.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 배우를 앞세운 영화 <조커>로 고고히 홀로 세상을 비추는 별을 탄생시킨 것이다. DC가 앞으로도 별처럼 홀로 빛나는 캐릭터 영화를 만들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별개로 <조커>는 반영구적으로 빛날 게 분명한 명작이다.


의심과 논란의 여지 없는 '연기'


고담시에서 광대로 일하며 낡은 아파트에서 노모를 모시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 코미디언을 꿈꾸는 그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뇌 또는 신경 이상으로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웃음발작을 일으키고, 망상증세도 심각한 수준이다. 주기적으로 약을 타 먹고 상담도 받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약골의 외모로 지나가는 10대 아이들한테 무시받으며, 발작적인 웃음에는 들여다보려 하지는 않을지언정 하나같이 뭐가 웃기냐며 의아해할 뿐이며 심지어 테러까지 일삼는다. 


영화 <조커>에서 의심과 논란의 여지가 없는 단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연기'다. 호아킨 피닉스의 아서 플렉과 조커, 그리고 아서 플렉이 조커로 거듭나게 되는 결정적 역할을 한 로버트 드 니로의 머레이 프랭클린. 우선 로버트 드 니로는 35여 년 전 본인이 주연 루퍼트 펍킨 역을 맡은 영화 <코미디의 왕>을 연상시키는, 짧지만 굵은 연기를 선보인다. <조커>에서는 아서 플렉이 루퍼트 펍킨과 대칭된다.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웃기지 못하는 아서 플렉,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기회를 갖지 못하는 루퍼트 펍킨. 둘 다 망상증세가 심각하다. 


베니스와 칸을 접수했지만, 미국 아카데미에선 3번이나 고배를 마신 호아킨 피닉스의 신들린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조커>는 족하다. 많은 이들이 이전에도 이후에도 최고의 조커로 '히스 레저'를 떠올리겠지만, 만들어진 조커와 만들어지는 과정의 조커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즉, 잭 니콜슨과 히스 레저와 자레드 레토의 조커와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들어진 조커들은 광기와 혼란과 악의 개념 하에 있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의 조커에겐 슬픔과 아픔과 공허까지 있다. 태반이 웃음발작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조커 하면 떠올리는 불쾌하기 짝이 없는 웃음의 슬픈 기원을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하염없이 웃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하염없이 한숨짓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가 영화 <조커>의 모든 것을 직조했다. 


흠잡을 데 없는 '연출'


10대들한테 밟히고 광고판까지 박살나고선 실의에 빠져 있는 아서에게 광대 동료가 총을 건넨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쏴버리라고. 집에서 혼자 폼을 잡으며 시늉하다가 쏘아 보니 당황스럽고 무서운 게 아닌가. 그런데 하필 총을 아동병원에 가지고 갈 게 뭐람. 그 일로 아서는 회사에서 잘린다. 여자 한 명을 희롱하는 술 취한 3명의 남자들과 지하철 한 칸에 같이 탄 아서, 웃음발작이 터지고 그들에게 밟힌다. 곧 총성이 울리고 3명이 죽는다. 아서가 저지른 살인이었다. 이후 토마스 웨인 시장 후보가 죽은 3명을 옹호하는 인터뷰를 하고 고담시는 폭풍전야에 빠진다. 


영화 <조커>의 연출을 맡은 이는 토드 필립스 감독이다. 그가 누구인가. <행오버> 시리즈로 할리우드 막장 코미디의 대표 자리를 꿰찬 이가 아닌가. 연출 필모를 3편을 다큐멘터리로 시작한 그는, 이후 2000~2010년대에 내놓은 9편을 모두 코미디로 채운다. 그야말로 코미디에 환장한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런 그가 <조커>를 연출한다니?


DC의 후광으로 대대적인 관심과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받을 테지만, 작품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러웠다. 솔직히, 많은 이들이 DC에서 내놓은 <조커>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을 테다. 뚜껑을 열어보니, 개봉도 하기 전에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코믹스 최초 3대 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에 이은 최초의 황금사자상 수상까지, 예상치 못한 이변이자 예상했을 쾌거이다. 


영화는 흠잡을 데가 없다. 개인과 사회라는 씨줄과 날줄로 종횡으로 엮어 탄생 신화를 써내려갔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어구가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다. 미쳐 돌아가는 사회 때문에 괴물이 탄생했다는 일방향식 서사에, 조커 이전 아서 플렉이라는 지극한 개인적 서사를 얹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입체감을 얻었다. 


<조커>에 있는 것들


우발적인 살인 이후 표정과 행동이 바뀌는 아서, 대담해지고 일면 행복해 보이기도 한다. 엄마 말마따나 항상 웃으며 살려고 했지만 오히려 웃음발작 때문에 행복한 적이 없었던 아서, 그에게 살인이라는 건 무례한 세상을 재탄생시키기 위한 가멸찬 외침이 되었고 당하고만 살았던 불행한 자신의 인생을 향한 위로도 되었다. 이후 그는 광대라는 가면 뒤가 아닌 그 자신 광대가 되어 진짜 웃음과 함께 한다. 


영화 <조커>의 전체적인 줄거리에 특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깨달음은 차라리 <다크 나이트>에게서 받았고, 뇌리에 영원히 남을 듯한 모습은 히스 레저의 조커에게 남아 있으며, 기 막히게 창조된 세상은 DC 아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들에 보다 확실하게 담겨 있다. 그렇다면 <조커>에는 무엇이 있는가. 


코미디의 대가가 재창조한 완벽한 코미디 세상 고담시, 미친 도시이자 코미디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자 미쳐 가고 비극인 줄 알았는데 개 같은 코미디 인생을 산 아서 플렉, 토마스 웨인을 위시한 기득권층을 적으로 둔 대중들과 조롱의 코미디언 머레이 프랭클린을 적으로 둔 아서 플렉의 조우. 개인, 대중, 사회가 맞물리는 지점을 '조커'라는 상징과 은유의 꼭짓점으로 모이게 하는 과정이 드러내지 않으면서 조용히 진행된다. 고담시, 웨인 부자, 아캄 정신병원 등 영화 <배트맨> 시리즈과 조우하는 요소들도 모두 조커로 모이는 것이다. 영화 <조커>에는 조커가 있다. 


신경을 긁는 불쾌함과 세상을 바꿀 이의 탄생을 직시하게끔 만드는 웅장함이 일품인 음악과 화려하진 않지만 조커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최적의 워킹을 선보이는 카메라, 그리고 아서 플렉의 어두침침한 집 내부와 생각조차 나지 않는 색의 옷에서 조커를 상징하는 화려한 색감의 옷과 초록 머리 그리고 빨간 입술 등이 항상 뒤를 받친다. 이보다 더 조커와 조커를 둘러싼 세상을 표현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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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개인, 대중, 사회, 연기, 연출, 조커, 코미디, 토드 필립스, 호아킨 피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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